호남, 20대 총선 '친노 고사작전' 막후

"친노에 안방 내주느니 차라리 새누리 줘불드라고"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총선에선 무조건 '친노XX들' 다 물갈이 해부러야 돼.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 딱 해불드라고."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호남향우회의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 새정치연합 친노진영을 향한 호남의 민심이반현상이 심상치 않다. 일선 호남향우회 내에서는 회원들의 새정치연합 탈당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이끌고 있는 친노(친노무현)진영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현상이 심상치 않다. 호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야권 신당은 호남민심의 현주소다.

호남 민심 이반
천하태평 친노

호남은 야권의 텃밭으로 선거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지난해 7·30재보선에서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여당 인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는 등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4·29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사활을 걸었던 광주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다.

천 의원은 특히 ‘새정치연합 심판’이라는 자극적인 구호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쳐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호남민심의 이반은 호남 의석을 잃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29재보선에선 관악구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는데 관악구을은 호남 출신 인구 비중이 높아 수십년간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새누리보다 더 미운 친노 "같이 죽자"
내년 총선서 차라리 새누리당 민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수도권 선거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치러진 지난 4·29재보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선거가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대부분 야권 텃밭에서 치룬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이 더 크다.


특히 광주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광주 선거는 사실상 친노진영에 대한 호남의 심판이었다. 호남에서는 친노가 호남에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호남인들은 더 이상 친노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는 표를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차기 대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다 당권까지 모두 친노가 장악하자 호남에서는 ‘우리가 친노 거수기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총선 빨간불
야권 공멸?

이처럼 호남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친노진영의 현실 인식은 매우 안이하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호남민심이반을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전남광주지역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진다고 생각하는데 지도부는 이대로 가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를 비판했다.
 

안 의원은 “(당 지도부가) 혁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혁신 하자는) 저의 목소리에 대해 간절함으로 응답하지 않고 의도를 따지고 자구를 따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문 대표가) 시간만 끌고 있고 가시적인 활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호남의 친노 제거작전은 이미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호남향우회의 한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내년 총선에선 무조건 친노XX들 싹 물갈이 해부러야 돼.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 딱 해불드라고”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다.

일선 호남향우회 내에서는 회원들의 새정치연합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은 모두 호남 출신 인사들이다. 이들이 호남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호남의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에 친노를 물갈이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호남향우회 고위인사도 천정배 의원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재보선에서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됐다. 지난해 전남 순천·곡성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호남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순천·곡성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당선됐을 정도로 이념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혹자는 당시 이정현 후보의 승리가 지역주의의 벽을 허문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사실은 친노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당시 새정치연합 재보선 경선에서는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 노관규 후보를 꺾고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소속 당원들이 이정현 후보를 돕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아예 이정현 후보 캠프에 참여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새누리당보다 더 미운 것이 친노라는 것이다.

<일요시사> 역시 지금까지 재보선 현장을 누비며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다. 수도권지역 재보선 경선에서 호남 출신 후보가 친노진영 후보에게 패했는데, 어느날 호남 출신 후보의 선거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회사로 돌아가서 보라’며 취재기자에게 서류봉투를 불쑥 내밀었다.

회사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친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자료가 잔뜩 담긴 일종의 X-파일이었다. 이미 알려져 있던 내용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는 자료들이었지만 호남 인사들이 사실상 친노 후보 낙선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친노 후보자는 야권 텃밭으로 분류되던 해당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또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장 광주와 전남, 전북의 5개 선거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친노 지도부가 비례대표를 줄일 수는 없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어 호남인의 배신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호남지역에서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은 “친노진영이 친노계의 비례대표 공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호남을 희생시키려 한다”며 이미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의 민심은 친노진영의 좌장 격인 문 대표에게 확연하게 등을 돌린 모습이다. 문 대표가 당대표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호남지역에서 부정평가가 58%나 나왔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7%에 그쳤다.

극에 달한 불만
신당 힘 실릴까?

호남권의 한 인사는 “친노세력들의 가장 큰 문제는 패권주의”라며 “친노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투명한 공천을 하지 않는다. 친노들은 다른 세력은 무조건 배척한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친노인사가 당내 경선을 주도할 때마다 불공정경선 논란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대선경선이다. 당시 문 대표는 압도적인 승리로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나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경선 논란으로 일부 당원이 계란 등을 투척하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경선에 참여한 인사들은 하나 같이 문 대표와 친노진영을 비토하고 나섰다.

지난 2·8전당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경선 도중 경선 룰이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로 문 대표는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났다. 지난 4·29재보선 관악을 경선 과정에서도 두 여론조사 기관이 동시에 같은 샘플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두 여론조사 간 결과 차이가 무려 15%나 벌어져 논란이 됐었다. 

호남향우회 내 탈당 러시 이어져
신당 추진 세력 호남서 여론몰이


호남권의 한 인사는 “이처럼 불공정 경선이 판치는 상황에서 아무리 노력해봐야 호남은 친노 세력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좌절감에서 새누리당에게 내년 총선 의석을 바치더라도 친노인사들을 싹 쓸어버려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점점 더 구체화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북 순창지역 새정치연합 소속 당원 100명이 집단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와 친노 지도부는 신당 추진 세력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위원장인 황주홍 의원은 “민심의 왜곡이라는 발언 그 자체가 왜곡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민심 왜곡?
민심 무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인사들의 복안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 뺏기는 한이 있어도 친노인사들을 낙선시켜 ‘친노는 경선에서는 이기고 본선에서는 진다’는 공식을 고착시키려는 전략”일 것 이라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칫 야권이 공멸할 수도 있다. 친노진영이 패권주의의 빗장을 풀고 호남을 비롯한 비노진영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거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지금까지 친노에게 그렇게 속았는데 또 한번 믿어 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 호남의 민심은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친노진영의 단순한 약속만으로 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호남권 인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호남 출신 원로정치인인 권노갑 고문은 지난달 문 대표와 만나 추석 연휴 때 수렴한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대표직 사퇴를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완곡한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진영과 호남은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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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주인 행세’ 재개발 흔드는 막후 세력

[단독] 성수3지구 ‘주인 행세’ 재개발 흔드는 막후 세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조합서 조합장이 갖는 의미는 대표자 그 이상이다. 조합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서 좌장 역할을 맡아야 하고, 때로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근 조합장 선거를 앞둔 서울의 한 재개발조합이 내홍에 휩싸였다. 논란의 중심에 ‘정비업체’가 있다. 서울에 몇 안 남은 노른자위 땅, 한강뷰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지역. ‘내 집’ 마련을 꿈꾸고 고수익을 원하는 이들의 욕망이 집합된 곳.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시공사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입주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지만 조합원들은 그 끝의 휘황찬란한 빛을 꿈꾸며 기다림을 감내하고 있다. 수상한 정비업체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성수3지구 조합)의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3지구 조합은 다음 달 7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 조합장이 대법원서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고 사임하면서 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가 9개월 만에야 조합장 선출을 위한 총회 날짜가 잡혔다. 조합장 궐위 상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성수3지구 재개발 사업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총 3명이다. 당초 4명이 출마했지만 후보 박모씨가 지난 2일 사퇴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박씨가 사퇴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다. 박 후보는 자신을 지지해준 조합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면서 향후 뽑힐 조합장을 도와 성공적 재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는 정비업체에 대한 지적을 남겼다. 성수3지구 조합은 추진위원회 시기인 2010년 5월20일 주민총회서 N사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N사는 전 조합장 김모씨와의 유착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업체다.(<일요시사> 1472호 ‘<단독>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2923) 참고) 박씨는 이른바 ‘사퇴의 변’을 통해 “지금 우리 조합은 보조 역할을 해야 할 정비업체가 주인처럼 마음대로 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비업체는 구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조합 입찰에 번번이 참여해 총회 대행 등을 고가에 낙찰받아왔다”며 “최근 조합은 정비업체가 이미 받은 대금을 조합 융자금서 중복해서 지급하려다가 대의원에게 들통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 궐위 여러 차례 연기 끝에 총회 또 “조합장이 잘 몰라서 혹은 알면서도 정비업체 말대로 했다가 차질을 빚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합장 궐위도 정비업체 때문인데 직무대행을 내세워 1년가량 선거를 미뤄왔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조합의 상황을 보면서 의아한 구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설립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시행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성수3지구 조합서 N사의 역할이 사업에 전문성을 더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주인’ 행세를 하며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거듭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조합장 선거 구도 자체가 정비업체를 두고 양분되는 양상까지 띠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비업체 N사가 성수3지구 조합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에 매번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 조합장 김모씨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 소송서도, 앞서 2017년 추진위원장 등 선거무효확인소송서도 N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추진위원장, 조합장은 동일인물로, 2010년부터 조합서 총무로 일한 김모씨다. 한 조합원은 “이번 조합장 선거 자체가 N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서 원심이 확정됐다. 문제는 돈을 빌려준 주체가 바로 N사였다는 점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 5000만원, 4월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도 있다. 모든 총회 독점했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 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부분은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 자료서도 확인된다. 당시 성수3지구 조합은 22개 사항을 지적받았다. 한 조합원은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번번이 놓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탄했다. 특히 선거무효소송으로까지 이어진 2016년 6월18일 총회는 성수3지구 조합과 정비업체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물론 8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 여파가 있다. 2016년 6월18일 총회를 통해 진행된 추진위원장, 감사 선거는 이듬해 7월16일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은 당시 토지등소유자 가운데 1명이 제기한 ‘추진위원장 등 선거무효확인’소송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선거운동 과정에 부정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우편투표 및 개표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같은 실체 및 절차상 하자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며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선거의 거의 모든 과정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뜻이다. 선거 당시 정비업체는 N사였다. 판결문에는 N사 대표 송모씨가 토지등소유자인 정모씨로부터 직접 선거에 관한 서면결의서를 징구했다고 돼있다. 또 이후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을 지낸 김씨(당시 추진위원장 후보)가 서면결의서 징구요원과 함께 토지등소유자를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서면결의서의 숫자가 계속 바뀌는 점 ▲선거인 명부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서면결의서(우편투표)의 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점 ▲개표 과정서 우편투표수를 비롯해 총 투표수에 대해 별도의 공지가 없었던 점 등 선거 절차에 대한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타 조합은 계약 해지 ‘총체적 난국’이나 다름없던 2016년 총회는 결국 N사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총회서 N사가 총회 대행 용역을 일반업체에게 임의로 수행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도정법 138조(벌칙)는 정비업체가 다른 용역업체 및 그 직원에게 도시정비법 제102조(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등록)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성수3지구 조합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N사가 당시(2016년 6월18일 총회) S사와 별도의 용역계약을 맺어 서면결의서를 징구하고 홍보인력 관리 기획, 조합원 주소 및 연락처 파악 업무, 총회 참석 유도, 총회 홍보활동에 따른 제반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며 “이에 대한 용역비도 조합(당시 추진위원회)에 청구해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조합원의 문제 제기에 N사는 ‘조합의 총회 대행 용역을 외주로 계약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성동구청에 민원을 넣은 조합원에 대한 고발장까지 첨부한 해명자료를 조합에 제출했다. 하지만 관련 근거가 드러나고 대의원들이 N사의 업무를 정지하는 안건을 발의하자 “2016년 당사가 경영상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조합장(당시 김씨) 동의하에 일부를 위탁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성수3지구 조합은 지난해 12월22일 대의원회서 ‘N사의 업무정지’와 ‘업무정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수행 변호사 선임’ 안건을 가결시켰다. ‘정비업체 계약 해지’ 안건은 부결됐다. 한 조합원은 “N사는 해명을 하면서도 계약을 해지할 경우 조합서 (N사에)수십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조합원에게 보내는 등의 겁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심지어 대의원 의결 전 조합장 직무대행이 N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손해에 대해 대의원이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까지 조합장 직무대행이 N사를 싸고 도는지 모르겠다. 업무정지 상태임에도 직무대행은 여전히 N사의 조언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N사의 행태가 한남4구역 조합서의 그것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사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한남4구역 조합)과 2011년 용역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정기총회서 한남4구역 조합은 N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과 정비업체 간의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게 이유였다. 한 후보 사퇴하면서 저격 2017년 선거무효 소송도? 한남4구역 자료에 따르면 N사는 2014년 창립총회 당시 홍보책자 인쇄비용을 부풀려 허위견적서를 제출하고 조합으로부터 569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사기죄가 확정됐다. 서울서부지법은 N사 대표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서 기각되면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N사는 조합의 569만원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한남4구역 조합은 “N사가 총회 때마다 총회 대행 입찰에 참여해 거의 모든 대행 용역을 독점한 뒤 계약 상의 용역비와는 별도로 총회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청구했다”며 “2018, 2019, 2020년 등에는 수의계약을 통해 총회 대행을 수주했는데 이는 업계 관행에 비춰봐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조합을 기망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성수3지구 조합서도 똑같이 불거진 문제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N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성수3지구 조합의 모든 총회서 총회 대행 업무를 맡았다. 2022년 성동구의 실태점검 과정서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다. 당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총회 대행 용역업체의 입찰 절차를 입찰 참가자인 정비업체가 주관’한다는 지적사항이 있다. 성동구청은 ‘N사는 총회 대행업체 선발 과정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로 추진위원회의 업무규정, 조합의 정관 등에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진 않지만 공정성 위반 민원이 있다”며 “향후 이런 민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가 계약 등에 참여하는 경우 공정성 유지,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행정지도’ 의견을 제시했다. 총회는 조합의 최상위 의결기구다. 조합이 결정해야 하는 가장 큰 사안은 모두 총회를 통해서 결정된다. 총회 대행 업무와 이를 수행하는 업체가 중요한 이유다. 한 조합원은 “N사가 이 총회 대행 업무를 독점하는 과정서 온갖 문제가 불거졌다. 그 부작용이 지금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조합장 선거를 위해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서도 문제가 나왔다. 선거인 명부는 조합서 제공한 조합원 명부로 작성되는데 이를 토대로 발송한 선거 관련 등기가 상당수 반송된 것이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959명의 조합원에게 발송한 우편물 가운데 350개 이상이 반송됐다. 3분의 1 이상이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제14차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서 해당 문제가 논의됐다. 이날 회의서 “부실한 선거인 명부를 갖고는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총회 일정은 재조정됐다. 여기서 제기된 의문은 앞서 진행된 총회서 사용된 조합원 명부가 과연 정상적이었냐는 점이다. 곪은 문제 선거에 달려 한 조합원은 “이번 조합장 선거는 친 정비업체와 반 정비업체의 대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N사와 관련된 이슈가 조합 내부에 많은 상황이다. 한남4구역 조합처럼 계약 해지를 하든, 다시 심기일전해서 같이 가든 이번 조합장 선거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비업체 N사의 입장 “주인 행세? 허무맹랑한 이야기” “적법하게 업무 수행했다” 성수3지구 조합 정비업체 N사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사퇴한 박모씨의 문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성수3지구 조합 대의원회서 가결된 업무정지 등의 안건, 한남4구역 조합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N사의 대표 송모씨는 ‘정비업체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내용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비업체는 조합의 업무 지시를 받아 지시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는 입장이다. N사의 업무는 구청의 관리 하에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정비업체가 주인처럼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총회 대행 등을 고가로 낙찰받아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자입찰은 ‘일반경쟁’에 의한 입찰로 어느 누구도 입찰에 제한을 받을 수 없고 제안을 두는 자체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찰에 참여했고 이사회, 대의원회에서 적법하게 선정돼 합법적으로 용역 수행을 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이 이미 받은 대금을 중복으로 지급하려다 들통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융자금 사용 계획서를 작성하는 중이 일부 오기가 난 것”이라며 “설사 조합서 지급한다 하더라도 당사에서 반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합장 궐위도 N사 때문이고 직무대행을 내세워 1년가량 선거를 미뤄왔다’는 지적에는 “조합장 궐위에 대한 문제는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문제가 된)‘자금 차입건’은 부정하지 않는다”며 “직무대행을 내세운 것은 (전 조합장의)대법원 판결 전 업무공백을 막기 위한 것으로 당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조합장 선거가 1년가량 밀린 부분은 “조합이 아니라 업체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온 비대위의 사업 방해에 의해 지연된 것”이라며 “법원 재판부서도 철거업체 등에 해당하는 자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거론했고 김모씨(조합장 후보)의 통장 내역이 공개돼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의원회서 가결된 정비업체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도시정비법상 총회서 선정되고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며 “총회서 선정된 정비업체를 대의원 약 50명의 의결로 업무정지를 할 수 없기에 입장은 없다”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김모씨(조합장 후보)가 기획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 분란을 만들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묵시적으로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주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는 표현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남4구역 조합의 정비업체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는 “계약 해지의 정확한 사유는 ▲직원 교체를 조합과 협의하지 않아서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무효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고 예비적인 손해배상청구, 허위 사실 및 명예훼손 등의 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남4구역 조합장이 당사에 3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주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서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