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김무성 살 떨리는 권력암투

훌쩍 커버린 2인자…벌써 견제 나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4·29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한판 붙었다. 결과는 박 대통령의 완승. 김 대표는 확연히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주도권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노리며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 대표는 앞으로도 번번이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두 사람의 살 떨리는 권력암투는 여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4·29재보선 압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불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한 여야 합의안에 대해 ‘월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여야 합의안은) 자칫하다간 국민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김 대표를 질타했다.

김무성 질타
미소띤 친박

친박계의 일격에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는 확연히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김 대표는 충격이 상당했는지 공무원연금개혁안 논란이 벌어진 후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청와대도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해)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 대표 측에선 이번 공무원 연금개혁안 사태가 박 대통령의 의도적인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김 대표의 말처럼 청와대가 몰랐다는 말은 믿기 힘들다.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다. 요즘 김 대표가 속된 말로 너무 잘나가니까 박 대통령이 일부러 딴지를 걸었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논란은 박근혜의 함정?
억울함 토로한 김무성, 진실공방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청와대의 의중대로 움직이지 않고 독자행동을 했다. 오히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 대표가 기한 내 여야 협상을 타결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지난 7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실무기구 최종합의안에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당청 간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됐든 공무원연금개혁안 사태로 김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와 비박계 지도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야권의 텃밭에서 치러진데다 선거 막판 성완종 파문까지 불거져 어렵다던 4·29재보선에서 예상치 못한 압승을 거뒀고, 이에 힘입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친박계조차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라면 김 대표는 ‘선거의 남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일찍 커버린
2인자는 눈엣가시

반면 친박계는 성완종 사태로 한껏 움츠려든 상황이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언급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 핵심 친박이었다”며 “거론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당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친이계에 비해 당내에서 친박계의 목소리가 굉장히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 주도권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며 행동반경을 점점 넓히고 있는 김 대표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적절한 타이밍에 김 대표를 잘 견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20대 총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동안 비박계가 당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친박계의 위기감은 상당했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권을 잡았고, 박 대통령과 정치 현안마다 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가 됐다.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비박계 정의화 의원은 친박계 황우여 의원을 압도적 표차이로 따돌리고 국회의장이 됐다. 최근 치러진 당내 선거에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친박계가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친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김무성 견제는 이러한 친박계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포석도 깔려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비박계라고 하는 사람들은 고작 박 대통령의 대리인과 싸워서 이긴 거다. 그런데 비박계는 마치 박 대통령과 싸워서 이겼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여전히 상당한데 자꾸 청와대를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만 하려고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번번이 친박계를 제외시키려 했다. 친박계의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근 총선의 전초전격인 원외 당협위원장 교체를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치열한 물밑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전 의원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서는 회의장에서 고성까지 오갔다. 박 전 의원은 대표적인 탈박(탈박근혜)계 인사다. 여의도연구원장은 여론조사를 통해 다음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런 자리에 친이계가 대표적인 탈박인사를 앉히려 하니 친박계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무조건 공천권을 장악해 자신과 가까운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을 많이 배출해야만 한다. 차기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올 한 해 친박계와 비박계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친박계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지도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됐었다. 가장 최근에는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파열음을 내자 친박계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사드 문제를 놓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당 여론을 수렴하려고 했다.

그러자 당장 청와대와 친박계는 공개토론은 적절치 않다며 일제히 유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오히려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되고 있는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와 친박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며 균형외교를 하고 있는 것인데 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냐”며 “비박계 지도부가 자꾸 멋대로만 하려고 하니 친박계에서 (비박계를)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도권 싸움
밀리면 끝장

지난해 김 대표가 상하이에서 개헌 발언을 했을 때도 박 대통령이 대노했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당시 정기국회 이후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개헌논의를 피력했으나 박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하자 최근에는 개헌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올 초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불거진 ‘K(김무성)Y(유승민)’ 배후설 역시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비박계 지도부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편에 대해서도 김 대표와 비박계가 딴지를 걸고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박계 지도부가 공무원연금처럼 단시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야당과 무리한 협상을 전개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레임덕 막으려 비박계 견제?
비박계, 우병우 흠집내기 시도?


이처럼 친박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비박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비박계에선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친박계가 비박계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죽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지난 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비박유죄 친박무죄”라며 “그런 식의 검찰 수사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겨냥해 “(검찰에 소환된 홍준표 지사와) 비슷한 혐의로 전달자가 특정됐고 금액은 두 배, 시기도 가까운데 친박실세인 홍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비박계 표적수사?
친박은 그냥무죄?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최근 자신의 SNS에 ‘친박세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혼자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비박계에서는 청와대가 성완종 사태를 계기로 사정정국을 확대시켜 야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비박계 인사들까지 대대적으로 수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박계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수사를 주도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뒤를 캐 중도 낙마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사실여부는 알 수가 없다. 어찌됐든 여권 내 권력암투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을 거수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비박계에서도 나름 불만이 상당하다”며 “함께 갈 수 있는데 청와대와 친박계가 비박계를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편협한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친박계와 비박계는 충돌할 수밖에 없고 내년 총선에서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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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