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후쿠시마 철근’ 아파트 추적해보니…

방사능 고철 9만톤 ‘어디다 썼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산 고철이 국내에 다량 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쿠시마 무역개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한 후쿠시마현 고철 중 지난 3년간 우리나라가 수입한 고철은 전체 물량의 58%로 수출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처럼 방사능 고철이 수입될 동안 매우 형편없는 감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고철업 관계자들조차 방사능 고철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상황. 도대체 방사능 고철은 어디에 쓰인 걸까.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지난달 27일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본 오나하마 세관지서의 ‘후쿠시마 무역개황’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그랬다. 자료를 보면 한국은 지난 2011∼2013년 간 총 9만2455톤을 수입했다. 자그마치 296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마구 수입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후쿠시마산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했다는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1년 9764톤(약 56억원), 2012년 4만3439톤(약 110억원), 2013년 3만9252톤(약 130억)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매년 고철 수입액이 늘어났다. 이 기간 후쿠시마 고철가격은 1kg당 2010년 약 62엔에서 2011년 약 51엔, 2012년 약 31엔, 2013년 약 40엔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량을 늘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일본에서 원전사고 여파로 후쿠시마현 고철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방사성 물질의 오염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수입액을 늘려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검사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해 방사성 물질의 노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얼빠진 감시 체계에 있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공항과 항만에는 방사선·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현재 방사능 감시기는 부산항 14대, 광양항 10대, 인천항 6대, 평택·당진항 6대, 울산항 4대, 목포항 3대, 군산항 3대, 포항항 1대 등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물동량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매년 60만∼80만톤의 고철이 수입되는 군산항에는 아직까지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국내에 다량 수입 의혹 “2배 이상 증가”
오염 무방비 노출…도대체 감시 체계는?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방사능 감시기 설치 담당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방사능 감시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2명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담당자 1명을 더하면 총 3명이지만, 이들이 공항 9군데와 항만 31군데를 모두 실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류 의원은 “관리 인력이 보강되지 않는다면 전시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칸막이가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항에서 일본산 수입고철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이 발견돼 반송 조치된 바 있다. 2011년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도로공사에서 오염된 고철이 유입된 적이 있어 논란이 크게 일었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방사능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수입 고철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다양하게 재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다량의 고철이 사용된다. 아파트를 지탱하는 철근, 고철로 만들어진 시멘트가 그렇다. 흔히 시멘트를 돌가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각종 폐기물을 섞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아스팔트도 마찬가지다.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이고 나온 폐기물이 우리 주변에서 재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새집증후군을 걱정했지만 최근에는 방사능수치를 걱정하는 이들이 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모인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정상 값의 4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확한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멍한 정부
 
녹색당은 정부가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고철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조사하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방사능 오염조사 체계와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은 “건설 기자재 관리 감독 시스템이 매우 허술하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강조하지만,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명 직무유기”라며 정부의 방사능 관리·감독의 허점을 꼬집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흐르고 있다. 방사능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방사능은 무취 무색이어서 어디로 퍼지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국내 방사능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쿠시마 수입품 보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도 후쿠시마현에서 제조된 사케가 버젓이 한국에 수입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산 사케는 지난 2011년 3월 이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25톤이 수입됐다.
 
후쿠시마 인근 7개 현에서 수입된 것까지 합치면 4300톤에 이른다. 이 기간 수입된 사케는 ▲쿠라노하나 ▲유메노카오리 준마이슈 ▲알라딘 준마이 ▲쿠라다시 카라구치 ▲혼죠조 나마쵸조슈 ▲준마이슈 이이데 ▲기타가타지코미 준마이슈 ▲우마카라구치 ▲오쿠노마츠 아다타라 긴죠 ▲쿠로컵 등이다.
 
정부는 후쿠시마산 쌀의 경우 방사능 오염 위험 때문에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사케는 가공식품으로 분류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사케의 주원료가 쌀과 물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방사능 사케’ 소식에 애주가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된 후쿠시마산 사케는 2011년 1만4176kg, 2012년 6612kg, 지난해 4073kg, 올해는 7월까지 567kg이다. 수입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후쿠시마산 사케가 꾸준히 수입됐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 지역 가공식품을 수입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후쿠시마 인근 13개현은 수출 시 일본 정부가 발행한 방사능 검사증명서 및 생산지 증명서를, 이 외의 34개 현은 생산지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 제품들을 국내에 수입할 때마다 샘플을 뽑아 방사능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사능 정밀검사 시 제조일자 기준으로 1건의 표본검사만을 실시하고 있어 식약처의 검사를 100% 안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일본의 쌀과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일본 사케의 원재료인 쌀과 지하수의 원산지를 알기는 더 어려워 후쿠시마 이외 지역 사케도 안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사케 외에 동일본지진 이후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품목에는 수산물가공품, 혼합제제, 캔디류(사탕, 캐러멜), 드레싱, 빙과류, 과자 등이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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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