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④대구 남구

야간 도시 정찰 나선 비행사처럼…

대구 앞산전망대에 처음 오르는 여행자는 도시 전체가 발아래 펼쳐지는 장쾌함에 할 말을 잃는다. 멀리 흘러가는 낙동강 물결이 붉은빛으로 물들면 도시는 숨겨둔 오색 보석을 밤하늘 아래 꺼내 보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면 마치 야간비행에 나선 비행사가 된 기분이다. 앞산케이블카를 타면 전망대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이월드의 83타워도 대구시내 야경 명소다. 기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버려진 철교를 새롭게 단장한 아양기찻길은 강변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다. 시원한 분수쇼가 펼쳐지는 수성유원지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기억에 남는 대구 여행을 만들어주는 매력 만점 숙박시설이다.

 

대구 앞산전망대 발아래 펼쳐지는 장쾌함
솟구치는 분수쇼에 시원한 대구의 여름밤

대구 앞산전망대에 오를 때는 날개가 필요하다. 날개가 없다면 장쾌하게 펼쳐진 도시 위로 날아오르고픈 욕망을 애써 눌러야 한다. 드넓은 하늘과 이마를 마주하고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한 마리 새가 된다.
해발 660.3m 앞산은 산성산, 대덕산, 성북산과 이어지며 대구의 남쪽을 병풍처럼 감싼다. 앞산공원을 비롯해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다. 특히 시내 전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앞산전망대는 대구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으뜸 명소다.

바람 가르며
야간비행

앞산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오른쪽으로 난 숲길을 따라가면 그 끝에 앞산전망대가 있다. 마치 파노라마를 펼쳐놓은 듯 대구의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한낮의 명징한 시간부터 어둠이 내린 밤까지, 어느 때 찾아도 가슴 벅찬 도시의 전경을 선물한다.
S자로 굽어지며 흐르는 낙동강을 시작점으로 오른쪽을 바라보면 도시를 감싸는 산자락이 겹겹이 펼쳐진다. 퍼즐을 맞춘 것처럼 들어앉은 빌딩과 아파트, 크고 작은 집과 도로가 잔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보는 듯하다. 그 가운데 두류산과 금봉산, 이월드 83타워가 섬처럼 떠 있다.

 

서쪽 하늘로 붉은 노을이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도시는 숨겨둔 오색 보석을 천천히 꺼내 보인다. 전망대에 앉아 밤이 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간 비행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빛깔 옷을 입은 83타워를 중심으로 자동차 불빛에 감긴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멀리 금호강을 연결하는 다리와 낙동강 강정보의 불빛까지 선명하다. 수많은 별을 흩뿌린 듯 반짝이는 도시를 바라보노라면 뜨거운 도시 대구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앞산케이블카는 오전 9시부터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마지막 탑승 시각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다. 7~8월 주말은 오후 7시 30분에 하행선 운행을 마감한다. 전망대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야경까지 즐기면 걸어 내려와야 한다. 전망대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앞산 순환로와 만난다. 등산로가 어두우니 휴대용 랜턴을 챙겨야 한다. 

 

안지랑 곱창거리는 앞산과 이어져서 야경을 감상한 뒤 출출함을 달래기 좋은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곱창과 막창을 먹을 수 있어 대구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먹거리촌이다. TV에도 자주 소개되어 나들이 삼아 찾는 가족 여행객도 많다. 

 

아양기찻길은 강변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데이트 명소다. 동대구~영천 간 철로가 옮겨지면서 버려진 철교가 새롭게 변신한 곳이다. 철로를 그대로 살려 사람들이 건널 수 있도록 인도교를 만들고, 다리 한가운데를 카페와 미니 갤러리로 꾸몄다. 은은한 불빛에 물든 강변과 다리의 풍광을 감상하며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은은한 불빛에
물든 강변 풍광

이월드는 대구를 대표하는 놀이공원으로,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가 알록달록 야경까지 즐길 수 있다. 83타워에 올라 대구 야경을 감상하고, 오색 조명이 어우러진 정원에서 추억을 남겨도 좋다.

 

분수 쇼가 멋진 수성유원지도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잔잔한 수성못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었으니 쉬엄쉬엄 걸어보자. 그림을 그리듯 우아하게 솟구치는 분수 쇼는 주말 오후 두 차례(1시, 4시), 야간 두 차례(8시 30분, 9시 30분) 펼쳐진다.

 

밤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이 대구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달성 서씨의 문중서원인 ‘옛 구암서원’은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도 하고,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꾸며져 여행자를 맞이한다. 대구 골목투어가 시작되는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인근에 있으니 잠시 들러 봐도 좋다.
‘공감게스트하우스’는 북한이주민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감’이 사회적 기업 형태로 만든 곳이다. 진골목에 자리한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도미토리 형태의 공감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한다. 게스트하우스 5층의 옥상은 도심 야경을 즐기며 달맞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구의 명동인 동성로와 가까워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소박한 재즈 공연이 열리는 바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판’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일본식 적산 가옥과 한옥이 함께 들어선 구조다. 정갈한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대구 골목투어→앞산전망대 야경→안지랑곱창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이월드→수성유원지→앞산전망대 야경→안지랑곱창거리
· 둘째 날 : 대구 골목투어→서문시장→방천시장 김광석길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대구 투어(대구광역시 관광 홈페이지)  http://tour.daegu.go.kr/kor
·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www.daegu.go.kr/Apsanpark
· 안지랑시장곱창상인회  www.안지랑곱창.com
· 이월드  www.eworld.kr
· 옛 구암서원(대구전통문화센터)  www.dtc.or.kr
· 게스트하우스 판   http://pannguest.co.kr


문의 전화
· 대구광역시청 관광문화재과 053)803-6512
·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053)625-0967
· 앞산케이블카 053)656-2994
· 이월드 053)620-0001
· 안지랑시장곱창상인회 053)652-6569
· 옛 구암서원 053)428-9900
· 공감게스트하우스 070-8915-8991~2
· 게스트하우스 판 053)252-7529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역-동대구역 : KTX 하루 60여 회(05:30~23:00) 운행, 약 1시간 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대구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40분 간격(06:00~다음 날 01:30) 운행,약 3시간 4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코버스 www.kobus.co.kr
지하철> 대구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현충로역, 2번 출구로
나와 서대명지구대 앞 버스 정류장에서 300번 버스 탑승, 앞산공원 하차.
* 문의 : 대구도시철도공사 053)643-2114, www.dtro.or.kr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성서 IC→신천대로 따라 약 14km 진행→
앞산순환로 따라 진행→앞산공원 주차장


숙박 정보
· 히로텔 : 중구 국채보상로, 053)421-8988 (굿스테이) www.herotel.net
· 굿스테이 뉴그랜드호텔 : 북구 칠성남로38길, 053)424-4114 (굿스테이)
· 앞산비즈니스호텔 : 남구 현충로, 053)625-8118
· 크리스탈관광호텔 : 달서구 달구벌대로, 053)655-7799, www.crystalhotel.co.kr


식당 정보
· 대덕식당 : 따로국밥, 남구 앞산순환로, 053)656-8111
· 곤지곤지식당 : 보리밥, 남구 앞산순환로, 053)656-2212
· 봉산찜갈비 : 찜갈비, 중구 동덕로36길, 053)425-4203, www.bongsanzzim.com
· 만수통닭 : 치킨, 수성구 용학로, 070-8123-6277


축제와 행사 정보
· 대구치맥페스티벌 : 2014년 7월 16~20일, 두류공원 일원, 053)631-0052, www.chimac.or.kr 

·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 2014년 6월 27일~7월 14일, 대구 주요 공연장과 시내 전역,
  053)622-1945, www.dimf.or.kr

· 대구호러공연예술제 : 2014년 7월 17~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일대, (053)606-6334,           http://cafe.daum.net/dghr



주변 볼거리
대구 근대골목, 방천시장 김광석길, 서문시장, 대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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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