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헛발질' 대기업 외식업 굴욕사

잠적한 회장 딸…사업 말아먹고 자숙중

[일요시사=경제1팀] 박민우 기자 = 외식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재벌 기업들이 울상이다. 야심차게 출시했던 신규 브랜드들이 적자에 허덕이다 못해 줄줄이 간판을 내리고 있어서다. 외식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치던 재벌 2∼3세들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초라한 성적표에 경영 능력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안팎으로 심란한 상황. '외식업 굴욕'을 맛본 재벌가들을 모아봤다.

CJ푸드빌, 신세계푸드, 매일유업, 대상 등. 내로라하는 식음료 업체들이 잇따라 외식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한때 앞 다퉈 패밀리 레스토랑, 씨푸드 레스토랑과 같은 외식업에 진출했지만, 요란했던 시작에 비해 결과는 초라할 정도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외식수요의 감소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너무 획일화된 고급화 전략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객범위를 넓히지 못해 경쟁력이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꿈 품은 사업
애물단지 전락

매일유업은 재계 미식가로 소문난 김정완 회장 주도하에 야심차게 외식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최근 폐점하는 브랜드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이 운영하던 스시 전문점 '하카타 타츠미'가 지난해 문을 닫은 데 이어 인도요리 전문점 '달(Dal)'과 일식 전문점 '만텐보시' 사업도 철수했다.

만텐보시는 지난 2010년 경기도 일산 현대백화점 킨텍스 1호점을 시작으로 수도권에 4개 매장을 운영해왔다. 2012년 12월과 지난 1월 잇달아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지난 3월21일 마지막 남은 매장인 을지로 페럼타워점도 영업을 종료했다.

김 회장이 2007년 외식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가장 먼저 론칭한 '달' 역시 강남권에 5개까지 매장을 늘렸다가 현재는 역삼점 1개만 남아 있다. 이 매장의 영업권도 최근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두 브랜드 매장은 주요 상권에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입점했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해 적자폭을 키웠고 결국 폐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아 있는 매일유업의 외식브랜드는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폴바셋', 샌드위치카페 '부첼라' 등을 포함해 7개뿐이다. 남은 브랜드의 매장 수도 대부분 1∼3개 수준에 그치고, 분기마다 수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김 회장의 '외식업 의지'가 워낙 확고해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그룹 외식사업부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마켓오' 여의도점도 지난 3월14일부로 문을 닫았다. '직장인들의 랜드 마크가 되겠다'며 개점한 지 2년 만이다. 이로써 '마켓오' 매장은 도곡점과 압구정점 2곳만 남게 됐다.

오리온은 한때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2000년대 초 패밀리레스토랑 붐이 일던 당시 롸이즈온 베니건스를 국내 첫 오픈했다. 현재 바른 손에 매각됐지만, 당시 베니건스 브랜드 위상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재벌가 2∼3세 외식사업 성적 '마이너스'
매일유업·오리온…잇달아 폐점해 '망신'

이 사업의 성공을 이끈 주역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이 부회장은 베니건스 성공에 힘입어 2004년 패밀리 레스토랑 '마켓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국내 최초로 유기농 퓨전 레스토랑 개념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유기농'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버렸고,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동시에 이 부회장은 마켓오 비즈니스룸, 하우스웨딩 등 부대서비스로 눈을 돌렸고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의 외식브랜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006년 브랜드 명품화를 외치며 시작한 해산물뷔페 '보노보노'는 지난 3월22일 성수점을 폐점했다. 지난해 10월 홍대점을 접은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현재 남아 있는 보노보노 매장은 서초점, 삼성점, 마포점 등 3개 뿐이다.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 역시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쳤다. 해산물 레스토랑 '씨푸드오션'이 폐점한 데 이어 '피셔스마켓'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


2006년 론칭한 씨푸드오션은 한 때 점포수를 15개까지 늘렸지만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당시 녹번점, 대림점, 구월점, 천안점 등 4곳만이 남은 상태였다.

또 다른 해물 레스토랑인 피셔스마켓 매장 2곳은 차별화를 강화시켜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문을 닫았다. 해산물 시장 수익이 좋지 않은 데다 일본 방사능 수산물 우려 등으로 더욱 실적이 악화된 탓이다.

이와 함께 실적이 부진한 차이나팩토리 일부 영업점도 올 상반기 폐점설이 도는 등 외식 사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6년 말 오픈한 차이나팩토리는 현재 7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2010년 이후 신규 출점이 전무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인천예술회관점이 문을 닫았다.

복합외식공간을 모토로 운영했던 CJ가로수타운의 부진도 마찬가지다. 이곳 2층과 3층에 입점했던 브랜드 비비고와 로코커리는 지난해 말 폐점됐다. 로코커리 서울 건대점도 지난달 문을 닫으면서 이 브랜드는 CJ건물 지하에 단 하나의 매장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고급화 명품화
고집하다 낭패

구설에 오르다 결국 외식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상무가 추진한 퓨전레스토랑 '터치오브스파이스'가 대표적. 지난 2010년 9월 선보인 '터치오브스파이스'는 불법 영업 논란이 일면서 출점과 동시에 잡음에 시달렸다. 종로점이 옥상 부지를 불법으로 증·개축해 메인홀로 활용, 건축법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실이 알려진 것.

급기야 대상 측은 1호점인 종로점을 폐점하고 당초 2호점으로 예정됐던 명동점만 운영해오다 그마저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현재는 터치 앤 스파이스 점포 하나만 운영 중이다. 오픈 당시 내세웠던 '5년 내 매장 50개, 연매출 500억원' 목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불법영업 논란
골목사업 침해

외식업에 미련이 남은 임 상무는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본인 소유 건물 1, 2층에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인 '메종 드 라 카테고리'를 선보였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이미 인기가 높은 라 카테고리의 인지도에 힘입어 초반에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가격 대비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과 함께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새롭게 전개한 외식사업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임 상무의 외식 사업 경영 능력에는 또 한번 물음표가 찍히게 됐다.
 

대명그룹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고 서홍송 대명그룹 창업주의 아들인 서준혁 대명코퍼레이션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떡볶이 사업 '베거백'이 대표적 사례다. 서 사장은 지난 2009년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하며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서 사장은 '베거백' 오픈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떡볶이 요리를 고급화·다양화한 베거백 브랜드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베거백은 이내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았다.

서 사장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그러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사업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목동점과 강남점이 문을 연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적자에 점포수 정체…명품전략 발목 잡아
대상·대명·사보이…구설 시달리다 철수

사보이상사 창업주의 손자인 조현식 사보이호텔 대표는 미국에 본사를 둔 테마 레스토랑 '카후나빌'을 국내에 들여왔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2002년 문을 연 카후나빌은 당시 음식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해 매장 내에 야자수나 폭포 등으로 열대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올림픽공원 1호점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 가맹업을 시작했고 런칭 1년도 되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등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았다. 단기간에 '외식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카후나빌은 그러나 2008년 돌연 매각됐고, 수많은 뒷말을 남긴 채 현재까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재벌 2∼3세들이 외식 비즈니스에서 잇따라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음식의 유행 패턴에 따라 외식업의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88올림픽 이후 이탈리아, 중국, 일본음식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다 90년대 말 퓨전음식이 등장하더니 2000년대 이후부터는 '기본'에 충실한 각국의 '정통요리'나 '웰빙요리'가 대세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화' '명품화' 전략에만 치중한 재벌가의 외식 브랜드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브랜드 마케팅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 재벌 기업들의 외식 사업은 '강남권에 위치하면서 고급화'만을 고집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폐점으로 이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없이도
돈 되는 사업?


오너들의 전문성 부족도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외식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단시간에 투자 대비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여서 지식을 딱히 필요로 하지 않았다"며 "대규모 공장이 필요 없는 데다 외상도 없어 현금 확보가 수월했고 수요도 확실했다. 재벌가 입장에서는 비교적 '우아하게'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어, 급변하는 변수에 대응할만한 차선책이 없다보니 적자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외식업으로 대박을 터뜨리고자 하는 재벌은 거의 없겠지만, 사업이 잘 안되면 조용히 털어버리고 철수하면 된다는 식은 이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철저한 마케팅 전략과 품질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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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