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7 11: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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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새누리당도 민주정당이다"

[일요시사=정치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운 소위 주사파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통일운동을 하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접한 후엔 오히려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런 그를 '변절자'라며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하 의원의 변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은 거듭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민주당과 차별화 되는 새누리당의 안보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무척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수재지만 정작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두 번이나 구속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위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사파였던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모습과 매 맞고 고문 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북한인권가로 변신하게 된다.

그는 2005년부터는 열린북한방송을 운영하며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의 소식을 전하고 북한 내부에 민주화의 씨앗을 싹 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
▲ 평소 북한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인권문제가 매우 심각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정치권의 영입제의를 받았고 평소 느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입문하게 됐다.


- 학창시절에는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 새누리당과는 이념적 차이가 있을 듯한데 새누리당을 택한 이유는?
▲ 현재 정치권은 민주화세력과 독재세력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새누리당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정당이다. 지금 시대의 주요과제는 일자리, 복지, 세계화 등이다. 이러한 여러 이슈 등에서 오히려 나는 새누리당과 이념적 동질성을 느꼈다.

- 오래된 일이지만 민주통합당의 임수경 의원이 하 의원을 '변절자'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임 의원의 논리는 '운동권은 다 민주당이어야 하는데 왜 새누리당 갔느냐'는 것이다. 이는 냉전논리다. 이미 민주화 된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출신성분에 상관없이 각자 소신에 따라 어느 당이든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만 정당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초선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 고민해야 되는 문제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관심있는 문제만 고민하면 됐다. 하지만 이젠 지역구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상임위 활동과 관련된 여러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 또 예전에는 한두 가지 이슈만 전문적으로 탐구하면 됐지만 지금은 좀 더 시야를 넓혀 광범위하게 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된다. 두 번째는 사적인 시간이 많이 줄었다. 주말에도 지역구를 방문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족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해져 미안하다.

- 정치 입문 후 가장 보람을 느낀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 현재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아무래도 수산업인들보다 농업인들의 수가 훨씬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인 위주의 활동만 펼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상임위 활동 중 수산발전기금이 내년에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적했고 내년에는 오히려 기금의 총액이 늘어나게 됐다.

이외에도 올 여름 해수욕장 해파리 사고가 많았다. 인천에서는 한 여아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근본원인을 살펴보니 각 부처 간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대응이 늦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짚어내서 내년부터는 각 부처가 해파리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 봄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여야의 합의로 통과시킨 것도 큰 보람을 느꼈다.

"무조건적인 대중 추종 정치는 안해, 현실 직시하고 대안 마련해야"
"북한인권법, 당장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 가져올 것"


- 과거 "독도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쟁지역"이란 주장을 해 논란을 겪었다. 이에 대해 해명을 한다면?
▲ 독도는 명백한 우리나라의 영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분쟁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독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 야권에서 북한인권법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실효성 없이 남북관계만 경색시킨다는 비판도 있는데.
▲ 북한인권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북관련 민간단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데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북한인권문제가 한창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는 탈북자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된다면 분명히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다.

또 대북관련 민간단체들은 지금도 많은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장려하고 더욱 활성화 시킨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인권법이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권의 관심이 모두 대선에 쏠려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현재 선대위에서 대통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는 낡은 정치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지역구인 부산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고향이라 표심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지역구 표심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 대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후보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 어떤 후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대선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단점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고 이제는 박 후보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 시키는 전략이 중요한 것 같다. 박 후보의 장점은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는 점이다. 때론 너무 고집스런 태도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인기 얻기에만 급급해 무조건적인 대중 추종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앞서 언급된 독도 문제가 가장 좋은 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 인기를 얻고 별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면 언젠가 큰 위기가 닥친다.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따라서 나는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특히 최근 고조 되고 있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외교위기 등을 누가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투표에 임해주시길 바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하태경 의원 프로필>

▲ 통일맞이 연구원
▲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 중소기업신문 기자
▲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열린북한 대표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제19대 국회의원 (부산 해운대구기장군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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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간이 갈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판관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갈등 수준이 임계점까지 치솟으면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마저 감도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번째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최종 변론 이후 1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25일로 마무리됐다. 벌써 2주 넘게 지난 셈이다. 이전보다 길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례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여권의 주도로 국회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나서서 탄핵 소추안 통과를 이끌었고 헌재도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 직후 직무에 복귀해 임기를 채웠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직을 상실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같은 달 14일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가 윤 대통령을 옭아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때 역할을 한 군·경찰 관련자들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일부 국무위원은 야권의 탄핵소추에 직무가 정지됐다.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여론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탄핵소추 전 10% 후반대를 오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힘이 실렸다. 거리로 나온 찬반 집회 여론조사와 다른 양상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들고 나온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쪽은 거리로 나와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응답이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집계됐다. 국민의 과반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 비율이 탄핵 반대보다 낮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층과 중도층, 무당층이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층은 탄핵 반대쪽에 무게감을 더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이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이미 지지율이 급전직하해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IMF 사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보다도 낮은 4%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이다. 당시 보수층이 ‘궤멸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 보수층은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설 때도 보수층이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층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반대 여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들이 거리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와 달리 탄핵 찬성 집회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운집하고 있다. 3·1절에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지에 모인 시민은 12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같은 날 서울 안국역 등지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와 비교해 6배가량 많은 수다. 문제는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박 전 대통령 때도 헌재의 선고 당일 2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직후 불복을 선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차례 들이받았고 이 과정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전후로 외부인이 헌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벽으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선고 당일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 예방 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8개 지역으로 나눠 질서 유지와 인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저항권 폭동 예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비해도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통해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이다. 지지자들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녔다. 법원이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다. 저항권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정의된다. 실정법상에 승인된 권리는 아니지만,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저항권을 언급하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됐다. 또 재판부서 구속 취소 인용 배경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물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서 나와 관저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 90도 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모습 등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측의 집결을 부추기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로들 “헌재 판결 승복해야” 윤, 최후 변론서도 언급 안 해 실제 지난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집회서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은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500명이 모였다. 정치권의 행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가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을 총동원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이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서도 헌재의 선고에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야 정치원로 등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의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곧 있게 될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다수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헌재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할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구상만 밝혔을 뿐이다. 정치권이 부추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불씨를 던진 양쪽 진영의 갈등은 각종 변수를 발판 삼아 장작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수, 진보 양측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자양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제 갈등 수위는 임계점까지 치솟았다. 헌재의 판결이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