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99.9% 박멸’하는 항균제는 과연 건강에 이로울까?
코로나 이후 손소독제 등 항균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박테리아를 99.9% 박멸한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이 정말 건강에 이로울까? 박테리아 공포를 조장하는 항균제, 탈취제, 세제 등의 많은 광고에 우리가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과도한 항균 물질 사용은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의 균형 잡힌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몸에 해롭기까지 하다. 책에서는 트리클로산(Triclosan)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이 물질은 접촉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하수 정화 시설로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해 수생 생물에게는 독이다. 박테리아 내성을 유발하고, 동물 실험에서는 호르몬 시스템을 망가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자는 비누만 있으면 개인위생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핸드 젤, 발 탈취제, 물티슈, 스프레이 방향제, 다용도 세척제가 정말 우리 세상에 필요한지 묻고, 먼지와 세균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무관심한 것만큼이나 잘못된 반응이라고 말한다. “공포나 무관심 대신에 우리는 위생과 건강의 연관성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오물이 왜 위험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청결이 어째서 건강에 아주 해로울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바디 케어의 역사’와 ‘청소의 심리’에서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청소법까지!
청결과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과 심리 분석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고대 로마에서는 ‘풀로니카(Fullonica)’라 불리는 세탁소가 있었는데, 오줌으로 옷을 빨았다. 돈벌이가 좋은 사업 아이템이었는지, ‘돈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중세시대에 페스트와 콜레라가 돌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물을 멀리했다. 물이 피부를 무르게 해 열린 모공 사이로 전염병이 들어갔다고 믿으면서, 마른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고 강력한 향수로 몸에서 나는 냄새를 덮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마른 목욕의 시대가 도래했다.
청소에 대한 심리 분석도 흥미롭다. 청소의 중요성에 대해서 응답자의 54%가 ‘집에서 질서를 잡는 데 성공하면 일상의 다른 과제 역시 통제를 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사람들이 청소를 통해 삶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변화와 실천을 위한 내용도 빼놓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놨다. 집 안에서 유해 독을 없애기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고, 쓰레기를 방지하기 위해 운송·여행·쇼핑에서 생기는 오물을 줄이는 등 우리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와 현장 전문가를 만나고, 함부르크의 거리 청소부와 새벽청소까지 하며 책을 쓴 저자의 노력과 오랜 성찰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영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