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미도가 직접 밝힌 ‘슬기로운…’ 후일담

“이렇게까지…온 우주가 날 돕나 봐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데뷔 15년 차 전미도는 공연계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는 베테랑 배우이자 티켓 파워다.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그가 단숨에 드라마까지 접수했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를 통해 단번에 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 매력적인 외모는 물론 누구나 꿈꿔보는 이상적인 캐릭터 채송화를 매끄럽게 연기했던 터라, 그의 인기는 치솟는 중이다. 마치 채송화가 TV를 뚫고 나온 듯, 차분하면서도 생기 있는 전미도rk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촬영하면서 느낀 소회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 ▲ 배우 전미도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

신원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의사들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인생을 그려보고 싶어 만든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존 메디컬 드라마의 공식을 비껴갔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있는 병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 이야기가 아닌 평범과 특별함이 오고 가는 에피소드를 통해 의사들의 이면을 그려냈다. 

멈출 줄 모르는 
채송화의 인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20년 지기 의대 친구들이 한 병원서 동고동락하며 지내는 내용이 큰 줄기다. 아울러 다양한 군상이 관계를 맺어가고 무수한 상황이 벌어지는 병원 이야기를 통해 ‘힐링 드라마’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물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4연타석 홈런을 친 신원호 사단이 미국드라마 <프렌즈>를 염두에 두고 수년간 준비한 작품이다. 이우정 작가의 인생 내공이 고스란히 전달될 뿐 아니라 그의 예쁜 마음이 곳곳에 녹아있다. 자극적이면서 악한 사람 하나 없이 누구나 이해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만이 가득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전미도가 맡은 ‘채송화’다. 의대 99학번 동기 5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경외과의 유일한 여교수, 독할 정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환자를 따뜻하게 대하는 인간적인 의사다. 친구는 물론 고민이 있는 후배들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알뜰살뜰 챙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 캠핑도 즐길 줄 알며,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노래 못하는 것만 빼면 단점이 없는 완벽한 인물이다. 흠이 없는 것이 흠인 채송화를 연기한 전미도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채송화 캐릭터는 초반부에 모든 것이 세팅됐다. 정말 좋은 사람. 나는 이렇게까지 좋은 사람이 아닌데, 그런 선한 면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나도 저런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벽하고 모범생이고 다 잘하는 면이 있는 반면에 엉뚱한 면도 있지 않나. 노래도 못하면서 잘한다고 사기 쳐서 보컬을 한다든지, 음식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그런 엉뚱한 면들이 있어서 캐릭터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베테랑서 신인으로 드라마 도전기
예상 못한 사랑…한편 두렵기도

비록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했던 전미도지만, 공연계에선 실력파 스타로 꼽힌다. 심지어 조승우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전미도를 꼽을 정도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조정석과 유연석이 신원호 PD에게 전미도를 추천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미 자신의 영역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전미도가 tvN 드라마 <마더>와 영화 <변신>을 통해 변화를 꾀한다. 자신이 모르는 낯선 환경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었다. 이유는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5년 동안 공연을 했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하다 보니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적으로도 정형화되는 느낌이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과 답답함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낯선 곳에서 부딪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더>와 <변신>에 출연했다. 스스로 연기에 자책이 있을 정도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설사 캐스팅에 떨어지더라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를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신원호 PD는 앞서 전미도를 보자마자 ‘채송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밝은 이미지가 채송화와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이다. 실제로 채송화와 전미도는 그리 간극이 커 보이지 않는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진정성 있는 말투서 채송화가 보인다. 


“첫 오디션 장면이 첫 장면 대사였다. 여자 주인공이라는 설명도 없었다. 당시 PD님께서 ‘송화라는 사람이고 의사인데 차분한 성격이니 미도씨가 저랑 대화한 톤 그대로 부담 없이 읽어보라’고 하셔서 정말 담백하게 읽기만 했다. 그게 감독님이 원하셨던 송화 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주인공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배역 하나라도 맡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났다. 이런 행운을 얻을 줄은 몰랐다. 조정석과 유연석은 굉장한 은인이다. 연석의 한마디가 특히 시의적절했던 것 같다. 사적으로 인연이 없었는데 추천해줘서 더 감사하다.”
 

▲ ⓒtvN

워낙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 채송화다 보니,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그를 좋아한다. 매사 조심스러우며 의젓하고, 상냥하며 따뜻한 마음씨의 채송화는 그 어떤 작품서도 볼 수 없는 이상적인 인물이다. 연기한다는 건 곧 인물을 품는 것이기도 한데, 전미도는 채송화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일을 열심히 책임감 있게 하는 면은 비슷하다.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송화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한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후배들을 대할 때는 정말 다르다. 나는 그렇게 후배들을 챙기진 않았는데 채송화를 맡은 후에 조금씩 챙기고 있다. ‘나 원래 성격이랑 드라마랑 달라’라고 할 수 없어 잘 챙기려고 한다. 이제는 두말없이 잘해주고 있다.”

“80세까지 
하고 싶다”

홍일점 채송화를 중심으로 ‘이익준’(조정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안정원’(유연석 분)이 ‘99즈’로 불린다. 늘 같이 밥을 먹고,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희노애락을 공유한다. 서로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며 누구보다도 친구가 행복해지는 데 최선을 다한다. 누구나 원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관계성이다.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다. 아마 드라마 촬영만 했으면 이렇게 친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작년 가을부터 합주를 했다. 그곳에서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사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훨씬 빨리 친해졌다. 드라마처럼 죽마고우가 돼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낸다.”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매장면마다 느낄 수 있다. 진짜 친구 같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챙기는 마음, 모든 것이 진심서 우러나온다.

“공연은 두 달 정도 부대끼면서 알아가는 시간이 있는데, 드라마는 그런 시간이 없다 보니 연기할 때 어색하거나 낯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분들과 연기하면서 그런 게 없다는 것에 놀랐다. 진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명이 함께 촬영하는 날만 기다렸다. 그 정도로 좋았다.”

언제나 즐거웠던 다섯 명과의 촬영 중 전미도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석형을 위로하는 신이다. 이기적인 아버지로 인해 우울해할 거라고 생각한 네 명의 친구가 얼굴을 망가뜨리는 장면이란다. 

“석형이 헤드폰을 끼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네 명이 그 앞에 서 있었다. 대본에는 ‘안대를 벗으니 네 명이 서 있다’였고, 그렇게 찍었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이 재미 삼아 한 번 웃긴 표정으로 찍어보자고 해서 따로 또 찍었는데, 방송을 보니 웃긴 표정으로 찍은 장면이 나왔더라. 해당 신 찍을 때 자지러질 정도로 웃었다. 감독님이 ‘쓸지 안 쓸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 되게 뭉클하더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 표정에 위로가 다 담겨있었다. 나 역시도 위로를 받았다. 작가님이 기본적으로 잘 써주시는데, 감독님의 역량도 대단한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께 손 하트를 날렸다. 하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들의 사랑 이야기기도 하다. 각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 앞에서 고민하거나 주저하고, 또는 행복감을 느낀다. 송화는 익준과 ‘치홍’(김준한 분)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시즌1에선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애매한 상황에 매듭을 짓는다. 치홍은 저돌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익준은 마지막 화에서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며 고백을 한다. 그 고백에 대한 피드백 없이 시즌1은 끝난다. 

재밌는 익준
따뜻한 치홍


“작품이 결정난 후 대본을 받았을 때 3부까지 있었는데, 러브라인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송화라는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에 대해서만 듣고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촬영했다. 송화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서도 익준이 액션을 하고, 송화는 당황하기만 한다. 준한도 계속 밀어붙인다. 대본에도 송화가 누구한테 마음이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다. 작가님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전미도가 만약 채송화라면 익준과 치홍 중 누구를 택할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팬들은 이미 ‘익송’과 ‘치송’으로 패를 갈라, 티격태격 중이다. 

“두 분 다 멋있는 캐릭터다. 익준은 재밌고, 치홍은 따뜻하다.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사람을 좀 더 좋아한다. 아마 익준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후 전미도의 위상은 달라졌다. 당장만 하더라도 광고 러브콜이 급물살 타듯 들어오고,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회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남녀노소 모두가 전미도를 알고 좋아한다.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히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에 올랐으며, 그가 부른 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독식했다. 팬덤이 막강한 가수 아이유와 맞붙어 일군 결과다. 워낙 많은 관심은 부담스러워 조심했었다는 그는 이제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스타가 됐다.

“온 우주가 나를 돕고 있다, 하하.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초반에 실시간 검색어에 내 이름이 올랐을 땐 뭐 잘못했나 싶어 두렵기도 했다. 방송 나가기 전에는 대중이 어떻게 볼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회를 거듭하면서 반응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사람이 걱정했었다. 매체에 나가는 게 ‘양날의 검’이라고. 관심을 받는 만큼 일상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점과 맞닿아있다. 혹은 상처를 받는 결과가 될 수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다.”
 

▲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반응을 확인하지 않는다. 공연에 대해 좋지 않은 평을 보면 심적으로 상처를 받는 터라 평도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종 댓글을 만끽하고 있다. 

“드라마 댓글 보는 재미가 생겼다. 저는 사실 공연할 때도, 공연 평을 잘 안 봤다. 어차피 주변서 잘 얘기해 준다. 악플이 있거나 상처받는 일이 있을까 봐 일부러 안 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주위서 많이 알려줬다. 요즘에는 메이킹 영상 보면서 댓글을 본다. 재밌고 참신한 댓글이 많아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다.”

조정석·유연석, PD에 직접 추천
‘99즈’ 5인방 실제로도 죽마고우

앞서 <마더>와 <변신>을 촬영하면서 카메라 공포증도 생겨났다. 특히 <마더> 때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연기에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마더> 때 스스로 연기를 너무 못해서 카메라 연기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변신> 찍으면서 조금 재미를 느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제작진이 정말 좋은 분들이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거부감이나 무서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그 덕분에 송화가 가진 차분한 면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연기를 전공하던 시절, 어린 전미도는 자신의 미래를 구상한 적이 있다. 공연계로 입문해 주인공을 맡고, 수상을 하고 등등의 계획이었다. 얼마 전 우연히 본 과거의 일기장을 보고 그대로 흘러왔다는 생각에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대학교 졸업할 때쯤에 미래를 구상했는데,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소극장서 대극장으로 넘어왔고, 배우로 자리를 잡는 시기나 공연을 안정적으로 하면서 상을 받아 관심받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썼었다. 꽤 비슷하게 흘러온 것 같다.”

뮤지컬계의 베테랑으로, 또 대중 스타로서 40대를 준비하고 있는 전미도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이제부터 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라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하. 사실 내 꿈은 돌아가신 장민호 선생님처럼 80대에도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 역할에 대한 동경이 있다. 지금은 그때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약 6개월의 휴지기를 갖고 11월 촬영에 돌입해 내년 봄에 다시 시즌2로 돌아온다. ‘99즈’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전미도는 공연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향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쉬는 동안 다른 작품을 하라고 그렇게 시간을 뺀 것 같다. 공연 <어쩌면 해피엔딩>을 하기로 했다. 다른 드라마를 하기에는 좀 미안함이 있었다. 정경호가 ‘다른 드라마 안 할 거지?’라면서 계속 확인한다. 그래서 더 못한다. 사실은 쉬고 싶었다. 그런데 이 공연으로 상을 받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침체돼있기도 해서 이 작품을 택했다. 아직 여러 스케줄 때문에 연습에 매진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백상 스케줄까지 소화하면 그때부터는 여유가 있으니 제대로 연습하려고 한다. 공연도 잘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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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대담> 황교안이 회상한 권한대행 경험담

[설 특집 대담] 황교안이 회상한 권한대행 경험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박희영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5개월에 대해 “위기의 기간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적극적으로 일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는 권한대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됐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후 5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이하 권한대행)을 맡았다. <일요시사>는 설을 앞두고 황 전 총리를 만나 현 시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황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지난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곧바로 들었던 생각과 소감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깨가 무겁고, 할 일이 엄중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쏟아졌다. 탄핵소추가 안 되길 바라다가 소추돼서 놀랐고, 많은 무거움이 있었다. “다시는 탄핵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탄핵은 임기가 정해진 정치인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특히 우리는 연임되지 않는다. 5년 동안 잘한 것도 있을 거고,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종합해서 판단한 후 평가해야 한다. 중간에 탄핵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많은 사람이 후회했다. 나는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명확한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 당시 상황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구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제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다 뒤집어씌워졌다. 이런 탄핵은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회복이 안 된다. “임기 동안 충실히 잘하도록 독려하고, 임기 종료 후 평가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고건 전 총리의 권한대행 시절로부터 참고한 게 있다면? ▲제일 먼저 준비한 자료는 고 전 총리의 권한대행 시절 각종 자료집이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뭔지, 가장 어려운 점이 뭔지 파악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5개월 동안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자부하는 것과 아쉬운 것은? ▲그 5개월은 위기의 기간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국무위원들이 다 협력했다. 당시 국무위원 23명 중 4명은 고등학교 선배였다. 후배가 권한대행이 됐다고 소극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적극적으로 같이 협력했다. 나도 위기의식을 갖고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사방의 길’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IOC 과학기술 산업화와 벤처 창업을 위한 3조6000억원 상당 펀드를 만들었다. 규제도 없애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갈등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쉬운 것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그 자체였다. 고통스러웠다.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해 더욱 아쉽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대표 재임 기간과 관련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구태 정치가 아닌 새 정치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당 지지율은 10%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재보궐선거가 진행돼 당 차원서 선거를 지휘했고 지지세를 결집했다. 덕분에 한 곳에선 승리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선 (우리가)계속 이기다가 마지막 투표함 2개가 남았을 때 개표소의 불이 꺼졌다. 20~30분 후 불이 다시 켜졌는데, 직후 개표를 다시 진행하자 갑자기 반전돼 우리가 508표 차이로 졌다. 그사이에 준비된 조작을 한 것 같다. 당시 “뭉쳤더니 어려운 상황서도 이겼다”는 교훈을 얻었고,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 -‘최순실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특검은 소임을 다했으면 일을 마쳐야 한다. 수사가 끝났는데 정치적인 이유를 붙여 연장 수사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봤다. 제가 볼 땐 이미 수사는 다 끝났다. 기간을 연장했다면, 정치 분란이 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저도 평생 검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록과 내용을 보면 금방 안다. 그래서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 들어 연장하지 않았다. -한덕수 총리도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최 권한대행이 이어받았다. ▲탄핵으로 국정을 중단시키면 안 된다. 전쟁 등 상황서 대통령이 중상을 입는 등 사태가 발생하면 모를까, 이런 방법은 안 된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나라가 거둔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서 탄핵·하야 등 상황을 거쳐 잘 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준비를 잘 하기 어려웠다. -직무정지된 한 총리와 최 권한대행에게 각각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권한대행에게도 권한이 있다. 나는 총리의 권한을 갖고 권한대행을 했다. 대통령을 지킬 때와 똑같이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 외엔 다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일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국민과 함께 가는 권한대행이 됐으면 좋겠다. 한 총리도 정상적으로 총리로 복귀해 직무를 마칠 수 있길 바란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최근 헌법재판관 공석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권한대행 재임 중 헌법재판소장은 임명하지 않았지만,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나는 “임명하지 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받고 있고, 파면되지 않았다. 탄핵 심판이 기각돼 윤 대통령이 복귀한 후 임명해야 한다. 나는 박 대통령이 파면된 후 이 전 재판관을 임명했다. 탄핵 심판이 종국된 상황과 진행 중인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적극적 하되 헌법재판관 임명 말았어야” 최상목 권한대행에 건네는 뼈 있는 조언 -야당과 학계 일각선 “국회 추천 몫이므로 형식적 임명”이라고 주장하는데… ▲무슨 소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법을 아는 사람들인가? 그건 추천일 뿐, 임명이 아니다. 장관급 인사는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임명된다. 추천과 임명은 전혀 다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윤 대통령이 구속됐다. ▲구속하면 안 된다. 처음엔 내란죄라고 문제 삼더니, 소추 사유서 제외했는데, 이는 본체를 뺀 것이다. 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재판 관할도 서울중앙지법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다른 지법서 진행할 수 있다. 지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 그렇다면 원칙대로 서울중앙지법서 진행해야 한다. 많은 하자가 있다. 공수처 자체가 잘못된 조직인데, 불법 체포에 이어 구속까지 했다. 법에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해선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체포에 최 권한대행은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만 했고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직권남용이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는데, 아무 죄명이나 붙이고 있다. 북한은 형법이 유명무실하다. 처벌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법을 만들어 집행한다. 우린 법치국가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법을 운용해야 한다. 동의를 못 얻는 법은 법이 아니다. -서울서부지법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준항고도 기각했다. ▲공수처가 왜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을까? 저는 ‘영장 담당 판사를 선택한 게 아닌가’ 의심한다. 저는 그 판사가 다른 사람들이 우려하는 단체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 단체 이름은 얘기하지 않지만 “편향된 판단을 했다”고 본다. 공수처는 경기도 과천에 있다. 일부러 서울서부지법에 갈 필요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이 더 가깝다. 어려운 일일수록 오해가 없어야 한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는 게 원칙이다.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무엇인가? ▲대행할 수 있는 모든 걸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돌아온 뒤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은 권한대행이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복귀한 뒤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장급 공무원 정도는 권한대행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 장관은 대통령의 정신이 담겨 있는 분을 임명해야 한다. 장관을 바꾸면, 대통령이 복귀한 후 자신이 쓸 사람이 없어진다. 장관급은 임명하면 안 된다. -권한대행도 정상 외교를 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선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복귀 후 결정해야 할 일을 진행하면 안 된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국정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위기서 지켜내는 일에 주력했다. 권한대행 5개월 동안 외국에 나간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땐 트럼프 1기가 출범했고, 곧 2기가 출범한다. 트럼프 1기 출범에 어떻게 대응했나? ▲(권한대행이었던 당시)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분씩 몇 차례 전화 통화했다. 우리의 현 상황과 현안을 얘기했다. 그때와 비교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부정선거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 같고, 백악관 스태프 및 장관들도 미래지향적인 사람들로 채웠다. 우리도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빅테크와 4차 산업혁명은 굉장히 중요한데,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거의 대비하지 못했다. 현 정부도 민주당의 방해를 받았다. 그래서 굉장히 엄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잡은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최근 정치활동은 부정선거 의혹 관련 활동과 접목돼있나? ▲그건 아니다. 나라를 제대로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저는 문재인정부 당시 너무 망쳐놔서 정치를 시작했다. 나라의 은혜를 입은 내가 나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후 6개월 동안 언론 보도를 지켜보면서 잘못된 좌파 정책을 펼친다는 것을 인지했다. 잘한 건 하나도 없고, 잘못한 것만 쌓였다. 문정부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경제 관련 조직을 만들었고, 소득분배성장에 대한 대안으로 민부론을 제시했다. 아울러 당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기 위해 징비록을 작성했다. 안보 정책도 재정비하고,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도 했다. 정치개혁·당 개혁·공천개혁에 대한 대안을 만들었고, 자유 우파 대통합도 이뤘다. 당시엔 “당을 꼭 살리자”는 의지를 갖추고, 국회 의석 과반수를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배수진을 치고 “과반을 얻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결국 과반을 얻지 못해 사퇴하면서 ‘제1차 행복한 정치’가 끝났다. 이후엔 어렵고 힘든 길을 이어왔다. ‘꽉 막힌’ 경제 상황 타파할 방법은? “매일 10억씩” 창업 배틀 400조 효과 -현재에 이르러 보수가 많은 타격을 입었다. 재집권할 수 있는 방법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회복됐다. 40%로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싸울 때 싸우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알려드리면 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진위를 잘 모르셨다가, 이제 진위를 아신 후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다 막아놔서 마지막 돌파구로 비상계엄을 통해 부정선거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밖에 없었다. 나라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국민이 이를 깨닫고 집결하고 있다. 길은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집계된 조사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진행해 지난 5일 발표한 조사였다. 민주당은 질문이 편향됐다는 점을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하는데… ▲굉장히 공정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본다. 고발 의사를 밝힘으로써, 민주당은 스스로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자기 편에 유리하면 제대로 된 여론조사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고발한다면서 억압하는 건 반민주적 행동이다.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중임제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개헌할 때가 아니다. 나라를 망칠 개헌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적절한 때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30년 자유민주 정권 창출론’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민주당·조국혁신당 같은 좌파에 한번 더 정권을 빼앗기면, 나라가 끝장난다. 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을 살려내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윤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여야가 다시 경합하고 있다. 우리의 길을 가기 전에 반드시 나라부터 살려야 한다. 정책적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다 됐다. 국민이 공산주의에 굉장히 부정적이셔서 함부로 못했지만, 한번만 더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무대뽀로 끌고 갈 거다.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서 경제를 살릴 방법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나는 매일 창업 배틀을 여는 방법을 생각한다. 우승하면 10억원을 주는 것이다. 10억원이면 약 3년치 기업 유지비용이 될 텐데, 2~3개월 동안 매일 10억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주는 거다. 그후 3년이 지나 해당 기업들이 일어나면 창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가려고 애쓰던 사람들이 창업으로 몰리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가 벤처 창업 중심 경제구조로 바뀐다. 배틀서 진 사람도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는 식으로 이어지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3650억원에 부수 비용을 합치면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 그 4000억원은 정부가 부담하는 것인데, 정부 입장서 이 금액은 정말 껌값이다. 많은 벤처 창업 중 하나가 터지면, 4000억원이 400조원이 된다. 이를 토대로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는데, 우리 청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길은 만드는 대로 생긴다. -끝으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설 덕담 한마디 한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결국 바뀐다. 우리나라는 맨 밑바닥서 출발하는 나라다. 세계서 두 번째로 가장 못 사는 나라로 출발했는데, 오늘에 이른 것을 감사해야 한다. 너무 높이 올라가 잠깐 조정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정말 정신 차리고 제대로 나라를 생각하면서 나아간다면 금방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이 또한 지나간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새해와 설 명절을 맞이하시길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