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 천국’으로!

교통 사각지대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경전철 수혜지역이 아파트, 오피스텔 등 분양시장의 ‘흙속의 진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경전철 계획은 서울 내에서도 교통이 낙후된 지역을 위주로 기존 전철과 연계하여 교통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경전철’이 도대체 뭘까? 경전철이란 말 그대로 ‘가벼운 전철’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하철은 중전철이다. 경전철은 지하철과 버스 중간 정도의 수송 능력을 갖춘 대중교통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전철과 연계
교통망 확충

지하철을 만들기엔 수요가 너무 적고, 버스 노선을 만들기엔 수요가 너무 많은 지역에 설계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모노레일, 트램, 자기부상열차 등이 여기에 포함되고, 외국에서는 경전철을 공항 셔틀 시스템으로도 많이 이용하곤 한다.

외국에서 흔한 경전철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유는 뭘까? 일반적인 중전철에 비해 주변에 많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시의 도시 철도 종합 발전 방안 1차 계획 발표 후 지금까지 8년간 완공 및 개통에 성공한 경전철은 우이신설선 하나이고, 공사 중인 노선도 현재 신림선, 동복선 둘뿐이다. 실제 착공에 들어가 2022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신림선의 예를 들어보자. 신림동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경전철사업에 따른 호재에 힘입어 관악구 신림동 일대 부동산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신림선 경전철은 2021년 완공돼 2022년 본격 개통된다. 서울대 앞~여의도까지 출퇴근 시간이 기존 40분에서 16분으로 단축된다. 신림선은 서울시가 서울 서남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서울대 정문’에서부터 ‘여의도 샛강역’까지 연결 짓는 경전철 노선이다. 총 7.8㎞ 길이 노선에는 11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2022년 상반기에 개통이 완료되면 신림동에서 여의도까지 40분이었던 이동 시간은 20분 내외로 크게 단축될 예정이다.

서울 경전철 수혜지역
‘흙속의 진주’로 주목

시는 경전철 신림선이 완공되면 지하철 9호선 샛강역, 국철 대방역, 7호선 보라매역, 2호선 신림역 등에서 환승이 가능해 2호선과 9호선의 혼잡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난곡선과 서부선은 구상 단계에 있다. 신림선의 지선 격인 난곡선은 보라매~난향동을 잇는 4.1㎞ 노선으로 총 6개역으로 구성됐다. 이 중 4개역이 관악구에 들어선다. 이 노선은 지난해 9월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신림선과 연결되는 서부선은 새절역~서울대입구역까지 총 6개구를 관통하는 노선으로 16.2㎞, 16개역이 신설될 계획이다. 현재 민자적격성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교통호재 소식은 인근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림현대 전용 34㎡는 2018년 6월 2억71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같은 해 8월에는 3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 현재 중간층 호가는 3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 우이신설선 노선도

다음으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성동구 왕십리를 잇는 ‘동북선 경전철’이 11년 만에 착공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교통여건이 취약했던 강북·노원 일대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9월28일 동북선 경전철 기공식을 열었다. 2008년 서울 내 7개 경전철 노선을 건설하는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승인된 지 11년 만으로, 동북선은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동북선은 상계~하계~월계~미아사거리~고려대~제기동~왕십리 등 16개 정거장이다. 총 연장 13.4㎞로 모든 구간은 지하로 건설한다. 총 투입되는 사업비는 1조4361억원에 달한다. 동북선이 완공되면 상계에서 왕십리까지 환승 없이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현재는 4호선 상계역에서 출발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왕십리로 이동해야 하며, 총 37분가량 소요된다. 미아사거리역에서 강남 선릉역까지 버스로 50분 이상 걸리던 이동 시간은 동북선 왕십리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하면 30분대로 줄어든다.

동북선 착공이 임박하면서 강북구, 노원구를 중심으로 집값도 오름세다. 하계역 인근 ‘하계청구 1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8월 6억4500만원에 실거래가 돼 같은 해 초보다 최대 1억원이 뛰었다. 강북구에선 수유동의 ‘수유 벽산’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9월 4억8000만원에 거래돼 같은 해 5월(4억500만원)보다 8000만원가량 올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북서울꿈의숲 일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북서울꿈의숲 동측에 자리한 장위뉴타운 ‘꿈의숲코오롱하늘채’ 전용 84㎡ 매매가가 지난해 9월 8억원을 찍었다. 주변 ‘꿈의숲 아이파크(2020년 12월)’‘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2019년 9월)’ 등 대단지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2월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경전철 6개 노선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존 기본계획 노선 중 추진이 지연된 면목·목동·난곡·우이신설연장선 등 4개 노선과 서부선, 그리고 새로 계획한 강북횡단선이 깔린다.

생활권 발달
상당히 도움

강북의 9호선으로 불리는 강북횡단선은 상암과 청량리, 등촌동, 목동 등 구도심 역할을 하는 지역들은 수요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구도심으로서 더욱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강북횡단선의 경우 외곽순환도로와 내부순환도로 사이 교통사각지대를 메워줄 수 있어 주변 생활권 발달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급행열차 운행이 가능한 총연장 25.72㎞, 19개 역사를 갖춘 강북횡단선은 강북의 동서를 잇는다는 점에서 ‘강북의 9호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북횡단선은 동쪽으로는 청량리역에서 1호선, GTX C, 면목선, 경의중앙선과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5호선과 연결된다. 또 3호선·6호선·우이신설선·서부선·9호선으로도 환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쾌적한 환경
희소가치↑

강북횡단선은 이번 철도망 계획에서 노선별 예상 이용자가 가장 많은 21만3000여명(일평균)을 기록했다. 강북횡단선은 100% 지하화된 경전철 노선이다. 또 서울시는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북한산국립공원 자연보전지구와 자연환경지구를 통과하지 않도록 세검정로·정릉로 하부 등을 대심도 터널로 열차가 통과하도록 계획했다. 서울시는 2021년 강북횡단선 착공에 돌입해 4~5년 뒤 완공한다는 목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전철은 서울의 낙후되고 열악한 교통 사각지대에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호재를 작용을 할 전망이다”며 “통상적으로 경전철이 확정되면 호재가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이나, 착공 등 사업 가시화 시점에는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강북횡단선(양천구 목동~동대문구 청량리)까지 건설되면 강서구 등 서남권 및 강북권 아파트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강북권은 정비사업 추진이 더뎌 대부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여 새 아파트의 희소가치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 경전철 수혜지역 단지.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511-4번지 일대에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인 ‘퀸즈포디엄 삼익’이 공급 중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의도까지는 10분대, 강남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9호선이 연결되는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 파크를 비롯한 34개 대기업 등 약 61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으로, 마곡지구의 배드타운 입지에 위치한 등촌동이 떠오르고 있다.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 등촌역 인근에 만들어지는 등촌 스톤힐 아파트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봉제산의 숲세권 안에 들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목동문화체육센터와 목동 중합 운동장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강서구 및 양천구, 마포구 일대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에 적합하고 김포국제공항도 멀지 않다. 공항대로로 올림픽대로까지 차량 10분이면 진입할 수 있다.


1㎞ 이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등촌초등학교, 백석중학교, 영일고등학교가 모두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교통 및 개발호재도 있다.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2021년 착공예정)과 원종홍대선 개발 예정에 있다. 인근 양천구 목3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다.

지하 2층에 휘트니스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제공된다. 풀옵션 빌트인(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의 혜택과 비교적 가벼운 분양가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하 2층에서 지상 최고 14층, 총 2개동으로 구성 예정이다. 총 104세대로 A, B, C, D 타입, 전용면적은 31.82㎡ 26세대, 32.07㎡ 26세대, 46.33㎡ 26세대, 47.77㎡ 26세대로 구성된다. 입주는 2020년 4월 예정. 자금관리는 무궁화신탁이 맡았다. 

아파트 등 일대 집값 ‘들썩’
가시화 시점 추가 상승 여력

▲스톤힐 등촌(지역주택조합)= 서울 강서구 등촌동 365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스톤힐 등촌’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총 924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전용 49㎡, 59㎡, 84㎡로 구성된다. 도보 5분 거리에 9호선 등촌역이 위치한다. 최근 마곡지구 내 기업들의 잇따른 입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높은 희소가치를 지닌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등촌뿐 아니라 강북횡단선(예정)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로 실수요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마곡지구에 개원한 이대서울병원, 목동종합운동장 등 편의시설과 봉제산, 백석근린공원, 서울식물원 등으로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단지 주변으로 홈플러스, 이마트, NC백화점이 자리 잡은 몰세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등촌초, 백석중, 영일고, 대일고, 명덕외고, 진명여고 등 학군 또한 우수해 학부모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 관계자는 “9호선 등촌역을 이용해 여의도까지 10분대, 강남까지 20분대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추후 개통될 강북횡단선을 통해 서울 주요 노선과 GTX C노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청량리역(오피스텔·상가)= 현대건설이 청량리 미주상가 B동 개발사업인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오피스텔과 단지 내 상업시설을 동시 분양한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235-6번지 일원에 짓는 이 단지는 지하 7층~지상 20층 전용면적 20~44㎡ 규모의 주거형 오피스텔 총 954실과 상업시설 및 공공업무시설(동주민센터)로 구성된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선호도가 높은 원룸형 타입과 최근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분리형 타입으로 구성된다. 원룸형 타입은 전용면적 20~21㎡ 820실(전용면적 20㎡ 96실, 전용면적 21㎡ 724실)로 구성되며 분리형 타입은 전용면적 34~44㎡(전용면적 34㎡ 32실, 전용면적 41㎡ 64실, 전용면적 44㎡ 38실)로 총 134실이다. 

침체된 시장
호재로 작용

상업시설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 내 독점상가로 고정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청량리역 상권 중심지인 왕산로 대로변에 위치해 유동인구 유입에도 유리하다.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광역철도 강릉선KTX, 경춘선ITX까지 총 5개의 철도노선이 지나는 청량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청량리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C노선을 비롯해 SRT북부연장, 강북횡단선, 면목선 등 5개의 철도노선이 추가 착공 및 개발 예정돼 앞으로 총 10개에 달하는 철도노선이 지나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교통중심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