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역 재개발 생존권 갈등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1:06:02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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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없이 나가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길음역 역세권 철거 현장에는 번잡한 대자보가 눈에 띈다. 조합 측이 내놓은 ‘자진이주 촉구’와 세입자가 내건 ‘세입자 생존권 보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길음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과 길음역세권상가대책위원회는 영업 보상금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용산참사 사건’은 지난 2008년 말부터 추진해온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일대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을 위해 상가 철거를 진행하는 과정서 세입자들이 2009년 1월19일 오전 ‘남일당 빌딩’이라는 4층짜리 상가 옥상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시행

철거민이 된 세입자들은 재개발 조합이 지급하는 보상비·이전비로는 생계가 곤란하다며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철거민 단체인 전국철거민연합회도 이에 가담했다. 이들은 옥상에 망루를 짓고 철거 용역과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며 저항했다. 경찰은 건물을 봉쇄하고 물대포를 동원해 철거민들의 농성을 저지하려 했다. 

10년이 지나 길음역서도 조합 측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4월28일 사업 시행 승인이 나고, 2015년 5월15일 변경고시 승인이 났다. 조합에선 사업 시행 날짜를 기준으로, 그 이전부터 있었던 세입자는 영업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에 들어온 세입자들은 영업보상금을 받지 못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길음역 역세권에 남은 영업 세입자들은 현실적인 보상금과 이주 대책을 내놓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영업보상금 2400만원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 결국 이에 1600만원을 더한 금액인 4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채소가게를 운영한 B씨도 보상금 27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 시행 날짜 이후에 들어온 초밥집 사장 C씨와 옷가게 사장 D씨는 보증금을 제외한 금액을 받지 못한다.

A씨는 “우리의 자산은 10년 동안 만들어놓은 단골손님이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려고 하다 보면 40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길 건너편에 금액을 알아보니 1억2000만∼1억5000만원 선이다. 4000만원만 주고 나가라는 거 자체가 터무니없는 말이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 시행 날짜 이후에 들어온 세입자는 영업보상금마저도 받지 못한다. 지난 7월9일 친목단체였던 영업세입자 모임 길음역세권상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만들었다. 출범 당시 20명으로 시작했지만, 길음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과의 갈등으로 인해 사람이 점점 빠져 나가면서 현재는 4명만 남게 됐다.

세입자 4명 대책위 결성
조합과 보상금 줄다리기

대책위 측은 “지난 9월25일과 26일, 조합장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며 “9월25일 오전 장사를 하지 못하게 단수, 단선을 하자 조합 사무실로 찾아갔다. 왜 그러냐고 묻자, 조합장이 ‘여기가 어디냐고 오냐’ ‘깡패를 부르겠다’고 한 말에 우리는 겁을 먹고 다시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대책위 사무실에 용역 깡패가 4명이 와 있었다. 비속어를 내뱉으며 매일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책위 위원장 몸에 손을 대며 배로 밀치는 등 폭행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합장은 “단전, 단수는 말도 안 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영업이 가능하겠냐. 단수도 조합서 한 게 아니고 해당 상가 건물 2층서 이사하면서 수도요금 영수증을 제출할 때 실수로 단수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입자를 내쫓을 명목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폭행 부분에 대해서도 “방범대원이 허름한 옷차림으로 왔다고 해서 깡패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장을 입고 다닐 순 없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세입자들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이주 대책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B씨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달라. 들어간 돈만 8000만원이다. 절반도 보상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나갈 수 있겠느냐. 이 구역은 대형시공사가 탐낼 정도로 입지가 좋은 상권이라고 생각한다. 입주권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현재 운영하는 가게 인근으로 옮길 수 있을 정도는 보상을 해줘야 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도 “재개발이라는 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동네를 윤택하게 하는 데 있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시공사가 자기들만의 성을 구축하려고 여기서 일했던 사람들을 이주대책 없이 나가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처자식이 4명이나 있는데 보증금 3000만원받고 나가라고 하면 누가 나가겠느냐. 내 생존권은 내가 지키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단골손님 어쩌라고”
“돈 더 달라고 억지”

세입자들은 영업하는 가게에 단수, 단전 그리고 화장실 폐쇄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주인도 조합원이기 때문에 조합장의 입김이 들어갔다고 추측하기 때문이다. 또 조합장의 영향력에 울분을 토했다.

B씨는 “재개발을 하면 조합장이 왕이 되는 것 같다. 구청서도 못 건드리고 가게 인근에 청소도 안 해준다. 장사하는 데 방해했다”며 “나가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똑같다. 포클레인이 들어오면 온몸으로 막고 싶을 정도다. 내 살길을 내가 찾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 측은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단골손님들이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근처서 장사할 수 있도록 서명해 달라고 하니 무려 2000여명이 해줬다. 약 10년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줬다. 누가 강자고 약자인지는 다 안다”고 언급했다.

조합 측은 영업 세입자들의 무리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조합장은 “2010년 4월 이후에 들어온 세입자들은 보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들어온 것으로 계약서에도 특약사항에 표기한다. 그들이 보상이 되지 않는데도 들어온 이유가 있다. 재개발구역에 임대료와 보증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1·2년 장사하다가 본전 뽑겠다고 생각하고 감수하고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이제 와서 영업보상금을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이 동네 부동산 사람들이 다 말해준다. 부동산중개업법에 따라 이 지역은 사업인가를 승인했기 때문에 영업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걸 다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법이 허술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쌍한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건 맞다. 세입자라고 하면 주거 세입자인지 영업 세입자인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주거 세입자들은 생계 곤란일 수 있지만, 영업 세입자들은 주거권이 있고 집이 한 채씩 있는 사람들이다. 다 살 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법대로 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협의점 못 찾아


성북구청 관계자는 “조합 측은 법적으로 따져 영업보상금을 산정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세입자들은 그동안의 해온 시간이 있는데 영업보상금이 너무 적거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히 얼마를 바란다고 말하지는 않지만…”이라며 말을 줄였다. 이 관계자는 “조합 측과 대책위 측 사이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대책위 측에서 협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해 일정과 시간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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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