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유튜브 시장서 ‘직장인 브이로그’가 각광받고 있다. 회사 사무실서 직장인의 삶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튜브 시장에 대한 호기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유튜브 관련해 출간된 책만 해도 수십권이 넘을 정도다. 유튜브의 매력이라면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수입 직결
콘텐츠 경쟁력만 있으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반인들에게 퍼지면서 유튜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파워 유튜버들은 콘텐츠만으로도 고수익을 벌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서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제외하고 일반인 중에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어린이 대상 채널인 ‘보람튜브’다. 소셜미디어 통계 사이트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이 채널은 구독자수 1800만명을 넘기며 연간 수입도 최소 수십억원서 최고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정상급의 유튜브 계정뿐 아니라 2개월 동안 운영한 ‘단희 TV’는 3만 구독자로 월 500만원 수입, 5개월 동안 운영한 ‘쏘이’는 7만 구독자로 월 218만원 수입, 1년간 운영한 ‘오마르’는 10만 구독자로 월 156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시장은 일반인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유튜브의 수익 구조는 구독자 수와 조회 수임을 파악한 일반인들은 다양한 장르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래, 요리,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사무실을 출연시키는 유튜버들도 등장했다. 직장인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사무실서 일어나는 직장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직장생활 담는 브이로그 증가
이미지 실추 우려…회사 압박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호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군이 영상에 담겨있다. 하지만 직장생활 브이로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회사 내에서의 유튜브 촬영은 직장동료에게 민폐를 끼칠 뿐 아니라 회사 측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촬영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재테크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던 대기업 직장인인 ‘돌디’는 쉬운 설명의 콘텐츠로 구독자 18만명을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회사와의 마찰이 있었다”는 이유로 돌연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뒤 돌디는 컴백 첫 영상서 “회사가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못살게 굴었다. 퇴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협박하며 특정 영상을 내리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혀, 유튜브 활동을 중단하고 직장생활에 매진하려고 했으나 이미 요주의 인물로 찍혀서 회사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튜브 활동 때문에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돌디 외에도 중소기업의 현실을 적나라게 밝힌 ‘이과장’, 먹방 유튜브로 큰 인기를 끌었던 ‘나름TV’도 상사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올해 초 직장인 브이로그로 유튜브를 시작한 A씨는 “블로그처럼 SNS의 일환으로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다. 회사생활도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장생활을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했다. 유튜브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지는 않았으나 촬영을 앞둔 시점에 협조해달라고는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활동하는 것을 회사 본사 인사팀서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가 와서 회사 이미지를 훼손시킬만한 내용에 대해 영상을 내려달라거나 촬영하지 말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회사로부터 검열을 받는 느낌이 들어 예전만큼 유튜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유튜브 겸업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유튜브를 하다가 직장 일에 지장을 초래했을 때 징계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 일반 규정의 ‘신의성실’ 의무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소재로 타인의 사생활이나 회사의 기밀을 노출해 일으켰다면 회사의 징계를 피할 수 없다. 사규상 ‘회사의 이미지 실추’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직장인 유튜브의 순기능도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그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나 직장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회사생활 브이로그를 통해 업무 강도, 복지, 분위기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생활인 것이다.
징계 대상
정명아 노무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부업으로 본업을 소홀히 했을 경우에만 경고가 있을 뿐,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 경우 사측이 부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튜브 트렌드는?
유튜브의 주 트렌드는 ‘브이로그’다. 브이로그란 비디오의 ‘V’와 기록하다의 ‘LOG’의 합성어로 먹방, 뷰티, 게임 등 특정 주제로 정보전달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일상생활을 담아내면 된다.
직장 일과를 올리는 직장인 브이로그, 육아하는 전업주부의 일상 올리는 육아 브이로그, 공부하는 학생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공부 브이로그가 대표적이다.
직장인 브이로그 속 일상은 연출이 없다. 출근길 대중교통을 타는 모습, 사무실 내에서 컴퓨터로 업무를 모습, 동료들과의 점심시간 등 직장생활서 겪게 되는 평범한 일과를 보여준다.
변호사, 약사, 의사, 회계사, 선생님, 자영업자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그 분야의 지식이나 전문적인 용어에 대해 소개를 하겠지만 주된 주자는 각 직업군에 대한 일상을 평범하게 보여주는 데 맞춰져 있다.
하지만 만만한 영역은 아니다. 사진과 글을 바로 적어 올릴 수 있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보다 확실히 품이 더 들어간다.
촬영과 편집을 스마트폰으로 하더라도 도입 화면을 만들고 배경 음악도 고르고 적절하게 편집하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처럼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버 ‘슛뚜’는 브이로그 인기 이유로 대상 행동을 꼽았다.
그는 “자취를 하면 바쁘다 보니 청소를 안 하거나 예쁘게 꾸며 놓고 살기 힘들다”며 “자취를 하더라도 잘해놓고 살거나 잘 해먹고 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사람들이 편안함과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 보상’으로 유튜브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수익성.
유튜브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모인다.
콘텐츠가 방대해지면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콘텐츠가 생겨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