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작년 가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300일이 넘는 크레인 고공농성은 우리사회의 ‘희망버스’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여줬다. 끝이 보이지 않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희망버스 투쟁의 힘으로 ‘1년 후 재고용’ 약속을 받아낸 것. 비단 한진중공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 없이 많은 해고 노동자들이 있고, 그들은 하루하루 생계의 절박함과 싸우고 있다. 지난 2010년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3M으로부터 징계해고를 받은 뒤 힘든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 있는 백승철(35)씨도 그 중 하나다. 그를 만나 노동조합원의 삶과 고민,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9년 5월, 인간존중 윤리기업·노사 상생의 손꼽히는 외국투자 기업으로 알려진 (주)3M에서 민주노조가 만들어졌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노동자들이 받는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에 더 이상 당하고 살 수 없었다”는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함께 꾸고자 금속노조 3M지회를 출범시켰다. 당시 90%이상의 노동자들이 그 자리에서 노조에 가입했다.
노동탄압 왕국?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고 2006~2008년까지 4천억원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회사는 임금 동결에 이어 2009년엔 임금을 5% 삭감했어요. 2008년 말에는 구조조정이란 이유로 일부 직원을 내쫓고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작업복을 제공하지 않거나 산재를 당했다는 이유로 근무평가에서 불이익처분을 받아왔죠. 또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는 정규직이 되더라도 연간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승급도 되지 않는 등 차별을 받았고요. 회사의 경영방침과는 너무도 다른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에 맞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됐죠.”
그러나 3M노조가 결성된 뒤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노조 측과 백승철씨에 따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탄압이 경기 화성공장, 전남 나주공장에서 일어났다.
또 600여명의 조합원에서 이 같은 사측 탄압과 탈퇴 및 회유 공작으로 인해 조합원이 50여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당시 ‘노조파괴의 달인’으로 알려진 박원용 경영지원본부장이 영입되고 임금협약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노사갈등이 시작됐어요. 처음엔 여성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고 근무평가제도도 어느 정도 개선되나 싶더니 그 뒤부터 무차별적인 징계, 해고, 차별 등이 오고갔죠.”
임금협약 체결 이후 사측은 단체협약 체결은 시간끌기로 일관하면서 조합원 160여명을 징계하고 5명은 해고했다. 또한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 고발이 진행됐다.
‘노조 탈퇴’를 미끼로 계약직 조합원들에 대한 노조 탈퇴공작이 이루어지고 인맥을 총동원한 탈퇴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탈퇴가 이루어지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부서 전환배치가 강요됐다.
노조탈퇴 거부한 죄로…여름에 ‘풀’ 뽑고 겨울엔 ‘눈’ 쓸기
노조를 바라보는 사회인식 아쉬워 “노사는 상생해야 한다”
“부서에서 일을 잘 하고 있는데도 조합원들에게만 부서전환배치를 강요시켰어요. 안 간다고 하면 6개월 정직을 맞거나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면 더 힘든 데로 가게 됐죠. 특히 한 부서에서 5~10년 이상 일한 조합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 일을 안 시켰어요. 여름에는 땡볕에서 풀베기를 시키고 겨울에는 낙엽 쓸기? 눈 쓸기, 공장 바닥 페인트 제거작업을 한다든지 화장실 청소, 기계 녹 제거작업 등을 했죠. 나주공장의 경우 아예 그런 부서를 만들어서 다른 부서에 땜빵이 있으면 거기 가서 일을 도와주는 식이었어요.”
또한 시설물 보호차원이라는 명목으로 고용한 용역경비를 동원해 노조 사무실과 천막농성장을 침탈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여름, 백씨 등 노조원들과 용역경비들이 집회물품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고, 사측은 그 자리에서 백씨를 포함 조합원 7명을 해고했다.
“지난 2월에 노조활동 과정에서 직원을 해고한 조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사측은 대법 판결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말만 내놓고 있어요. 죄 없는 직원을 고소까지 해놓고 판결이 났으면 복직을 시켜야 하는데 사실상 조합원을 다시 회사에 들여오기 싫다는 거죠.”
그럼에도 백씨를 포함한 19명의 해고자들은 “끝까지 싸워서 꼭 복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복직이 된다고 해도 노조를 탈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조가 깨진 사업장들이 죽음의 현장이 된 경우가 많은 만큼 노동자들이 어깨 펴고 살기 위해선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동조합은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노조가 있어야만 노동자의 권리도 찾을 수 있고, 부당함에 대한 요구도 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에 노조가 없었다면 죄 없는 직원을 내보내도 그냥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텐데 노조를 통해 같이 힘을 모아 대응할 수 있죠.”
“귀족노조 아냐”
백씨는 또 노조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아쉽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인식개선과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백씨는 트위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1인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에서 파업한다고 하면 월급 많이 받고 배부른 소리 한다는 식의 ‘귀족노조’라는 비아냥이 많아요. 다른 나라들을 보면 소방대원, 군인 노조까지 있는데 말이죠. 노조가 있음으로 해서 이 사회가 더 투명해지고 발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 모두가 아셨으면 좋겠어요.”
1130일. 이제는 갈 데까지 갔다. ‘파국’인가, ‘화합’인가! 선택은 이제 온전히 회사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