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이하 PK) 선거판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당으로부터 공천을 못 받은 일부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 한국당으로 향할 상당수의 보수표가 이탈할 조짐이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일부 후보들 사이에선 무소속 연대 신호까지 감지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앙숙’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이 지난 4일, 시청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서 그는 “최근 홍 대표는 창원시장 후보 공천을 측근 분양, 사천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 공천을 무효화하고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천 반발
이어서 그는 “이른 시일 내 요구(공천 무효화 및 경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즉생의 각오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창원시장 선거에 반드시 출마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실상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었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창원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도 안 시장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안 시장 측 지지자들도 행동에 돌입했다. 실제로 한국당 창원지역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비대위 관계자들은 “책임당원 등 1000여명의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라며 “안 시장께서 말씀하신 5000명의 당원들이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측근을 창원시장으로 내세운 홍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당 대표가 아니다”라며 “사천으로 보수정당을 붕괴시킨 홍준표는 더 이상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책임당원의 이탈은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의 당세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안 시장은 회견 뒤 향후 일정에 대해 “4월 안에 당을 떠나는 일이 생기게 되면 공천서 억울하게 탈락한 분들과 무소속 연대를 구성해 같이 선거운동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상수·이종혁 군불 때
부산시당 내 잡음 본격화
무소속 연대에 대한 구상은 비단 안 시장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다. 한때 홍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 역시 무소속 출마와 무소속 연대를 공식 천명하면서 PK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안 시장에 앞서 부산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반시대적·반개혁적 길을 걷다 망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답습하는 한국당이 참 안타까울 뿐”이라며 “돈도 빽도 없이 좌절한 무명 신인 후보들과 무소속 연대를 통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그는 무소속 연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공개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을 중심으로 물밑 작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서 “내가 정점이 돼 구·시의원, 구청장까지 전체를 연달아 묶어주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의 무소속 출마 및 연대 시사는 이유있는 반항으로 읽힌다. 안 시장이 출마하는 창원시장 선거와 이 전 최고위원이 출마하는 부산시장 선거 모두 여론조사에서 부동층(기타, 없음, 모름 응답자) 비율이 35% 이상으로 집계된다.
즉 아직까지 마음을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전체의 1/3 이상이라는 뜻이다. 두 사람은 높은 부동층 비율을 고려했을 때 당 내부서 공천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차라리 한국당 딱지를 떼고 출전하는 것이 더 승산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일각에선 이러한 계산에 허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 성향의 부동층은 한국당으로 집결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한국당에 마음을 떠난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신 무소속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즉 부동층 중 보수 집결을 하며 떠나는 유권자가 있겠지만, 기존의 한국당 지지자 중 이탈자는 무소속에게 표를 줄 것이란 기대심리다.
이러한 계산에는 한국당 내 공천 갈등이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예상이 전제돼있다.
최근 한국당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은 중앙당의 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당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결정을 중앙당 공관위가 번복한 사태다.
지난 2일 부산진구 자치단체장 공천과 관련해 한국당 부산시당 공관위는 김영욱 전 시의원을 단수공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지난 3일 중앙당 공관위는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바꿔버렸다.
중앙당 공관위는 공문을 통해 “당규에 의거 부산진구 예비후보 신청자 가운데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미약하다”며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최종 확정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전 시의원이 단수공천된 데 대해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 출신인 황규필 부산진구청장 예비후보가 이의를 신청하자 중앙당서 이를 받아들인 모습이다.
이는 부산시당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헌승 부산시당 공관위원장은 중앙당 공관위의 결정에 대해 ‘사무처 식구 챙기기’라며 비난하며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김호현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이 위원장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므로 결정 권한이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남구는 부산시당이 결정한 경선룰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앞서 한국당 부산시당은 중구와 동래구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남구는 ‘당원 50%, 여론조사 50%’ 경선을 채택하기로 했다.
내부 갈등
그러자 박재본 남구청장 예비후보는 “공천 심사 전 구청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당원 명부가 유출된 적이 있다”며 “당원 명부가 이미 유출된 만큼 남구는 반드시 100%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유독 PK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천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들이 얼마나 무소속 연대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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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홍준표의 무한 색깔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주 4·3사건을 추념하면서도 제주 양민의 무차별적 학살의 원인에 대해 ‘색깔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70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한 뒤 제주4·3에 대해 “제주양민들의 무고한 죽음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무장폭동이 개시된 날”이라며 “이를 추념하는 것은 제주양민을 모욕하는 것, 4·3재조명과 4·3특별법 개정시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SNS에 글을 올려 비판을 받고 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