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대책' 풍선효과와 나비효과

지난달 19일 문재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지난해 11·3대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되는 ‘6·19대책’은 과열된 시장을 그대로 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급랭시킬 수도 없는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6·19대책은 기존 대책에 포함된 조정대상지역에 몇 군데를 추가하고,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 규제 등을 보태는 방식으로 일부 과열지역만 콕 짚어 ‘메스’를 대겠다는 핀셋규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국 40곳의 시군구로 한정된 이번 대책이 곳곳에서 날뛰는 투기수요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극약처방’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과열지 콕 짚어 
‘메스’대겠다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강력한 한방’이 나오지 않는 한 일부 규제 지역을 피한 투기의 ‘풍선효과’와 이에 따른 추가 대책 양산 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급랭을 우려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 같지만 청약과 분양권 규제에 이어 대출 축소, 재건축 규제까지 추가되면서 청약 열기는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택규제로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시장도 있다. 오피스텔, 상가 등 규제가 없는 사각지대인 수익형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아파트 분양과 전매 중심이기 때문에 부동자금이 오히려 오피스텔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실 올초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했다. 대표적인 소액 수익형 부동산 투자처인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과잉에 수익률 하락과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익률 5%대도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오피스텔의 대안으로 떠오른 상가시장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훈풍이 예상된다.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나, 뛰어난 입지 및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한 지역은 그동안 규제대책이나 금리인상이 있어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는데, 그 이유는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6·19대책 발표 이후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나 투자자들은 배후수요가 탄탄한 지역이나 역세권 주변을 먼저 노리는 것이 좋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나 택지지구 또는 주변에 공공기관이나 대학교, 대기업, 산업단지가 위치해있는 곳은 고정적인 배후수요가 풍부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또 전통적인 인기지역인 역세권은 역 주변 상권 및 역과 연결된 다양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많아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문재인정부 첫 부동산 대책 발표
작년 11·3대책 연장선으로 풀이

실제 지난달 12일 청약을 마감한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미사역’오피스텔은 택지지구에 역세권의 강점을 바탕으로 2011  실 분양에 총 9만1771건이 접수돼 평균 45.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라면 배후수요가 풍부한 곳에 들어서는 수익형 부동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거래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시도별 건축물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건수는 7만77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3665건)보다 45%나 상승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자료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다.

이 기간 거래면적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전국 상업업무용 건축물 거래면적은 2006년 267억1867만㎡에서 2015년 464억4273만㎡으로 74% 증가했다. 올해 5월까지 집계된 면적은 144억119만㎡으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오피스텔은 5월까지 서울·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만 총 8244건이 거래됐다. 특히 초기 부담금이 적은 전용면적 21~40㎡ 사이의 소형이 4814건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환금성이 좋은 소형은 2013년 61.8%에서 지난해 57.53% 여전히 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에서 문을 연 한 오피스텔 견본주택에는 1만6000여명이 몰렸는데, 노후 대비를 위해 수익형 상품에 투자하려는 은퇴세대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수요자 등 다양한 연령대가 불로소득의 문을 두드렸다.

상가시장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내 상가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17일 진행된 수도권 지역 LH의 단지 내 상가 22곳 입찰에서 낙찰가율이 200% 이상인 곳이 10곳으로 집계됐다. 최고 낙찰가율은 무려 277.48%에 평균은 184.75%를 자랑했다.

훈풍 예상되는
지역·상품은?

민간업체에서 공급되는 상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28일 1, 2단지 공개 경쟁입찰에서 최고 낙찰가율 202%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분양을 마친 창원 중동 유니시티 단지내 상가 ‘유니스퀘어’의 3, 4단지 공개 경쟁입찰이 지난달 10일 진행됐다. 그 결과는 최고 227%, 평균 147%로 최고 낙찰가율은 3단지 212호에서 나왔다. 경쟁률은 최고 66대 1, 평균 24대 1으로 4단지 212호에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정책이나 규제보다 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면서 “이번 조치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과 인근의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입지와 수익성이 좋은 현장을 중심으로 재반등할 것으로 보이며 금리 인상 전까지는 국지적 안정 외에 수익형 부동산으로 수요가 옮아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6·19 부동산 대책 후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주요 수익형 부동산이다.

상가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상가와 오피스인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가 분양 중이다. 천호대로변 업무동 상가도 분양중이다. 지상 1~5층이 상가로 공급하며 실투자금은 5억원대부터다. 전용면적은 66.69~325.4㎡으로 1층에 스타벅스, 2~3층에 하나은행. 4~5층에는 소아과, 이비인후과, 마취통증과, 치과, 피부과 등이 입점해 운영 중이다. 6~21층은 오피스로 분양을 앞두고 있다 추천업종은 보험, 금융, 일반기업체, 엔터테인먼트사 등이 있다.

▲왕십리 센트라스 1·6획지= 현대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서 왕십리 센트라스 1획지·6획지 근린형 단지내 상가인 ‘탑스트리트’와 ‘컬처스트리트’선임대 점포를 분양 중이다. 탑스트리트는 연면적 1만1610㎡, 전용 32~ 175㎡(일반분양분 가장 큰 점포 105㎡) 총 88개 점포다. 컬처스트리트는 연면적 2만7692㎡, 전용면적 27~361㎡, 총 119개 점포로 구성된다. 

5379가구, 약 1만5000여명에 달하는 왕십리뉴타운 배후수요도 확보하고 있다. 탑스트리트는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도보 3분거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상왕십리역과 직통으로 연결된 컬처스트리트는 초역세권 상가로 유동인구 흡수에도 수월하다. 

과열된 시장 그대로 둘 수도
급랭시킬 수도 없는 게 고민

오피스텔


▲에스엠 레지던스 더 스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9-2번지, 11-1번지 일대에 ‘에스엠 레지던스 더 스파’130실이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다. A동은 연면적 4993.17㎡,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65실, B동은 연면적 4986.76㎡,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 71실로 구성된다. 설악동 최초 가족 중심 명품레지던스 호텔로 전 객실에 프라이빗 온천 스파가 제공된다. 

일부 타입은 테라스 공간도 주어진다. 패밀리형 위주의 객실 구성 원룸은 물론 2룸, 3룸의 넓고 여유로운 패밀리타입 위주 설계로 거주 및 생활까지 가능하다. 전 객실 프라이빗 온천 스파 제공, 건강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뛰어난 설악산 온천수를 전 객실에 제공(2017년 상반기), 스파 힐림의 가치를 제공된다.

풀빌라

▲석모도 리안월드 핫 스프링 빌리지= 인천 강화군 석모도 리안월드가 ‘핫 스프링 빌리지’를 분양한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114-12번지 일원으로 대지면적 90,166㎡며 사업규모는 약 500세대 풀빌라, 상가 36개, 한옥 빌라 30개, 복합상가 2개, 공공시설, 18홀 퍼블릭 골프장, 컨벤션센터 및 대형온천탕 등으로 구성된다. 

완공은 오는 2018년 3월. 오너 별장형과 빌라 호텔형의 핫 스프링 빌리지는 한옥, 모던, 프리미엄 빌리지로 세대별 프라이빗 온천탕을 갖췄다. 60℃ 이상의 온천수를 이용한 난방시스템을 갖췄고, 세대별 온천탕 제공으로 천연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리안온천의 물에는 나트륨과 칼슘,  마그네슘, 알루미늄과 황산이온 등이 함유되어있다고 한다. 약 66㎡ 면적의 객실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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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