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재인 정권 ‘10인의 공신’

‘밀고 당기고’ 사력 다한 킹메이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장미대선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문재인 시대를 맞았다. 인간 문재인서 대통령 문재인이 되기까지 도움을 준 일등공신 10명을 선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서 비롯된 촛불집회부터 새 대통령 탄생까지 국민들은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변화를 이끌어냈다. 국민들의 열망은 담은 새로운 지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조력자들 덕분에 난관을 극복하고 19대 대통령이 됐다. 

[영원한 친구]
양정철

양정철 전 비서관은 이번 선거의 ‘킹메이커’로 평가된다. 그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문재인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양 전 비서관은 문 후보의 유세현장서 메시지, 일정, 수행 등을 보좌했다.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다. 사석서 문 대통령이 양 전 비서관을 부르는 애칭은 양 비서관을 의미하는 ‘양비’다. 

친하지 않으면 여간해서 존칭을 생략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그와 문 대통령의 사이가 가깝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양 비서관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 모임인 ‘달개비’를 운영해 문 대통령 지지의원들 간 연대감 형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팔 히말라야로 하이킹을 떠날 때 동행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과 양 전 비서관이 가까워진 계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인간 문재인서 대통령 문재인으로
수많은 난관 극복하게 한 지원군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2009년 문 대통령이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는데 양 전 비서관은 사무처장으로 보필했다. 다만 양 전 비서관은 자신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 언론과 인터뷰서 “나는 문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계실 때나 정치에서 물러나 있을 때 소소한 일을 밖에서 돕는 집사 같은 역할을 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략 참모]
노영민

노영민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의 핵심 인사로서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 전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서 의원 생활을 했다. 이후 17, 18, 19대 의원을 지냈다. 의원 시절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과 민주당 대변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시집 강매’ 논란이 일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야인으로 돌아갔지만 이번 대선서 문재인 캠프 조직 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2012년 대선서도 문재인 캠프서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전략 참모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으로 평가받는 ‘더불어 포럼’의 창립을 주도하며 문 대통령에 힘을 불어넣었다. 문 대통령이 어려운 일이 닥치면 제일 먼저 의견을 구하는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으로 노 전 의원이 거론된다. 

향후 문 대통령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내각 구성에 노 전 의원이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탕평책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이 충청권 인사인 노 전 의원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충북 청주서 나고 자란 노 전 의원은 충북 청주시흥덕구을 지역구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충청권 유력 정치인사다.

[문재인의 입]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경남 김해을)은 이번 선거서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다. 공식직함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이다. 기자들과의 오해가 없도록 조율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 18대 대선 때는 공보 특별보좌관과 수행팀장을 맡았다.

그는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그와 문 대통령을 묶어주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 김 의원의 수식어 중에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 있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해 붙은 별칭이다. 
 

20대 총선서 김해을 지역에 당선돼 의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선이 끝났지만 여전히 그는 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당선과 동시에 인수위 없이 바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특성에 따라 문 대통령의 가까운 거리서 그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 의원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배석했다. 일각에선 청와대로 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같은 분석에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 정무수석을 하는 것은 지역구 주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선을 그은 바 있어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측면 지원]
전해철

전해철 의원도 대선서 숨겨진 도우미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두텁게 신뢰하고 있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편하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정치적 동반자다. 전 의원은 목포 대성초등학교, 영흥중학교, 마산중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번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단장을 맡았다. 

전 의원은 중앙무대보다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서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측면지원 했다. 


전 의원과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인연을 맺었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시절인 2004년 비서실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민정수석,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등을 거쳤다. 

18대 총선에서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갑 지역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19∼20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변호사 출신인 전 의원은 최근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등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문의 복심]
최재성

최 전 의원의 공로도 크다는 평가다. ‘문재인의 복심’하면 최재성 전 의원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그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때론 ‘호위무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15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흔들리던 당의 인적쇄신 신호탄을 쐈다.

 최 전 의원은 “큰 변화에는 더 큰 헌신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가진 것부터 내려 놓고자 한다”며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헌신으로 혁신하고 헌신으로 통합하겠다”고 당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문재인 당시 당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대선 문재인 캠프서 그가 맡은 역할은 종합상황본부 1실장이었다. 상황본부 2인자이지만 실제적인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대선 당시 인재영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 전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인재영입에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며 문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악연 넘은 인연]
추미애

이번 선거서 눈길을 끄는 사진은 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이다. 둘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악수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구 달성 출신인 추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에는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 초기부터 지지선언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었다. 

당내서는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는데 추 대표는 후보교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유세현장 뜨겁게…위기 순간 함께
정치적 동반자…향후 행보에 주목

이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때 추대표가 민주당에 남으면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을 했다. 문제는 2004년 3월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는데 추 대표가 탄핵 찬성표를 던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당시 노무현의 남자라는 애칭이 있었을 만큼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문 대통령에게 비수와 같은 사건이었다. 탄핵안은 민심의 역풍을 맞았고 추 대표는 사과의 의미로 3보 1배를 했지만 민심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후 추 대표는 18대 총선을 통해 국회 복귀에 성공한 뒤 18대 대선에 나선 문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다. 문 대통령도 추 대표의 당내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이 그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후 전당대회서 당대표에 선출된 추 대표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고 선거운동을 치르기까지 정당을 안정시키면서 후방지원을 도맡았다.

[수족 역할]
임종석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임종석 실장은 이번 대선서 문재인 선거캠프의 일정을 조율했다. 임 실장은 지난해 선거 캠프가 꾸려질 때 합류하게 됐는데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아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선거캠프가 자신의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것을 원치 않아 마땅한 인사를 찾던 중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선서 그는 원만한 성격을 바탕으로 많은 인재 영입에 도움을 줬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비서실장에 오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국정운영서 여야 인사의 의견을 조정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산의 민심]
이호철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선거서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돕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부산에서의 지역 선거 운동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민심을 전달하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수석을 ‘호철아’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문 대통령을 도와 입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사실을 알렸다. 여행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라며 출국 소식을 전하는 짧은 글을 남겼다. 다만 귀국 후 그가 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위해 다시 일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 퍼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당내 경선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했지만 문 대통령이 당선에서 승리하자 고민 끝에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고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문 라인이지만 그가 문재인 캠프 지원 사격에 나서자 일각에선 그가 대선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박 의원은 안철수 후보와의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캠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캠프에 합류한 박 의원은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당내서 서울시장 후보로 밀어주는 것에 대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내조의 여왕]
김정숙

마지막으로 영부인이 된 김정숙 여사가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내조에 그친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문 대통령이 약세인 지역으로 유세를 돌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4·13 총선 직후 매주 호남을 방문했던 점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은 야권 텃밭으로 분류되는 호남에서 총 의석 28석 중 3석만을 얻는 데 그쳐 사실상 ‘호남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 여사는 이에 총선 직후부터 매주 호남을 방문해 이른바 ‘반문(反文)정서’ 불식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문 후보의 지지세가 약한 60대 이상 호남 유권자 공략을 위해 노인복지관을 찾아 배식활동을 하거나 경로당을 방문하는 등 일정을 빠듯하게 소화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의 활약에 눈길이 쏠린다. 어수선한 시기에 탄생한 대통령이라 이들의 도움이 앞으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 적절하게 이들이 등용된다면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순간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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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