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여행 ①전주남부시장

맛깔나는 전주 여행의 완성 남부시장 한옥마을 밤구경

백 채 한옥 지붕 위로 달빛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상인들이 문 닫고 돌아간 전주남부시장에 오방색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 열린 것. 매주 금·토요일이면 길이 250m 시장 통로에 이동 판매대 45개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전주남부시장은 먹거리와 공연, 즐길 거리가 풍성해 여행자는 물론 주민도 찾는 곳이다. 주말 야시장에 다녀가는 손님은 평균 8000~9000명. 에너지 넘치는 청년 상인과 손맛 좋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 시니어클럽 어르신이 저마다 ‘비밀 병기’로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아케이드 시설이 갖춰져 궂은 날씨에도 끄떡없다.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한 무조건 열린다. 2층에 위치한 청년몰은 야시장보다 한발 앞서 남부시장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숙소로 발길을 돌리기 아쉬운 당신, 색다른 밤을 선물할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으로 가보자.

야시장의 꽃, 먹거리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풍남문으로 향하면 찾기 쉽다. 풍남문서 가까운 북문, 남부시장 주차장이 있는 동문, 천변주차장 쪽 남문, 서문 모두 오방색 조명 간판이 입구를 밝힌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자정(11월~이듬해 2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십자로에 늘어선 야시장 판매대는 각양각색이다. 야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먹거리가 45개 판매대 중 31개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에 왔으니 여기저기 다니며 배불리 먹었다 해도, 이곳 야시장의 유혹을 견디지 못할 터. 오직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군복을 입고 야시장의 후예를 꿈꾸는 ‘군대리아’ 버거, 나무젓가락에 낙지를 돌돌 말아 양념을 바르고 토치로 구운 ‘낙지호롱’ 낙지꼬치, 인기 만점 ‘총각네스시’ 소고기불초밥, ‘지글지글팟’ 야채뚱땡과 철판스테이크도 긴 줄을 참고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이곳 야시장 먹거리 판매대에선 토치를 이용한 불 쇼가 색다른 볼거리다. 강한 화력으로 짧은 시간 익혀 음식의 풍미를 더한다. 
 

베트남, 태국, 중국, 라오스, 필리핀 등의 이국적인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전주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 사람들이 실력을 선보인다.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베트남 쌀국수, 알록달록한 라오스 만두(사구)가 단연 인기다.

음식값은 3000~5000원 내외로 저렴하지만, 그 맛의 유혹에 끌려 2만~3만 원은 거뜬히 지출할지 모른다. 야시장에서는 전주 전통의 맛도 느껴볼 수 있다. 남부시장 터줏대감인 ‘조점례남문피순대’와 콩나물국밥집이 성업 중이다.
 

먹거리, 즐길 거리 풍부한 전주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의 색다른 밤

남문으로 시장에 들어서면 갖가지 소품 판매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목공예, 도자기공예, 자수, 액세서리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동문 입구로 들어섰다면 상가번영회 고객지원센터에 들러보자. 이곳에서 받은 지도를 들고 시장 곳곳을 살펴보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야시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통기타·색소폰 연주, 버스킹 등 하루 2회 공연이 있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노래자랑이 열린다. 현장에서 접수하니 노래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면 도전해보자. 
 

야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남문 방향에 2층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띈다. 청년몰은 한옥마을에 야시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남부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사람보다 드나드는 고양이가 많다고 할 정도로 빈 점포가 수두룩했다. 1999년 남부시장 화재 이후 대부분 창고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꿈 많은 청년 창업자들이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모토로 방치된 공간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청년몰이 문을 여는 시각은 오전 10시. 야시장과 달리 매일 운영한다. 
 

청년몰의 상점은 저마다 개성이 가득하다.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 공방, 세계 각국의 음식점, 찻집과 카페 등이다. 멕시코 요리 전문점 ‘까사델타코’는 청년몰의 터줏대감이다. 전주 지역에 멕시코 요리가 아직 낯설 때 제일 먼저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토르티야에 싼 퀘사디아, 밥을 넣은 부리토 등이 일품이다. 이곳 가게 사장은 “비가 오면 음악을 꺼요. 샌드위치 패널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라며 환경이 열악한 청년몰 공간에 낭만을 덧입혔다. 
 

올해 삼일절에 개업한 ‘탐관오리’는 오리를 닮은 디자이너가 만든 핸드메이드 옷가게다. 탐할 탐(貪), 볼 관(觀)을 써서 탐나게 보이는 옷을 만든다는 포부로 시작했다. 청년몰 주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꿈을 향해 나갈 터전이 있어 행복하다고. 맛깔나는 전주 여행의 완성이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인 이유다.

야시장과 함께 밤을 환히 밝히는 전주 풍남문은 독특한 건축미를 보여준다. 풍남문은 조선 시대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를 둘러싼 남쪽 출입문이다. 동·서·북문은 현재 그 터가 있으며, 풍남문이 전주부성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남았다. 현재 바라보는 풍남문은 정유재란과 화재로 소실된 것을 1768년 전라감사 홍낙인이 다시 지은 것이다. 
 

햇살 가득한 낮에는 한옥마을을 돌아보자. 전주 경기전은 한옥마을의 선물 같은 곳이다. 이성계의 어진을 모셨으며, 조경묘와 전주사고, 태실 등 유적이 많다. 어진에서 눈여겨볼 것은 조선 왕의 상징인 ‘일월오봉도’다.

물결무늬로 가득한 물과 흰 포말 부분이 병풍 전체 높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이 다른 일월오봉도와 구별된다. 폭포도 없다. 1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앞면을 확인해보라. 1439년 설치된 전주사고도 놓치지 말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곳으로, 그 앞에 배롱나무와 매화나무, 대나무 숲이 사진 촬영하기 좋다.
 

자유로운 전북투어패스

한옥마을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오목대가 나온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1380년 황산서 왜구를 무찌른 뒤, 승전 축하 잔치를 벌인 곳이다.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전망이 한눈에 들어와서 인기 있는 곳이다. 인근의 자만벽화마을서 벽화를 감상하고, 1952년 문을 연 ‘삼양다방’에서 달콤한 옛날커피 한 잔 마셔도 좋겠다. 
 


전주 여행서 잊지 말 것. 전북투어패스다. 카드 한 장으로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돌 수 있고, 공영주차장도 최대 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전주 여행 일정에 따라 1~3일권을 선택할 수 있다. 경기전과 루이엘모자박물관, 여명카메라박물관, 전주미술관을 24시간 내에 이용할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권도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전주한옥마을→전주 경기전→어진박물관→오목대→자만벽화마을→전주 전동성당→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전주한옥마을→전주 경기전→어진박물관→오목대→자만벽화마을→전주 전동성당→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청년몰)→전주 풍남문 [둘째 날] 삼양다방→루이엘모자박물관→국립무형유산원→전주한옥레일바이크→아중호수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전주시 문화관광 tour.jeonju.go.kr
-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 blog.naver.com/nbmarket
- 어진박물관 www.eojinmuseum.org
- 전북투어패스 jbtourpass.kr
- 자만벽화마을 www.jeonjuhanoktown.com/tour05

문의 전화
- 전주시청 관광산업과 063)281-5085
- 남부시장 상인회 063)288-1344
- 한옥마을(경기전)관광안내소 063)282-1330
- 어진박물관 063)231-0090
- 오목대관광안내소 063)282-1335
- 전주역관광안내소 063)281-202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전주, 센트럴시티터미널서 10분 간격(05:30~24:0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30분 간격(06:00~22:1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기차] 용산역-전주역, KTX 하루 14회(05:10~21:5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서울역-전주역, KTX 하루 4회(07:05~17:35)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반월교차로서 시청·도청 방향 우회전→국도26호선 따라 약 8.2km→27호광장지하차도 진입, 약 1.3km 이동→정읍·순창 방향 좌회전→전북교 건너 우회전→전주천동로 따라 약 2km 이동→전주천변주차장으로 내려가 약 440m 이동, 주차 후 시장으로 진입

숙박 정보
- 베니키아 재즈어라운드호텔: 덕진구 정언신로, 063)247-5900, www.jazzaroundhotel.co.kr (베니키아)
- 풍남관광호텔: 완산구 전주객사2길, 063)231-7900, www. pungnamhotel.com
- 홍란미덕: 완산구 최명희길, 010-9123-6271

식당 정보
- 조점례남문피순대(순대국밥): 완산구 풍남문2길(남부시장 내), 063)232-5006
- 삼백집 전주본점(콩나물국밥): 완산구 전주객사2길, 063)284-2227, www. 300zip.com
- 초장집(해산물): 완산구 전주객사2길, 063)282-4622
- 성미당(전주비빔밥): 완산구 전라감영5길, 063)287-8800 seongmidang.modoo.at

주변 볼거리 전주 풍남문, 전주 전동성당, 전주향교, 전주한옥마을, 전주 경기전, 국립무형유산원, 오목대, 이목대, 자만벽화마을, 삼양다방, 루이엘모자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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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이 ‘트럼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모든 국가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줄 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큰 표 차로 이기고 8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전 세계 흔들다 민주당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잡은 게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에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개뿐”이라면서 트랜스젠더 문제에 쐐기를 박고 DEI 정책 폐기를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지금까지 맡아온 ‘세계의 경찰’ 역할 대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관세를 내세운 ‘통상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첫 번째 표적이 됐다. 취임 당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붙이고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무역 적자라는 게 중론이다. 영토 전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전쟁 지역 원조를 빌미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욕을 보이면서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DC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이 건설한 것”이라며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운하를 넘겼지만 협정은 매우 심각하게 위반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 겁주는 줄 알았는데 진짜 또 그린란드 주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만약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주민은 2009년 덴마크와 합의해 제정한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서 미국이 자유 진영서 원조해 온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쪽으로 미묘하게 기울어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미국의 외교 방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원조의 대가로 광물 개발권을 요구했다. 3년여 동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서 미국은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독일 킬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3년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1197억달러(17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협조하지 않자 모든 군사 원조를 끊겠다는 강수를 놨다.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에 3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젤렌스키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물협정에 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국가가 ‘트럼프 태풍’에 휘말려 대응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다. 한국도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있으리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그게 가시화되진 않았다는 뜻이다. 전쟁 국가도 원조 끊어 한국은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대미 무역 흑자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의 첫 연설서 한국을 ‘콕’ 짚었다. 99분에 걸친 연설서 한국을 공개 지목하다시피 한 것이다. 각국의 대미 관세를 언급하는 과정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4배 높다”고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또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엄청나게 돕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게 우리 동지와 적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자료를 내고 대미 평균 관세율이 0.79%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사실상 상호 수출입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다. 미국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최혜국 대우는 통상·항해 조약 등에서 한 국가가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마구잡이 주장 대응 못 하고 하지만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떤 관세를 매기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도 거론했다. 규제와 쿼터제, 환율 등 직접적인 관세가 아니라 각국의 제도를 빌미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꼭 관세가 아니더라도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건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부가가치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국가와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서 군사 지원을 언급한 점도 한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토로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넘어 주한미군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쟁 중인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트럼프식 외교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에 일방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한국이 막대한 방위비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혜택을 베푼다는 식으로 굴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49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재협상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첫 의회 연설에서 콕 집어 모든 논리가 돈으로 통해 여기에 ‘칩스법’ 폐지를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까지 뒤흔들 기세다. 칩스법의 공식 명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미국에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바이든정부서 시행된 정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총 지원 규모가 2800억달러(약 408조원)에 달하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만 527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법은)의미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에도 칩스법을 ‘나쁜 법’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원하면서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법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한국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협상에 나서야 할 수뇌부가 불완전한 상태라 대응이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심판대 위에 서 있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관행이나 국제질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의 영토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전쟁 원조를 돈으로 환산하는 등 그동안 미국을 통치했던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상대로 어떤 ‘깜짝쇼’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 외교는 사실상 막혀 지난 5일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동을 위해 방미했다. 신 실장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글로벌 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경제 안보와 관련해 특히 조선 협력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를 하려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 실장은 2기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세 번째 장관급 인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했고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