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 여행 ④전주 국립무형유산원

한국의 찬란한 무형 문화유산과 만나다

전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과 문화의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 판소리의 고장이며,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뽑히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체험을 즐기며 알차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전주만한 곳이 있을까?

전주를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옥마을부터 가지만, 이번에는 국립무형유산원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2014년에 문을 열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먼저 무형 유산에 대해 알아보자. 유네스코는 무형 문화유산보호협약 2조에서 무형 문화유산을 ‘관습, 표현, 표상, 지식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도구, 사물, 공예품, 문화 공간을 모두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구전 전통과 표현, 공연 예술, 의식, 축제, 전통 공예 기술 등이 무형 유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무형 문화유산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택견, 아리랑, 김장 문화, 농악 등이 있다.

무형 문화유산은?

동서학동에 자리한 국립무형유산원은 이 무형 유산을 정리·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공간이다.

국립무형유산원에 들어선 이들은 예상보다 큰 규모에 깜짝 놀란다. 건물은 부지면적 5만9930㎡에 연면적 2만9615㎡다.


다양한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가 가능한 열린마루, 대극장(400석)과 소극장(200석)을 갖춘 얼쑤마루, 공예·예능 전승 교육과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전승마루가 중심 건물이다. 전승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를 위한 숙소인 사랑채, 각종 세미나와 국제회의까지 가능한 어울마루도 있다.

가장 먼저 들를 곳은 열린마루에 위치한 제1상설전시장이다. 한국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무형 문화유산과 채상장, 매듭장, 평택농악 등 9개 종목 무형 문화를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조선 시대 공주나 옹주가 입은 녹원삼, 부녀자들의 장신구인 노리개 등 아름답고 화려한 전시물도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공예와 예능 종목 보유자 작품을 전시하는 제2상설전시장은 한층 흥미롭다. 조선시대 공주의 대례복으로 사용된 궁중 자수 활옷, 진주검무보존회에서 직접 착용한 진주검무 복식, 김중섭 보유자가 공연할 때 쓴 처용탈 등 우리에게 얼마나 찬란하고 흥미로운 무형 유산이 있는지 새삼 일깨운다.

특별 전시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누리마루 2층 기획전시실에서 ‘제주 해녀 문화’전이, 전승마루 1층 기획전시실서 <명무 이매방, 아카이브로 만나다>전이 각각 오는 3월31일과 2월19일까지 열린다.

제주 해녀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등재를 기념해서 열리는 <제주 해녀 문화>전은 해녀의 일상과 삶, 독특한 문화를 알려주는 관련 유물 100여점과 사진작품 등을 선보인다. 물질할 때 입는 물옷, 문어와 성게 등 해산물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까꾸리, 헤엄치거나 수면 위에서 쉴 때 사용하는 테왁망사리 같은 도구들이 눈길을 끈다.
 

<명무 이매방, 아카이브로 만나다>는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와 97호 살풀이춤의 보유자인 우봉 이매방(1927년~2015년)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회다. 선생이 생전에 즐겨 사용한 소품, 의상을 만들 때 사용한 재봉틀, 각종 공연 의상 등의 유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의 삶을 돌아본다. 다양한 사진과 영상 자료도 함께 선보인다.



전주에 왔으니 한옥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한나절 여유롭게 거닐며 예향 전주의 멋과 풍류를 느껴보자. 요즘 유행 따라 한복을 빌려 입고 거닐어도 좋을 듯. 오목대에 올라가면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옥마을 입구에 자리한 전동성당도 사진 찍기 좋은 곳.

찬란하고 흥미로운 무형 유산을 보존·전승
각종 전시회 상시 관람 및 다양한 맛집 탐방

전주성당의 초대 주임신부인 보드네 신부가 1914년 지었다. 성당의 기초는 전주읍성이 헐리면서 나온 돌과 흙을 사용했으며,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설계를 맡았다고 한다. 한때 영화 〈편지〉의 촬영 무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전주향교도 가까우니 꼭 찾아보자.

고려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원래 경기전 옆에 있었으나 한 차례 외곽이전 뒤 1603년 현 위치로 옮겼다.

전주도립미술관과 완산칠봉공원 삼나무숲은 아직 덜 알려진 전주의 명소다.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전주도립미술관은 전북 출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동학>전은 ‘동학은 살아 있다’라는 주제 아래 회화, 설치, 사진 등 작품 70점을 선보인다.

알찬 프로그램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됐으니 미리 알아보고 가면 알차고 유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완산칠봉공원의 편백과 삼나무숲은 겨울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길이 평탄해 아이 손을 잡고 걷기 적당하다.

미식가들에게 전주는 ‘맛의 본고장’으로 기억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빔밥, 서민의 영원한 해장국인 콩나물국밥 등 전주로 떠나는 여행은 뭘 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꼽혔다.

놋쇠 대접에 담긴 흰밥 위에 그림처럼 놓인 선홍빛 육회, 아삭한 콩나물, 얌전하게 부친 황백 지단 등을 보면 비비기 아까울 정도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담백하고 얼큰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특징.

애주가들의 해장국으로 사랑받는다. 피순대도 전주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남부시장서 맛볼 수 있는 피순대는 당면 대신 선지와 채소, 다진 고기를 넣었다. 짙은 갈색 피순대 한 점이 깊은 맛을 전해준다.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도 있다. ‘오브제’는 커피를 마시며 그림과 사진 등을 감상하는 갤러리 카페. 옥상에 정원이 있는 것도 독특하다. 전주 시내에 자리한 카페 ‘목련을 부탁해’는 한옥의 분위기를 살렸다. 삐걱대는 마룻바닥과 곳곳에 놓인 오래된 소품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국립무형유산원→전북도립미술관→갤러리 카페 오브제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국립무형유산원→한옥마을→전주향교
- 둘째 날: 전북도립미술관→완산칠봉공원→남부시장→목련을 부탁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전주시 문화관광 tour.jeonju.go.kr
- 국립무형유산원 www.nihc.go.kr
- 전주향교 www.jjhyanggyo.or.kr
- 전북도립미술관 www.jma.go.kr
- 갤러리 카페 오브제 obzee.modoo.at

문의 전화
- 전주시청 관광산업과 063-281-2559
- 한옥마을관광안내소 063-282-1330
- 국립무형유산원 063-280-1400
- 전주향교 063-288-4548
- 전북도립미술관 063-290-6888
- 갤러리 카페 오브제 063-222-810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전주역: KTX 하루 12회(05:10~21:5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전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5:30~24:00)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30분 간격(06:00~22: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소양 IC
- 부산 출발: 남해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소양 IC

 


숙박 정보
-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완산구 어진길, 063-287-6300, www.jjhanok.com (한옥스테이)
- 학인당: 완산구 향교길, 063-284-9929, from1908.kr (한옥스테이)
- 오페라21호텔: 덕진구 정언신로, 063-244-6400, www.opera21.co.kr
- JS관광호텔: 완산구 팔달로, 063-285-1122, js-hotel.com

식당 정보
- 성미당: 전주비빔밥, 완산구 전라감영5길, 063-287-8800, seongmidang.modoo.at
- 가족회관: 전주비빔밥, 완산구 전라감영5길, 063-284-0982, www.jeonjubibimbap.com
- 전라회관: 한정식, 완산구 안행4길, 063-228-3033
- 현대옥 전주중화산본점: 콩나물국밥, 완산구 화산천변2길, 063-228-0020, hyundaiok.com
- 삼백집 전주본점: 콩나물국밥, 완산구 전주객사2길, 063-284-2227, www.300zip.com
- 베테랑분식: 칼국수, 완산구 경기전길, 063-285-9898

축제와 행사 정보
해당 시기 축제 없음

주변 볼거리
덕진공원, 남고산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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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이 ‘트럼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모든 국가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줄 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큰 표 차로 이기고 8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전 세계 흔들다 민주당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잡은 게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에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개뿐”이라면서 트랜스젠더 문제에 쐐기를 박고 DEI 정책 폐기를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지금까지 맡아온 ‘세계의 경찰’ 역할 대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관세를 내세운 ‘통상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첫 번째 표적이 됐다. 취임 당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붙이고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무역 적자라는 게 중론이다. 영토 전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전쟁 지역 원조를 빌미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욕을 보이면서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DC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이 건설한 것”이라며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운하를 넘겼지만 협정은 매우 심각하게 위반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 겁주는 줄 알았는데 진짜 또 그린란드 주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만약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주민은 2009년 덴마크와 합의해 제정한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서 미국이 자유 진영서 원조해 온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쪽으로 미묘하게 기울어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미국의 외교 방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원조의 대가로 광물 개발권을 요구했다. 3년여 동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서 미국은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독일 킬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3년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1197억달러(17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협조하지 않자 모든 군사 원조를 끊겠다는 강수를 놨다.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에 3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젤렌스키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물협정에 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국가가 ‘트럼프 태풍’에 휘말려 대응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다. 한국도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있으리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그게 가시화되진 않았다는 뜻이다. 전쟁 국가도 원조 끊어 한국은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대미 무역 흑자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의 첫 연설서 한국을 ‘콕’ 짚었다. 99분에 걸친 연설서 한국을 공개 지목하다시피 한 것이다. 각국의 대미 관세를 언급하는 과정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4배 높다”고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또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엄청나게 돕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게 우리 동지와 적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자료를 내고 대미 평균 관세율이 0.79%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사실상 상호 수출입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다. 미국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최혜국 대우는 통상·항해 조약 등에서 한 국가가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마구잡이 주장 대응 못 하고 하지만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떤 관세를 매기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도 거론했다. 규제와 쿼터제, 환율 등 직접적인 관세가 아니라 각국의 제도를 빌미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꼭 관세가 아니더라도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건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부가가치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국가와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서 군사 지원을 언급한 점도 한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토로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넘어 주한미군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쟁 중인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트럼프식 외교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에 일방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한국이 막대한 방위비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혜택을 베푼다는 식으로 굴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49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재협상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첫 의회 연설에서 콕 집어 모든 논리가 돈으로 통해 여기에 ‘칩스법’ 폐지를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까지 뒤흔들 기세다. 칩스법의 공식 명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미국에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바이든정부서 시행된 정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총 지원 규모가 2800억달러(약 408조원)에 달하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만 527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법은)의미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에도 칩스법을 ‘나쁜 법’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원하면서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법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한국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협상에 나서야 할 수뇌부가 불완전한 상태라 대응이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심판대 위에 서 있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관행이나 국제질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의 영토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전쟁 원조를 돈으로 환산하는 등 그동안 미국을 통치했던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상대로 어떤 ‘깜짝쇼’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 외교는 사실상 막혀 지난 5일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동을 위해 방미했다. 신 실장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글로벌 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경제 안보와 관련해 특히 조선 협력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를 하려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 실장은 2기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세 번째 장관급 인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했고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