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문 열고 일찍 문 닫고 고객 애태우는 ‘배짱 영업’
최상의 맛과 서비스 위해 운영 시간 조절
경기불황 장기화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진 외식시장은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끌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24시간 영업을 선택하는 식당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오후 늦게 문을 열거나 해가 지기 전 문을 닫는 등 배짱 영업을 감행하는 식당들도 있다. 특이한 것은 이렇게 배짱 영업을 하지만 외려 손님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렇게 ‘배짱영업’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에는 무엇이 있을까?
프리미엄 삼겹살 전문점 ‘하남돼지집’의 영업시간은 상권 특성에 따라 점심 또는 새벽 영업을 하는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 단 7시간이다. 이 같은 ‘7시간 영업정책’은 장보환 하남에프앤비 대표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직원이 고기를 직접 굽고 잘라주는 하남돼지집의 트레이드 마크인 테이블 서비스 등을 실시하려면 점주와 직원들의 컨디션 유지는 필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처럼 짧은 영업시간에도 불구하고 하남돼지집의 전국 184개 매장의 월평균 매출은 8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2012년 6월 가맹사업을 시작해 약 4년 만에 가맹점이 174개로 늘고, 지난해 총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전국 약 70여 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순대곱창 전문점 ‘순곱이네’는 저녁 4시에 영업을 시작해 새벽 2~3시경에 문을 닫는다. 2006년 부산 하단동 뒷골목에 10평 남짓한 규모로 시작한 순대마을돈키호테가 순곱이네의 전신이다. 순대마을돈키호테 시절부터 점심 영업은 하지 않았다. ‘저녁 영업만으로도 장사하는 재미가 충분했기 때문’이라는 게 창업자 안영근 대표의 설명. 얼큰한 순곱전골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려는 손님과 순대나 순대야채치즈볶음 등 출출한 배를 달래줄 가벼운 야식거리를 찾는 손님으로 늦은 밤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프렌치 레스토랑 ‘루이쌍끄’는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점심영업을 시작으로 밤 9시 정도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 일반적인 레스토랑과는 다른, 이른바 ‘심야식당’ 컨셉이다. 퇴근 등 일과를 마친 후 늦은 시간까지 마음 편히 프랑스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부족하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 2010년 오픈해 짧은 시간 동안 입소문을 타며 손님이 몰렸다. 또 루이쌍끄를 찾은 고객들과 주고 받은 음식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묶어 ‘맛있는 위로’라는 책을 발간해 화제에 오른 이유석 오너 셰프의 접객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