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지위' 박근혜 최악의 시나리오

당정청 모두…박근혜정권은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곳곳에서 악재가 터지고 있다. 레임덕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다. 진앙의 중심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곪아왔던 일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온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정운영의 3대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당·정·청에서 동시에 논란이 쏟아지면서 야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집권 이후 최대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자칫 박근혜호가 조기에 좌초될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당에서는 친박 핵심의 공천 개입 파동, 정부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민심 이반, 청와대에서는 ‘실세 중의 실세’ 우병우 민정수석의 김정주 NXC 회장, 진경준 검사장과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흔들리는 보스
레임덕 가시화

새누리당은 친박 실세들의 공천 개입 파동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8·9 전당대회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악재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지난 18∼20일에 걸쳐 윤상현·최경환·현기환 새누리당 의원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18일 보도에 따르면, 윤상현 의원은 김성회 당시 화성갑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 서청원, 최경환, 현기환 의원... 완전 (친박) 핵심들 아니냐”라며 지역구 변경을 종용했다.

그날 저녁 최경환 의원의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그는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라며 핀잔을 줬다. 김 후보가 지역구 변경이 대통령의 뜻이냐고 묻자 “그럼, 그럼, 그럼, 그럼. 옆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고...”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공천 개입에 청와대도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저한테 얘기했던 거 하고 똑같이 얘기하세요.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물어보세요”라며 “나하고 약속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녜요”라고 반문했다. 또한 현 전 수석은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런 식으로 합니까”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친박 실세들
공천개입 의혹

하나하나부터 모든 게 다 문제다. 윤 의원은 지난 총선 전 “김무성 죽여버려” 등 막말을 한 녹취록이 공개돼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다. 최 의원은 최근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난 총선 기간 나는 최고위원은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한 말이 결국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현 전 수석은 지난 3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서울 시내의 모 호텔에서 극비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갔을 때 이를 부인했는데, 또 다른 총선 개입 의혹을 받게 됐다.
 

녹취록 공개 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은 지난 20일,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친박 핵심의 녹취록이 공개된 만큼 청와대의 공천 관여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현 전 수석의 녹취록까지 공개가 됐다. ‘나의 뜻이 대통령의 뜻이다’라는 말은 기가 막힌 대사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을 정무수석이 확인시켜준 녹취록”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공천 개입과 관련해 “대통령을 판 사람들에게 (박 대통령이) 속은 게 맞느냐”라며 “이제 박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주호영 의원도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불법행위에 가깝다. 당의 책임 있는 기구가 과정들을 소상히 밝혀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처벌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 막바지 곳곳서 대형 악재 돌출
‘어쩌나’ 핵심 측근들이 진앙의 중심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있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사태가 터지기 전 서청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유력해 친박 당대표가 가시권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서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현재 비박계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가능성이 낮아진 실정이다.
 

이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실시될지 주목된다. 비박계는 ‘진상조사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는 ‘진상조사 무용론’으로 맞서고 있다. 조사 여부에 따라 공천에 개입한 사람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으로 인한 전통 지지층의 이탈은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이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한미 공동실무단은 사드의 최적의 배치 용지로 경상북도 성주 지역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양국 국방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대대적인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 서울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발족한 지 5일 후인 지난 21일 성주 주민 2500여명(경찰 추산 2000명)은 서울역 광장에 운집해 결사 반대를 외쳤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드 배치라는 실수를 모두에게 알리고 반드시 철회할 것을 알리고자 천리를 달려 왔다”며 “(정부가) 어제는 후보지, 오늘은 바로 최적지 이런 식으로 발표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현장 방문 한 번 없이 책상 위에서 결정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어떻게 (주거지와) 1.5㎞밖에 안 떨어진 곳에 ‘듣도 보도 못한’ 무기를 들여놓을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사드 성주 배치
극렬한 민심이반

MBC의 ‘외부세력 개입’ 보도가 나오면서 성주 군민들의 반발은 더욱 극심해졌다. 지난 16일, MBC는 3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외부인사가 참여한 것을 확인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해당 보도가 ‘윗선’의 지시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을 낳았다. 지난 21일 전국언론노조 주최 ‘사드 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도건협 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의 주장에 의하면, 지난 16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 방문했던 날 지역 MBC 관리부서인 ‘전국부’에서 리포트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대구MBC로 들어왔다고 한다.

도 지부장은 토론 중 “리포트에서 성주 군민의 폭력을 앞세우고 이에 대해 경찰이 엄단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했다는 내용을 붙이고, 그 뒤에 성주 군민의 집회 내용을 언급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거부했더니 서울MBC에서 관련 내용을 자체적으로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일 KBS 지역총국 기자들의 모임인 전국기자협회는 “‘윗선’이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부당하게 ‘공안몰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공영방송 모두 보도의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단단히 뿔이 난 성주 군민들은 시위 때마다 성주해병대전우회 회원을 중심으로 자율 질서요원을 배치하는가 하면, 상징인 파란 리본을 달지 않은 사람들이 시위 대열로 합류하려 하면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며 막아서는 등 더 이상의 왜곡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천 개입 의혹 “대통령의 뜻”
민심 이반 점입가경 사드 사태
'우병우 사태' 권력실세 스캔들

사드 배치 발표를 전후로 민심 이반이 두드러진다. 이는 동남권 신공항 사태와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유권자 2526명(총 통화시도 2만3314명 중 2526명 응답 완료. 응답률 10.8%)을 대상으로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77주차 국정수행 지지도(7월 2주차) 여론조사 주간 집계 결과를 지난 18일 발표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7월 1주차에 비해 전체 지지도는 0.8%포인트 오른 33.8%(매우 잘함 8.9%, 잘하는 편 24.9%)를 기록했다.

그러나 성주 사드 배치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12일과 발표 이틀 후인 지난 15일 지지율을 비교하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의 지지도가 각각 9.2%포인트 9.9%포인트 하락해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전통 지지층의 이탈이 심한 상황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드 배치 규탄 목소리는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예상한 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미 실무단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지난 8일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단호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 또한 “사드 배치는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움직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 전략적 균형을 훼손시키는 행동”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청와대 실세’ ‘리틀 김기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최근 넥슨과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넥슨이 우 수석의 처가가 보유한 강남 부동산을 1326억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진경준 검사장의 주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코리아로부터 주식을 공짜로 받아 126억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해당 언론사는 진 검사장과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 회사) 대표가 우 수석과 일면식도 없다는 점, 반면 김 대표와 진 검사장이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다는 점, 진 검사장이 우 수석의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2년 후배로 평소 가까운 사이였었다는 점 등을 들어 주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언론사는 넥슨이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매입해주는 대가로 우 수석이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를 문제 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당일 우 수석은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그는 “처가에서 정상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루어진 부동산 거래에 대해 진 검사장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이유도 없고 부탁한 적도 없다”며 “명백한 허위 보도이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확산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 대통령의 치마폭에 숨어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각 사퇴를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병우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거리고 있다”라며 “우 수석이 사퇴해야 박 대통령이 살고 검찰도 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병국·주호영·김용태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도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께 부담을 안 드리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는 게 좋다”(정병국),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사정 기관을 관할하는 민정수석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은 맞지 않는다(주호영)”, “양심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김용태)”고 한목소리로 우 수석을 압박했다.

실세 중 실세
우병우 사태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해 논란이 됐다. ‘우병우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는데 당시 박 대통령은 “요즘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저항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얼핏 사드 문제에 대한 심경 고백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발언이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