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기상청 일기예보 논란

비 온다고?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장마철이 시작되면 기상청은 청개구리가 되기 일쑤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빗나가는 예보 때문이다. 하루 이틀 틀리는 게 아니다 보니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과거 반복되는 오보로 ‘구라청’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매년 사업도 벌이고 있으나 성과는 없고 탈만 일어나 정부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매번 변화하는 날씨를 완벽하게 맞출 순 없다. 그러나 당장 찾아온 우기에 당일 날씨도 맞추지 못하는 기상청의 행보는 너무하기만 하다. 기상청을 믿을 수 없다며 예보와 상관없이 우산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에는 꼭 비가 온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심하다.

틀릴 것 같아?
맞을 수 있어?

최근 기상청은 장마전선 북상으로 인해 주중에 많은 비를 예보했다. 그러나 날씨는 맑기만 했고 휴가계획을 취소했던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지난 12일의 정확도 0%의 예보는 당일 예보도 제대로 못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기상청은 전날인 11일 오후 5시 예보에서 “12일 서울에 4~50㎜ 장맛비가 내린다”고 알렸다. 하지만 비는 3㎜ 정도 내리다 오전께 그치고 오후 11시경에는 잠깐 빗방울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왔다. 완전한 오보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상청은 지난 12일 오후까지도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며 예고했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자 오후 5시에 “오늘은 비가 없을 것”이라고 정정했다.


당시 전국 5곳의 야구장을 방문 할 계획이던 팬들은 예보와는 다르게 맑은 날씨가 저녁까지 이어지자 불만을 표출했다. 각종 인터넷 야구 사이트에는 “비 예보가 있어서 (예매를) 취소했는데 경기 하나요?”라는 질문들이 올라오곤 했다. 잠실 등 전국 5곳에서 열리는 경기를 위해 야구장을 방문할 계획이던 팬들 상당수는 일기예보를 믿고 예매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야구장 입장객은 평일 평균의 80%에 불과했다.

우천 예상에 방콕 했는데…햇빛만 ‘쨍쨍’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 예보에 상인도 울상

지난 5월에는 긴급 지진 통보문 팩스로 인한 사건도 있었다. ‘강원도 횡성군 북동쪽 1.2㎞ 지역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언론사와 경찰청 등 공공기관 76곳에 전달됐다. 통보문에는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고 건물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되니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규모 6.5의 지진은 한반도 역대 최대 지진인 5.3을 웃도는 강진으로 지난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예보도 기상청의 실수로 밝혀졌다. 기상청은 “원래는 18일 오후 5시15분 쯤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규모 6.7 지진 통보문을 발송해야 하는데 담당직원이 19일 훈련용 통보문을 보내는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의 실수는 그 전에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매년 다가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관한 뒤늦은 대처로 비판을 받았다. 뒷북 예보로 ‘생중계하느냐’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민간 예보기관인 '케이웨더'가 지난 4월8일부터 황사를 예보했지만 기상청은 황사 농도가 짙어진 다음날에야 “황사가 발생했다”고 했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황사 종료시간을 오전에서 오후까지 수시로 정정하는 오보도 냈다.

뒤늦은 황사 경고
수시로 정정하기도

지난해 4월 우기에나 쏟아질 만한 장대비가 예보와 다르게 쏟아졌다. 기상청은 당시 전남과 제주도에 20∼60㎜의 비가 올 것이라 예상했고, 전북엔 10∼40㎜ 그 외의 지방은 5∼20㎜의 비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보는 엇나갔다.


비의 양과 내리는 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기상청은 수도권에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비는 출근길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오보로 인한 피해도 연이어 발생했다. 제주도에는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공항을 향하던 항공기들이 회항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농가에서는 농작물의 지지대와 하우스가 망가지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로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행사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업체에서는 갑작스러운 비로인해 체육대회 일정이 변경됐다. 체육대회 당일 예보와 다른 날씨에 급하게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들은 행사 날 식당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매년 4∼5월은 많은 업체들이 사내 사기진작을 위해 행사를 벌인다. 관계자들은 일정을 짜다보니 날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수원의 한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비가 온 뒤 그친다는 예보를 믿고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A씨가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비는 계속 내렸다. 이튿날 비가 그친다는 예보와 다르게 4일 동안 비가 내린 것이다.

지난달 강릉의 한 서핑강사 B(29)씨는 “서핑 교육 일정을 잡았지만 비가 오고 파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해서 취소했다”고 했다. 그는 교육 날이 되자 “비가 조금 내리다가 곧 날씨가 맑게 개여 허탈했다”고 한다.

날씨에 민감한 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기상청의 오보는 업자들에겐 타격이 크다. 이들은 오보가 잦아도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과수원의 경우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돌풍과 폭우에 과일들이 상처를 입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한 관계자는 꽃수정 작업을 하는 봄철에 제일 많이 주의한다고 했다.
 

배의 경우 꽃이 약 1주일정도 피기 때문에 만개한 시점에서 꽃수정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봄철에 피기 때문에 비소식이 들리면 서둘러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자연수정(꿀벌을 통한 수정)은 어렵기 때문에 인공수정을 한다는 것으로 수꽃을 따내 꽃가루를 붓에 묻혀 수정시키는 등의 방법을 말한다.

휴가지서 ‘쫄딱’
밉기만 한 기상청

기상청의 날씨 오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직기강 헤이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받아 공직기강 감사까지 받았다. 기상청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월 532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하는 등 첨단 장비도 들여놨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없이 오보의 연속이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한달 전기료만 2억5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2010년 영국 기상청에서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들여와 연간 약 1억5000만원의 사용료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보의 원인으로 기상청 내의 인사문제와 예보관들의 능력을 꼽는다.

성능이 뛰어난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예보관의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 이라고 한다. 예보는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날씨 예보 결과를 산출한 뒤 예보관들이 그것을 보고 최종적인 예보를 내놓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이 40%, 모델에 입력되는 기상 관측 자료가 32%, 예보관 능력이 28%를 차지한다고 과거 정부 연구용역에서 분석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예보관의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잦은 부서이동 때문이라고 한다. 보직순환으로 2∼3년마다 예보관들이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탓에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기관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말도 있다. 기상청 내 각종 비리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리청’과 기상청에 마피아를 합친 ‘기피아’라는 단어도 나타났다. 기상청의 비리 논란은 꾸준히 롱런하는 중이다.

기피아의 사례로 기상청을 퇴직한 C(61) 청장이 세운 한국기상기후아카데미가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아카데미에 모든 교육 훈련 용역계약비 34억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청장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일각에선 기상과 같은 특수 분야는 업계가 좁기 때문에 청장이나 차장과 같은 임원들의 힘이 학연 등에 영향을 받아 상당한 권력을 가진다는 주장도 있다.

아카데미의 원장 역시 기상청 차장을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아카데미에서 지난 2010년 기상업무 교육과 훈련지정을 신청하며 기상청에서 작성한 57개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베껴 제출한 것을 적발했다. 이어 신청서에는 21명의 교관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는 공문서 위조했다고도 전했다. 기상청에서는 신청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정 승인을 했다.

올해 초에는 산하기관인 기상산업진흥원의 D(60) 원장이 민간 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해임 됐다. D 원장은 지난 2013년 기상청이 조직 내 비리를 없애고 개혁하기 위해 출범시킨 창조개혁기획단의 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내부 자정을 담당하던 공직자가 향응을 통해 해임된 일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 들은 “책임은 민간 업체에 있다”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새 장비가 아깝다”
당일 예보도 ‘땡’


지난 2014년엔 납품비리 행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공직비리 기동점검’ 결과 발표에서 기상청 담당자가 기상장비 납품과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는 등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2013년에 기상청에 대한 비리점검도 실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 공무원 E(47)씨는 검정기준에 미달되는 기상측기를 준공처리 하기 위해 성능확인을 거부한 산하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 두 차례 이어진 준공검사에서 부적격 처리된 장비를 납품업체 이사의 부탁으로 산하기관에 준공처리를 하도록 지시한 것도 밝혀졌다.

기상청이 수억원대의 기상장비를 입찰할 때마다 납품 비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계속 접수된다. 연이은 내부고발에 한 기상청 고위 공직자가 자진 사퇴했다는 말도 있다. 기상청 내에서 내부고발 투서가 이어지는 이유로 파벌싸움의 폐해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Y대와 S대 출신이 파벌을 이루며 음해 등을 펼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기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상청의 고질적인 비리는 학연과 인맥으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만큼 폐쇄적인 학벌 조직 문화가 기상청 내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이종훈 전 의원은 기상청에 대해 “Y대와 S대 출신 ‘기피아’들이 학연으로 유착되며 요직을 장악하고, 퇴직 후에도 용역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했다. 기상청이 이종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년간 2개 학교 출신이 기상청 5급 이상 승진자 중 40%에 달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폐쇄된 조직 사회
학벌끼리 물어뜯어


기상청은 계속된 오보와 비리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SNS에서는 오탈자로 인해 지탄을 받았다. 센스폭발이라는 단어를 섹스폭발이라고 적은 것이다. 이 일로 한동안 기상청 SNS는 조롱거리가 됐었다.

현재 기상청은 청장과 차장이 외부인사로 지정될 정도로 정부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외부인사를 지정하는 점을 문제 삼는다.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닌 고위 공직자들의 관피아 낙하산을 위한 정책이라는 의견이다. 이 주장이 무색하게 지금도 기상청에선 비리가 지속되고 있다. 개혁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재필 기자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애물단지’슈퍼컴퓨터 3호기
공짜로 준다 해도 “안 받아”

지난 4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4호기가 도입되며 지난 5일부로 슈퍼컴퓨터 3호기의 운영이 중단됐다. 기상청이 지난 2009년 500억원에 사들인 이 장비는 현역으로 충분히 사용가능해 1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전체 운영비가 해마다 60억원이 넘다보니 무상으로 주겠다고 해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슈퍼컴퓨터 1호기와 2호기도 인수처를 찾았지만 무상임에도 받겠다는 곳이 없어 창고신세가 된 전례가 있다.

2009년 500억에 매입
운영비 해마다 60억

최근 고등과학원(KIAS)이 슈퍼컴퓨터 3호기의 4개 시스템 중 초기시스템 한 개를 분리해서 인수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 나머지 시스템에 대한 수요조사를 벌였지만 인수처를 찾을 수 없었다. 슈퍼컴퓨터 3호기도 1,2호기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까지 수요조사를 벌였지만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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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풍 공작’ 노상원, 탈북민 휴민트 접촉 정황

[단독] ‘북풍 공작’ 노상원, 탈북민 휴민트 접촉 정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12·3 불법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임에도 정보사 안가서 군 간부들과 회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비상계엄 때 활동할 HID 요원 선발을 계획했다. 회의를 마친 노 전 사령관이 수시로 접촉한 이들이 있다.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이다. 노 전 사령관이 실제 북풍 공작을 실행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계엄 전부터 회의를 진행한 데 중 한 곳이다. 탈북민 출신 휴민트도 연루돼있다.” 한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주도한 이 모임의 장소는 대방아트센터로 알려진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중앙신문단 건물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12·3 불법 계엄과 관련된 회의를 진행했다. 계엄 전 적극 회의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군·정보사 관계자들은 노 전 사령관이 회의를 마치면 탈북민 출신 휴민트(Human Intelligence)와 접촉했다고 강조했다. 21세기의 대북 첩보는 HID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과 탈북민이 휴민트로 활동하며 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정성욱 대령과 김봉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과 회동한 이후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이 만난 휴민트들은 현직 군인이 아니다. 정보사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해 ‘민간인 블랙’이라고 하지만 현재 휴민트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과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안양과 신길동 인근서 만났고 불법 계엄 직전까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정보 소식통은 “노 전 사령관이 국정원 파견 근무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이들이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대북 첩보를 제공해 이쁨받을 때 이들의 공이 컸다. 노 전 사령관은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과 회의한 내용을 항상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탈북민 출신 휴민트는 휴민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북 첩보를 알고 있는 이들이다. 북한 현지서 활동하다 내려와 대북 교란 전략과 혼란 유도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정보사 중앙신문단 위장 ‘대방아트센터’ 회동 노, 탈북 출신 휴민트 미팅 후 김용현에 보고?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국정원이 관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육군 대북 첩보 공작 전문인 820(인간정보)병과에서 관리한다. 노 전 사령관은 150(일반정보) 출신이다 보니 대북 첩보 및 공작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일부 언론서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전문가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민 출신 휴민트라면 ‘북풍 공작’ 적임자라고 볼 수 있다. 속초서 교육받은 북파공작원들이 공작 행위에 뛰어나다고 하지만 탈북민 출신들을 능가할 순 없다. 군은 수십년간 탈북민 출신들을 휴민트로 적극 활용해 왔다. 이들이 있었기에 북한과의 ‘정보 전쟁’서 우위를 점해 왔다”고 단언했다. 노 전 사령관과 신길동 건물서 만난 인물은 총 3명이다. 김 대령과 노 전 사령관, 정승욱 대령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모인 장소는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대방아트센터다. 탈북민들은 이곳을 대성공사라는 국가정보원 안가로 알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도 왕래하긴 하지만 정보사 소속의 6073부대 겸 중앙신문단 건물이다. 과거에는 중앙정보부·정보사·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국방정보본부·경찰 등 5개 기관이 이곳에서 탈북민을 합동으로 신문했다. 중앙신문단으로 명칭이 바뀐 건 1994년 4월이다. 2008년에는 관련 업무를 모두 경기도 시흥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로 넘겼다. 합신센터는 국정원이 관리했다. 2010년 탈북민 급증으로 합신센터가 모든 인원을 수용하지 못하자, 중앙신문단은 2014년까지 4년 동안 다시 탈북민을 받았다. 중앙신문단장인 김 대령은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HID 파견을 주도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대방아트센터서 정 대령과 함께 불법 계엄 선포 3주 전부터 HID 요원 선발을 논의했다. 3주 전부터 HID 선발 논의 정 대령은 최근 공수처 소환조사에서 “중복되는 인원은 최종 조율했고, 김 대령이 노 전 사령관이 ‘인원들 중에서 전라도 출신은 제외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 조사를 받은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대방아트센터서 선발한 HID 요원들이 서울로 오면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회의한 내용을 노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HID 요원들이 체포한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을 수용할 방법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인 B1 벙커 외에도 추가적인 구금시설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방아트센터는 이미 장기간 수용과 심문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다. 공수처는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하는 수사2단이 이 건물을 본부로 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에 강하게 집착했다.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들을 고문할 물품까지 준비했다. 지난해 11월17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롯데리아서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다 나올 것”이라며 “야구방망이, 니퍼, 케이블 타이 등 물건을 준비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해서는 ‘직접 심문’ 의사를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달 1일 안산 롯데리아서 정 대령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노태악은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갖다 놓아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는 등 심문 과정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정 대령은 이때 노 전 사령관에게서 A4용지 10여장 분량의 문서를 전달받았다. 선관위 직원 체포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와 자료였다. “북서 활동한 공작·대북 혼란 야기 전문가” 공조본, 노 진술 거부 사실관계 확인 못해 그중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이라고 적힌 명단엔 선관위 전산 직원 5명, 정보보호 직책 직원 2명, 선관위 산하기관인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직원 23명 등 모두 30명의 이름이 담겼다. 정 대령은 최근 공수처 조사에서도 “선관위 직원 30명 이름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해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선관위 개별 직원들의 직책과 이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 외 실무 직원들의 이름은 공개돼있지 않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수사2단은 모두 현역 군인으로 구성됐는데 선관위 직원 명단 확보는 군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함께 자리한 김 대령에게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 직원을 확보하고 ‘부정선거 자수 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 대령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20일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을 배포하고 ‘햄버거 회동’을 통해 “선관위 직원들을 사실상 자유를 박탈하는 수단(필요하면 케이블 타이 논의)까지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정보사 ‘체포조’의 구체적인 도구 사진까지 공개했다. 송곳, 망치, 야구방망이, 케이블 타이, 안대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사 간부는 30여명의 체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포승줄과 복면 등을 준비, 요원들에게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군 정보 소식통은 “검찰이 공개한 사진 속 도구들은 정보사 물품이 아니다. 비상계엄이 지속됐다면 수사2단서 쓸 물품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보사 내부는 현재 그야말로 아사리판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계엄에 개입되면서 존폐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다. 특히 대북 첩보·공작 비전문가들이 두루 요직을 차지하면서 문 사령관을 향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에 신임 100여단장으로 취임한 정모 준장은 문 사령관의 최측근이자 공작 비전문가”라며 “100여단장으로 150출신을 내세우는 건 간첩이 판치라는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보망 초토화 공작요원들과 HID로 이뤄진 100여단은 지금까지 820특기 출신이 여단장을 맡아왔고, 820 내부서 준장으로 임기제(2년) 승진을 해왔다. 820특기 내부서 준장 승진자가 없는 경우에는 100여단 내에 있는 최선임 대령이 여단장 직무 대리를 맡아 왔다. 공작요원, HID 등 인간정보를 주특기로 하는 이들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100여단장이 공작 업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 된 셈이다. 다른 군 고위 관계자도 “이미 정보사 간첩 사건으로 휴민트망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인데 비전문가가 여단장을 맡은 건 정보사 문 닫으라는 소리”라며 “내부서도 분노가 상당하다. 간부들이 내란범 최측근의 말을 듣겠냐”고 되물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