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방통대 황금인맥' 대해부

연세대보다 금배지 많이 달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명실공히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2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나 전 국민의 1%가 넘는 75만에 달하는 동문의 보팅 파워는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는 지난 4월13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방통대 출신이 총 24명 당선됐다고 밝혔다. 방송대 출신으로는 송영길(인천 계양을, 중어중문학과/일본학과), 천정배(광주 서구을, 교육학과), 안상수(인천 중·동구강화·옹진군, 중어중문학과), 노웅래(서울 마포갑, 중어중문학과),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국어국문학과) 등의 의원들이 있다.

동문의 보팅 파워

또 김종태(경북 상주시 군위·의성·청송군, 경영학과), 이진복(부산 동래구, 행정학과), 박완수(경남 창원시 의창구, 행정학과), 오영훈(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을, 경제학과) 지상욱(중구성동구을, 법학과), 이종걸(경기 안양시만안구, 중어중문학과), 이철규(강원 동해삼척시, 행정학과/동대학원),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법학과) 등 모두 24명의 의원들도 이곳 출신들이다.

이처럼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동국 방송대 총장 직무대리는 “수준 높은 커리큘럼과 시·공간 제약이 적은 온라인 중심 교육이 강점인 방통대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1순위로 선택하는 대학”이라며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도 다수의 방송대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방통대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방통대는 1972년 3월9일 대한민국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개교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37만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고 수업의 70%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직장인에게 특히나 인기가 높은 대학이다. 졸업생 63만명, 재학생 12만명으로 총 75만명의 동문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1% 이상이 방통대 출신인 셈이다. 75만의 동문 파워는 표심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에게 당연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동문파워를 의식하고 입학했느냐는 질문에 방통대 관계자는“ 그런(동문 파워) 부분이 고려됐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방통대 출신의 의원들 중 방통대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학과와 일본학과 등 2개 학위를 방통대에서 취득했다. 송 의원은 “방통대는 학습 동아리가 잘 돼 있어서 동아리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공부한다”며 “좋은 교재가 있고 친절하게 학습 방법을 도와주는 멘토들이 있어 방통대의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배움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어과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00학번인 송 의원을 필두로 01학번 안상수 의원, 04학번 이종걸 의원, 노웅래 의원 등이 중어중문어학과 출신이다.

서울 81명 고려 37명 성균관 27명 연세 23명
방통대 출신 24명 입성 “위상 확인”

방통대 출신 의원들은 순수 졸업생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학위를 따기 위해 온 사람으로 나뉜다. 순수 졸업생으로는 새누리당 이진복·이철규 의원, 더민주 김영주 의원이 있다. 이진복 의원은 1995년 방통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1999년 행정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해 동아대 대학원 지방자치행정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배움의 길을 이어갔다.

이철규 의원도 방통대에서 행정학을 수학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김영주 의원은 방통대에서 국어국문학 학위 취득 후 서강대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반면에 김종태 의원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방통대 경영학과를 전공해 두 개의 학위를 수여받았다. 안상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뒤 방통대에서는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20대 초선의원인 김정우 의원도 안상수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졸업 후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방통대로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노웅래 의원은 1983년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를 마친뒤 방통대에서 중어중문학과 학위도 취득했다. 박완수 의원은 이례적으로 1976년 방통대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경남대 행정학과에 진학해 1979년 졸업했다.

국회의원 중에는 부부가 동시에 방통대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 2009년 부인인 배우 심은하씨와 함께 진학했다. 지 의원은 법학과, 심씨는 문화교양학과를 수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지 의원은 심씨의 학업을 돕기 위해 함께 진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에는 방통대 광주·전남 총동문회와 총학생회가 천정배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한 일도 있다. 말 그대로 동문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당시 방통대 총동문회와 총학생회는 지지 성명을 통해 “천정배 후보는 4선의 국회의원과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하고 지난해 방통대에 편입해 동문이 됐다”며 “박사학위를 위해 유명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과 달리 교육학에 대해서 더 공부할 기회를 갖고 싶어 방통대에 편입해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단히 노력하려는 자세가 바로 진정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천정배 후보라면 DJ정신을 계승해 호남정치를 복원할 적임자라 믿는다"라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방통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방통대가 자신에게 다시 공부할 기회를 준 학교”라며 “20대에 대학을 졸업한 후,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기회가 없었는데 방통대에서 약 40년 만에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학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라며 “배우는 즐거움은 젊을 때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느낄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큰 발전 이뤄”

이동국 방통대 총장 직무대리는 “많은 국회의원이 방통대에서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더욱 큰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대 출신 국회의원 동문이 20대 국회에서 국민을 위해 더 많이 애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의원 출신대 보니…

20대 국회에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로 조사됐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인적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쉽게 바뀌진 않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전체 당선자의 98%(269명)가 4년제 대학 이상을 나왔다. 서울대는 전체 의원의 26%에 해당하는 81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그 뒤로는 고려대 37명, 성균관대 27명, 연세대가 23명을 기록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는 새누리당의 이주영(5선), 나경원, 유기준(4선) 의원 등 중신을 비롯해 초선인 강효상·정종섭 의원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희상, 이석현(6선), 이종걸(5선), 김진표·오제세·진영(4선) 의원 등이 동문이다. 한 서울대 법대 출신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에 법률 분야 전문가가 많이 진출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숫자가 많긴 하지만 원래 우리 과가 똘똘 뭉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국회에서 따로 동문 모임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고학력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여야 정당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인물’에 괴리가 큰 점은 문제”라며 “선거 때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 약속을 실행할 사람은 엘리트 일색으로 채우는 것은 공약 이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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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이슈에는 ‘김건희’ 석 자가 으레 따라붙는다. 여권 내에서조차 김건희 여사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사를 지키려는 자와 보수를 지키려는 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건희 여사를 놓고 용산의 고심이 깊다. 끝까지 품고 가자니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다. 반대의 경우에는 보수층의 분노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의혹이 김 여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은 못 숙인다? 지난 2021년 12월16일 검은 정장을 입은 김 여사(당시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에 섰다.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약 13년간 5개의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던 때라 작은 리스크조차 큰 걸림돌이 되던 시점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서 김 여사는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자신의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이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났다. 대선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관저 증축 문제부터 최근에는 KTV 국악 공연 관람 논란까지 다방면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을 겨냥해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5대 실정인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 ▲채상병 순직 ▲양평고속도로 ▲명품가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중 세 개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이다. 특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터진 문제로 ‘김건희 리스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논란이 소위 말하는 ‘몰카 공작’이자 ‘정치적 공작’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함으로써 본인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여사가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사과해” vs “못 해” 정치권 연일 기싸움 ‘활동 자제’ 꺼낸 친한계…여권 폭풍전야 민주당은 “김 여사를 구하기 위해 측근들이 고작 생각해 낸 핑계가 ‘몰카 범죄 피해자’라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김 여사는)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그렇게 억울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설날 특별 대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며 “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여사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던 도중 변호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이 전부다. 당이 뒤숭숭하던 당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 (김 여사가)사과를 한다 해서 민주당이 곧바로 공세를 멈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묵살하고 가자니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여사의 사과 공방은 4·10 총선을 거쳐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번지면서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8월22일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김 여사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바로 다음날인 8월23일 김 여사는 서울역에 있는 쪽방촌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청와대에 미국 상원의원 부부를 초대해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생일인 김 여사가 상원의원 부부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아직 남은 의혹이 산더미인데 검찰의 무혐의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과 함께 마포대교를 찾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를 비롯한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 등을 방문해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다고 전했다. 머리 한 올 안 보이게… 이날 행보를 두고 여권은 유독 크게 반응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9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에 상정하겠다며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라도 김 여사가 여론을 자극할 만한 공개 행보는 자제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를 통해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현장의 민심이 어떤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부부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CBS 라디오서 “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라며 “공개 활동을 한다는 건 국민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좀 참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홍 시장은 “각종 구설수 때문에 국민이(김 여사의 행보를) 악의적으로 본다”며 “소나기가 내릴 땐 피해 가는 게 옳다”고 훈수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도 김 여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용산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계는 김 여사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친한(친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다른 결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은 김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용산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사과 필요성을 말해왔다. 그런 한 대표가 이제는 사과 표명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또다시 정부여당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에는 ‘일부 친한계 의원 사이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단순히 사과를 넘어 김 여사의 거취를 직접적으론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한계 세력이 본격적으로 윤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여사가 사과하기에는 너무 늦었을뿐더러 야당의 공격 수위가 잦아들 것이란 기대가 없으니,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보다 느슨한 수준인 ‘활동 자제 요구’로 논란을 일단락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친한계의 여론에 친윤계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자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당초 대선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 내에서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아직은 친한계 세력이 탄탄하지 않지만 김 여사의 사과 표명 여론을 타고 급성장한다면 용산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용산이 제2부속실 설치를 띄우며 진화에 나선 와중에도 김 여사 이름은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야금야금 새어 나오고 있다. 여의도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명태균씨가 폭로한 공천 개입 논란부터 “한 대표를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까지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명씨가 주장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쟁점이었으나 지금은 여권 인사의 갑론을박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김 전 행정관은 논란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한 대표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정보가 새어 나간 게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용산과 여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추가 폭로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심이 돌아선다면 그때는 김 여사의 거취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서 용산과 여당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영부인이 고개를 숙이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신평 변호사는 김 여사의 사과가 탄핵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탄핵 정국의 전야’라는 제목의 글 통해 “여러 언론의 논조나 야권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탄핵 정국의 전야인 것 같다. 머지않아 탄핵정국이 조성된다는 뜻”이라며 “국회는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한 대표를 중용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의 복기서 유추할 수 있듯 그(한 대표)나 야권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 여사의 사과는 바로 탄핵 정국 조성의 화려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는 탄핵의 사유인 직무상의 중대한 위법 사유가 없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서 탄핵 기각 결정이 선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벼랑 끝에서도 아내 지키는 이유? “윤, 누구보다 특검법 잘 아는 검사” 그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 대표 세력은 보수 진영서 확실하게 추방돼 엄청난 화근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여의치 않은 듯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언제까지 영부인의 방패막이 되어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특검법 통과를 막고 있지만 (이탈하는 의원이)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야당에서는 (특검법이) 서너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 통과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때마다 보수가 합심해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 당 상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결과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 등으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총 108석이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반대 2표와 무효, 기권이 각각 1표로 총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비록 재의결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8표까지 거의 다 왔다”며 통과될 때까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 여사가 사과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 여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사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현시점서 살아 있는 권력은 윤 대통령인 만큼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검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 안에서는 용산이, 밖에서는 야당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8표만 넘기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여사 한 명이 사과하면 끝날 일을 두고 108명이나 되는 의원을 일일이 단속하고 있다”며 “3년 내내 서로 힘 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있으니, 민생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비판도 덧붙였다. 남다른 아내 사랑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SNS에 자신을 ‘애처가’라고 소개했다. 김 여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쥴리’ 의혹을 반박하고 당시 불거졌던 각종 처가 리스크도 정면 돌파했다. 취임 이후 점점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그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결국,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윤 대통령 오직 한 사람은 김 여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