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건설현장은 지금… 2019년 막노동 일당 공개

새벽에 나와 하루 8시간 13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건설 현장서 일을 하면 “못 배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들이 흔히 3D(Difficult, Dirty, Dangerous)직업이라며 기피하는 직군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다. 적당한 순화용어도 없이 그저 ‘노가다’라는 일본발 속어로 불리우며 멸시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산업역군으로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이들의 임금 상황과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인부의 하루 8시간 근무 시 임금은 13만264원으로 올해 상반기 12만5427원보다 3.85% 증가했다. 13만254원은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6283원이다. 

오르긴 했는데…
임금 상황은?

평균임금 현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전체 123개 직종 중 91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공사직종은 전반기 대비 3.03% 상승, 광전자 4.36%, 문화재 3.23%, 원자력 0.42%, 기타 직종은 4.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전기공사 물량 확대로 전기공사 기사는 26만1628원으로 전 분기보다 8.9% 상승했다. 전기공사 산업기사도 23만1347원으로 9.45% 올랐다. 그에 반해 플랜트·원자력 직종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플랜트 배관공(-2.3%), 플랜트 제관공(-3.7%), 플랜트 기계 설치공(-1.8%), 플랜트 케이블 전공(-2.7%) 등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원자력도 마찬가지였다. 원자력 플랜트 전공은 지난 분기 20만9162원서 올해 하반기 19만7852원을 기록하며 5.4%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원자력 용접공도 19만7852원으로 6.17% 감소했다.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보통인부 하루 일당은 하반기 13만264원으로 전년동기 11만8130원보다 9.31% 올랐으나 전반기 12만5427원에 비해선 3.85% 상승에 그쳤다. 

이번 결과에 대해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위축 지속에 따른 건설 물량 축소가 인력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통계는 전국 2000개 공사현장의 2019년 5월 건설근로자 임금을 조사·집계한 것으로 지난 1일부터 건설공사 원가계산에 적용할 수 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 임금의 실거래가를 직종별로 살펴봤다.

경기도민간고용서비스단체 관계자는 “보통인부의 경우 평균적으로 13만원을 받는다”며 “우리말로 잡부라고 하는데 보조, 심부름,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13만254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보다 3.85% 증가…상승세 둔화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한 물량 축소 이유


직업소개소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시멘트, 회반죽 등 미장재료를 이용해 구조물의 내외표면을 바르는 작업을 하는 미장공은 22만원, 벽돌, 치장벽돌 및 블록쌓기 및 해체하는 조적공의 경우 22만원서 28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높은 곳의 임시 비계서 각종 작업에 종사하는 비계공의 경우 24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철근의 절단, 가공, 조립, 해체 작업에 종사하는 철거공은 15만원서 20만원의 임금이 책정된다.

구조물의 바닥, 벽체, 지붕 등의 누수 방지 작업을 하는 방수공의 경우 20만원서 25만원의 임금을, 목공은 22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석재 설치 또는 붙이거나 일반 쌓기로 구조물을 축조하는 석공의 경우 20만원을 받는다. 건물 등에서 목재, 철재, 샷시 등으로 된 창 및 문짝을 제작 또는 설치하는 창호공의 경우도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미장공 21만4502원, 조적공 19만2633원, 비계공 22만8462원, 철근공 21만2935원, 방수공 15만3086원, 형틀목공 20만7239원, 건축목공 20만3532원, 석공 20만4974원, 창호공 19만5972원, 포장공 18만5736원을 받았다. 

실거래가와 통계치를 비교해보면 실거래가가 적게는 1만∼2만원서 3만∼4만원까지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술의 유무에 따라 보통인부와 확연한 임금 차이를 보였다. 

실거래가와 통계치의 차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전문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 임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통계와 다른 
실거래가 왜?

건설근로자의 경우 작업환경이 척박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용직 근로자 업무의 특성상 매일 일을 하기에 육체적인 한계와 근로일이 불규칙하기도 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실시한 건설 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설 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지난해 기준 16만5299원이다. 팀장 및 반장급 일당은 20만4909원,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은 일당 13만4528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당 건설 노당자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3429만8566원(월 285만원)으로 일당에 미치지 못했다. 팀장 및 반장급과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의 평균 연소득도 각각 4389만원(월 365만원), 2868만원(월 239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일당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연소득(월급)이 적은 이유는 고된 노동과 일감 부족으로 20일 이상 일할 수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한달 동안 근무한 건설현장은 평균 1.3곳, 평균 근무일 수는 20.3일이었다.  


근무 환경도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교육은 수시로 받았다는 응답이 85.1%로 많았고 안전장비인 안전대와 안전모를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은 각각 5.8%, 0.8%에 그쳤다. 

▲ 대한건설협회 건설 분야별 임금 현황

건설현장의 화장실 유무에 관한 질문에는 98.7%가 있다고 답했지만, 샤워실이 있다는 응답은 65.3%에 그쳤다. 화장실이 있어도 개수나 크기 등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2.2%로 조사됐다. 화장실이 더럽다는 응답(48.7%)과 접근 등이 불편하다는 응답(29.6%)도 많았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불편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 계획 수립 시 여성노동자의 근로환경 제반시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쉬지 못하는
인부의 한숨

이와 관련해 한 건설노동자 A씨는 “대형건설사는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마련돼있는 반면, 중견사의 경우 여성들을 위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며 “법으로는 건설 현장에 화장실, 샤워실 등을 설치하라고 명시돼있지만, 명목상 컨테이너로 된 간이화장실을 하나 갖다놓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도 “근로자의 날 서울 시내만 나가봐도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며칠 전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건설사의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해당 기업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많다보니 비교적 안전한 환경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지만, 작은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열악한 현장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과반수”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건설 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이 너무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건설업계의 꼼수로 피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지난 7월9일 청와대 앞에서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3만7000건의 서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1996년 12월 제정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8년부터 건설근로자퇴직공제 제도가 시행됐다. 건설 사업주는 고용한 일용건설노동자들에 대해 매월 근로일수를 신고하고 공제부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공제금은 건설 노동자가 퇴직할 때 소정의 이자를 더해 지급된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주가 납부하는 공제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공제금액은 4000원이었고 지난해 한차례 인상됐지만 4800원으로 증가폭이 미미한 실정이다.

작업환경·개인능력 따라 수십만원 차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퇴직공제금도 문제

플랜트건설노조 조현일 교육선전국장은 “노후 퇴직금 적립률이 하루 담배 한 갑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퇴직공제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행령이나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퇴직 공제금액은 5000원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다. 더욱이 퇴직공제금 예외규정도 폭넓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총 공사비가 3억원 이상일 경우 공제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기준은 100억원이다. 조 교육국장은 “민간과 공공기관의 차이가 막대하게 커서 누가 봐도 낮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업계와 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법도 업계서 통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말하는 쪼개기 계약이다. 총 사업비가 100억원 이상이어도 공사계약을 분할하는 수법으로 공제금 납부 의무를 피하는 것이다.

조 교육국장은 “지난해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정비건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당시 5000명의 노동자가 일했지만, 퇴직공제금을 적용받는 인원은 450여명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적은 공제금마저도 건설업체가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랜트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의 월별 평균 근로일수가 15일가량이지만 건설업주가 실제로 납입한 공제금액은 6.4일치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나동원 과장은 “현재 2018년 통계자료를 만드는 중”이라며 “다음 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담배 한 갑 
수준 받고…

노동자민중당 정희성 대표는 이날 발언서 “건설 노동자에게 퇴직공제금은 노후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늙어서 리어카를 끌거나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명우 정책실장은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서 처리가 안 되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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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주범’ 김용현·여인형 증거인멸 교사 적용 내막

‘계엄 주범’ 김용현·여인형 증거인멸 교사 적용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미 방첩사와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지시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은 절차부터 논란이 많았다. 계엄에 가담해선 안 되는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부터 군의 국회 난입, 부실한 회의 등 하자 투성이다. 내란이자 불법 계엄이라는 지적이 거센 이유다. 핵심 인물들은 사실상 불법성을 인식했다. 이들은 관련 문서 파쇄와 핸드폰 교체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은폐 지시 누가? 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지난해 12월6일 자신의 수행 장교 A씨에게 계엄 당시 같이 탔던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기록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A씨를 조사하면서 “이진우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라고만 지시를 내렸나, 아니면 블랙박스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나?”라고 묻자 그는 “받아들이기에 (블랙박스를)없애야 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실제 A씨는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차량서)A도 다 들었다는 생각에 (블랙박스에)그 내용이 남아 있게 되면 나중에 엉뚱하게 오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블랙박스에도 대통령 목소리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A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고, 블랙박스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3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주요 인사 체포를 위해 국회로 출동했던 요원의 복귀를 지시한 방첩사 간부를 크게 질책했다. 3시간 뒤 그는 방첩사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서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해 “체포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목적 없이 나갔다고 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이 초기부터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같은 날 아침 8시30분에도 방첩사 주요 간부를 모아놓고 “‘이송·구금 지시 없이 맹목적으로 출동했다’고 진술할 수 있는 부대원이 있다면, 그렇게 내용을 정리해서 메모하게 해 달라”라고 말했다는 방첩사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 문서 파쇄 핸드폰 교체 비화폰 서버 확보? 수사기관 압수수색 하세월 특히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간부들에게 체포조 운용 관련 증거를 없애라고 강조했다. 간부들은 하급자들에게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하달했으나 “못 없앤다”며 대부분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급자들은 검찰이 방첩사를 압수수색할 때 여 전 사령관의 지시와 관련된 물증들을 보존해 왔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엔 여 전 사령관이 체포를 지시한 1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정직 공무원이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집사’로 알려진 양호열씨는 김 전 장관의 지시로 3시간에 걸쳐 파기한 자료가 세절기(파쇄기)통 세 번을 비울 정도였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양씨는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경호처에 채용됐다.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긴 뒤에도 경호처에 적을 두고 비공식적으로 김 전 장관 운전사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김 전 장관은 자료 폐기 후에도 양씨에게 ‘(김 전 장관의)휴대전화를 파기하고 다른 것으로 교체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양씨는 공관 뒤로 이동해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순 다음 쓰레기통에 넣었다고 한다. 또 김 전 장관은 공관 서재 서랍 속에 있던 노트북을 주면서 함께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노트북은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작성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씨가 “그냥 버리면 될까요”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이 “모두 파쇄하라”고 지시해 망치로 부쉈다는 것이다. 양씨는 파쇄 과정서 손가락을 다쳤다고도 진술했다. 양씨가 증거를 인멸하는 동안 김 전 장관은 하루 종일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양씨는 문서 등을 파쇄한 날 오전에도 김 전 장관 부부와 생선구이 식사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당시 김 전 장관 부인은 김 전 장관을 향해 ‘왜 그랬냐’ ‘혼자 다 뒤집어쓰겠네’라고 걱정했다고 양씨가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다음날인 같은 해 12월6일 변호사를 만났고, 이틀 뒤 새벽 1시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같은 달 27일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서 “계엄 상황이 끝났기 때문에 자료를 파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쇄기통 세 번 비워” 검찰은 양씨의 진술들이 김 전 장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계엄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정황 증거로 보고, 향후 재판서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호처 비화폰 관리 실무 담당자인 송모 경호관은 지난 25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출석해 “김 전 장관이 비화폰을 반납한 게 12월13일 또는 12일이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5일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리했는데, 비화폰 반납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했을 당시에도 비화폰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역시 12월7일까지 경호처 비화폰을 갖고 있다가 반납해, 증거인멸에도 이를 활용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송 경호관은 이날 ‘김 전 장관 비화폰 뒷번호가 9400번 맞느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번호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 비화폰이 경호처에 “봉인돼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원을 켜면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봉인된 비화폰을 확보해야 된다. 내란 주요 종사자의 휴대폰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누구보다도 (검찰이)먼저 나서서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다그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비화폰 압수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은 변호인을 통해 물밑 접촉을 시도 중이다. 김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인 고영일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이들을 수차례 접견했고,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과도 접견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고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국회 국정조사 특위 증인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과 20일, 두 차례 접견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달 3일·9일·17일, 그리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 출석 하루 전날인 이달 3일까지 총 4차례 고 변호사를 만났다. 물적 증거 확보 난항 이들은 증거인멸 우려로 인해 변호인 외 접견이 금지됐었으나 군형집행법 등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 역시 변호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접견 중 교도관 참여나 청취·녹취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계엄 핵심 인물들이 이 같은 규정을 허위 증언·진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 신분인 자의 적극적 방어권 행사지만 관련자를 도우려 말을 맞추거나 진술을 오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당국 관계자들의 녹취가 허용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행위를 여러 차례 파악했지만 통상 교사가 아닌 직접적 행위는 처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죄 입증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서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위조,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등 재판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은 ‘인멸한 증거 가운데 공범의 것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76년 6월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형사 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경우, 이 행위가 비록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더라도 피고인을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이 발생했더라도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변호인 통해 접촉 시도 “진술 오염” 우려 내란 수괴 혐의, 윤 보호용 증거 없애기? 우선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에 대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했고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 외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기소할 정황과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어 언제 누구에 대해 추가 기소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장관을 포함한 계엄 핵심 인물들의 증거인멸 지시 행위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전 장관과 이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등은 윤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거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다.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비상계엄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지난 27일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1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오후 2시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오후 3시 김용군 전 정보사 대령 ▲오후 4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 절차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재판부는 이날로 준비기일을 끝내고 다음 기일부터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들어간다. 또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병합해 심리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윤 대통령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재판부에 배당된 내란 혐의 피고인만 6명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만 함께 기소되고 나머지는 별도로 기소돼 5개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각 피고인의 직업, 지위마다 12·3 비상계엄 상황서 수행한 역할과 세부 혐의가 달라 분리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 1~3회의 ‘집중심리’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사건을 병합하고, 방어권 보장 차원서 2~3주에 1회 정도 재판을 희망하고 있다. 확인해도 처벌 불가?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서 김용현 등의 증거인멸 지시는 교사로 처벌될 순 있지만 문서 파쇄 등의 직접적 인멸 행위는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 이들의 행위가 차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영향을 미친 정도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윤 대통령의 재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 외에도 구속 기소된 인물들의 증언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