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학살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송영인, ‘국정인 대학살’ 주장 이종찬·이강래 옥죈다
당시 기조실장 이강래 “송영인 주장 허위 주장 불과”

김대중 정부 초 일어난 ‘국정원 대학살’ 사건으로 국정원이 뒤늦은 내전에 돌입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국정원에 근무하는 대공 전문요원들이 대거 숙청당했으며 그 결과 대공 전문가들이 거의 멸종(?)됐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에서 581명, 기무사에서 900명, 경찰에서 2500명, 검찰에서 40 명 등 모두 4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국정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취임한 지 33일 만인 1998년 4월1일, 국정원 소속 대공요원 581명이 퇴직 당했다. 이른바 ‘국정원 대학살’이다. 이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강래 기조실장이 지목받고 있다. 10여 년 만에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내부의 전쟁을 추적했다.

국민의 정부가 지난 1998~1999년 국가정보원(당시 안기부)의 대공파트 및 국내담당 인사 581명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직시킨 사건이 10여 년 만에 정치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시 숙청의 현장에 있었던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국사모) 송영인 회장이 10년 만에 입을 뗐기 때문이다.

송영인 ‘국정원 대학살’
“이종찬·이강래 주도했다”

송 회장은 숙청 당시 관여했던 인물로 이강래 현 민주당 원내대표를 꼽았다. 송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가 당시 국정원 숙청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다.

송 회장의 증언이 나오면서 국가정보원은 DJ정부가 직원들을 대량해직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끝에 인사라인 담당자들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당시 해직과정에 관여한 직원 2명을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동안 국정원 숙청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지만 실체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정권교체 후에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국사모는 당시 직권 면직된 2, 3급 고위간부 출신 21명으로 구성됐다. 송 회장은 <일요시사>를 만나 이강래 원내대표가 관여한 사건의 전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송 회장은 “DJ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33일 만인 1998년 4월1일, 국정원 소속 대공요원 581명이 일거에 숙청됐다”며 “숙청은 DJ의 최측근으로 기조실장에 임명된 이강래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별기준은 ▲김대중 반대파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친분 관계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며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 대상자로 몰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해직 인사를 가려내기 위해 전북 고창 출신인 K씨를 통해 선별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K씨는 국정원 내 한직에 있다가 이 원내대표가 기조실장으로 오자 인사정책기획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또한 이 원내대표의 대경상고 동문이기도 했다.
“학살 작업에 반발한 인물들에게는 고문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 회장은 “학살 작업에 나선 사람들은 학살에 반발하는 경상도 출신 현직 1급 부서장급 간부들을 지하실로 끌고 가 팬티까지 벗기는 등 가혹한 고문을 감행했고, 그 결과 피해자 중에는 이 충격에 ‘실어증세’까지 일으키는 등 중증장애로 일생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폭로했다. 

숙청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묻자 송 회장은 “집단해직의 방편으로 ‘재택근무’에 명한다는 기상천외한 비정상 조치까지 동원됐다. 표면적으로 IMF로 인한 구조조정이라고 해놓고, 그들은 581명을 해고시켰다. 얼마 후 그 빈자리에 민변 출신 변호사등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호남 출신 등 검증도 되지 않은 500여 명을 특채라는 편법으로 채워 국정원 요직을 장악하게 했다. 강제해직 작업에 직접 관여했던 사람은 당시 인사기획관이었던 K씨였다. 그는 곧 계장에서 일약 총무관리실장(1급)에 올랐고, 조사과정에서도 그는 끝까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조사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또 “당시 국정원에 검사로 파견돼 이강래 기조실장과 함께 핵심역할을 하다가 법무부로 옮겨 기획관리실장직에까지 승승장구했던 S씨는 2009년에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며 “그러나 김만복 전 원장 직계로 보안법 철폐를 주장했던 K씨는 국정원의 요직 중의 요직인 수사국장자리에까지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사에 대해 송 회장은 “김성호 전 원장은 노무현 시절에 법무장관을 지냈고,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면서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강제해직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받은 김 전 원장은 2008년부터 베테랑급 조사요원을 투입해 조사를 시켰다”며 “조사는 현 원장인 원세훈으로 이어져 2009년 6월에 완료됐고, 6개월 동안 연인원 300여 명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 진상은 이 대통령에게만 보고됐을 것이고, 국민에게는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단지 2009년 2월, 김성호 전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직 직원 모임인 양지회 간부들과 회식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전 원장은 강제해직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드러났고, 그때 관여했던 직원들 상당수가 사법처리를 받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이 주장한 ‘국정원 대학살’사건 이후 해직자 581명 중 불과 21명만이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내고 투쟁에 나섰다. 2003년 9월 법원은 ‘불법 면직이기 때문에 집단해직은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들 중 9명만 복직시키고 12명은 ‘2000년 6월30일자로 퇴직시킨다’는 소급퇴직 명령을 내려 복직을 불허했다. 국사모는 또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이종찬 변호사와 당시 기조실장이었던 이 원내대표를 상대로 형사소를 제기했지만 검찰은 2004년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 이를 기각했다.

국사모는 2004년 3월 “소급퇴직과 퇴직금 지급시점 사이 기간(2년 4개월) 동안의 퇴직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국사모는 2004년 10월12일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송영인(약 1600여 만원)과 김명선(약 1400여 만원)에게 모두 3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이를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공탁 등의 절차도 없이 퇴직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국사모는 2004년 11월23일 법원 집달관을 대동하고 서울역을 급습해 국고로 입금되는 돈을 가집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에서 패소했고, 2006년 6월16일 대법원도 국사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2년3개월에 걸친 법적공방은 막을 내렸다.

이후 송 회장을 비롯한 국사모 회원들은 ‘국정원 대학살’ 진상조사를 끝까지 이어갔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게 됐다는 게 송 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원 차원에서 내부감찰을 실시한 끝에 인사담당자의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국정원 측이 고발조치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잘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송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강래 당시 기조실장
“국사모 주장 사실과 달라”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강래 원내대표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이 원내대표가 연루됐다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조선일보>의 검찰 출입기자가 (사실관계를) 잘못 전달한 것 같다”며 “이번 사건에서 이종찬, 이강래 대표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번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1997년 대선 직후 인수위 시절에 정부조직개편위원회에서 핵심 책임자로 일했다. 당시 위원장은 박권상 전 KBS 사장이었고 이 대표가 실무책임자로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며 “IMF 시절이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각 부처별로 10% 감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의 경우 30%까지 감축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현장인력 필요성을 제기해 10% 정도로 감축됐다. 이러한 감축안은 행정자치부를 통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8년 DJ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당시 이 대표는 2개월 10일밖에 국정원에 있지 않았고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올라갔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은 근무성적, 인사기록, 감찰 자료 등을 평가해 선정했으며,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또한 구조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자연감소분과 정년퇴직, 명예퇴직 등을 고려해 적용했다. 송씨가 주장하고 있는 581명도 사실과 다르다. 행자부에 올린 인원은 522명이었고 그중에 36명이 최종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 측은 특히 “이번에 국정원에 고발을 당한 인사도 그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4~5년 전에 있었던 업무와 관련해 잘못된 점을 발견해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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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