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잡는 ‘마법의 시약’ 실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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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흘린 증거 “스프레이로 잡는다”

[일요시사=사회팀] 불명예스럽지만 한국은 세계적으로 높은 이혼률을 자랑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최근 들어 ‘불륜 시약’이라는 묘한 스프레이가 등장해 불신이 싹튼 부부관계를 헤집고 있어 문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부부사이는 더욱 더 그렇다. 특히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봤거나 경험해본 경우는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나타난 제품이 있다. 바로 ‘불륜시약’이다. 배우자의 외도와 불륜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테스트 시약이다. 이제는 흥신소 없이도 의심의 응어리를 푼다.

1분 만에 ‘OK’

배우자의 외도 현장을 잡기위해 007 뺨치는 특수 장비들이 동원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휴대가 간편한 ‘불륜시약’은 음성적으로 널리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고 휴대가 간편한 불륜시약은 스프레이 한 방으로 배우자의 외도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제는 흥신소 없이도 탐정놀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은 목적으로 개발한 첨단 장비들이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잡는 불륜시약 장비로 판매되고 있어 ‘음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불륜시약 물건들은 당초 범죄를 막기 위해 개발됐다. 그런데 이러한 장비들이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잡는 불륜시약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불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을 때, 라이터만한 소형 녹음기나 캠코더가 인기였다. 그러나 최근엔 첨단 위치 추적기와 더불어 불륜 여부를 한방에 확인할 수 있는 불륜시약까지 등장했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해온 40대 주부 A씨는 남편의 불륜 증거를 찾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써 봤다. 처음 A씨가 사용한 방법은 남편의 차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녹음기에는 자신의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결혼생활 16년이 되던 해, 남편이 회사 여직원과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A씨는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A씨는 이같은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그 여직원을 해고하라고 남편에게 종용했다. 하지만 적반하장이었다. 남편은 미안한 기색 없이 오히려 아내를 의부증에 걸린 환자처럼 취급했다.

A씨는 “심증을 느낀 여자들은 외도사실을 확실하게 알 때까지 잠을 못 잔다”며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위치추적, 흥신소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불륜의 확실한 물증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A씨는 결국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남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것이다. 이 제품은 2분 간격으로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제품이었다. 결국 A씨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잡을 수 있었고, 남편이 약 일주일 동안 한 모텔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팬티에 뿌리면 성관계 여부 확인 가능
정액 배출 자국으로 배우자 외도 판별

하지만 위치추적기는 당초 불륜 확인 용도로 나온 것이 아니다. 범죄행위 방지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다. 물론 A씨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사용하게 됐다.


보통 불륜시약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주문량이 대폭 늘어났다. 업체관계자는 “하루 내방 손님 10명 중 8명은 모두 배우자의  불륜 행위로 인해 증거를 잡을 목적으로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방범용으로 나온 공이나 라이터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들도 판매하고 있다. 불륜 현장을 직접 촬영하기 위한 것이다. “배우자가 여행을 가면 집이 2∼3일 비는데 그런 때 모텔로 안가고 (외도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게 의심스러울 때 이런 거(초소형 카메라) 하나 갖다 놓으면 3∼4일씩 간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끄는 제품은 바로 1분 만에 외도 증거를 잡을 수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불륜시약’이라 것이다. 이 ‘불륜시약’은 배우자의 속옷에 뿌리면 외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깨끗한 속옷의 경우 시약에 반응하지 않지만 만일 외도를 저질렀다면 정액이 속옷에 묻어 있어 시약을 뿌린 속옷이 빨갛게 변한다. 관계 후 아무리 청결히 씻더라도 여성의 경우 약 5일동안 미량의 정액이 흘러나온다. 남성 역시 관계 후 2∼3일간 미세한 정액이 흘러나오거나 소변과 함께 배출된다. 또 자위를 통한 정액인지 남녀관계를 통한 정액인지를 구분할 수 있고 노래방, 자동차, 모텔 등의 대략적인 장소구별도 가능하다고 한다. 속옷은 말한다. 증거는 반드시 자국을 남긴다고. ‘불륜 시약’은 ‘불륜 헌터’인 셈이다.

배우자의 속옷 주요 부위에 먼저 노란색 시약을 뿌려 충분히 스며들게 한 후 같은 부위에 붉은 색 시약을 뿌린다. 만약 정액의 흔적이 있다면 해당 부위가 붉은색과 보라색으로 변하게 된다. 검출량이 많을수록 시약의 반응 속도는 더 빠르고 확연하게 나타난다. 외도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 증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업체관계자는 “답답하신 분들이 이 제품을 찾는데, 그런 분들이 제품을 사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불륜시약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한 주부 A씨는 불륜시약을 두고 “정말로 그것(외도 사실 확인) 때문에 미치고 환장하겠으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궁금한데 어떻게 하냐. 혼자 끙끙 앓느니”라며 “대신 자신이 판단한 것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말든지”라고 외도 현장 포착을 위한 배우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주문량 폭증

이와 같은 세태에 대해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불법적인 방법까지 써가면서 배우자를 감시한다면 부부관계가 상당히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히려 이런 불륜 감시도구는 부부불신을 더욱 조장해서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륜 확인장치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가정을 파괴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프레이 한방으로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캐내는 불륜시약은 시대착오적 제품일까, 아니면 부부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탱해주는 필요악일까. 어쨌든 비상식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불륜시약은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시약 사용자 B씨는 아내의 속옷에 이 스프레이를 뿌려 색깔이 변하자 아내를 다그쳤다. 하지만 분석을 해보니 정액은 발견되지 않았고 아내는 이를 문제삼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정액을 감별하는 특수시약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30명 불륜 뒷조사
최첨단 흥신소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월 심부름센터를 차린 뒤 위치추적 장비를 이용해 불륜 뒷조사 등을 해온 혐의로 업주 이모(여·51) 씨와 이를 도운 남편 최모(56) 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경기 안산에 심부름센터를 차려 놓고 130여 명의 고객으로부터 “배우자의 불륜 행적을 알아봐 달라”는 등의 의뢰를 접수한 뒤 승용차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미행하는 등 불륜 현장을 촬영, 총 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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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