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키맨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4:02:05
  • 댓글 0개

열쇠 쥔 문지기 "전씨네 비밀금고 연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한 수사가 어느덧 중반전에 접어 든 가운데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수사의 무게 중심이 '숨겨진 재산 찾기'보단 '자금의 출처 규명'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돈'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관심은 이 돈이 원래 '누구 것'이었냐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친인척, 주변 인물 등 모두 40여명을 지난달 25일 출국금지했다. 이들은 '전두환 비자금'의 이동 경로를 알고 있거나, 재산 은닉 과정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다. 사실상 이 40여명의 진술에 따라 이번 수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전두환 비자금'의 키맨들을 조명했다.

[키맨1] 전두환 처남 이창석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으로 그의 부인인 이순자씨의 남동생이다. 전 전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전두환 비자금'의 창구가 이씨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씨는 자신의 매형인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3년 '동일'이라는 철강 납품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4년부터 포항제철과 독점적인 납품 계약을 맺고, 동일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당시 동일이 올린 연매출은 5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씨는 1988년부터 5공 비리 수사 대상에 올라 검찰 조사실을 오갔는데 동일을 운영하며 회삿돈 29억여원을 횡령하고, 17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였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는 의견과 함께 이씨를 법정 구속했고, 그렇게 세간의 관심에서 이씨는 멀어졌다.


하지만 이씨는 1995년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이자 핵심 관리인으로 이씨가 지목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인 1986년부터 1987년 사이 조성한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뭉칫돈이 이씨 계좌를 통해 오고 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이씨를 놓아줬다. 이씨가 돈을 굴리던 1993년 전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이라 계좌 추적이 쉽지 않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수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관리되던 비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으로 전환했다고 믿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할 때마다 이씨의 이름은 빠짐없이 오르내린다. 추정 거래가만 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부동산도 의심스럽지만 전씨 일가와의 '묻지마 땅거래'는 숱한 의문을 낳는다.



이씨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소유한 부동산의 특징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땅이 유독 많다는 것인데 등기부상으로 이씨는 자신의 부친에게서 이 땅들을 증여받은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땅의 규모나 개발 가치 등을 따져봤을 때 통칭 '오산땅'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이해된다. 정황상 오산땅의 구입 경로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전씨 일가와의 '통큰 거래'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2월 이씨는 본인 소유의 양산동 땅 95만㎡(28만여평) 중 46만㎡(14만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게 넘겼다. 매도 금액은 28억원, 추정 공시지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땅의 절반은 건설업체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매입했는데 박 사장이 매입한 금액은 400억∼50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즉 똑같은 땅을 재용씨에게는 헐값에 넘기고, 박 사장에게는 웃돈을 얹어 매도한 셈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재용씨가 이 땅을 2년 뒤 박 사장에게 400억원을 주고 되팔았다는 것에 있다. 2년 새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선지급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셈을 대신했다. 이 용인 땅은 이후 299억원에 팔려 재용씨의 곳간을 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재용씨는 용인 땅의 매각대금을 제외하고도 앞선 거래에서 미납된 340억원을 2009년 9월부터 100억원, 140억원, 100억원 순으로 차례로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양도세도 내지 않았다. 외삼촌 이씨와의 거래 당시 본인으로의 소유권 이전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씨는 재용씨의 '미등기'를 눈감아줌으로써 조세포탈을 꾀한 공동정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이씨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일대 땅 2만6000여㎡(8000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딸인 효선씨에게 증여했다. 추정 공시지가는 약 40억원. 공교롭게도 이씨가 양산동 땅을 매각한 시점과 관양동 땅을 증여한 시기는 일치한다. 현재 이 관양동 땅 위에는 효선씨가 소유한 20평대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는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이처럼 이씨가 땅을 굴리는 과정에서 전씨 일가에게 사실상의 '재산 증여'를 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성강문화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도 장남인 재국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점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의) 주 타깃은 이씨"라며 "자금의 원천을 찾아 그 돈에 의해 전씨 일가의 재산이 증식됐다는 것을 캐내야 하는데…. 그 핵심 역할을 한 것이 이씨"라고 소견을 밝혔다. 다시 말해 전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주로 이씨가 관리했고, 이 비자금이 이씨를 통해 전씨 일가에게 배분됐다는 의혹이다.

이씨의 재산이 그의 사회경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용씨가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부채 규모가 거의 6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씨는 약 160억원을 출자해 재용씨를 도왔다. 그간 재용씨가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대출받을 때 이씨 명의를 사용해 온 점도 의미심장하다. 외삼촌 이씨가 전씨 일가의 자금줄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키맨2] 이창석 친구 박정수

그렇다면 이씨는 그에게 굴러온 비자금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이씨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타인 혹은 신탁기관 등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씨는 한 부동산신탁회사를 통해 ‘오산땅’을 비밀리에 관리해왔다.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된 땅은 등기부상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고, 사법 당국의 강제집행 목록에서 사실상 제외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평소 이씨는 자신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에 땅을 맡겨 놓고, 매도가 필요한 시점에는 부동산신탁회사를 끼고 자신이 직접 땅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겨왔다. 그러나 땅의 성격 자체가 '전두환 비자금'의 차명 재산이란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씨는 주로 자신의 지인들을 통해서만 땅을 거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키맨으로 부상했다. 이씨의 수상한 거래마다 박 사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양산동 땅 매각 과정에서 박 사장의 실명은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재용씨와 같은 땅을 매입하면서 공시지가보다 100억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년 뒤 재용씨가 산 땅은 다시 400억원에 매각되는데 이를 매입한 이가 바로 박 사장이었다. 불과 2년 전 재용씨가 28억원에 샀던 땅을 박 사장은 열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사장은 재용씨에게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 수익권을 보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재용씨는 본인이 받은 수익권 외에도 외삼촌 이씨의 수익권마저 행사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봤다.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이 삼자거래로 박 사장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씨와 박 사장이 짜고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불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사장은 이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친구로 알려져 있다. '20년 지기'인 둘은 또 다른 오산땅을 수천억원에 거래하면서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땅(평화농장 포함 4개 필지) 29만여평이 2010년 건설업체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팔렸는데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의 설립자가 다름 아닌 박 사장으로 밝혀진 것이다.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박 사장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로 약 3000가구 규모의 인근 주거단지 조성에 관여하고 있다. 이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가 이씨로부터 매입한 양산동 땅의 매입가는 모두 4666억원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이 매각대금을 전씨 일가와 이씨가 균등하게 나눴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박 사장을 소환해 오산땅의 매입 경위와 거래에 쓰인 자금 내역 등을 조사했다. 당시 박 사장의 진술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추가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사장과 관련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노컷뉴스>는 박 사장 측근의 말을 인용, "박 사장이 '내가 이창석씨 비자금을 관리해주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해 전두환 비자금이 이씨를 거쳐 박 사장의 차명 재산으로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추징수사 속도… 수상한 돈 속속 드러나
일가·친인척·주변인물 등 40여명 출국금지

[키맨3] 전재용 친구 류창희


수사 초창기엔 장남인 재국씨가 조명 받는 분위기였지만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 이후 상황은 사뭇 다르다. 비교적 출처가 불분명한 재국씨의 재산과 달리 재용씨와 연관된 부동산은 비자금이 직접 녹아든 정황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용씨 소유의 서울 이태원동 고급 빌라 3채는 재용씨가 지난 2004년 조세포탈 수사를 받던 시기 드러난 국민주택채권의 차명 재산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재용씨가 외조부로부터 받았다는 167억원가량의 채권 중 73억원을 비자금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재용씨는 이 빌라 3채 중 2채를 매각해 수사 개시를 전후, 비자금을 별도로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재용씨는 여러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각종 자금을 끌어 썼는데 재용씨의 사업파트너로 알려진 류창희씨는 재용씨가 벌인 대부분의 사업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소위 '전재용 비자금'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왔다.

류씨는 재용씨의 오랜 친구로 전해진다. 그는 2003년 재용씨와 SW회사 오알솔루션즈코리아(웨어밸리)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웨어밸리 직원 계좌로 들어온 괴자금 130억원을 추적했는데 수사망이 좁혀오자 류씨는 대표에서 물러나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재용씨가 현금화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민주택채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로 류씨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류씨는 서울 성북동 자택에 있던 자료를 트럭을 통해 대거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류씨는 재용씨의 주력 회사인 비엘에셋의 이사로 근무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비엘에셋의 대표를 역임했다. 류씨 아버지 명의는 재용씨의 부동산 거래에 차명으로 이용되는 등 류씨 일가도 '전두환 비자금'의 조력자란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 2004년 검찰 조사를 받았던 류씨는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무기명 채권을 매각한 돈 15억∼17억원을 사업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9일 웨어밸리의 서울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해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사 양수도 관련 자료,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키맨4] 전재국 친구 전호범

최근 장남 재국씨는 한 법조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괴롭다. 낼 돈이 없다. 이번 상태가 정리되고 나면 내년쯤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이번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재국씨나 재용씨가 낼 수 있는 추징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검찰 수사에 회의를 드러내며 "이미 20년이나 지난 일인데 전두환 비자금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말했다. 자금의 원천을 밝혀내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관련자들의 증언을 빼고선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계산이다.

특히 장남 재국씨의 창고에서 나온 미술품과 골동품의 경우 예상보다 가격이 낮을뿐더러 구입 경로 등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호범씨의 도피성 출국은 뼈아프다.

전씨는 지난 16일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시점에 미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전씨는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와 재산 형성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전씨는 재국씨와 함께 지난 1993년 <아르비방>이라는 미술 전문비평서를 창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그리고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시기는 <아르비방>을 출간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계 한편에서는 "컬렉션 목록이 너무 과장됐다"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한 건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전씨가 재국씨의 비자금 세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 45동 305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천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을 주고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긴 셈이다. 검찰은 '전재국 비자금'의 관리인으로 전씨를 지목하고 있다.

전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전씨는 주변과 연락을 끊고 한국과 미국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비자금' 일부가 해외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평소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 구입한 명화들을 해외 수장고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