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키맨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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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쥔 문지기 "전씨네 비밀금고 연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한 수사가 어느덧 중반전에 접어 든 가운데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수사의 무게 중심이 '숨겨진 재산 찾기'보단 '자금의 출처 규명'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돈'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관심은 이 돈이 원래 '누구 것'이었냐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친인척, 주변 인물 등 모두 40여명을 지난달 25일 출국금지했다. 이들은 '전두환 비자금'의 이동 경로를 알고 있거나, 재산 은닉 과정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다. 사실상 이 40여명의 진술에 따라 이번 수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전두환 비자금'의 키맨들을 조명했다.

[키맨1] 전두환 처남 이창석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으로 그의 부인인 이순자씨의 남동생이다. 전 전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전두환 비자금'의 창구가 이씨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씨는 자신의 매형인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3년 '동일'이라는 철강 납품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4년부터 포항제철과 독점적인 납품 계약을 맺고, 동일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당시 동일이 올린 연매출은 5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씨는 1988년부터 5공 비리 수사 대상에 올라 검찰 조사실을 오갔는데 동일을 운영하며 회삿돈 29억여원을 횡령하고, 17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였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는 의견과 함께 이씨를 법정 구속했고, 그렇게 세간의 관심에서 이씨는 멀어졌다.


하지만 이씨는 1995년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이자 핵심 관리인으로 이씨가 지목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인 1986년부터 1987년 사이 조성한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뭉칫돈이 이씨 계좌를 통해 오고 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이씨를 놓아줬다. 이씨가 돈을 굴리던 1993년 전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이라 계좌 추적이 쉽지 않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수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관리되던 비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으로 전환했다고 믿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할 때마다 이씨의 이름은 빠짐없이 오르내린다. 추정 거래가만 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부동산도 의심스럽지만 전씨 일가와의 '묻지마 땅거래'는 숱한 의문을 낳는다.



이씨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소유한 부동산의 특징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땅이 유독 많다는 것인데 등기부상으로 이씨는 자신의 부친에게서 이 땅들을 증여받은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땅의 규모나 개발 가치 등을 따져봤을 때 통칭 '오산땅'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이해된다. 정황상 오산땅의 구입 경로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전씨 일가와의 '통큰 거래'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2월 이씨는 본인 소유의 양산동 땅 95만㎡(28만여평) 중 46만㎡(14만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게 넘겼다. 매도 금액은 28억원, 추정 공시지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땅의 절반은 건설업체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매입했는데 박 사장이 매입한 금액은 400억∼50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즉 똑같은 땅을 재용씨에게는 헐값에 넘기고, 박 사장에게는 웃돈을 얹어 매도한 셈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재용씨가 이 땅을 2년 뒤 박 사장에게 400억원을 주고 되팔았다는 것에 있다. 2년 새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선지급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셈을 대신했다. 이 용인 땅은 이후 299억원에 팔려 재용씨의 곳간을 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재용씨는 용인 땅의 매각대금을 제외하고도 앞선 거래에서 미납된 340억원을 2009년 9월부터 100억원, 140억원, 100억원 순으로 차례로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양도세도 내지 않았다. 외삼촌 이씨와의 거래 당시 본인으로의 소유권 이전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씨는 재용씨의 '미등기'를 눈감아줌으로써 조세포탈을 꾀한 공동정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이씨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일대 땅 2만6000여㎡(8000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딸인 효선씨에게 증여했다. 추정 공시지가는 약 40억원. 공교롭게도 이씨가 양산동 땅을 매각한 시점과 관양동 땅을 증여한 시기는 일치한다. 현재 이 관양동 땅 위에는 효선씨가 소유한 20평대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는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이처럼 이씨가 땅을 굴리는 과정에서 전씨 일가에게 사실상의 '재산 증여'를 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성강문화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도 장남인 재국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점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의) 주 타깃은 이씨"라며 "자금의 원천을 찾아 그 돈에 의해 전씨 일가의 재산이 증식됐다는 것을 캐내야 하는데…. 그 핵심 역할을 한 것이 이씨"라고 소견을 밝혔다. 다시 말해 전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주로 이씨가 관리했고, 이 비자금이 이씨를 통해 전씨 일가에게 배분됐다는 의혹이다.

이씨의 재산이 그의 사회경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용씨가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부채 규모가 거의 6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씨는 약 160억원을 출자해 재용씨를 도왔다. 그간 재용씨가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대출받을 때 이씨 명의를 사용해 온 점도 의미심장하다. 외삼촌 이씨가 전씨 일가의 자금줄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키맨2] 이창석 친구 박정수

그렇다면 이씨는 그에게 굴러온 비자금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이씨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타인 혹은 신탁기관 등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씨는 한 부동산신탁회사를 통해 ‘오산땅’을 비밀리에 관리해왔다.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된 땅은 등기부상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고, 사법 당국의 강제집행 목록에서 사실상 제외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평소 이씨는 자신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에 땅을 맡겨 놓고, 매도가 필요한 시점에는 부동산신탁회사를 끼고 자신이 직접 땅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겨왔다. 그러나 땅의 성격 자체가 '전두환 비자금'의 차명 재산이란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씨는 주로 자신의 지인들을 통해서만 땅을 거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키맨으로 부상했다. 이씨의 수상한 거래마다 박 사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양산동 땅 매각 과정에서 박 사장의 실명은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재용씨와 같은 땅을 매입하면서 공시지가보다 100억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년 뒤 재용씨가 산 땅은 다시 400억원에 매각되는데 이를 매입한 이가 바로 박 사장이었다. 불과 2년 전 재용씨가 28억원에 샀던 땅을 박 사장은 열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사장은 재용씨에게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 수익권을 보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재용씨는 본인이 받은 수익권 외에도 외삼촌 이씨의 수익권마저 행사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봤다.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이 삼자거래로 박 사장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씨와 박 사장이 짜고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불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사장은 이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친구로 알려져 있다. '20년 지기'인 둘은 또 다른 오산땅을 수천억원에 거래하면서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땅(평화농장 포함 4개 필지) 29만여평이 2010년 건설업체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팔렸는데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의 설립자가 다름 아닌 박 사장으로 밝혀진 것이다.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박 사장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로 약 3000가구 규모의 인근 주거단지 조성에 관여하고 있다. 이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가 이씨로부터 매입한 양산동 땅의 매입가는 모두 4666억원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이 매각대금을 전씨 일가와 이씨가 균등하게 나눴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박 사장을 소환해 오산땅의 매입 경위와 거래에 쓰인 자금 내역 등을 조사했다. 당시 박 사장의 진술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추가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사장과 관련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노컷뉴스>는 박 사장 측근의 말을 인용, "박 사장이 '내가 이창석씨 비자금을 관리해주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해 전두환 비자금이 이씨를 거쳐 박 사장의 차명 재산으로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추징수사 속도… 수상한 돈 속속 드러나
일가·친인척·주변인물 등 40여명 출국금지

[키맨3] 전재용 친구 류창희


수사 초창기엔 장남인 재국씨가 조명 받는 분위기였지만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 이후 상황은 사뭇 다르다. 비교적 출처가 불분명한 재국씨의 재산과 달리 재용씨와 연관된 부동산은 비자금이 직접 녹아든 정황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용씨 소유의 서울 이태원동 고급 빌라 3채는 재용씨가 지난 2004년 조세포탈 수사를 받던 시기 드러난 국민주택채권의 차명 재산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재용씨가 외조부로부터 받았다는 167억원가량의 채권 중 73억원을 비자금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재용씨는 이 빌라 3채 중 2채를 매각해 수사 개시를 전후, 비자금을 별도로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재용씨는 여러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각종 자금을 끌어 썼는데 재용씨의 사업파트너로 알려진 류창희씨는 재용씨가 벌인 대부분의 사업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소위 '전재용 비자금'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왔다.

류씨는 재용씨의 오랜 친구로 전해진다. 그는 2003년 재용씨와 SW회사 오알솔루션즈코리아(웨어밸리)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웨어밸리 직원 계좌로 들어온 괴자금 130억원을 추적했는데 수사망이 좁혀오자 류씨는 대표에서 물러나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재용씨가 현금화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민주택채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로 류씨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류씨는 서울 성북동 자택에 있던 자료를 트럭을 통해 대거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류씨는 재용씨의 주력 회사인 비엘에셋의 이사로 근무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비엘에셋의 대표를 역임했다. 류씨 아버지 명의는 재용씨의 부동산 거래에 차명으로 이용되는 등 류씨 일가도 '전두환 비자금'의 조력자란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 2004년 검찰 조사를 받았던 류씨는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무기명 채권을 매각한 돈 15억∼17억원을 사업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9일 웨어밸리의 서울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해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사 양수도 관련 자료,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키맨4] 전재국 친구 전호범

최근 장남 재국씨는 한 법조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괴롭다. 낼 돈이 없다. 이번 상태가 정리되고 나면 내년쯤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이번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재국씨나 재용씨가 낼 수 있는 추징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검찰 수사에 회의를 드러내며 "이미 20년이나 지난 일인데 전두환 비자금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말했다. 자금의 원천을 밝혀내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관련자들의 증언을 빼고선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계산이다.

특히 장남 재국씨의 창고에서 나온 미술품과 골동품의 경우 예상보다 가격이 낮을뿐더러 구입 경로 등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호범씨의 도피성 출국은 뼈아프다.

전씨는 지난 16일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시점에 미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전씨는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와 재산 형성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전씨는 재국씨와 함께 지난 1993년 <아르비방>이라는 미술 전문비평서를 창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그리고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시기는 <아르비방>을 출간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계 한편에서는 "컬렉션 목록이 너무 과장됐다"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한 건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전씨가 재국씨의 비자금 세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 45동 305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천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을 주고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긴 셈이다. 검찰은 '전재국 비자금'의 관리인으로 전씨를 지목하고 있다.

전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전씨는 주변과 연락을 끊고 한국과 미국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비자금' 일부가 해외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평소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 구입한 명화들을 해외 수장고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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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