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장기적출용 표적납치 실상 추적

6개월 만에 찾은 아이 목욕 시키다 기절초풍 “콩팥 하나가 사라졌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표적납치를 당할 뻔한 사례가 떠돌고 있다. 과거에는 보통 연약한 여성을 타깃으로 정한 반면 요즘은 건장한 젊은 남성을 장기적출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떠도는 납치 수법은 불특정 다수 중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은 뒤 며칠씩 미행한 후 납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신종납치인 표적납치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표적납치. 그 섬뜩한 실태를 공개한다.

수원 여대생 살인사건의 주범 오원춘. 그는 피해자의 장기는 그대로 두고, 360여 점에 달하는 생살 포를 떠 전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의 엽기적인 시신훼손수법은 여론으로부터 인육제공 및 장기밀매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수사결과는 단순 살인으로 치부됐고, 오원춘이 인육·장기밀매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풀리지 못한 채 종결됐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화하는 표적납치

그런데 최근 몇몇 사람들이 SNS 괴담으로만 인식됐던 인신매매와 그에 따른 장기적출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외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표적납치 대상이 된 경험이 있었고, 최악의 경우 장기적출까지 될 수도 있었다며 당시 소름끼치는 상황을 꼼꼼히 되짚어 사람들에게 표적납치 실태를 적극 알리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7)씨는 2번이나 끔찍한 상황을 경험했다. 평소처럼 일을 끝내고 볼일이 있어 아는 동생의 집에 들러 나오던 날 새벽 2시 즈음, 이씨는 택시비를 아끼려고 집까지 20∼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갔다. 그는 유난히 추운 날씨 때문에 집으로 향하는 골목 사이길, 즉 지름길로 걸어가던 중 미모의 젊은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성은 계속해서 이씨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는 그대로 여성을 지나치려 했다.

그때 5m도 채 안 되는 곳에서 낯선 할아버지가 이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 할아버지는 “학생, 찹쌀떡 1개만 사줘”라며 이씨를 멈춰 세웠다. 이씨는 잠시 망설이다 ‘추운데서 고생하시는데 1개만 사주자’라는 생각에 돈을 꺼냈다. 순간 뒤에서 라이트와 함께 차 시동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 좋은 상황을 직감한 이씨는 그길로 앞만 보고 부리나케 뛰었다. 이씨가 눈치 챘다고 생각한 낯선 남성 3명은 차에서 내려 곧바로 이씨를 뒤쫓았다. 아파트 2층에 거주하고 있던 이씨는 재빨리 계단을 뛰어 올라가 몸을 숨겼다. 숨소리 하나 새어나오지 않게 입도 틀어막았다. 뒤따라오던 남성 3명은 이씨가 평생 잊지 못할 이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 XX새끼 구두 신었는데 X나 빨리 튀네. 방금 튄 자식 짐도 들고 있었는데…. 우리가 차를 좀 더 앞쪽으로 세워놨으면 잡을 수 있었는데 아깝다. 에이 그만가자.”

이씨의 2번째 표적납치는 위 사건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그는 2번이나 이런 경험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한탄했다. 1번째 납치상황을 직면하고 난 후 가급적 새벽길은 피했던 이씨는 어느 날 늦은 오후 즈음, 서울 송파구의 친구 집으로 향했다. 그는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던 중 우연히 한 커플이 진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씨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커플 쪽으로 향했지만 그는 애써 모른척하며 지나치려했다.

SNS에 표적납치 당할 뻔한 후기 잇따라 올라와
인적 드문 골목길에 항시 대기…남성도 예외 없어 

그때 건물 앞에서 통화하고 있던 할아버지가 이씨를 가로막았다. 그 할아버지는 “학생, 가락동 30-13번지가 어디야?”라며 이씨에게 길을 물어왔다. 할아버지의 질문에 이씨는 “그런 주소가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 이씨는 ‘설마 서울인데…’라며 그때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섬뜩했던 지난 일이 잊혀 지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은 항상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그 할아버지가 “흐흠”하며 헛기침을 하자 라이트가 꺼진 봉고차가 이씨 측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엄습해왔던 이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집 앞에 나와 있어달라”고 부탁했고, 아파트가 즐비한 주택가를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이씨가 갑자기 뛰자 처음에는 천천히 따라오던 봉고차도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다리 힘이 풀리고 폐에 무리가 갈 정도로 질주한 뒤에야 집 앞에 마중 나와 있던 친구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씨는 끔찍했던 2번의 경험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SNS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요즘 납치 및 장기적출 하는 것은 남자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절대 우발범행이 아닙니다. 납치할 사람을 며칠간 미행하다 표적의 동선을 파악한 뒤 특정 날짜와 시간대를 정해 범행을 한다고 하네요. 밤늦게 밖에 돌아다니지 마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원·분당·송파 등
수도권 곳곳에 대기


이와 비슷한 사례는 분당에서도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남성은 분당시 서현동에서 표적납치를 당할 뻔 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더듬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남성은 서현동 인근 모 대형 쇼핑몰 근처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5시30분쯤 아르바이트를 끝낸 그는 쇼핑몰 앞에서 한가롭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술에 취한 듯한 남성 3명이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술 취 했으면 집에나 곱게 들어가지…’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뜨려했던 순간, 한 할아버지가 “학생, 불 좀 빌려줘”라고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라이터를 할아버지에게 줬고, 할아버지는 감사의 표시로 갖고 있던 따뜻한 캔커피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할아버지의 호의가 고마웠지만 “저는 괜찮으니 대신 할머니 갖다 드리세요. 이 시간에 나와 계시면 할머니 걱정 하실 텐데 얼른 들어가세요”라며 끝내 거절했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 뒤에서 시동 걸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떨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경직됐다. 그때 할아버지가 그에게 “에이XX. 야, 뛰어가.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뛰어!”라고 소리쳤다. 대답할 정신도 없이 앞만 보고 분당구청 앞 횡단보도까지 달린 그는 건너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전 그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술 취한 남성 3명이 건너편에 봉고차를 세우고 누군가를 찾는 듯 계속 두리번거렸던 것. 이 일이 있고나 후부터 그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고, 아직도 그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미끼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날 바로 납치됐을 수도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살려준 것 같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례는 실제로 납치까지 이어지지 않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괴담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작년 즈음 예전 실제 장기적출 사건의 피해자 측이 법 제정을 호소하며 호소문을 통해 피해사례를 낱낱이 공개했기 때문. 피해자는 16세의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학생이었고, 남학생의 아버지는 일부 장기가 적출되어서 온 아들을 껴안고 하염없이 오열했다고 전해졌다. 다음은 피해자 아버지의 호소문 중 일부를 발췌했다.

“어느 날 갑자기 길거리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습니다. 내 아이는 16살의 자폐아입니다. 아들을 되찾으려 전국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잃어버렸던 자리에서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진짜 부모 아니면 못 알아볼 정도로 거지꼴이 되어서 왔습니다. 집으로 데려가 아이를 목욕 시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몸에는 알 수 없는 칼자국이 있었고 곧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콩팥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이것은 약과입니다.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은 내 아이보다 더한 고통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표적납치,
장기적출 왜?

그렇다면 이들이 경험한 표적납치는 과연 누가, 왜, 어떠한 방법으로 행하는 것일까.

장기매매를 알선하는 관계자에 의하면 표적납치는 불법장기밀매를 위해 거치는 필수코스라고 한다. 장기밀매는 일명 통나무 사업이라고 불리며 조직폭력배의 가장 큰 자금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는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끌어들여 납치 미끼로 이용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피팅모델 혹은 연예인 지망생 모집공고를 올린 후 피해자들을 납치장소로 자연스럽게 유인하기도 한다. 또한 보호대상자인 노약자, 임신부, 어린아이를 미끼로 사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건장한 남성의 장기가 장기이식수요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어 미모의 젊은 여성을 세우는 등 새로운 납치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그럼 끔찍하고 잔인한 장기적출과정은 과연 어떨까. 우선 장기 브로커인 조직폭력배가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의 맞춤의뢰(수요자가 원하는 장기의 크기와 신선도 책정)에 의해 병원 혹은 보험회사로부터 몰래 입수한 개인의료기록 정보를 토대로 장기적출 할 대상을 결정한다. 이후 열흘 내지 보름 전까지 표적대상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일주일 동안은 납치할 기회를 본다. 납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그들은 피해자를 수면마취 시킨 뒤 수술대에 눕히고, 정신을 잃은 피해자의 배를 갈라 살아있는 채로 모든 장기들을 적출한다. 피해자는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몸 안에 있던 모든 장기를 적출 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체장기적출이다. 이처럼 잔인한 생체장기적출방법은 중국에서 먼저 암암리에 시행됐고, 외국인 지문날인제도폐지가 시행된 이후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면서 생체장기적출사건도 잇따라 증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장기적출을은 마친 이들은 남은 사체를 분쇄기에 넣어 갈거나 염산으로 녹여 하수구에 버린다고 한다. 이는 증거인멸을 위한 과정이다.

젊은여성 세워 유인…진화하는 신종미끼
“표적납치는 곧 생체장기적출로 이어져”

표적납치와 장기적출. 실제로 발생하는 일임에도 왜 언론과 정부는 이러한 일들을 단순 괴담이라고 치부할까. ‘언론계와 정치인 등이 거대 조직폭력배들로부터 뇌물과 성상납을 받았다’ ‘경찰이 수천여 명에 이르는 실종자를 찾지 못해서 괴담이라고 핑계를 댄다’ 등 추측성 이유가 난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불법장기적출·밀매는 괴담으로 종지부 지어지는 듯 했다.


그러다 작년 즈음 중국 생체장기적출을 전 세계에 폭로한 전 캐나다 국무장관 데이비드 킬고어 박사가 한국정부와 언론을 향해 “한국정부와 고위층이 전국 곳곳에서 성행하는 생체장기적출 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며 생체장기적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그는 미국의 모 언론을 통해 “중국 고위층과 연루된 ‘장기적출범죄’ 폭로 기자회견을 한국 고위층 압력으로 프레스센터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한국 고위층이 중국 장기매매 실상을 숨기려 한다. 중국 공산당이 ‘싱싱한 장기’를 얻으려 한국인을 상대로 생체장기적출·이식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한이식학회와 의사협회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마찰을 줄이기 위해 쉬쉬하는 것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접한 한국 네티즌들은 “정·재계 고위층들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해 불법 납치와 맞춤장기매매와 관련된 사실을 언론과 방송을 통해 덮으려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인권위와 피해자 측은 “인신매매와 장기적출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투명한 장기이식법을 제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장기이식수술을 하기 전후에 대면검증절차를 걸쳐 장기기증자, 장기수요자, 그들의 가족과 함께 수술부위와 기증서류를 확인하는 법안을 제시하며 이 법이 하루속히 시행되길 바라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범죄 흉포화 시켜

한 범죄 심리전문가는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범죄를 더욱 흉포화 시킨다. 납치, 유괴, 성폭력, 살인, 조직폭력, 인신매매, 장기매매, 인육매매와 같이 생명과 관련된 강력범죄는 형량을 무겁게 해 가해자들로 하여금 법의 엄중함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언론의 투명한 보도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보호와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병원에 신상정보 기록이 남아 있고, 각종 보험에 신상 기록이 있다면 10년 안에 당신과 가족은 표적납치 또는 맞춤장기매매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국가적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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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