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여사님을 지켜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상남자의 내 아내 지키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온 힘을 쏟아부어 검찰마저 친윤(친 윤석열) 체제를 구축해버렸다. 검찰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법무부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버렸다. 차장, 부장까지 모두 갈아 엎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원석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물갈이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그의 팔다리가 다 잘려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만에
좌초 위기

이번 인사 발표는 이 총장이 지방에 출장을 다녀오던 중 급작스레 이뤄졌다. 당시 이 총장은 다음 날 예정돼있던 출장을 급히 취소하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4일 대검에 출근한 이 총장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주어진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인사에 관해서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입을 뗀 뒤 말을 아꼈다.

상당히 불편한 마음과 심기가 한번에 드러난 장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강대강 매치의 데자뷔가 느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수사 지시를 내리자 갑자기 검찰 인사가 났다”며 “전날 김 여사가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 공교롭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검찰 인사가 김 여사의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방증”이라며 “김 여사는 윤정권의 불공정과 검찰 편파 수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친윤 검사의 포진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기에는 검찰 내부의 갈등,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상존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여의도서 상당히 회자됐던 사건이다.

윤석열 사단 2인자의 배신과 검찰 내 한 전 비대위원장 세력의 김 여사를 겨눈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탓이다.

수사 진행 동력 상실케 한 교체
지휘 라인 물갈이…부장·주임도?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시기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이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요청한 바 있는데, 대통령실서 대규모 숙청성 인사 카드를 꺼내들려다가 선거 후폭풍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서 물러난 뒤 장관 대행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쳤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급히 지목됐다. 박 장관은 이 총장보다 무려 10기수 선배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최근 민정수석실까지 다시 부활시켜 ‘대검 2인자’로 불리는 김주현 전 대검 차창검사를 자리에 앉혔다.

김 수석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으며, 이 총장은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7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임명 6일 만에 신속하게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현재 박 장관은 자신이 주도한 인사라며 김 수석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박 장관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인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수사 동력을 상실케 한 인사로 해석된다. 이 총장 임기 종료인 오는 9월에 인사를 진행하면 너무 늦어진다는 판단하에 단행했지만 시기가 매우 절묘하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더욱 드러난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는데,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시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김 여사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수사를 이끌어 온 중앙지검 1차장검사부터 4차장까지 전부 교체됐다. 특히 김창진 1차장의 경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이끌어왔는데,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냈다.

친윤 일색
간판 얼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지휘해 왔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됐다. 현재 이들 차장은 김태은 3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모두 비수사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등검찰정으로 발령났는데, 표면상 승진 및 전보 조치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송 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자 수사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도 법조계에선 친윤보다 더한 찐윤 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참모들 역시 이성희 감찰부장을 제외하고 양석조 반부패부장만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양 부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 농단 당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특검팀에 합류했던 인물로 손발을 맞췄던 바 있다. 

주목할 인사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전담 수사팀장을 맡게 될 형사 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은 반부패 2부장인데, 아직 부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형사 1부장과 반부패 2부장이 바뀌게 되면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등은 주요 공모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범죄수익환수부장도 포함된다. 

차장검사 보직에는 연수원 32기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배문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 검사 등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는다. 

통상 중간 간부급 인사는 고위급 인사 이후 2주 정도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인사 역시 신속히 이뤄질 계획이다.

현재 대대적 인사 조치로 인해 지휘 라인의 공백을 우려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단행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검찰의 기수 파괴 인사는 여러 번 있었다. 이런 탓에 수사 역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다수의 파격적인 물갈이로 고위간부들의 기수가 많이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도 당시에는 기수 파괴로 불렸으며, 한 전 비대위원장(사법연수원 27기)도 기수 파괴로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임명은 아니었지만, 이번 검찰 인사 역시 파격적인 기수 파괴가 이뤄졌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가까운 앞날만 바라본 근시안적 인사였던 셈이다.

후속 인사
관심 집중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자신과 김 여사를 위해 방패 역할을 하고,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검찰 내부 긴장설을 제기했던 바 있다. 조 대표 주장처럼 사실상 이번 인사는 김 여사 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 9일, 명품백을 건넸던 최재영 목사를 소환조사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온라인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 과정상 이제 김 여사의 소환 시기가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검찰은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을 훌쩍 넘겼지만,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면조사만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조사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갑작스런 인사 카드로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은 형국이다. 김 여사 수사지휘부는 중앙지검장이, 명품백의 경우 1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4차장이, 함께 명품백 수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형사1부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반부패2부의 단계를 거쳐왔다.

추후 형사1부와 반부패2부 부장이 교체된다면 더 이상의 수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직책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로, 주임검사까지 바꿔버린다면 아예 조사 자체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이 총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총장이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결국 4개월 동안 시간을 끌며 이 총장이 물러난 뒤 새로운 검찰총장이 올 때까지 수사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후속 인사 역시 이 총장 패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검찰 내부서도 김 여사 수사를 일정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검찰 일각에선 사실상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의견도 많은 만큼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찐윤’ 투입 후 공식적으로 행보
‘식물총장’ 가시화? 끝까지 대립?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며 원칙론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친윤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질의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인사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검찰총장과는 (인사)협의를 다 했고, 취임 이후 수개월 간 지켜보고 인사 요인이 있는지 고민한 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고 인지하고 (대통령이)눈치를 봤으면 좋겠다”며 “검찰 인사 교체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뤄져 국민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위험했다. 특검에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5개월 만에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 16일 대통령실서 진행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공식 오찬 자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그간 김 여사는 캄보디아 외교에 힘을 써왔다. 2022년 캄보디아 방문 당시 심장질환을 앓던 옥 로타라는 아이를 만났고, 한국서 수술을 받게 돕기도 했다. 

비공개 활동을 이어왔던 김 여사는 넷플릭스 서랜도스 공동대표와의 오찬, 제복 영웅 유가족에게 추모 편지 및 과일 바구니 선물 등 활동을 아예 멈췄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인사 라인 교체 등이 이뤄지자 모습을 나타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영부인으로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혀왔다. 앞으로도 외교 행사, 정상회담 등 공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충돌?
사퇴?

이로써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 지검장이 취임식서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건은 후속 인사 조치인데,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더라도 대통령실 및 검찰 내 친윤 세력과의 충돌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입장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전보 및 임명된 검사장과 만나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총장은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원칙, 기준에 입각한 업무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하면서 법률가로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면서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에 좌초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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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