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여론조사 논란’ 리서치DNA 대표의 항변

“당 실무진의 실수 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현역 의원들이 빠진 비공식 경선 여론조사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서 몇 가지 석연찮은 부분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민주당의 해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여론조사 회사 리서치DNA 대표의 해명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 실시했던 비공식 여론조사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서 실시한 비공식 경선 여론조사 과정서 ‘현역을 배제한 조사’가 이뤄져 당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컷오프로 인한 당내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탈당 러시로까지 이어졌고,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가 높다. 

유령회사에?
대표 관계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서치DNA가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를 활용해 비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해당 회사는 여론조사심위위원회(이하 여심위)에 등록된 정식 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다. 게다가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부분도 의혹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해당 업체 대표의 관계 특수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점차 상황이 악화일로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장직을 맡았던 정필모 의원이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했다.

정 의원의 진짜 사직 이유를 두고서도 여러 말들이 오갔다. 리서치DNA가 회사 선정이 완료된 뒤 추가로 포함됐다는 데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자, 화살은 정 의원을 향했다.


결국 정 의원은 “누군가가 전화로 분과위원에게 지시해 끼워 넣었고, 누구 지시인지는 밝힐 수 없었다”며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고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선관위원장이 알지 못한 여론조사 회사가 중간에 끼워진 셈이다.

통상 상당한 민감한 시기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 의원실과 당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여론조사 시 조사 방식, 사전 문구도 설계해서 보낸다. 문구의 경우 ‘지역의 민심을 알고 싶다’ 등으로 세세하게 정하고, 조사 내용과 텍스트까지 모두 협의한 뒤 계약서를 쓰고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목적에 관해서도 상호 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심지어 각자 녹음도 하고 필기를 통해 오갔던 단어 하나까지 점검하는 정도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리서치DNA가 갑작스레 선정된 이유와 회사 선정 공모 절차 공정성 문제까지 제기돼있다. 

조사 단어 하나까지 꼼꼼히 협의
“비공식이라 은밀하게 진행 필요”

논란이 증폭되자 민주당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지난 23일 “회사 선정 프레젠테이션(이하 PT) 우선순위에 오른 회사를 적절한 사유 없이 배제하면 불공정 논란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선관위는 경선용 조사 업무를 감안해 4개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는 등 계파를 둘러싼 당의 파열음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관계자들의 진술이나 내용을 밝혀 설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서치DNA는 여론조사 업체서 배제돼있지만, 어떤 배경으로 탈락됐다가 다시 선정됐는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필모 의원실 관계자는 “3개 회사 선정을 민주당 선관위 분과서 했고, 결과는 위원장이 보고받았다”며 “이후 1개 회사의 추가 선정이 필요하다는 분과위원의 논의가 있다는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선관위원장인 나에게 탈락된 회사를 끼워 넣었냐고 추궁했는데, 실무자가 말할 수 없다고 해 정 의원이 굉장히 화가 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 중 유독 리서치DNA가 논란이 된 또 다른 이유는 공개 여론조사와 비공식 여론조사를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비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회사명으로 리서치DNA가 아닌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가 활용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리서치DNA는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로 비교적 잘 알려진 법인회사다. 

현역 의원
분노 표출

반면 한국인텔리서치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모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소유한 회사로 확인된다.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 제6항·제8항에 따르면,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선거 여론조사 기준으로 정한 사항을 함께 공표해야 힌다. 반면, 중앙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비공식으로, 은밀하게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인텔리서치 같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서치DNA는 주로 민주당과 일을 해왔다. 실제로 민주당과 함께 일해 온 기간만 해도 30년 정도나 됐다. 이 대표와의 특수 관계 등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의 확인을 위해 해당 업체 대표를 수소문했다.


어렵게 김모 대표와 연락이 닿았고,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와의 전화 통화는 총 3번에 걸쳐 이뤄졌다. 우선 김 대표는 유령회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체불명의 유령회사설은 소설이다. (한국인텔 리서치는)단순히 여심위에 등록이 되지 않은 회사일 뿐”이라며 “등록이 돼있지 않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껏 여론조사하면서 보안을 지켜왔으며 (여심위)미등록 업체라도 비공식 여론조사가 가능해 지시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인텔리서치는 자신이 처음 여론조사 회사를 차렸을 때 만들었던 사명이다. 김 대표 본인의 개인회사가 맞고, 실체가 없는 회사가 아니라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억울하다”
간곡히 호소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는 회사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리서치DNA가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라고 공표하기 때문에 비공식 여론조사가 불가하고, 개인회사인 한국인텔리서치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 않아 비공식으로 여론조사하기에 수월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관위 내부서 참고용으로만 쓰기 위해 해당 회사를 활용한 셈이다.


단순 참고용으로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를 활용해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부분이다. 이에 김 대표는 “법인인 리서치DNA는 많이 알려졌고, 민감한 조사다 보니 한 번만 (조사)해도 금방 소문이 난다. 조용히 진행할 방법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해당 회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활용된 것은 민주당 선관위의 선거인단 투표분과 실무진과 논의를 거쳐 이뤄졌다. 현역 의원의 배제 부분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의뢰를 받고 진행하는 만큼 마음대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억울해했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와 김 대표의 해명을 종합하면 현역 의원의 배제도 김 대표가 임의대로 할 수 없다. 실제 선거 시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는데, 현역 의원 지역구서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 조사가 시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여야 특정 정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 없고 특혜 아니다”
관련자 연락했지만 대부분 답변 없어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당에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있다. 여러 회사가 나눠서 진행했고, 내가 맡았던 지역에 현역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천 전쟁에 휘말린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재 영입 인사들의 경우, 경쟁력이 특정 지역구에 있는지 따져 보는데, 일련의 과정은 지금까지 치러온 선거 국면서 늘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모 과정 및 절차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여론조사 회사를 선정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운다. 이후 후보로 선정되면 PT를 진행 뒤 내부 협의를 거쳐 선정된다. 이 과정서 실무자가 각종 제안 내용과 회사 이력을 따져보고, 여러 상황들을 종합한 뒤 통보한다. 문제는 이 과정서 실무자의 실수가 발생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내 회사가 원래 (PT 이후) 3위에 들었는데 실무자가 잘못 통보해 다른 회사에 연락이 갔다. 선정 다음 날 해당 분과서 회의가 소집됐고, 의원 수도 많이 늘어 안정적인 여론조사를 위해 회사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털어놨다. 

잘못 통보한 회사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계약철회 등의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경선 일정을 미룰 수 없었던 만큼, 자체 내부회의를 거쳐 김 대표 회사를 추가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인텔리서치는 애초에 탈락한 게 아닌, 공식 절차를 거쳐 선정됐던 셈이다. 

결국 당 실무자의 실수로 한국인텔리서치가 추가됐고 실무진은 정 의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허위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이 대표와의 관계성 특혜에 대해선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 배제 논란도 자신이 먼저 민주당에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묵묵부답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실무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그와 연락을 주고받은 당 실무자에게 연락했으나 “바쁘다”는 짧은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민주당 선관위 투표분과 실무진을 총괄하는 국장도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다. 진행하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라고만 해명했다. 

신임 중앙당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박범계 의원에게 해당 사안을 문의했으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 부위원장인 강민정 의원, 수석사무부총장이자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병기 의원에게 ‘실무자의 실수 인지 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단독> 민주당 여론조사 논란, 김 대표에게 들어보니…

<일요시사>는 김 대표와 총 세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이 중 중점적으로 보도된 사안에 관한 질문을 했고, 소상히 해명을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특수 관계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성남시 일을 계속 맡았거나, 독점적으로 했다면 문제다. 이 대표와 엮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언론의 프레임 씌우기다. 8년 동안 한 번 조사한 게 전부다. 

-민주당 비공식 경선 여론조사에서 배제됐는데…

▲당 안에서 우리 회사를 배제하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경선 조사를 수행하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빠지는 게 맞겠다 싶어 당에 알렸다. 

-공모 과정에 관한 문제도 불거졌다. 나중에 추가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는데…

▲사실은 우리가 선정됐었다. 민주당 실무자가 회사를 착각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최초에 우리 회사는 탈락했다고 통보받았다. 우리가 받아야 할 합격 통보가 다른 회사에 전달됐다. 상황이 복잡하고, 빼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있어 우리 회사가 추가로 발탁됐던 것이다. 

-(민주당으로부터)현역 의원을 배제하자는 요구가 있었나?

▲선거 때가 되면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이뤄진다. 어느 지역에 배치될지를 결정하기 전, 이곳저곳에 경쟁력 조사를 한다. 비교 판단을 한 뒤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건 당에서 성과가 있을 때다. 정당서 현역 의원들에게 일일이 “몇 사람 넣고 돌리겠다”고 보고하지 않는다. 또 위의 사안들은 여론조사 회사 임의대로 할 수도 없다. 

-한국인텔리서치로 비공식 여론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내가 가장 먼저 세운 회사로 유령회사가 전혀 아니다. 법인인 리서치DNA로 진행할 경우, 민감한 조사기 때문에 어느 회사에서 여론조사한다는 게 금방 소문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감추기 위했던 건 아니다. 조용히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당에서)민감한 조사인데, 회사 이름이 너무 많이 알려져 금방 알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이렇게(한국인텔리서치) 조사하면 되겠다”고 해서 진행됐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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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