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의 조건’ 검찰-유동규 빅딜설 실체

충신? 간신? 어떤 유혹에 넘어갔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일반 살인보다 면식범의 살인이 더 잔인한 경우가 많고, 타국과의 전쟁보다 내전이 더욱 살벌한 경우가 많은 법이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날선 폭로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의 민주당 관계자가 모여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개 비판했다.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인파가 국회에 모여 행사를 진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1200명
장외투쟁 조짐

이 모임의 주동자라고 여겨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안보가 위태롭고 민생과 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컨트롤 타워는 대체 어디에 가 있나”라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서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데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전날인 25일부터 이어져왔다. 첫 대회는 국회 본청 내 로텐더홀에서 열렸고 다음날엔 야외로 나와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후 이날 규탄대회가 계획돼있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전날 있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 때문이라 믿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매일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만큼 그의 폭로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실만 이야기하겠다”며 “내가 벌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이 대표를)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그의 ‘폭로 예고’에 다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하기 바로 전날부터 이 대표 측에 대한 이빨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구속시킨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체포한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들었다. 그가 지난해 4~8월경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총 8억4700만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경은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으로, 경선 초기 세가 약했던 이재명 캠프는 정치자금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에 김 부원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돈의 액수와 돈을 받은 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검찰은 그가 받은 8억이 대선 경선 운동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의 구속을 두고 정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권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며 반발했고, 여권은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는 김 부원장 구속에 대한 사실 자체보다 경찰이 그에게 적용시킨 혐의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초 대장동 수사를 하고 있던 검찰이 뜬금없이 왜 ‘불법 대선자금’ 혐의를 적용했냐는 것이다.

‘오른팔’ 연일 폭로…변심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은 그동안 김 부원장이 성남시의원 재직 시절부터 대장동 관련 사업에 깊게 관여돼있다고 의심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도시공사가 개발한 택지의 막대한 이익을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가져간 사건이다.

여기서 남 변호사는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와 화천대유 사이의 금전 거래 구조를 만들어낸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가 개발한 도시의 개발 이익금 수천억원을 특정 회사에서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론의 질타는 ‘도시 개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냐’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도시개발에 관련된 사람들로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언급됐다.

명실상부 이 대표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부터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 부원장 등이다. 검찰은 해당 의심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정계에선 검찰이 드디어 ‘대장동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검찰이 문제삼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받은 대선 후원금이었다.

대장동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던 수사팀이 대선자금부터 수사하는 것을 보고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토대로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낸 뒤, 연결고리를 찾아내 대장동까지 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의 사용처와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돈을 건넨 사람 중 남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미뤄볼 때, 대장동 수사에 대한 연결고리도 함께 알아낼 전망이다.

특히, 남 변호사가 8억원을 건넨 이후 김 부원장에게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경기 안양시 개발사업을 위한 탄약고 이전을 청탁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다.

연결고리
시나리오

지난 1년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대장동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결정적인 진술로 구체화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협력적인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힘을 받는 추측은 그가 검찰과 형량 거래,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했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때, 검찰은 그에 대한 추가 구속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수차례 받았다. 검찰은 석방 이유로 “법원이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을 기존 대장동 사건과 병합하지 않기로 해 석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병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다른 사건을 찾아내 연장하던 그동안 검찰의 관례를 비춰볼 때,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에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일부러 유 전 본부장을 풀어줬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날 김 부원장을 구속하면서 ‘유 전 본부장을 풀어주고, 김 부원장을 구속하는’ 그림이 연출됐다.

우호적이지 않던 시절에 풀어준 것이 아니라 수사에 매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방한 것으로 볼 때 민주당 측은 ‘검찰과 유 전 본부장 사이의 모종의 사법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동규씨가 구속돼있다가 재판 도중 석방됐는데, 속된 말로 거래가 있지 않았겠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동의하에 석방됐는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일당과 친밀한 관계로 묶었는데, 김 부원장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유동규씨 신병 확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 기자들과 차장 검사의 티타임이 있었는데 ‘병합이 돼야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이렇게 말했다”며 “병합이 안 되면 구속영장 관련해선 되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병합과 구속영장이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필수조건이냐”고 일침했다.

8억원 타고
대장동으로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그의 석방 문제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형량이 비교적 낮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뇌물죄는 액수에 따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다.

그에 반해 정치자금법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 정치자금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 중 형량을 비교적 길게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뇌물 약 9억원 수수 추산)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은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량에 큰 차이가 없다”며 “내가 알기론 약 1000만원 정도 벌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뇌물을 받은 쪽은 어떤 혐의를 적용받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는 쪽이 훨신 형량이 감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뇌물 수수 의혹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면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심각한 위기에서는 빠져나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유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사이를 주목한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대장동개발사업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임무를 맡았던 부서에 근무했고,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석방 사례 이례적…혐의도 ‘정치자금법’
여 “배신감” 야 “검과 형량 거래 의심”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에게 쏠렸다. 그의 재판과 관련된 참고인들이 이미 여럿 죽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매체에 출연해 “(김문기 전 처장을)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처장과 해외순방을 다녀온 동영상이 퍼지고, 그와 만난 현장 사진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이 대표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김씨의 유족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저희 가족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분명히 아는 사이였고, 인연도 굉장히 오래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의 생각과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왜 변심했느냐”는 취채진 질문에 “(이 대표가)김문기를 몰라? (나랑)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실망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점에 크게 실망했고, 그 때문에 본인도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결심했다.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의 변심은 검찰의 사법 거래 때문이 아니라,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한 이 대표의 ‘말’ 때문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의 관계다.

사실 김 전 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끌어들인 인물은 유 전 본부장이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는 이 대표가 정계에 데뷔하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데뷔하자 김 전 처장은 그의 하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통틀어 약 10차례 대면 보고와 회의를 진행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국민의힘과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유 입만
바라보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가 배신감 때문이든, 사법 거래 때문이든 칼날은 이 대표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계와 언론은 유 전 본부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리바게닝이란?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형량 거래 제도’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면 결정적인 증언과 단서를 제공받아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공익 제보를 통해 피의자가 사회에서의 갱생의 기회를 더욱 폭넓게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추구하는 재판이 ‘거래’로 얼룩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2010년 법무부가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경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반대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유보시켰다.

공식적인 플리바게닝 도입은 무산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형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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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