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업법인 팜에이트 기막힌 ‘전’ 사용법

버섯재배 신고하고 사무실·홍보관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농업을 근본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 있는 농업법인회사 팜에이트는 남극에 있는 세종과학기지까지 진출해 식물공장을 설치했지만 본사 버섯재배시설에는 신고사항과 달리 건물 일부를 사무실과 홍보관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신고사항과 달리 건물을 이용하면 위법이다.

팜에이트는 코스닥 상장이 거론될 만큼 지난해 연매출 590억을 달성한 기업이다. 사업 분야도 지하철 농장, 수직농장 등의 스마트 팜, 채소 납품, 유통 등으로 다양하다. 경기도에서도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해 지원 예정인 기업이다. 

잘나가는
농업회사

스마트팜은 그동안 해오던 농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해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동으로 제어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구현한 지능화된 실내 농업시설을 말한다. 

2004년 출발한 농업회사법인 미래원은 2019년 사명을 팜에이트로 바꾸고 자회사 플랜티팜과 미래원 엘름을 설립했다. 구매·가공·유통과 샐러드 채소, 농식품연구소, 메트로팜, 스마트팜 설비, 컨테이너식물공장 제작, 파프리카 농장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농업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남극에 채소 등을 키울 수 있는 인도어 팜(식물공장)을 설치해 여러 매체로부터 주목도 받았다. 경기도는 지역 농가의 스마트팜 기술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스마트팜 기반을 구축하고, 스마트팜 연구·기술 보급 사업 등 23개 국·도비 사업에 80억원을 지원할 계획도 있다고 전해진다.


팜에이트는 관련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매출은 지난해 59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 증가한 9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에 비해 지난해 11.4배 증가했다.

국순당도 2015년 팜에이트에 투자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역시 팜에이트를 예비 유니콘특별기업(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회사)으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관련 산업 규모 확장과 영업이익의 증가로 코스닥 상장 이야기까지 나온다. 또 인도어 팜을 통해 가공한 채소들을 스타벅스, 버거킹, 서브웨이 등에도 납품하는 파트너십도 맺었다. 

팜에이트에서 생산해 유통하는 채소 종류만 해도 새싹채소, 파프리카, 버섯 등 수십가지다. 또 플랜티 팜이라는 자회사까지 세워 사업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용도와 달리 건물 일부 사용 의혹
법률적 한계로 위반? 암묵적 용인?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팜에이트는 새싹공장, 전처리채소가공공장, 식물공장, 특수채소 재배온실 등 채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설들이 즐비해 있다. 그중 T·FARM1이라는 이름으로 하북리 214-4번지에 위치한 건물은 버섯 등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회사인 플랜티 팜 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면적은 등기부 등록상 1806㎡로 약 546평 정도다. 문제는 해당 지역의 건물 3개 층 전부를 지목인 전으로 사용해 버섯재배를 하겠다는 신고와 달리 일부를 사무실과 홍보관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보통의 농지는 농지법 34조에 따라 농지를 전용(농지를 건물을 세워 돌려쓰는 일)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하 농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시청 등의 관리청 허가를 통해 농지전용에 대해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허가받은 농지의 면적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률에 따라 농지전용허가가 필요한 경우 협의를 거쳐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는 허가가 필요하다.

농지를 전용하기 위해서 건물에 대한 허가가 필요한 지역은 도시지역(인구와 산업이 밀집되어 있거나 밀집이 예상되어 그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정비·관리·보전할 지역) 또는 계획관리지역(과거 비도시 지역의 준 농림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구분한 지역)에 있는 농지다.

정부 및 지자체의 허가를 거친 농지는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농지에 건물을 세우는 것은 농지전용신고를 하고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농지전용과 관련해 적용받는 하천법 역시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고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공작물을 설치하기 위해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사용 가능하다.

신고하면
땡?

해당 부지는 농업진흥지역이지만 버섯재배를 하겠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농지전용 허가나 농지전용 협의서가 따로 필요 없다. 

버섯재배시설은 농지 이용대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승인이나 허가 없이 신고를 통해 가능하다. 실제로 1층은 버섯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2층 일부와 3층은 사무실과 홍보관이 존재한다.

팜에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2층과 3층은 버섯 관리를 위해 사무실이 존재한다며 해당 시설을 부속 건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많은 인력이 근무할 장소가 필요하고 재배시설의 일부를 활용해 근무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버섯재배관리의 부속시설과 관련한 법적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버섯재배시설들도 암묵적으로 사무실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버섯 같은 것을 건물형태에서 재배할 때는 부속시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농지법이 엄격해 농지에서 할 수 있는 행위만 규정하다 보니 재배 생산시설 위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하북리 214-4번지의 2층 사무실과 3층의 홍보관이 버섯재배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실제 2층과 3층이 버섯재배를 위해 사용되지 않는데 버섯재배를 한다고 신고한 점은 인정했다.


이어 과거 팜에이트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도 농지법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현재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위법과 발전
뭐가 우선?

농지법에 따르면 농림부령으로 정하는 부속시설이란 해당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와 근접해 설치된 시설이다.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경작·재배·관리·출하 등 생산과정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들이다.

현행법상 설치 가능한 시설은 고정식 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농산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판매하기 위한 간이진열시설이다. 해당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관리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이 허용된다.

평택시와 진위면사무소 관계자들의 입장은 팜에이트 측과 다르다.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내용을 검토했을 때 3개 층을 버섯재배로 신고한 사항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진위면사무소 관계자는 하북리 214-4번지의 건물 사용이 위법에 해당해 직접 점검을 나갈 예정이다. 또 해당 건물의 사안에 실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곳은 원상복구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T·FARM1 건물은 버섯재배시설로 신고했지만 사무실 홍보관 등의 시설은 신고와 다르게 사용돼 불법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 

평택시청 관계자 역시 불법행위라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아 실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불법건축물과 관련해서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건축물 대장 현황과 도면이 같으면 단순 복구하는 절차만 거쳐 건물 자체를 철거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건물의 도면과 신고사항, 토지대장 등을 따져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해당 건물은 철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팜에이트는 과거에도 본사의 다른 건물들도 법규를 위반해 원상복구명령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다.

스마트팜 커지는데…
관련법은 제자리걸음

그렇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법규를 위반해 꼼수를 통해 발전을 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팜에이트의 행위가 현행법을 어겼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팜에이트가 법규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스마트팜 사업 규모에 맞는 관련 법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사업이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 스마트농업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별 농업 구조와 전략품목에 따라 모델과 기술을 개발, 보급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9년 스마트팜의 관련 법규에 대해 지적한 적 있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스마트팜과 관련된 기본계획 수립 및 관련 법률 제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업 혁신은 농업 현장 수요와 지능화, 자동화 기술업계 수요에 맞춘 정책적 균형이 우선 고려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처가 발표한 자료에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르면 스마트팜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술표준화만이 명시돼있어 관련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률적 근거 미비로 인해 농업계의 생산기술이나 농업 생산유통 체계 변화를 꾀해야할 시점에서 법규가 스마트팜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농업진흥지역, 보호구역이지만 농업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매번 뒷북
늦는 정부

스마트팜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련 법규의 제정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점점 커지는데 정부가 방관자의 자세로 손을 놓고 있다면 스마트팜 사업이 발전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련법들을 다시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기사 속 기사> 태양광 농사의 꼼수
버섯밭에 발전소가?

홍성지역의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10곳 중 7곳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편법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 간 관내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등 45개 중 32개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부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 대부분은 태양광 발전소로 운영되고 있다. 버섯재배나 곤충사육사 등으로 허가를 받으면 농지전용부담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1~5건 정도에 불과했던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허가가 2019년 33개로 증가했다.

최근 2~3년 사이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가 늘어난 이유는 농지이용시설 건물 위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에 관련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편법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은 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농업인 신분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면 혜택이 있다.

전기 공급의무사들(한국수력원자력 등 전기를 공급하는 공기업)과 장기 계약을 할수 있고, 축사나 재배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면 1.5배 가격으로 전기 판매도 가능하다. 

에너지 관련 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농업인 자격을 지자체나 품질관리원에서 발급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농업인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당국은 이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차>

<기사 속 기사> 지자체에 운영비 떠넘기는 정부 주도 스마트팜 밸리 

정부가 상주에 조성중인 국책사업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의 운영비를 상주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있다. 스마트팜 혁신단지는 정부 주도 사업으로서 스마트팜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시작됐다.

사업 규모는 국비 670억원, 도비 218억원, 시비448억원 등 총 1366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부지는 경상북도 상주 사벌면 엄암리 일대 42.7ha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완공 후 상주시에 운영비와 연구비 등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자 논란이 됐다.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 완공 후 상주시는 매년 40~5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사업 초안에는 운영비 등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사업 선정 후 유지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 사업은 국가가 조성하지만 운영은 지자체가 맡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상주시는 사업 기반 조성에만 448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상주시는 예산 사정이 불안정해 운영비 15억원만 책정해놨다.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국가 산업의 부실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상주시는 정부에게 국비 지원을 해달라며 요청한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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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