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성적이 떨어졌는데 저 좀 때려주세요.” “발바닥 체벌 받고 싶은데 체벌해주실 분 찾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노예카페’에 이어 일명 ‘체벌카페’가 10대들 사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변태욕구가 낳은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체벌 좇기’는 도를 넘어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실체를 파헤쳤다.
한 40대 남성이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려놓고 체벌할 사람을 기다린다. 마침 연락이 닿은 여학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미사리로 장소를 옮긴다. 미리 준비한 회초리,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기를 이용해 여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체벌한다. 체벌을 받는 여학생은 남성에게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시지를 그녀의 성기에 넣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자신의 성기를 빨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성폭행으로 마무리한다.
인터넷서 판치는
변태행위 알선 카페
이는 지난달 25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의 실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사건의 피해자인 김모(12)양은 친구의 추천으로 단순한 호기심에 체벌카페에 가입했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변을 당했다. 경찰 측은 "현재 김양이 정신적인 충격에 학교생활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정까지 파탄 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호기심 왕성한 수많은 10대들이 너도나도 체벌카페에 눈길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강하게 체벌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무분별한 호기심은 흉악범죄인 성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음성적인 카페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체벌’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약 270여 개의 체벌카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약 20%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겨우 11살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운영하는 카페도 발견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 2005년 7월에 개설돼 현재까지 3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게시물에는 채찍이나 회초리로 여성을 때리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었고, 영상과 사진 속 여성들은 죄다 알몸상태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맞은 부위를 클로즈업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에게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 유사한 게시물로 소설과 만화 등에도 변태적인 체벌내용을 다루고 있어 문제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A: 심심한데 체벌놀이나 할까? B: 그래. A: 우선 나한테 존댓말 써. 그럼 이제부터 내 맘대로 체벌을 시작할게. B: 네ㅠㅠ. A: 일단 옷 벗어. B: 팬티까지요? A: 그래. 그렇게 하고 나 따라와. -학교 운동장- (남자 선배와 후배, 같은 반 남자애들이 있다) A: 자 여기서 3시까지 서있어. B: 네ㅠㅠ (같은 반 남자애들이 사진을 찍는다) B: 그만하세요! A: 뛰쳐나갈 경우에는 집게 꽂고 다시~(B가 뛰쳐나가려고 하자 A와 남자 선후배들이 B의 몸에 집게를 꽂는다. 가슴 10개, 엉덩이 20개, 성기 15개, 입 3개 총 48개를 꽂았다. 남자들은 B의 몸에 꽂은 집게를 흔들며 장난을 친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난 후) A: 자 이제 샤워기다. B: 네 알겠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체벌소설’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이 같은 체벌소설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만화의 경우 변태적인 체벌행위를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접하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체벌카페 직접 운영해 충격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시켜
체벌카페의 종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소위 ‘체벌과외’라고 불리는 이 과외는 학생들이 과외선생에게 체벌을 받으며 과외를 하는 형식이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학원을 가려다가도 딴 길로 새는 내 생활태도를 바꾸고 싶다. 요즘 정신이 해이해졌다”며 “부위가 어디든 선생님이 때리면 얼마든지 맞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고등학생 B양은 “최근 기말고사 때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져 맞아서라도 성적을 올리고 싶다.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돼있지만 과외는 그런 제도가 없어 원하면 언제든지 맞을 수 있어 과외를 신청하게 됐다”며 카페에 문의했다.
이같이 체벌카페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우호적이다. 그들은 학교체벌과 체벌과외는 엄연히 다른 체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모군은 “학교선생님이 때리는 것은 왠지 기분이 더럽고 열 받지만 과외선생님이 때리면 ‘내가 진짜 잘못 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된다”며 같은 체벌을 두고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성적에 스트레스 받는 수많은 10대들이 체벌을 통해서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학업에 집중하길 원해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적지상주의인 교육실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가 성적향상을 목적으로 반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체벌을 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의 성적우위를 따져가며 귀족과 평민, 노예 등 5개의 신분으로 나눴고, 신분에 따라 차등대우까지 서슴지 않았다.
소설·만화·과외까지
섭렵한 변종체벌
또한 초중학생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봤다는 일명 ‘체놀(체벌놀이의 준말)’도 온·오프라인상에서도 이미 유명한 놀이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다. 체놀은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체벌을 가할 사람과 받을 사람을 정한 후에 가혹한 체벌을 주고받는 것이다. 각자 역할이 주어지면 ‘체벌표’를 작성해 순차적으로 체벌을 가한다. 체벌표에 적힌 체벌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수위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체벌을 받는 사람은 체벌을 가하는 사람에게 존댓말을 써 마치 주인과 노예처럼 복종관계를 만들었다. 이후 체벌을 받는 자는 알몸으로 체벌을 받아야 했고 엉덩이, 허벅지, 가슴을 손바닥 또는 회초리 등으로 각 50대 이상씩 맞았다. 취향에 따라 밧줄 등으로 묶어서 채찍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채찍이나 밧줄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다.
수위가 높아지면 성적인 체벌도 서슴지 않았는데 항문에 이물질을 넣거나 성기에 집게를 꽂는 등 가혹행위도 다수 포함됐다. 이는 체벌사이트에서 입수한 변태행위를 실제로 따라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의 빗나간 호기심을 반영한 신종놀이다. 더불어 성적과 학교생활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은 서로 고통을 주고받는 교환체벌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여기기도 한다.
체벌표 만들어
순차적으로 체벌
중학생인 오모군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이렇게 푼다. 서로 때리고 맞는 게 진짜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놀이니까 다들 장난치는 걸로 생각한다”며 체벌놀이를 단순 놀이 중 하나라고 여기듯 말했다.
이번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으로 인터넷상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음성카페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온라인상 음성카페 개설에 관한 제재권한이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아 모든 카페를 일일이 단속하긴 힘들다. 만약 카페 내 활동이 음란물 유포라든지 아동·청소년의성보호 및 성폭력범죄처벌법을 위반했을 시에만 법률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기 빨게 하고 성폭행 후 나체사진 촬영
판단능력 미숙한 청소년들 고의로 유인
이어 “체벌카페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양쪽 합의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피해자라고 치부하기도 힘들고 처벌 역시 어렵다. 글을 주고받는 카페이기 때문에 단지 체벌을 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처벌하진 못한다”고 전했다.
자학카페, 노예카페, 체벌카페 등 신종음성카페를 통해 변태적 음란행위를 공유하고 더 엽기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검은 이면. 이런 세태를 바라본 한 정신의학과전문의는 “폭력에 대한 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음란물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됨으로써 청소년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따라하게 된다”며 “그런 것들이 체벌 혹은 다른 폭력적인 행동을 유도해 나중에 더 큰 범죄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유해매체들의 무분별함을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변태적이거나 병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심각한 경쟁이나 학원 내 폭력위기 속에 처한 아이들이 일종의 탈출구로 체벌행위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항적인 요소들이 체벌을 놀이문화 형태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합의하에 만남은
처벌하기 어려워
서울경찰지방청의 여성청소년계 김태균 경감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방된 만큼 가정이나 학교에서 올바른 성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며 “앞으로 온라인상 음성카페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적극 수사해 성폭력 피해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