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때문에 재론되는 ‘희대의 사형수들’ 현주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6.14 1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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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특실 감방서 럭셔리하게 지낸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길을 지나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엽기적으로 살해한 오원춘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지석배)는 지난 1일 수원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오원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으며, 30년의 전자장치 부착도 요구했다. 이 가운데 과연 재판부가 사형선고를 내릴지 사형집행을 할지, 또 사형제 존폐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맞는 것일까. 사형제의 역사를 통해 현재 사형수들을 되돌아보고 사형제 존폐논란을 들여다봤다.

오원춘(42). 지난 4월 1일 경기도 수원시 20대 여성의 사체를 280여 조각으로 나눈 희대의 살인범이다. 수십 년간 범죄현장을 지켜봐온 현장관계자들과 범죄 심리 전문가들도 이렇게 참혹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범행 수법은 처참했다.

때문에 그의 사형 구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러한 잔혹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사형제 존폐여부가 또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원춘 사형 구형
죄책감 없어

검찰은 사형 구형 이유에 대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 죄책감이나 반성하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며 “오원춘 사건이 우리 사회에 끼친 파장과 인간의 고귀한 존엄성을 짓밟은 범죄행위에 대해 법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원춘은 그러나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결심재판 내내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대답으로 일관,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이유 등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심문에서 “밤을 새가며 시체를 훼손한 데에는 시체 유기 이외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를 여행가방에 담아 버리기 위해 시체를 절단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집안에 있는 소형절단기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절단과 상관없는 시체 훼손이었다”고 오원춘을 추궁했다.

오원춘 사형구형, 선고 및 집행 이뤄질까?
“사실상 사형 폐지국…한국 사형수 61명”

재판부는 또 오원춘이 강간을 시도하다가 피해여성이 거세게 반항해 이를 포기했다는 기소내용에 대해서도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여성을 납치 살인까지 한 피의자가 피해여성이 반항한다고 해서 당초의 목적을 포기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원춘은 “나도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중요 사실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고, “피해자가 112에 신고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오원춘의 이런 모습에 대해 피해 유가족은 “가족의 삶이 처참하게 짓밟혔다”며 “법의 힘으로 피고인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15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사형제가 다시 도마 위로 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실제 사형을 집행하지도 않으면서 사형제를 유지해오고 있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다.

1948년 건국 이후 사형제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1949년 7월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했고, 지금까지 모두 99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국의 사형수
그들은 누구인가

정권별 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이승만 정부(월 2.4명), 박정희 정부(월 1.9명) 시절에 사형이 가장 많이 집행됐다. 사형 확정자 수는 박정희 정부 때가 41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승만 정부 335명, 전두환 정부 76명, 노태우 정부 60명, 윤보선 정부 14명, 김영삼 정부 12명 등의 순이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 등의 강력 범죄자 562명이 사형을 통해 생을 마감했으며, 정치·사상범 가운데 사형을 당한 사람도 254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사형집행 한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사형집행이 없었다. 당시 마지막으로 사라진 사형수는 1991년 시력장애로 직장에서 해고된 데 앙심을 품고 승용차로 서울 여의도광장을 질주해 2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상처를 입힌 김용제(27) 등 23명이었다.

현재 확정 사형수는 2010년 말 기준 61명이다. 이중 2명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현재 사형수는 서울·부산·대구 등지의 구치소에 분산 수감돼 있다.

가장 오래전 사형이 확정된 사람은 1992년 ‘살인 및 현주건조물 방화치사’로 구속돼 93년 사형이 확정된 원언식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특정종교에 심취한 데 불만을 품고 교회 건물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했다.

이후 친부모를 살해해 충격을 준 박한상, 폭력조직을 운영하며 다른 조직원 병원까지 쫓아가 살해 후 출동 경찰관 2명까지 살해한 강영성, 배신한 동거녀로 오인해 길 가던 여성을 살해하고 임시 의탁하던 사찰 주인과 할머니를 칼로 난자해 살해한 임명기 등이 1990년대 사형이 확정됐다.

보복범죄에서
금전·성욕으로

2000년대 초반에는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살해해 사형 확정을 받은 사형수들이 많았다. 

2000년 부산·울산에서 23건의 강도사건을 일으켜 9명을 살해한 정두영은 과도한 공격성을 보여 피해자의 온몸을 짓밟아 장기파열로 죽게 하거나 야구방망이나 망치로 머리를 집중적으로 내리쳐 살해했다. 당시 그는 “10억원을 모은 뒤 성인오락실이나 실내야구장을 차려 동거녀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중호는 2002년 재혼한 아내가 데려온 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다 구속됐다. “더는 자신과 아이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내걸며 아내가 고소를 취하해 풀려난 그는 곧바로 아내와 의붓딸, 자신과 아내 사이에 낳은 두 자녀를 망치와 가위 등으로 살해해 2003년 사형이 확정됐다. 이후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로는 연쇄 살인범 유영철·강호순, 혜진 예슬 사건의 피의자 정성현 등이 있다. 

이들 사형수 61명이 살해한 피해자는 모두 210명이다. 사형수 한 명에게 평균 3.4명이 희생된 셈이다. 유영철이 20명을 살해했고, 강원 원주시 왕국회관에 불을 지른 원언식이 15명의 희생자를 냈다.

강호순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와 장모를 불을 질러 살해하고, 성적 쾌락을 얻기 위해 부녀자 8명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죽였다. 부녀자와 초등학생 13명을 연쇄 살해한 정남규는 2009년 말 구치소 안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범죄유형 다양…사형수 1인당 평균 3.4명 살해
‘범죄 억제’ vs ‘생명권 침해’ 사형제 끝없는 논란

전문가들은 사형수 1인당 살해 피해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후반 12명의 사형수에게 희생된 피해자는 67명(평균 5.6명)이었다. 반면 최근 사형수들은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이 없어  예전에 비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러자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해 연례 사형현황보고서 발표를 통해 한국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실제 사형집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에 대한 재판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사형제 존폐여부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오원춘 사형구형 소식을 놓고도 인터넷을 통해 찬반논쟁이 또 다시 점화되고 있다.

사형 찬성자들은 타인의 고귀한 생명을 잔혹하게 빼앗은 흉악범에게는 인권 및 생명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가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의 정의를 올바르게 잡고 범죄예방 효과를 위해서는 당연히 사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형수들의 숙식을 해결해야 하니 비용차원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사형을 시켜야 맞다는 입장도 있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사형수 1명에게 들어가는 연간 예산은 약 160만원 정도다.


사형수 1명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2008년 기준으로 연간 식비가 113만7000원(끼니당 약 1000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의료비 21만원, 연료비 10만1000원, 수용비 9만4000원, 피복비 5만3000원이 들어간다.

사형제 존폐 여부
끊임없는 찬반 논란

반면 사형제도 폐지론자들은 사형이 범죄예방효과가 없고 강력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데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타인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죄를 뉘우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도 사형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반된 입장 속에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워낙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보니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그간 사형제 존폐론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국회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범죄예방을 위해 심리적 압박감을 주고 흉악범을 일벌백계해 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인 만큼 사형제를 폐지시키든지 재개여부를 결정하든지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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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