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 2004년 밀양에서 일어났던 여중생 성폭행 사건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렸던 여고생이 경찰이 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여순경은 경찰청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경찰청은 이 순경을 대기발령 시키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경찰 시험을 준비하며 게재했던 범죄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글도 공개돼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8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이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경남 지역 모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고 있는 H순경이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당시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게재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피해자 조롱한 경찰
고교 3년생이던 H순경은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명록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만…. X도 못 생겼다더만 그X들. ㅋㅋㅋㅋ 고생했다 아무튼"이라는 글을 게재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H순경이 경찰이 된 사실은 H순경을 알고 있던 한 누리꾼이 경찰 합격 수기에 있는 H여경의 사진이 과거 문제의 여고생과 같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또한 H순경의 합격수기에 "겸손하고 부지런하며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범죄에도 범죄자의 입장까지 생각하여 성폭행을 당하게끔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 뽑아 주십시오. 이종격투기도 좀 합니다"라고 적었다고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특히 '성폭행을 당하게끔 하고 다니지는 않았는지'라는 대목이 성폭행 피해자들이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본지 확인결과 H순경은 해당글을 작정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남지방경찰청은 H순경을 대기발령하고 H순경은 경찰청 게시판에 "철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지만 누리꾼들의 비난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아이디 한**는 뉴스 댓글에서 "지금 저 순경은 '옛날 일인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 좀 해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생각 못 한 본인의 과오고 업이다. 본인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저런 언사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며 친구들은 더 이상 친구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아이디 임**도 댓글을 통해 "요즘 참 이상한 풍조가 만연해있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만하면 그만이라는 풍조. 즉시 사과하면 다 용서된다? 강간살인범이 즉시 자수하면 용서해 줘야하나? 본인한테는 안됐지만 된통 걸린 것 같은데 부하들이 잘못했다고 경찰청장도 사임하는 마당에, 자수한 것도 아니고 발각이 된건데 본인이 잘못했으면 그에 따라 적절한 처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옹호한 사람이 현직 경찰? 당장 해임해야"
"8년 전 일…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이지 말아야"
아이디 kimnu2****는 트위터에서 "철없는 어린 시절? 고등학생이면 적어도 집단 성폭행이 나쁜건지 좋은건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나이다. 최소한 그런 일을 저지른 친구들이 제정신인지 아닌지는 판단 할 수 있는 나이란 말이다. 집단 강간 하는 애들이나 그거 조롱하는 애들이나 나을게 뭐냐? 개념 자체가 글러먹은 것들이 몇 년 공부하고 민중의 지팡이랍시고 녹을 먹고 있으니…. 그것들이 자라서 이번 수원 사건처럼 경찰의 본문을 익고 일하는 '짭새'들이 되는 것이지"라고 비난했다.
유명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여자가 성폭행 당하게끔 다니면 안되지라는 말을 여자가, 그것도 경찰이 말하다니 놀랍다. 성폭행을 당해도 내가 혹시 성폭행을 유도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갑자기 취객한테 뺨을 맞아도 내가 뺨 맞을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경찰 못 하게 해서 왜 잘리게 됐는지 집에서 실컷 생각하게 해주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성폭행 피해 사건에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경찰이 될 수 있나" "해임시켜야 한다" "애초에 경찰 임용시 면접을 잘못했다는 얘기다"등 H순경에 대한 비난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몇몇 누리꾼들은 '마녀사냥'을 우려하며 무분별한 비난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철모르던 청소년기 친구들과 엮인 문제인데 얼굴까지 공개하는 건 너무하다" "어린 나이에 잘못 말한 거 가지고 어지간히 물어뜯네, 진짜 용서라는 걸 좀 배웁시다" "학창시절에 실수를 하였다 한들 성인이 돼서 똑바로 살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벌써 8년 전 있었던 일을 갖고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이지는 맙시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경남지방경찰청 자유게시판에 불특정 다수가 허위사실을 무분별하게 유포시키는 등 논란을 조장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대기발령, 하지만…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의 울산의 여중생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피의자 10명은 지소돼 2005년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았고 현재 22세인 피해자는 사건 직후 울산을 떠났으며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