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날로 각박해지는 사회 분위기. 치열해지는 경쟁과 그 속의 개인주의, 너무 답답해서일까? 요즘 인터넷엔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한 주부가 자녀들과 함께 뉴코아백화점 강남점을 찾아 갔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백화점 내 무빙워크에서 자신보다 앞서있던 중년남녀가 직원과 얘기를 하느라고 길을 비켜주지 않자 “비켜 주셔야죠”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세 명의 모자가 눈물범벅이 된 사연은 이렇다.
무빙워크에서 "비켜주셔야죠"라고 했다가 아이 넘어뜨리고 머리채 잡혀
‘제2채선당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CCTV공개해 진실여부 가려야
지난 20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강남 뉴코아 아울렛 무빙워크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세살인 딸과 여섯살인 아들을 둔 아이엄마로 서울 강남구 뉴코아 아울렛에서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 3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부는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뮤지컬 공연을 보기위해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을 찾았다.
공연이 끝난 후 주부는 여섯살 아들은 걷게 하고 한 손으로는 3살 딸의 손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상태로 아울렛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무빙워크에 올라탔다. 그리곤 무빙워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아찔했던 무빙워크 앞 두 남녀
무빙워크에서 내릴 즈음 먼저 내린 한 가족이 내리자마자 그대로 선 채 뉴코아 직원과 얘기를 시작한 것이다. 무빙워크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옷이나 손가락이 꼈다는 등 끊이지 않는 사고소식을 전해오는 위험한 곳이다.
당황한 주부는 비켜달라고 다급하게 말했지만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만 살짝 비켜섰을 뿐 아이와 엄마는 그대로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뒤에서는 다른 고객들이 올라오고 앞은 막혀있어 당황한 주부는 더 큰소리로 “비켜줘야죠”라고 말하며 유모차 바퀴를 밀어 올렸고 그제서야 주부와 아이들을 힐끔 본 여자는 몇 걸음 물러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놀란 딸은 울기 시작했고, 주부는 왼쪽으로 유모차를 돌려세운 뒤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기 시작했다.
상황이 그럼에도 여전히 뉴코아 직원과 얘기 중인 가족에게 화가 난 주부는 “거기 계속 그러고 계시면 안되죠”라고 힐난했고, 그러자 함께 있던 남자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애가 다쳤어요? 다쳤냐고!”라며 소리쳤다.
이런 소란 중에 뉴코아 직원과 대화를 마친 중년여성이 “비키라”고 말해 화가 난 듯 다가와서 “이 여자가 뭐라는 거야! 어딜 미느냐”며 주부를 거칠게 밀며 머리채를 휘둘러 잡았다고 한다.
그 바람에 엄마 옆에서 울고 있던 아들은 넘어지고 주부는 중년여성에게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품에 안은 딸아이를 놓칠까 봐 몇 걸음을 끌려갔다는 것이다.
주부는 또 아이들이 놀라 울고 고함소리가 나오는 등 소동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폭력을 휘두른 여성은 태도를 급변해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듯 굴었다고 주장했다. “이 여자가 우리가 뭘 어쨌다고 이래! 정말 이상한 여자야”라며 장소를 급히 뜨려는 남녀를 “어딜 가려느냐!”며 불러 세우자 함께 있던 남성이 다가와 “연락처 남길 테니 경찰에 신고하든 말든 맘대로 하라”며 전화번호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
그러나 기가 막힌 일은 더 있었다. 사건이 지난 후 고객센터에 들러 겪은 일을 진술하고 보안업체 팀장과 함께 CCTV를 확인하던 중 남성이 수첩에 적어준 전화번호가 가짜였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사고 후 주부는 정형외과 2주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도 받는 중이며 극단적인 모멸감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낯선 이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엄마를 본 이후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폭행을 당한 주부는 글을 올리기 전 반전에 반전이 있을 것이란 곡해를 사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CCTV를 확인했다고 한다. 자신의 주장만 올려 행여 ‘제2의 채선당 사건’이라는 비난이 나오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꼼꼼히 체크한 것이다.
한편 이번 사고에 대한 뉴코아 측의 대응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난거리가 되고 있다. 직원이 사고다발장소인 무빙워크 앞에서 통행에 방해를 초래할 만큼 손님과 대화를 했다면 뉴코아 측도 응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코아 측의 대응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피해주부의 주장에 따르면 “뉴코아측은 무빙워크 앞에서의 과실은 미안하지만 그 이후의 사건들은 뉴코아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뉴코아 지점장에겐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폭행 CCTV’를 뉴코아 홈페이지에 올려달라는 요청도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주부는 하소연한다.
구매하는 순간에만 고객님?
한 누리꾼은 “주부의 우려대로 제2의 채선당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뉴코아 측은 해당 CCTV를 공개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라며 “어린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폭행하다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반드시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이엄마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진심어린 사과의 말이었을 텐데… 아무리 ‘서울깍쟁이’들이 모이는 강남이라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라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