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걸그룹 EXID에는 ‘역주행 신화’라는 서사가 있다. 데뷔 후에도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다 온라인에서 급부상해 인기 아이돌이 된 첫 사례다. 이후 가요계와 방송계를 휘저으며 멤버 전원이 사랑을 받았다. EXID가 팀으로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에 멤버 개개인은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이 없었던 하니(본명 안희연)가 선택한 건 연기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서다. 용감한 선택으로 두 번째 서사를 만드는 하니를 만났다. 대중은 예명으로 부르는데, 기사에는 본명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아이돌 멤버가 연기를 시작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이다. 걸그룹 EXID의 하니가 겪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하니로 인식하는데, 기사에는 안희연으로 나온다. 자유인 안희연 연기를 시작함으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온 셈이다. 하니서 안희연으로 변화를 준 계기의 순간은 2년 전으로 돌아간다. 이전 회사와 계약이 끝나고 자유인이 된 상태에서, 그는 아무런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가수 혹은 방송인, 아니면 연기, 그 외 연예계를 떠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것 등 어떤 결정이 필요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수입배급사인 판씨네마의 백명선 대표의 일은 해외영화를 장바구니에 담는 일을 한다. 전 세계 각국의 마켓을 돌며 한국 시장에 내놓을 영화를 찾는다. 때로는 시나리오와 캐스팅 정보만 확인한 채 구매한다.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와 같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영화부터 <노예12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미나리>와 같은 예술성이 있는 영화도 사 온다. 판씨네마의 모든 길은 백 대표로 통한다. 영화의 성공은 기적을 담보로 한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쓰고 감독이 잘 찍고,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 해도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천운’이 따라야 1000만 관객을 넘긴다고 한다.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성공으로 받아들인다. 손해를 보는 영화가 부지기수며, 개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기적 영화인들은 영화산업이 열매의 단맛을 느끼기까지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봐도 잘 될 것 같은 작품이 힘을 못 내고 쓰러지고, 성공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작품이 의외의 대박을 친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한국 영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설경구가 처음으로 먼 과거로 갔다. 갓을 쓰고 한복을 입고, 턱에 수염을 붙였다. 소시민의 삶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던 그가 간 곳은 조선 말기 흑산도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을 연기한다. 새 영화 <자산어보>에서다. 배우 설경구의 연기에는 독한 맛에 있다. 강하고 진한 맛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국군으로 현장에 투입됐던 <박하사탕>의 영호, 연쇄살인마를 쫓는 돌아이 경찰이었던 <공공의 적>의 철중, 김일성의 목을 베기 위해 인간 흉기가 됐던 <실미도>의 인찬, 김정일을 연기하다 실제 김정일이 돼버린 <나의 독재자>의 성근, 불한당 그 자체였던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재호 등 30년에 육박하는 시간이 담긴 그의 작품 목록에는 지독한 인간의 본능이 날뛰었었다. 조급했던 과거 일부 역할 중에서는 소탈하고 인간적이기도 했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도 울분이 그득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 하루 전부터 진한 감정을 입에 물고 연기에 임하고자 했던 곧은 태도를 지녔기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이 다시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장소는 흑산도이고 시대는 관리의 부패로 썩은 내가 진동하던 조선 말기다. 포커스는 정약용의 형 약전으로 향한다. 약전과 약용의 가치를 충돌시킨 영화 <자산어보>는 조선의 대학자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준다. 흔히 ‘역사는 그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역사란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유행이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을 거짓 없이 비춰주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것. 상상과 진실 이준익 감독의 시대극은 거울의 역할을 기능했다.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허구적 상상을 통해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창작자의 고뇌를 담음으로 가능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으로 젊은 세대와 고연령대 세대 간 화합을 도모했던 <사도>, 윤동주 시인과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양심과 행동하지 못한 양심을 조명한 <동주>,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아나키즘을 토대로 저항정신과 평등을 말하고자 했던 <박열>까지, 그의 영화는 실존 기록보다 더 사실감 있게 전달됐다. 그런 이 감독이 택한 인물은 정약전이다. 정약용과의 비교를 통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인 안일권을 두고 흔히들 ‘개웃개’라고 한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 본뜻이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유머가 아닌, 개그 영역에서 감이 뛰어난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인 셈이다. 2018년 개인 유튜브 채널 ‘일권아 놀자’를 개설한 이후 ‘안일건달’ 캐릭터로 확 떴다. 이후 유튜브와 방송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 MC의 영역까지 넘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안일권을 만났다. MBC <라디오스타>의 MC였던 윤종신은 가장 기억나는 게스트 중 한 명으로 안일권을 꼽았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이미 연기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은 안일권. 이야기를 푸는 재주도 뛰어나며, 순간 기지를 발휘하는 애드리브 유머를 구사하는 데도 탁월한 점이 수많은 게스트를 초대해본 윤종신에게도 특별하게 보였던 것 아닐까. 이야기를 푸는 재주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쉽게 되지 않는 허언성 애드리브를 남발하는데, 연기력이 뛰어나 거짓이 느껴짐에도 속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아울러 소나 고양이, 말처럼 남들은 따라 하지 않는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실패를 딛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전자였다. 올해로 여든이 된 유 원장은 “내 인생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17일 치러진 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에 맞설 단일 후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로부터 꼭 한 달 만인 지난 16일 여의도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사무실에서 유 원장을 만났다. 포기는 없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소회를 묻자 유 원장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후보 등록일 마지막 날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그는 결국 직접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두 번째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자신보다 젊고 유능한,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한롤러스포츠연맹회장·대한요트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겪은 대한체육회 행정의 미숙함, 갑질 행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게 유 원장의 의지였다. 또 쇼트트랙 국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로 5m, 세로 50m의 대형 천에 서예가 송홍범의 붓이 휘날렸다. 일필휘지의 붓놀림에 주위를 둘러싼 그의 ‘팬’들이 탄성을 질렀다. 스스로 ‘지방 촌놈’이라 칭하면서도 서예의 대중화, 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그였다. <일요시사>가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아 송홍범 작가의 새해 덕담을 전하려 한다. 서예가 죽전 송홍범 작가는 2019년 2월4일 목포 남악롯데아울렛에서 ‘설맞이 서예 버스킹’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송 작가는 대붓으로 복주머니를 그린 후 그 안에 오복을 상징하는 오방색 네모를 넣었다. 시민들이 직접 붓글씨를 써보는 시간도 가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민들은 저마다의 필체로 하얀 여백에 글씨를 남겼다. 기존 서예 넘어 그로부터 2년 뒤, 어김없이 민족대명절 설이 돌아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명절 분위기가 사라졌다. 송 작가도 지난 2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췄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병규를 두고 ‘3연타석 홈런타자’라고 한다. JTBC <SKY캐슬>에 이어 SBS <스토브리그>, OCN <경이로운 소문>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맡은 배역을 준수하게 수행해 낸다. 최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타이틀 롤을 맡아 흠이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20대 남자 배우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OCN <경이로운 소문>은 방영 전 그렇게 관심을 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악귀를 물리치는 악귀 사냥꾼과 서민 판 히어로라는 설정이 다소 생소할 뿐 아니라, 유준상을 제외하고는 주연급으로 히트한 배우가 없었다. <SKY캐슬> <스토브리그> 타이틀롤을 맡은 조병규에 대한 의문점도 있었다. JTBC <SKY캐슬>과 SBS <스토브리그>가 대성공을 거뒀지만, 조병규가 성공의 주역으로 불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SKY캐슬>에서는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염정아, 김서형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l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케미호를 둘러싼 한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한국과 이란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이 존재한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요시사>가 윤석헌 전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현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을 만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물었다. 지난 4일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유주는 부산 소재의 ‘디엠쉽핑’으로, 선박에는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20명이 승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포 당일 한국케미호가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해양오염? 동결자금? 디엠쉽핑은 한국케미호의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란 측 역시 현재까지 해양오염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케미호의 나포 배경으로 한국에서 출금이 묶인 동결자금 문제가 거론됐다. 한국 내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로 멜라트 은행의 지불준비금까지 합치면 10조원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차인표가 벗었다. 겉옷은 물론이며 속옷도 내던졌다. 완전한 알몸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신작 영화 <차인표>에서 차인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다. 그 기저에는 장벽처럼 쌓인 ‘바른생활’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는 처절함이 엿보인다.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선 차인표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배우 차인표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쓴 것인지, 대중이 씌운 건지,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가면이었다. 그 가면은 여러 단어를 담았다. ‘봉사’ ‘기부’ ‘바른 생활’ ‘신뢰’ 등을 내포하고 있는 가면이다. ‘검지 흔들기’나 ‘분노의 양치질’과 같은 밈도 포함하고 있으나, 전자의 도덕적으로 고결한 이미지가 후자의 흠결을 압도한다. 직접 쓴 가면 씌워진 가면 차인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이 꼭 싫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뢰감을 주는 그의 이미지를 광고계에서 마다할 리 없었고, 덕분에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을 테니 나쁠 것도 없었을 것이다. 1994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가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아들 얼굴을 못 본 지 꼬박 2년째 되는 날. 엄마는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영하 17도의 강추위. 여의도의 칼바람에 살이 에일 듯했지만, 엄마는 “밥 먹는 것조차 미안하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1일 단식 중인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지난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씨(당시 24세)가 끔찍한 사고로 숨진 지 어느 덧 2년이 지났다. 김용균씨는 한국서부발전의 도급업체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세상을 떠났다. 몸이 두 동강 난 처참한 죽음.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여론이 들끓었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거리로 그럼에도 김용균법은 또 다른 ‘용균이들’을 막지 못했다. 개정안은 김용균씨 산재의 원인으로 꼽혔던 ‘위험의 외주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튜브 시장이 팽창하면서 직접 영상제작에 뛰어든 이른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영상 너머에 존재하는 유튜버는 언제나 구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라미TV’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나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닥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소품들이 상자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잘못 건드렸다가 와르르 무너진 소품들을 수차례 다시 배열하고, 단단한 종이 패널로 삼면을 둘렀더니 작은 주방이 나타났다. 구독자 225만명의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미니어처 세트장이다. 전략적 접근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라미TV’ 등을 운영 중인 유튜버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보라미TV를 비롯해 ‘보라미패밀리’ 등 4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4개 채널의 총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당내 ‘경제통’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일요시사>는 지난 25일 국회 근처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그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공약을 얘기하자마자 여당이 일제히 공격하는 걸 보고, 본선에서 가장 두려운 상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이 서울시장을 향한 기지개를 폈다.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당의 ‘중진 차출론’에 따라 험지인 동대문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대표까지 거쳤던 3선 중진의원이 ‘민주당 돌풍’에 꺾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실패는 배움의 기회라고 했다. 경제 서울로 낙선 이후 그는 강남과 강북을 두루 섭렵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으며,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여풍’이 예상되는 선거에서 ‘경제통’의 장점까지 더해져, 강한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파격적인 부동산 공약들을 발표했다. 그의 ‘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출연하는 작품 중 대다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천만 요정’이라 불렸다. 영화 내에서 대체로 유머를 이끄는 대표적인 감초 배우이기도 했다. 배우 오달수 얘기다. 그런 그가 약 3년이나 대중을 떠났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2018년 불거진 ‘미투 사건’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귀향 생활’을 했던 그가 새 영화 <이웃사촌>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2018년 새해가 밝자마자 ‘미투 열풍’이 불었다. 법조계, 정치계, 문화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성폭행 관련 고발이 이어졌다. 각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고발의 대상이었다. 거론된 인물들 대다수의 미투 폭로가 사실로 밝혀졌다.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배우 오달수도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하나였다. 무려 두 명이 그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오달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은 얼굴을 공개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두 건의 고발은 오달수 배우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1986년, 10대에 데뷔한 김혜수는 날아다니는 나비였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김혜수만의 멋있는 외형에 단단한 내공까지 겸비했다. 김혜수를 두고 ‘충무로 여제’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증명한 결과가 수없이 많아서다. 그런 김혜수가 연약함을 표현했다. 인간 김혜수가 여러 고통으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을 때 만난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서다. 우울감을 기저에 깔고 마음의 병에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그려낸 김혜수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고 늘 밝았다. 목소리도 크고, 당당했다. 연예인 사이에서도 연예인이었고,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주목받았다. 배우 김혜수에게는 그런 특별함이 있었다. 화려한 조명 미친 존재감 화려한 스튜어디스(<짝>)였으며, 화투판의 꽃(<타짜>)이기도 했다. 도둑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을 주는 ‘어마어마한 썅년’(<도둑들>)이었고, 기에서 밀리지 않는 당돌한 계약직(<직장의 신>)이었다. 또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생존한 변호사(<하이에나>)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00일이 넘게 됐다. 코로나19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몇몇 개념들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특히 장례문화의 변화는 두드러진다. <일요시사>가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 회장을 만나 코로나19로 인한 장례업계의 변화를 조명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월19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아예 일상으로 정착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7942명이다. 사망자는 487명에 이른다. 편리해져도… 1월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신천지 모임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유행이 일어났고, 이어 전국 각지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팬데믹 상태가 됐다. 정치·사회·경제·문화 구분할 것 없이 모든 분야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깨끗한 피부에 순수한 외모, 다소 느린 말투는 배우 박혜수의 시그니처다. 눈웃음으로 무장한 강력한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다. 그런 박혜수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다소 촌스럽고 평범한 스타일링으로 변신했다. 뚜껑을 쓴 듯한 헤어스타일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늘 편안한 점퍼에 다리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고수하는 심보람이다. 신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박혜수가 연기한 심보람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많이 닮아있다. 좋아하는 건 모르지만, 싫어하는 건 분명히 아는 20대 직장인,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기보다 남의 감정에 자신을 이입하는 게 더 빠른 성품이다. 누가봐도 착한 이 아이를 박혜수가 연기했다. 시그니처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대회 우승자지만, 현실은 상고 출신의 가짜 영수증을 조작하는 게 그의 주업무다. 예쁜 얼굴을 가렸다. 기존의 귀여움 대신 촌스러움으로 변모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박혜수는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아성 언니나 솜 언니는 멋스럽고 개성 있게 스타일링을 했는데, 저는 코트도 잘 안 갈아입기로 했어요. 가방도 투박하고, 제일 작은데도 신발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제목부터 독특하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에는 배우 고아성·이솜·박혜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코미디의 향기가 짙은 이 영화는 1995년 차별이 일상화되던 시절 기업의 문제를 여성들의 내부고발로 풀어내는 경제 우화다.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를 녹일만한 작품성이다. 그 중심에 있던 고아성을 만났다.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의 손을 놓치고 괴물에 끌려간 게 벌써 14년 전이다. 시간이 벌써 얼마나 흐른 걸까. 중학생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고아성은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성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매번 눈부신 연기를 보여왔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에게 어려운 캐릭터가 주어지는 건 숙명 같은 일이다. 고아성에게 주어진 숙제는 언제나 고초를 겪어 깊은 내공을 소유한 인물들이었다. ‘대한민국만세’를 외친 뒤 꽃다운 나이에 감옥에서 일생을 바친 유관순(<항거:유관순 이야기>)이었고, 스무 살에 아이를 낳고 권력가의 집에서 비리를 알아챈 여고생(<풍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한류 최초의 원조스타는 누구일까. 국내의 수많은 연예인이 일본서 인기를 얻었지만, 최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수 계은숙이 있다. NHK <홍백가합전> 7회 출연자일 뿐 아니라 고이즈미 총리가 팬클럽 회장이기도 했던,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한류스타가 계은숙이다. 2007년 이후 절정의 위치에 있던 그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일본서의 잘못으로 한국으로 온 이후 일이 꼬여만 갔다. 마약과 사기라는 불명예에 휩싸였다. 실수도 있었지만, 억울함이 더 컸다. 13년간 묵혀왔던 그 억울함을 풀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싸우기 위해 기운을 낸 계은숙을 직접 만났다. 어쩌다… 잘못된 만남 지난 12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18호 앞. 욕설이 들렸다. “야, 이 천벌 받을 새끼야” “쓰레기 같은 인간아” “하늘이 두렵지도 않냐. 이 나쁜 새끼야.” 거칠고 험한 말을 내뱉는 이 여성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욕을 들은 남자는 화들짝 놀란 기색이었다. “어이, 어이”라면서 자리를 피하기에 바빴다. 남자는 도망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체육회가 안팎으로 위기다. 내부로는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드러났고 외부로는 정부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40여년 동안 체육계에 몸담은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은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가 유 회장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봤다. 1920년 조선체육회로 출범한 대한체육회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대한체육회는 아마추어 스포츠를 육성하고 경기단체를 지도·감독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체육 사단법인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으며 17개 시·도 체육회와 78개 회원종목단체 등으로 구성돼있다. 대표 체육단체 창립 100주년 최근 대한체육회는 안팎으로 진통을 겪는 중이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태로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선수 인권침해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한체육회는 단호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맹단체의 관리기구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체육정책과 예산의 전권을 쥐고 있는 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