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발 세금대란 막전막후

‘양치기 정권’ 국민들은 또 속았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증세 없는 복지증대.' 박근혜 정부의 세금·복지 정책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징수된 세금은 3조1200억원, 당초 목표치보다 3800억원을 초과했다. 그런데도 세수는 부족하기만 하다.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세금 인상. 담뱃값 인상을 시작으로 주민세 및 지방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 인상은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공염불이 됐다.

지난해 국민 한 사람당 평균 세금 부담은 509만1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계산한 국민 1인당 평균 세금 부담은 509만1000원으로 2012년 513만9000원에 비해 4만8000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3년 전인 2010년 459만2000원보다 3년새 50만원가량 늘었다.

1인당 평균 세금
3년새 50만원↑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은 1년간 걷힌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와 취득세·주민세·지방소비세 등 지방세를 합한 금액을 해당연도 인구 수로 나눠서 계산한다. 지난해에는 201조9065억원의 국세와, 53조7789억원의 지방세(잠정치) 등 총 255조6854만원의 세금이 걷혔다. 2013년도 추계인구는 5021만9669명으로 1인당 509만1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실제 국민 1명이 낸 세액과는 차이가 난다. 수치에는 기업이 부담하는 세수인 법인세가 포함돼 있고 국민 중에는 면세자나 소득세 등을 내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세 부담액은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의 여파로 2012년보다 4만8000원 정도 줄었다. 1인당 평균 세금부담이 직전 해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434만7000원에서 2009년 426만3000원으로 줄어든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작년 국세 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2012년에 비해 소득세는 2조원, 부가가치세는 3000억원 가량 증가했으나 법인세는 2조원, 교통·에너지·환경세는 6000억원가량 줄었다. 지방세의 경우 지방소비세는 1000억원, 재산세는 2000억원, 지방소득세는 500억원가량 늘었으나 지방교육세는 600억원, 취득세는 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다시 말해 평균 세금부담이 줄어든 것은 서민들의 세금 납부가 줄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경기침체로 기업 매출이 줄고 그에 따라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부동산 등 재산세가 줄었다는 게 주된 이유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 시절 복지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마련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증세 없는 복지공약 실천'을 약속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균형 있게 제공해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과 함께하는 복지를 확대하겠다"며 "더불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춤형 빈곤정책과 급여체계를 통해 필요한 급여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담뱃값 2000원 인상안 "사재기 확산"
지방세 개편안 발표…국회 진통 예고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예산, 즉 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복지확대 등 각종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향후 5년간 50조7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조2000억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증세 없이 세제개편을 통해 나락된 세금을 철저히 걷는 것으로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일회성에 그쳤고 각종 세금 인상안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는 현금연수증 발급 의무 강화를 비롯한 각종 제도개편,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활용의 증가와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3조1000억원을 거둬들였다. 2조7000억원을 걷겠다던 본래 계획을 16% 초과 달성한 수치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증가했다.


먼저 조세 불복 소송 인용률(국가 패소)은 지난해 32.9%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고 5만원권 회수율은 올해 1~5월 기준 27.7%로 전년 동기보다 24.6% 급감했다. 지난해 2조1000억원의 세수를 거두기 위해 국세청은 4조7000억원(징수율 45%)을 부과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3조6000억원을 위해서는 8조원을 부과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목표달성이 불과하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언급자체를 꺼리고 있다. 

돈이 부족해진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시작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산업용 6.4%, 주택용 2.7%, 일반용 5.8% 등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도시가스는 지난 7월 경남 1.7%~2.31%, 대구 0.55% 등 인상을 시작으로 서울은 8월부터 도시가스공급비용을 7.7%, 주택용 기본요금을 7.1% 각각 인상했다. 같은 달 대전도 소비자요금을 0.42% 올렸다.

공공요금 인상
또 증세안 추진

이밖에 지하철 신분당선 요금이 2년 만에 12.5% 올랐으며 청주시와 공주시는 공영주차장 요금을, 파주시는 종량제봉투값과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강원도는 시내버스 운임요율을 인상하는 등 지역별로 공공요금 인상 쓰나미가 몰려왔다.

추석연휴가 끝난 뒤에는 담뱃값 2000원 인상 카드가 전격 발표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들이 '종합 금연대책'을 논의한 뒤 담뱃값 인상 추진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담뱃값 인상 등 금연 종합대책'과 관련해 "담뱃값을 내년 1월부터 평균 2000원 인상한다"며 "늘어난 건강증진지원금은 금연지원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담배에 새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인상된 가격인 4500원 중 594원이다. 과세 방식은 개별소비세를 종가세(2500원 담배 기준 600원 상당)로 부과한다. 종가세는 물품 가격을 세율 책정의 기초로 하는 조세를 말한다.

종가세 부과에 따라 고가 담배일수록 세금이 높아 세부담 역진성이 완화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담배에 붙는 국세는 40%가량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된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제세 및 부담금 비율은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기타 433원이 된다.

비가격 정책으로는 담배갑에 경고그림이 부착되고 소매점 내 담배 광고가 금지된다. 또 금연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부자감세 유탄
힘없는 서민에게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주민세 인상과 지방세 감면혜택 중단 등을 담은 지방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4000원 정도인 주민세는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으로 오르게 되고 카지노에도 레저세가 부과되며 부동산펀드·호텔 등에 적용됐던 지방세 감면 규정은 올해 시효가 만료된 후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된다.


주민세는 1년에 한번 거주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다. 현재 전국 평균 주민세는 4600원 수준. 전북 무주군 주민들의 경우 2000원을 내는 반면, 충북 보은군 주민들은 5배인 1만원을 내는 등 징수액은 지자체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99년 정부가 1만원 이하에서 지자체가 알아서 조례를 제정해 부과하도록 주민세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재정자립도가 어려운 지자체에 한해 주민세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 등을 의식해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없었고 아예 법을 재정할 계획인 것이다. 일선 지자체들은 정부의 지방세 개편안을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3175억원인 주민세 징수액은 최소 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카지노 레저세는 기존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세금을 카지노에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매출의 10%가 레저세로 부과되는데 대표적 카지노시설인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127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정행정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세 기본법·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었지만, 입법예고 예정일 이틀 전 당·정·청 협의 실패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담뱃세에 이어 지방세 개편안은 박 대통령의 '증세 불가' 방침을 깨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예고 후 여론수렴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게 정부가 내건 표면적 이유지만 사실상 세수증대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를 인용,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을 때 담배소비량이 34.0% 감소하지만 2조8000억원의 세수증대가 기재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증세 없다"던 청와대 말바꾸기
"흡연율 감소" VS "꼼수 증세"

청와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참여정부의 담뱃값과 소주가격 인상 대책에 대해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담뱃값 인상의) 명목상 이유는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지만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애꿎은 서민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힘없는 서민만 부자 감세의 유탄을 맞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정부가 공약이행이나 경기침체로 부족한 세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담뱃세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와 함께 담뱃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세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면 흡연율이 2.9%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올리는 담뱃값은 고스란히 저소득층 부담으로만 전해질 수 있다"면서 "금연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복지부 설문 조사에서도 담배를 끊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가 69.9%이고 경제적 이유가 6.2%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또한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증세"라며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겠다면 과세 공평성 확보와 함께 고소득자·재벌 및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 또는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 올린다는 주장은, 용왕님 토끼 간 씹다 어금니 부러지는 소리입니다. 한마디로 믿기 어렵다는 얘기지요"라며 "진실로 정부가 국민건강을 그토록 염려하신다면 깔끔한 정치로 국민 스트레스나 좀 줄여주시지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듯 소매점과 소비자의 담배 사재기 조짐이 관측되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담배 판매량은 2배 증가했다. 인기 있는 상표는 정오를 못 넘기고 매진이 됐고, 한번에 5보루, 6보루씩 사가는 흡연자들도 등장했다.

담배 사재기
부작용 속출

유통업계는 내년 인상시기가 다가올수록 사재기 움직임을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담배 판매점에 사재기를 막기 위해 평균 매출과 공급량을 관리하고 사재기 적발시 2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흡연가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여러 곳을 돌며 조금씩 사 모으면 된다" "미리 사둔 담배를 인상 가격보다 조금 싸게 팔아 제태크를 해야겠다" 등 정부 정책을 비웃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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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