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2013 정계개편' 시나리오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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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심각한 계파갈등 "이참에 판 깨고 새판 짜자"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과 NLL 정치공방이 몰고 온 '나비효과'가 정치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야 모두 깊숙이 가라앉아있던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은 이미 단순한 의견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계파갈등 끝에 굳건했던 여야의 양당구도가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여의도에 나도는 심상찮은 '2013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외전'보다 치열한 '내전'이 시작됐다.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정원과 NLL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라는 나비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예사롭지가 않다. 대선기간 대선승리라는 대의를 목표로 1년 가까이 묵히고 묵혀 곪을 대로 곪은 갈등이 이제야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나비효과
극단적 예측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과 NLL 나비효과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분당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마저 들려온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실공방을 놓고 친노(친노무현)계가 다시 당의 전면으로 부상하며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을 필두로 한 친노계는 대선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며 그동안 민주당의 중심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NLL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30일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 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치며 화려하게 정치권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친노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이 당권을 장악하고 활동영역을 넓혀가던 비노(비노무현)계로서는 무척 심기가 불편한 일이다. 비노계인 김한길체제가 출범한 지 이제 고작 2달이 지났다. 게다가 비노계는 친노계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좀 더 자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NLL이 뒤흔들어 놓은 정치권
대립 넘어 싸움으로 번진 계파갈등

갑작스런 친노계의 재등장에 비노계 일각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친노계가 국정원과 NLL 의혹에 대해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는데 대해 비노계는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일례로 비노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계인 이해찬, 정세균 상임고문을 대놓고 공격했다.

그는 "요즘 막말 플레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 원내대변인(홍익표)부터 상임고문(이해찬)까지 합세해 뭘 하자는 거냐"고 따졌다. 이어 "이런 막가파식 발언이 무슨 도움이 되냐. 상임고문이 당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깨서야 되겠냐.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득만 추구하는 독선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이해찬 상임고문이 당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 지칭하고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정보부와 인연이 질긴가. 국정원을 비호하면 당선무효 세력이 늘 것"이라고 발언해 대선불복 논란이 일어난 것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강경 친노
유화 비노


조 최고위원은 또 최근 장외투쟁론을 제기한 범(汎)친노계 정세균 상임고문을 겨냥해서도 "장외로 가자는 분이 있는데 장외투쟁이 능사냐"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대표 역시 "잘못을 지적할 때 말에 신중을 기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며 조 최고위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친노계와 비노계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반면 친노계는 비노계가 주도하고 있는 당지도부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며 답답해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지난 15일 중진연석회의 등을 통해 김현, 진선미 의원을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에서 제척하고 국정조사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놓고 친노와 비노 의원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친노 의원들이 주축이 된 특위위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중이라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비노계가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친노계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해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막말과 장외투쟁, 대선 불복 등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친노 중심의 강경파와 의정활동 중심의 대여 공격을 이끌고자 하는 온건파 중심의 비노계 지도부가 맞서면서 현재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와 비노계는 끊임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는 친노계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친노계가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공세에만 치중했기 때문인데 친노계가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고 연일 강경대응만 주문하며 다시 당을 망치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대선 친노계의 책임론까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이미 의견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친노계 또한 비노계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친노계는 비노계에 대해 국정원과 NLL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앞에 두고 비노계가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 지지층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친노계와 비노계는 사실상 이미 섞이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묵은 전쟁
친이 vs 친박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싸움은 좀 더 복잡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계파싸움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 간의 갈등이다. 대선 이후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에서는 최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용이다"라는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친이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4대강 감사결과 발표 또한 국정원 사건 '물타기'의 일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 역시 국정원 사건의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던 초기 감사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감사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친이계 입장에서는 감사원과 청와대의 공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정원 사건을 물타기 하기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것은 당내 친이계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친이계 힘 빼기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친이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은 감사원의 발표 이후 연일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권력기관이 정쟁을 유발하는 동기를 제공하면, 그 부담은 여권 전체가 지게 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과 양건 감사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친이계인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이날 "최근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정치·코드감사"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친이계가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이계가 분당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친이계는 최근 이뤄졌던 당 지도부 인선에서 친이계가 철저하게 배제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떨어질 경우 ‘친이계의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NLL 대화록 발언 파문도 일종의 새누리당 내부 권력싸움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대선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읽었다는 발언을 해 궁지에 몰렸었다.

민주당은 발언이 알려진 후 새누리당이 국정원으로부터 대화록 원문을 받아 선거공작에 활용한 증거라며 김 의원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편 김 의원의 대화록 발언이 나온 회의는 비공개회의였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누군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발언 내용을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김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2010년 박 대통령이 반대하던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고 친이계 의원들의 추대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되면서 박 대통령과 이미 한차례 갈라섰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당내 친박계가 김 의원이 당내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 같은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실상 친박과 김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새누리당 내 신주류 간 갈등의 신호탄이 된다. 김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상당수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김 의원의 영향력이 범박(범박근혜)계에 까지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만약 비박과 범박까지 아우르는 친김무성계와 친박계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된다면 당내 소수인 친이계와의 갈등과는 달리 당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는 대규모의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친박 직계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김 의원의 대항마를 찾느라 분주하다는 후문이다.

거대 여야 양당구도 드디어 깨지나?
안철수 신당, 반사이익에 활짝 웃을까?

김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서청원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 김 의원을 견제하면 할수록 친김무성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10월 재보선 직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고 차기 대권을 준비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김 의원이 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면 친박계와 친김무성계 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내부에선 친박계와 비박계의 복잡한 전선이 형성되어 있어 현재도 보이지 않는 계파싸움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그야말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싸움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과 NLL 파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여야 당내 계파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계파싸움 끝엔 최악의 경우 여야 각 당이 분당되면서 그동안 굳건하게 이어져온 양당구도가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이 여야의 분당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과거와는 달리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약해진데다 각 당에 구심점 역할을 할 존재가 없고, 계파 간 갈등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당이 일어난다고 해도 당이 둘로 쪼개지는 수준이 아니라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의 퇴출에 가까운 소규모 이탈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주류 친김무성
친박에 견제 받나?

한편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 깊어질수록 주목을 받는 것은 '안철수 신당'이다. 계파갈등을 피해 각 당을 뛰쳐나온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모여들 가능성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 경우 안철수 신당이 순식간에 원내 제3당으로 등장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과연 국정원과 NLL사건이 몰고 온 후폭풍은 여야의 정치지형을 어디까지 바꿔 놓을까? 날로 뜨거워지는 한여름의 열기와 정치권의 계파싸움에 대한민국의 온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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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