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롭게 출범한다. 검찰이 함께 행사하던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하는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다. 전날인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문 위의 간판이 내려갔고, 그 자리에는 ‘공소청’이라는 새 이름이 붙었다.
공소청 본청으로 쓰일 대검찰청 청사에서도 간판과 현판을 철거하거나 가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있던 검찰개혁이 이제 청사의 이름까지 바꿨다. 국민은 그 건물 안에서 자신의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공소청은 수사 결과를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한다. 중대범죄수사청, 이른바 중수청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기존 검찰의 수사 사건은 성격과 관할에 따라 중수청뿐 아니라 경찰과 해경 등에도 이관된다.
흔히 검찰청 하나가 두 기관으로 나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관계를 새로 짜는 일이다. 권한을 나누는 법만큼 기관을 연결하는 실무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출범 전날까지 두 기관의 정식 수장은 임명되지 않았다. 공소청의 초대 수장 인선은 끝나지 않았고,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의 임명 절차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까지 공석이다. 새로 출범하는 두 기관뿐 아니라 기소 행정을 관장하는 부처와 주요 수사기관도 정식 수장 없이 전환기를 맞는다.
간판은 출범일에 맞춰 바뀌었지만, 새 체계를 이끌 정식 수장은 갖춰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진수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검찰총장 공석은 1년2개월 넘게 이어졌고, 이정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수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경찰청 역시 김종철 차장의 청장 직무대행 체제다. 직무대행에게도 업무를 처리할 권한은 있다.
그러나 조직과 관할을 동시에 바꾸는 시점에는 인력과 예산을 조정하고 기관 간 이견을 풀어야 한다. 대행 체제로 이런 결정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출범 초기의 부담이다.
공소청·중수청의 수장을 누가 추천하고 제청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소청 수장의 공식 직함은 검찰총장이다.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한 사람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수청장도 후보추천위원회 추천과 국회 청문을 거치지만 제청권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대법관처럼 국회 본회의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 방향이 반영되기 쉬운 만큼 추천과 검증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공소청 수장 인선이 늦어진 배경에는 법무부 장관 공백이 있다. 정성호 장관의 사임에 이어 후임으로 지명된 김승원 후보자도 지난달 19일 사퇴하면서 인선을 이끌 지도부의 공백이 길어졌다. 제청권자인 장관의 부재는 인선을 어렵게 한 사정이다.
그러나 출범일이 정해진 조직의 지도부를 준비하는 일은 정부의 책임이다. 장관 공백이 인선을 늦춘 이유는 될 수 있어도, 출범 준비의 책임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공교롭게 출범 전날인 1일, 대통령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정책실장으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을 경제성장수석으로 임명하는 등 참모 인사를 발표했다. 정책 추진력을 높이려는 인사다. 두 기관의 수장은 후보 추천과 국회 청문을 거쳐야 하므로 참모 인사와 속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절차가 더 필요한 자리라면 그만큼 일찍 준비했어야 한다. 정책 진용을 정비하는 일만큼 국민의 사건을 책임질 지도부를 갖추는 일도 중요한 국정 과제다.
중수청장 인선은 여권 내부의 반발과 추가 검증으로 지연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했지만, 이후 과거 행적과 개혁 철학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1일 청와대는 추가 검증에서도 기존 판단을 바꿀 사정이 없었다며 곧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혹은 사실과 다르거나 추정에 머물렀고, 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배제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친윤(친 윤석열) 검사’로 규정하는 주장에 반박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검 형사부장 재직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관련 사건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으며, 윤석열정부 첫 검찰 인사에서는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것이다.
다른 사건을 둘러싼 의혹도 사실과 다르거나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와대가 내놓은 검증 결과다. 국회는 그 설명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후보자의 실제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 전문가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출신보다 전문성과 실제 행적을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타당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개 옹호가 강해질수록 여당 의원들은 검증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의혹만으로 부적격을 확정해서도 안 되고 대통령의 신뢰만으로 적격을 확정해서도 안 된다. 청문회는 후보자가 자신을 임명한 권력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에서도 독립적으로 판단할 사람인지 확인하는 자리여야 한다.
수장 인선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중수청의 첫 간부 인사는 발표됐다. 서울중수청장에는 최재민 변호사, 본청 차장에는 전종민 변호사, 광주중수청장에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임용될 예정이다. 차장과 지방청장 등 7명 가운데 검찰 출신이 4명, 판사 출신이 3명이다.
다양한 경력을 활용하려는 인사로 볼 수 있다. 다만 출신의 안배가 독립성과 지휘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새 간부들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체계에서 협력하고 책임지는 방식까지 보여줘야 한다.
현장 준비 상황은 더 구체적인 과제를 드러낸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중수청의 출범 초기 충원 인원은 잠정 1900명으로, 정원 2874명의 66.1%다. 약 3분의 1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셈이다. 지방청별 충원율도 부산청 74.2%, 광주청 58.3% 등 차이가 있다.
충원율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 배치된 인력이 사건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부족한 인력과 지역별 편차가 사건 처리의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무량에 맞춘 배치와 보완 일정이 필요하다.
전산과 사무 환경도 출범과 동시에 모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KICS는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등 필수 기능부터 가동하고, 사건 처리 등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개통할 예정이다. 필수 사무 공간과 업무망을 우선 갖춘 뒤 나머지 사무 환경 조성공사는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단계적 준비가 불가피하더라도 그 사이의 업무 처리 절차는 분명해야 한다. 전산 기능이 갖춰질 때까지 사건 기록과 전자증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현장에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수장 공백과 준비 부족의 부담은 사건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 정하는 과정에서 커질 수 있다. 중수청법은 수사의 중복이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이에 따라야 한다.
문제는 그 사유를 두고 서로 판단이 다를 때다. 후속 법안의 이첩 규정 논의에 공소청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동아일보> 보도도 있었다. 권한을 나눌수록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이견을 조정하는 절차는 더 촘촘해야 한다.
경찰이 공소청·중수청 출범 전날 ‘비상대응 체제’를 선언한 것도 이런 전환기의 부담을 보여준다. 경찰서장이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가 교차 점검하기로 했다. 피해자 보호와 사건 진행 통지를 강화하고, 사건 조작·은폐 등 중대 비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비상대응의 성과는 회의와 보고의 횟수보다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 진행 상황을 정확히 알고 제때 권리를 구제받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기존 검사 직접수사 사건에는 출범 후 90일간의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이 기간은 혼선을 미루는 시간이 아니라 담당 기관과 증거 관리 책임을 확정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정부는 네 기관의 수장 공백 해소 일정과 인력 충원, 전산 개통, 사건 이관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관 사이의 이견을 조정할 책임자와 국민이 문의할 창구도 분명히 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눴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의 책임까지 흐려져서는 안 된다.
검찰청 간판은 내려갔다. 그러나 그 간판 아래에서 처리되던 국민의 사건과 국가의 책임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 개혁의 성적표는 권력 앞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하는지, 공정하게 기소하는지, 피해자의 사건을 제때 처리하는지로 작성될 것이다.
첫 시험대인 인선에서 정부가 찾아야 할 사람은 법에 따라 판단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사람이다. 간판 교체는 하루면 가능하지만 국민의 신뢰는 매일의 사건 처리로 쌓인다. 국민의 사건은 새 조직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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