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SK하이닉스가 지난 1일,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에 대해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중복상장’ 우려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기존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증권가와 시장 전문가들은 솔리다임 상장이 과거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와 같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의 핵심 투자 가치와 솔리다임의 사업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솔리다임 상장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과거 ‘쪼개기 상장’으로 불렸던 사례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LG화학을 통해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기대했지만, 핵심 성장 사업인 배터리 부문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상장되면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경우 구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SK하이닉스 투자자가 기대하는 핵심 가치는 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HBM과 서버용 D램 경쟁력”이라며 “낸드플래시 사업을 담당하는 솔리다임은 투자자가 SK하이닉스에 투자한 본질적 가치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하락 역시 솔리다임 이슈보다는 글로벌 금융환경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국제 유가,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속도 조절 우려 등 외부 요인이 주가 약세의 주요 배경”이라며 “솔리다임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시장에서 과도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인수 당시에는 대규모 적자로 인해 부담 요인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일부 외신과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자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모든 투자를 내부 자금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최적의 선택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HBM 중심 SK하닉 VS 낸드 중심…투자 포인트 달라”
적자서 AI 시대 핵심 자산으로…솔리다임 가치 급등
미국 상장 시 현지 투자 확대·모회사 부담 완화 효과 기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서버용 D램, eSSD 등 여러 성장 분야에 동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외부 자본 활용은 회사 전체의 자본 배분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현지 자금 조달을 통한 투자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미국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솔리다임의 외부 자금 조달이 SK하이닉스 모회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모회사의 추가 투자 부담을 낮추고 성장 재원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솔리다임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HBM과 차세대 메모리 등 핵심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재무 여력 확보를 통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여지도 생긴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솔리다임 상장 자체보다 상장 이후 SK하이닉스가 어떤 구조로 주주가치를 연결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는 “상장 이후에도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대한 지배력과 경영 방향성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과 사업적 효과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향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재무적·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기존 주주 보호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솔리다임 미국 상장은 단순한 자회사 분리 이슈가 아니라, AI 반도체 시대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자본 배분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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