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수청이 문을 연다. 아직 인력 구성과 사무실 임대 등의 문제가 남았다. 출범 정상화 궤도에 오르려면 한두달의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중수청은 채비를 끝내면 12·3 내란 의혹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군·정보기관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야 하는 만큼 경찰보다는 중수청을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특수본이 효율적이라는 관측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은 여전히 부족한 인력과 숙련된 수사관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시작부터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수청이 교통정리를 마무리하면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 12·3 내란 수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찰 산하 특별수사본부보다는 중수청이 다수의 사정기관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개혁 상징성
종합특검팀이 지난 8월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경찰에 넘긴 사건은 모두 46건이다. 경찰은 아직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경찰 조직이 사건을 이어받는 것만으로는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과 정보기관, 대통령실, 경찰, 국방부 등 여러 국가기관이 사건의 배경에 얽혀 있는 만큼 사정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종합특검팀 역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남은 의혹을 장기간 들여다볼 수 있는 상설 특별수사본부 설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매듭짓지 못한 수사를 이어갈 별도의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과거 경찰은 12·3 비상계엄 직후 국가수사본부에 특별수사단을 꾸려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 이후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채 해병)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도 운영했다. 다시 내란 특수본을 구성할 경우 조직을 새로 꾸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종합특검팀이 넘긴 사건 46건의 성격과 범위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변수다.
경찰도 아직 구체적인 특수본 구성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종합특검으로부터 총 46건을 인계받아 사건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으며 적합한 수사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경찰에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거나 중대범죄수사청과 합동 수사하는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자료 받고 한 달여 검토
중수청, 내란 ‘직접 수사’ 가능
내란 특수본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 내란 특수본 구성 가능성이 거론된 게 시발점이다. 경찰에 우선 수사 조직을 두고 이후 중수청 출범에 맞춰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 국수본 관계자도 “중수청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고 경찰과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도 있고 아직 확정된 게 없다. 현재 모든 자료가 경찰에 있어서 어떻게 하든 중수청이 출범하면 논의는 이뤄질 거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사건 전부를 도맡아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건 어렵다. 내란 사건의 경우 합동수사본부나 특수본 형태로 수사가 이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여러 현안 가운데 내란 특수본 구성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세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별도의 수사 조직 구성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정부가 마련한 중수청의 수사 대상에는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 등이 포함된다. 국가보호범죄에는 내란·외환 등이 포함된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중수청의 역할 자체가 내란과 같은 국가적 중대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내란 혐의 수사가 중수청의 ‘1호 사건’이 될 수 있다. 특히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둘러싸고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검찰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란 수사를 중수청의 첫 사건으로 맡기는 게 정부의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중수청이 내란 특수본을 대체하게 된다면 핵심은 ‘인력 파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수사는 경찰 수사관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군 조직을 이해하고 군사정보에 능통한 인력이 필수적이다.
정보기관 수사 위해 경험 풍부한 인력 파견은 필수
3대 특검팀 파견 검사 다수 합류 “시간 낭비 안 한다”
중수청이 출범한 이후 경찰뿐 아니라 국방부와 군·정보기관 등에서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파견받아 별도 수사단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수청법 자체도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는 중수청의 업무 특성상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협력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관련 조직을 설계했다. 중수청 직제에는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범죄를 다루는 합동수사과도 설치된다.
내란 사건 역시 이런 협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각 기관의 장점을 한 조직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수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중수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검사 80명 중 검찰개혁적 성향을 띄거나 현 정부에서 꾸려진 특별 수사팀 출신이 다수 포진됐다. 20명가량은 3대 특검팀 파견 경력이 존재했다. 또 3대 특검팀의 잔여 사건 등을 수사한 종합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도 1명 있다.
통상 수사기관은 수사를 시작하기 전 자료를 검토하고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 중수청이 내란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 자료 검토·이해 및 보고서 작성에 많은 시간 할애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중수청은 현재 2차 특례 임용 절차를 통해 검찰 직원 201명의 추가 지원을 접수했다.
현재 합격자를 추리고 있어 검사 등 일부가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중수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출범 초기의 불안정성’이다. 정부는 중수청을 10월2일 출범시키기 위해 조직·정원·인사관리 등의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청사 역시 본청과 6개 지방청의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특검 연장선?
중수청이 2874명 규모로 출범한다고 해도 곧바로 내란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사와 교육, 업무분장, 기존 사건 이관, 수사관 배치 등 행정적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검찰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특례 임용을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출범과 동시에 완성된 수사기관’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기존 수사기관의 인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과도기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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