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에 의해 기소된 의외의 인물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조성현 대령만 있는 게 아니다. 강호필 전 지작사령관도 내란 특검팀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다. 그는 ‘2차 계엄’을 막은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상 신호’를 알았던 그는 “전역하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비상계엄에 회의적이었다.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은 지난해 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군은 국민의 군대다” “지작사가 병력 출동이나 어떤 임무를 받은 바가 분명히 없다”는 등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2·3 내란 막판에 2차 계엄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의 시선은 달랐다.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했고 일부 과정에서 협력했다고 결론 냈다.
같은 수사
다른 결론
강 전 사령관은 12·3 내란과 관련해 지난해 9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서 처음 조사를 받았다. 입건됐었으나 당시 신분은 참고인이었다. 앞서 강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월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40분 (계엄사로부터) 출동 준비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있었으며, 계엄사의 한 중령으로부터 7군단에 문의가 왔고, 7군단이 지작사 참모장에게 전화했다. 참모장이 나한테 보고했는데 즉시 중지를 명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강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팀과 종합특검팀 조사에서도 국회에서 증언했던 것과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내란 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를 근거로 정보사령관·특수전사령관·수방사령관·방첩사령관 4명이 비상계엄 약 한 달 전부터 계엄에 가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 전 사령관 등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강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병력을 투입하거나 구체적인 임무를 수행한 정황이 없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달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강 전 사령관의 공소장을 보면 그는 2024년 6월17일 윤석열씨의 초대로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씨, 곽 전 사령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등과의 술자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윤씨에게 “여기 온 장군 4명이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같은 해 초부터 강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극우 세력의 주장이 포함된 유튜브 영상과 링크를 자주 전송했는데, 이날 술자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영상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내면서 “나라가 이래 되겠느냐. 종북주사파가 지금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치 상황과 관련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란 특검팀, 입건했다가 참고인 조사 2회 후 불기소
종합특검팀, 포고령·상황실 구성 등 근거 명확 판단
강 전 사령관은 삼청동 안가에서의 모임 한 달여 뒤인 같은 해 7월2일 경호처장실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다. 김 전 장관은 이날에도 강 전 사령관에게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종북주사파와 부정선거가 있었고 여론조작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강 전 사령관이 윤씨가 정치적 목적으로 군을 동원하려 했다는 것과 김 전 장관이 윤씨의 의도에 동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강 전 사령관은 일주일 후 윤씨의 하와이 출장에 동행했다. 윤씨와 김 전 장관 등과 술자리를 가진 강 전 사령관은 윤씨로부터 “한동훈은 빨갱이다. (야당) 이 새끼들 그냥 두면 안 된다. 군이 참여를 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김 전 장관이 윤씨의 발언에 동조하는 걸 지켜봤다.
강 전 사령관은 이틀 뒤 귀국해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상당히 분위기가 위험한 것 같다. 조치해 달라. 전역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신 전 실장은 “내가 조치할 테니 너는 전역할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업무에 충실하라”고 했다.
강 전 사령관은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도 “의장님, 전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강 전 사령관에게 “지금 전역 의사를 표시하면 항명죄로 보일 수 있으니 장관님이 조치하는 것을 지켜보자”고 답했다.
전역하려던 강 전 사령관의 계획은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강 전 사령관은 김 전 의장에게 “(김용현이) 비상계엄을 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으로 오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면서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강 전 사령관을 다시 한번 경호처장실로 호출해 “야 너 임마. 정신 차려라. 생각 똑바로 해라. 너 아니라도 사람이 있다”고 질책했다.
물거품 된
전역 계획
강 전 사령관은 12·3 내란 당일 TV를 통해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작사 본부로 출발해 지휘통제실로 들어가 계엄사령부 포고령 문구를 확인했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약 5개월 전부터 관련 징후를 인식하고 인지했다고 봤다. 이어 지작사 지휘통제실에서 계엄상황실 구성을 지시하고 예하 각 군단에 지역계엄사령부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종합특검팀은 그가 계엄상황실을 추가로 운용해 장기적 작전에 대비하려 했다고 의심했다.
강 전 사령관 측은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진 조치였고 지구계엄사는 계엄법령에 따라 엄격한 절차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므로 특정인의 구두 지시나 보고에 의해 설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강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4일 지작사·군단 상황평가회의를 주관하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계엄사 포고령 1호의 내용을 숙지해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종합특검팀이 수사 결과 강 전 사령관의 지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포고령 1호를 반드시 숙독할 것 ▲군과 관련된 부분은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교육할 것 ▲정치 활동을 금지할 것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거나 가짜 뉴스 또는 허위 선동을 금지할 것 ▲계엄이나 작전 관련 언론에 언급되지 않도록 교육할 것 ▲포고령 위반자는 현행범으로 처벌받는 것을 명심해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할 것 ▲포고령 위반 시 전시에는 사형이고, 명력 불복종하면 즉결심판 받을 수 있으니 지시에 따를 것 ▲관련 내용 지휘관이 반드시 교육할 것 등이다.
강 전 사령관 측은 위 지시가 당시 병력의 경거망동이나 유언비어 유포 등 오판을 막으려 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실제 강 전 사령관은 “군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특검팀이 강 전 사령관에게 내란 혐의를 씌우려 유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란 협력
적극적?
김 전 장관은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31분 박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에 병력을 증원해서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사령관은 합참에서 계엄사 참모진과 병력 추가 투입을 논의했고 투입 가능한 부대를 제2신속대응사단으로 정했다.
강 전 사령관은 같은 날 오전 12시42분 김 전 장관과 통화한 직후 자신의 부하에게 “신속대응사단 가능한가?”라고 묻고 투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전화를 받은 군 간부는 강 전 사령관에게 “제한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보고에도 불구하고 강 전 사령관이 제2신속대응사단 상급부대장인 박재열 전 7군단장에게 투입 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공소장에서 강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보고를 받았음에도 계엄해제 의결 이전에 지시한 사항에 대해 중지하라는 취지의 추가 지침을 하달하지 않았다. 박 전 군단장은 군단장 주관 상황평가회의를 진행하면서 “제2신속대응사단은 계엄군 임무 부여 시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는 지시 사항을 하달했다.
같은 날 오전 3시21분 김 전 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상황 해제를 선포했다. 출동한 부대를 철수시킬 것을 지시한 것이다. 윤씨는 이 시간까지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로 유발된 군사적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심했다고 봤다. 같은 날 오전 4시20분 강 전 사령관은 지작사 예하 군단장들에게 지작사 추가 작전지침을 하달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것은 아니며, 전군 경계 태세 2급 발령 및 조치 부호가 유효하고, 지작사 예하 부대들은 전투참모단으로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는 게 핵심 지시였다.
실제론 제2신속대응사단 출발 저지···“국회 동원 1명도 안 돼”
최측근 참모들 “들은 적 전무” “출동 언급 없어” 일관된 진술
결론적으로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됐고 참모로부터 “실질적으로 계엄이 해제됐다”고 보고받았음에도 추가적인 병력 투입을 시도해 내란에 종사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강 전 사령관에 대한 종합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물적 증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 지작사 참모들의 진술만 있을 뿐이다. 과도한 법 해석·적용 및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등과는 다르게 지작사 병력은 단 한 명도 국가기관에 투입되지 않은 점도 종합특검팀에게 불리한 근거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이 제2신속대응사단을 국회로 출동하도록 준비를 지시했다고 봤지만 그는 사령관 승인 없이 일체의 부대 이동과 활동 금지를 지시했다. 실제 지작사는 관련 상황보고서까지 작성했다.
강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계엄상황실 설치 중단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윤씨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이전 지작사 예하 부대의 모든 행동 중지도 참모들을 통해 지시하고 제2신속대응사단 출동을 저지했다. 강 전 사령관이 제2신속대응사단을 동원하려 했다면 지휘계통상 박 전 군단장 또는 제2신속대응사단장과의 통화기록·교신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지작사 참모들도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제2신속대응사단 출동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사령관은 삼청동 회동 이후에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윤씨 주관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으나 거절했다. 이날은 비상계엄 선포 한 달여 전이었다.
종합특검팀은 강 전 사령관의 포고령 전파와 관련해 위헌적 계엄의 조기 정착을 획책하고 계엄상황실을 설치해 내란 실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봤다. 군 안팎에서는 이를 합참 규정 등에 따른 기계적 절차라고 지적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강 전 사령관이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즉시 계엄상황실 설치를 중단하고 부대 복귀를 지시한 점도 내란에 협력했다고 볼 수 없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적 증거
사실상 없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검사는 “강호필 사령관의 경우 홍장원 차장과 비슷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사실관계 오인으로 벌어진 기소가 아닌가 한다”며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내란 특검팀에서도 일부 확인했던 내용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에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당일 지작사가 내란에 동원되려 했던 걸 막은 사실은 명확하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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