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기획> ‘검찰 없는 세상’ ⑦‘김영란법’ 실무자 김인수 전 권익위 부위원장에게 듣는다

“개혁인지, 개악인지 곧 사회가 알려줄 것”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검찰과 경찰을 내세운 정치권의 대리전에 국민의 삶이 볼모로 잡혔다. 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된 체계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국민이 감내해야 할 후폭풍은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인수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책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탄했다.

“검찰청 폐지, 수사‧기소 완전 분리 등은 중립에서 보면 사법 체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개혁인지, 개악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위험한 부분입니다. 이미 법안은 통과됐고 정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국민 피해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예상되는
후폭풍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인수 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29회)에 합격한 이후 31년8개월 동안 공직생활을 하다가 2017년 권익위 부위원장(차관급)직을 마지막으로 ‘자연인’이 됐다.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스스로 ‘시민’이라고 칭했지만 김 전 부위원장은 퇴직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직자’였다.

김 전 부위원장은 첫 질문을 하기도 전에 2024년 글로벌 통계 플랫폼 ‘넘베오(Numbeo)’에서 조사한 강력 범죄율, 치안 지수 등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그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강력 범죄율, 경찰 대응 속도, 치안 인프라 등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며 “세계적으로 안전한 국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왜 변화를 주는 건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정치를 언급했다. 검찰청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둔 현 상황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정부는 여론이 악화하자 ‘해경 해체’라는 답을 내놨다. 사고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폐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마저도 몇 년 뒤에 부활했다. 이재명정부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안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처리한 방식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가 예정된 만큼 보완수사권만큼은 남겨둬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법안을 처리한 배경에 일종의 ‘한풀이’ ‘분풀이’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정치적 의도 개입
숙의나 토론 없어

김 전 부위원장은 “박근혜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전 정부 때부터 계속 논의되던 사안이어서 박정부에서도 얘기가 나왔던 것”이라며 “검찰청 폐지나 보완수사권 박탈은 아예 결이 다른 문제,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이후 폭발했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는 만큼 검찰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남겨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나이, 성별, 지역과 관계없이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안 된다는 응답이 우세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남겼다.

김 전 부위원장은 “사건을 수사해 본 경험은 없지만 직접 하는 것과 요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수사라는 게 범위나 규모를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다. 만일 한 수사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있다면 다른 수사기관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할 일도 있지 않겠나. 보완수사권은 그런 의미에서 필요한 권한이었다”고 한탄했다.

무엇보다 김 전 부위원장은 국민 피해를 염려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래 72년 만에 사법 체계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운 듯했다. 그는 “결국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피해 정도가 빈부 격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도 짚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범죄에 걸려들 가능성이 작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일하지 않아도 되고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에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일도 드물다. 또 범죄 피해를 본 경우에도 변호사를 선임한다든지, 자신을 지킬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려 놓고
뒷감당은?

그러면서 “10년여 동안 권익위에 근무하면서 국민의 민원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민원은 돈 없고 많이 배우지 못하고 연로한 분들이 제기했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 부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려스러운 점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의 범죄 피해를 걱정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지만, 성범죄나 디지털 범죄 증가, 낮은 안전 체감도는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범죄, 여성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이 통계로 잡힌다는 뜻”이라며 “(정책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20~30대 여성층의 우려는 매우 큰 수준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보완수사권 폐지가 확정된 이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대 여성이 이탈했다. 임기 초 60%대를 유지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은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전 부위원장은 광주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인 사건, 제주도 여성 실종 사건 등이 하나의 신호였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찬성하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고민해 보라는 일종의 사인이었을 수 있는데 (정부와 민주당은) 눈과 귀를 완전히 막고 달려가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책 실패가 불러올 후폭풍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사실 실패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회복이 어렵다. 아니, 회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그 여파가 굉장히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한 사병 월급 200만원 정책을 예로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이병부터 병장까지 모든 병사에게 월급 2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취임 즉시 시행하겠다는 약속은 2025년 기준 병장부터 주는 걸로 바뀌었다. 문제는 당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었다.

통제·견제
사실상 없어

김 전 부위원장은 “병사의 월급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하사관 등 초급 간부와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간부들이 버틸 수 없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건 양질의 인재가 아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군 기강 해이 같은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련 법 시행은 다음 달 2일부터지만 이미 현장에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당장 10월2일에 검찰청이 폐지되고 보완수사권도 사라진다. 수사 절차도 달라질 거고, 권한이나 책임 소재도 바뀔 것이다. 경찰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일단 사건을 내버려 둘 것이고 검찰은 없어지는 판국에 굳이 뭘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서 피해자만 붕 떠버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 범죄”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경찰을 통제하거나 견제할 방안은 없는지 묻자 권익위에서 시행 중인 ‘경찰 옴부즈만 제도’를 언급했다. 경찰 옴부즈만 제도는 수사 과정에 위법이 있거나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피해자나 피의자가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신고하면 조사한다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이나 징계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지난 9일 권익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경찰 옴부즈만 제도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감사원 등 수사‧감사기관 전반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김 전 부위원장은 “경찰 옴부즈만 제도는 수사의 진행 여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본질적인 부분은 건드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대응 방안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국민 반대에도 강행
사회적 약자 첫 표적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한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는 급진적이기보다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차선을 급하게 바꾸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우리 몸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고장 날 수 있다”며 “교통 시스템, 신체 시스템, 사회 시스템 다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핀셋 처방’을 하면 된다. 고치는 것 이상으로 큰 변화를 주면 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정책은 기본적으로 검증된 다음, 타당성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법 체계 변화는 그런 과정이 부족했다. 오만과 독선의 정치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회는 살아 있으니까 어떻게든 돌아갈 것이고 이번 사법 체계 변화도 발생하고 있는, 발생할 문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보완해 나가면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피해는 당하는 사람으로선 황당할 수도 있고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김 전 부위원장이 정책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정착시키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거듭 언급한 이유는 본인이 우리나라 사회를 뒤흔든 법안의 실무자였기 때문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권익위 재직 기간(2014년 11월~2017년 11월) 동안 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을 겸했는데, 당시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었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제안해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은 올해 시행 10년을 맞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제정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3년여 동안 법안의 연착륙을 위해 뛰어다닌 인물이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제정,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시행됐다.

김 전 부위원장은 “원래 법 통과 이후 시행까지 1년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는데 1년으로는 시행령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권익위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1년6개월로 늘어난 것”이라며 “처음 제안이 나왔던 2010년부터 따지면 5년9개월의 논의를 거쳐 적용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7월31일에 통과돼 10월2일부터 시행된다. 시행 당일 아비규환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써부터
조짐 보여

김 전 부위원장은 “정책을 시행할 때는 명분이 중요하다. 김영란법은 청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명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사법 체계 변화는 제대로 된 명분 없이 진행돼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법을 만들고 떠나가면 끝이지만 실무진은 법안이 정착되기까지 죽도록 일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아무 대책, 방도도 없다는 사실에 암담할 뿐”이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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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