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프로포폴 오남용 의혹이 제기된 M 의원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20분짜리 시술을 받기 위해 수면마취에 들어갔다가 약 9시간 뒤 깨어났다. 눈 떠보니 동의한 기억이 없는 시술이 수차례 이뤄졌고, 결제금액은 1640만원까지 늘어났다.
결제금 가운데 960만원은 병원이 아닌 원장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금됐다. 병원 측은 환자 동의를 받아 각각의 시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M 의원의 프로포폴 오남용 심각성은 처음 알려진 게 아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 M 의원의 수면 시술 방식과 마취제 사용 실태를 추적했다.
야간 피부과의 비밀
M 의원의 수면 마취제 오남용 피해를 주장하는 30대 여성이 등장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17일 피해자 A씨는 스킨보톡스, V올렛, 턱보톡스 등 시술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M 의원을 찾았다. A씨가 처음 설명받은 시술비는 143만원이었다. 병원 측 설명에 따라 시술 시간도 20분 정도로 인지했다.
병원 측은 상담 과정에서 회원권 가입도 권유했지만 A씨는 추가 시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며 거절했다. 이날 오후 4시54분 A씨는 M 의원에서 143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A씨가 현재까지 기억하는 마지막 결제다. 이후 수면 시술이 시작됐고, 최초 결제 후 49분이 지난 오후 5시43분 A씨 계좌에서 300만원이 빠져나갔다.
결제 금액은 M 의원 원장 개인 명의의 계좌였다. 약 1시간40분 뒤인 오후 7시25분에는 같은 계좌로 다시 600만원이 송금됐다.
밤이 깊어진 뒤에도 결제는 이어졌다. 밤 11시15분 같은 계좌로 60만원이 추가 이체됐고, 불과 3분 뒤인 밤 11시18분에는 M 의원에서 카드로 540만원이 결제됐다. 처음 143만원을 결제한 뒤 수면 시술이 이어지는 동안 계좌이체 세 차례와 카드결제 한 차례가 추가로 이뤄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원장 개인 계좌로 송금된 금액만 960만원이다. 추가 카드결제 540만원까지 더하면 최초 결제 이후 늘어난 금액은 1500만원에 달한다. 이날 A씨의 카드와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은 모두 1643만3300원이다.
A씨는 최초 143만원을 결제한 뒤부터의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00만원과 600만원, 60만원을 차례로 송금하고 마지막에 540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는 사실을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A씨는 “143만원을 결제한 것까지만 기억한다”며 “그 뒤 제가 돈을 보내거나 추가로 결제했다는 기억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A씨가 다시 정신을 차린 시간은 새벽 2시께였다. 병원에 들어간 지 약 9시간이 지난 뒤였다. 병원이 발급한 진료기록에는 리투오, 리쥬란, 스킨보톡스, 보톡스, 브이올렛, 세르프 등 여러 피부 미용시술이 진행된 것으로 적혀있다. 이 밖에 수액과 주사, 팩 등의 항목도 함께 기재돼있다.
프로포폴 포함 상품 판매···오남용 위험 도마
“143만원 시술 동의했는데 깨어나니 새벽 2시”
A씨 측은 시술 과정에서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을 투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병원으로부터 받아온 기록에는 시술 각각의 마취제 투약 시각과 추가 시술 동의가 이뤄졌지만,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는다. 시술비를 결제한 시각은 남아있지만, 시술 동의와 마취제 투약 시간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셈이다.
병원 측은 A씨가 직접 추가 시술을 선택했고 모든 동의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A씨가 병원에서 발급받은 자료에는 지난 7월17일자로 작성된 리프팅 시술 동의서와 보톡스·지방 분해 주사 동의서, 회원권 결제 및 환불 규정 동의서 등이 여러 장 포함돼있다. M 의원 측은 ‘회원권 1회라도 소진 시 환불 불가’라는 내용도 기재했다.

중요한 것은 동의서가 작성된 시점이다.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을 투여하기 전에 작성한 것인지, 이미 약물이 투여된 이후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씨 측은 사건 이후 병원을 직접 찾아가 이 부분을 따졌다. 자신이 결제에 동의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관련 기록과 CCTV 확인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다른 환자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CCTV 열람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마취제의 정확한 투약 시간과 기록도 요구했다. M 의원과 A씨 사이의 통화에서는 시술마다 마취비가 각각 부과된다는 취지의 설명도 나왔다. A씨는 1600만원대에 이르는 전체 시술명과 개별 가격, 총금액이 제시된 견적서를 시술 전 상담 중에 받은 적이 없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도 최초 143만원 외에 1600만원대 전체 비용을 수면 시술 전에 안내받았다는 견적서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M 의원의 장시간 수면 피부 시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26일 ‘<단독> 새벽 장사하는 피부과의 비밀’(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461)을 통해 M의원의 수면 시술 운영 실태를 보도했다.
본지 의혹 제기 5개월 뒤 피해자 속출
마취 중 1500만원…960만원 원장 계좌로
A씨와 비슷한 사례도 등장했다. M 의원 관련 온라인 게시물에는 ‘지인이 수면마취를 받을 때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뒀다. 비용이 많이 나와 녹음 내용을 들어보니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시술을 권유하고 결제를 유도하는 내용이 있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곳은 새벽 2시까지 문을 열고 호텔형 1인 병실을 운영하면서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 등을 포함한 이른바 ‘수면 피부 시술’을 안내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최대 8시간까지 수면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됐다. 환자가 잠든 상태에서 여러 피부 미용 시술을 연이어 받을 수 있다.
M 의원 외에도 강남권에서 장시간 수면과 피부 미용 시술을 결합한 업소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불법 업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불법 시술소는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몄다. 이곳에서 경찰이 확인한 투약자만 44명이었다. 남성 14명은 모두 40대였고, 여성 30명은 20~40대에 분포됐으며 30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삼성동의 한 빌라에서는 중독자가 19시간 동안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중독자가 10㎖ 기준 앰플 약 50여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약자 모집은 대부분 지인 소개와 입소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자들은 과거 해당 장소를 찾았던 손님이나 유흥업소, 불법 유상 운송 영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며 투약자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4번 결제
마취제를 남용하는 의료원들이 생겨나면서 프로포폴 중독자들이 폭증하고 있다. M 병원이 프로포폴과 함께 취급하는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린다. 초단시간 정맥 투여 방식의 전신마취 유도제로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환자의 마취에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반복 투약 시 근육경련과 떨림, 구토나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동안 마약류로 관리되지 않아 투약자 처벌과 유통 관리에 상대적으로 빈틈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smk1@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