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검찰이 한 살림을 차린 지 78년 만에 수사와 기소로 갈라서게 됐다. 검찰청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과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대신할 예정. 형사사법을 둘러싼 모든 플레이어가 새로운 룰로 짜인 판에 놓였다. 검사, 변호사, 판사, 고소·고발인, 경찰은 어떻게 달라질까?
다음 달 2일이면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던 검찰 체제가 막을 내린다. 검사의 수사 개시권을 규정하던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법문에서 완전히 삭제되면서다. 이제 수사와 기소를 맡고, 재판도 끌고 가던 검찰 원스톱 서비스가 사라진다. 대신 수사 따로, 기소 따로인 분업 체제로 바뀐다. 공소청은 법무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검수완박
검찰은 종전에 부패나 경제범죄 등 특정 중요 범죄에 대해 검사가 직접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피의자를 불러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모든 범죄의 직접 수사가 경찰,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특별사법경찰관 등 전문 수사 기관으로 넘어간다.
조직 구조도 완전히 바뀐다. 경찰과 중수청 사건을 심사하고 사법 통제하는 ‘불송치사건심사부(구 사법통제부)’와 ‘중대범죄전담부’가 새로 생긴다. 검사가 발로 뛰며 범인을 잡던 시대에서, 경찰이 모은 증거를 법률적으로 검토해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시대로 옮겨가게 됐다.
경찰 등 수사 기관이 불송치한 사건을 전담해 검토하는 ‘불송치사건심사부’가 전국 지방공소청에 신설된다. 다음 달부터 검사의 보완 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우려되는 부실 수사와 사건 암장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던 부서는 폐지되거나 통폐합된다.
다음 달 출범하는 공소청은 기존에 검찰청이 갖던 기소 및 공소 유지 기능을 전담하게 된다. 대검찰청의 범죄 관련 정보 분석·검증·평가 기능을 담당하던 범죄정보기획관실이 폐지된다.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는 중대범죄부로 통합된다. 중대범죄에 대한 현장 과학수사 기능이 중수청으로 이관되면서 검사장급이 부장이던 과학수사부는 차장검사급이 맡는 법과학기획관실로 축소된다.
전국 검찰청에서 직접 수사 기능을 주로 수행하던 인지·합동수사 부서 43곳은 중대범죄전담부 29개로 통폐합된다. 검찰 수사관이 검사 지휘를 받아 범죄 수사를 하던 수사과와 조사과 67곳은 없어진다.
돈 없는 고소인 직접 수사해야 하나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 선임 필요해져
전체 사건의 94%를 차지하는 일반 형사사건에 대응하는 조직은 강화한다. 소청 본청 형사부에 차장검사급 형사기획관을 신설해 서민 다중 피해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대한 대응 체계를 총괄하도록 한다. 특별사법경찰을 대상으로 검사의 지도·조언과 교육 등을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협력과도 설치한다.
검사는 송치한 사건 공소 제기 여부와 공소 유지, 영장 청구 여부 등을 판단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대신 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에 따라 사법경찰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원칙적으로 보완 수사를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필요하면 일정 범위에서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적정한 보완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급 수사 관서나 다른 수사 기관을 지정해 요구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공소청에서 검사 피의자신문조서를 새로 작성해 이전 진술에 있던 실수를 보완해 주던 과거 사법 관행은 이제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진술과 객관적 증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일수록 첫 경찰 조사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이 보완 수사 요구와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 토대가 된다.
변호사는 초반 대응이 훨씬 중요해졌다. 사건 승패를 가르는 진술과 증거가 이제는 검사 단계가 아니라 경찰 조사 초기에 거의 굳어지기 때문. 결국 수사 초반부터 변호인이 붙을 필요성이 커졌다.
판사는 걱정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 일선 형사법관 사이에서는 수사권 없는 검사가 경찰이 넘긴 기록만 보고 기소하면, 공소 완결성이 떨어져 재판이 길어지고 무죄 선고도 늘어날 수 있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가 직접 증거를 모을 수 없다 보니, 재판 중 증인신문으로 혐의를 입증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인신문이 늘어날수록 심리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 판사 업무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달라진 창구 번호에 시민 혼선 우려
개혁 실패 시 보완 청구서는 국민 몫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를 결정했다면, 고소인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불송치 이의신청을 준비하는 고소인의 기록 접근권도 강화됐다.
이의신청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 또는 검사에게 수사 관계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고소인이 직접 누락 증거와 사실인정 오류, 추가로 필요한 수사 사항을 항목별로 정리하기에는 법 조항이 까다롭다. 따라서 변호사를 고용할 경제력이 없다면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 사이 중론이다. 시민단체 등 고발인 이의제기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점은 논란이다. 판례가 발생해야 이 논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진행 중이던 사건은 담당 기관과 연락처가 바뀔 수 있다. 개편 초기 고소인은 해당 사건이 지금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몫을 크게 챙긴 쪽은 경찰이다. 업무가 갑자기 몰리면서, 베테랑 수사관 부족 현상을 겪을 우려가 커졌다. 중대범죄 외 일반 사건은 경찰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과거 ‘6대 중대범죄’로 구분했던 중수청 관할은, 최근 확정안에서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국가 보호(내란·외환 등), 사이버범죄에 법왜곡죄까지 추가해 총 7개 분야로 정리됐다. 층간소음 폭행이나 온라인 사기처럼 일상에서 흔한 사건은 여전히 경찰 소관이지만, 대형 횡령·배임이나 대규모 투자 사기 같은 사건은 중수청이 먼저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성공할까
경찰을 감시하는 통제 장치도 촘촘해졌다.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했는데 경찰이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각급 공소청의 장이 직무배제나 징계까지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 수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최대 200명 규모의 수사심의위원회도 별도로 둔다. 감시 주체가 검찰 하나에서, 공소청과 심의위원회 등으로 늘어난 셈이다.
오는 10월2일은 분명 형사사법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이다. 검찰 권력 분산이라는 개혁이 성공할지, 수사 구멍으로 인한 실패로 이어질지는 한동안 지켜봐야 알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