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짚은 ‘야당 진짜 숙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9.21 07:35:55
  • 호수 1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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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과 절연하고 한동훈·이준석 품어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넘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야당은 당내 정치에 함몰되면 안 된다”며 국민을 향한 외연 확장을 주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권력 투쟁보다 더 위험한 ‘노선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보수도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최근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전 원내대표를 만나 보수 부활의 방법과 검찰 폐지 이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재명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반사이익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회복할 수 있는 기미가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기존 인식이 조금 변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이후 국정 운영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중폭 개각을 시도했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대체로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되레 지탄·울분·분노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폭로를 하는 등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민주당이 한 의원을 겁박·고발하면서 국회의원의 권리를 1년 동안 정지시키는 탄압을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상당한 우려·비난·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싸워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진행했던 단식투쟁과 장 대표가 자주 언급하는 ‘싸움’의 차이는?

▲야당은 국민적 신뢰를 등에 업고 정권과 싸우지 않으면 그 힘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범야권을 아우르고 추스르는 중심에 서야 한다. 우리 진영 내 극단적·극우적 주장에 함몰되면 범야권 공조가 어려워지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경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재임했던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였다.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의 당내 갈등은 당시에도 정말 치열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당내 분열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보다 더 심한 것이 당내 갈등·분열·대립·반목이었다.

야당의 당내 갈등은 정부의 더 큰 폭정과 거대 입법 권력의 독단·전횡만 더 키울 뿐이다. 따라서 야당은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민적 신뢰를 등에 업어야 한다.

당시 드루킹 일당은 댓글 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당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드루킹 일당의 비열한 정치 행위를 발본색원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9박10일 동안 단식투쟁을 선택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정치인 노숙 단식투쟁이었다. 민주당·좌파 진영에서는 CCTV로 제가 뭘 먹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조롱했지만, 저는 죽기를 각오한 저항을 했다.

그러다가 제가 단식 9일 차에 접어들자,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저대로 놔두면 정국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특검 도입을 합의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그 단 투쟁을 계기로 뭉쳤다. 그 당시의 단합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와 싸웠고, 다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기적적인 일이었다.

우리가 진정한 보수로서 유능했기 때문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등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50년 이상 집권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 등 국가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 저력 있는 정치 세력이 손톱 끝만큼도 안 되는 사적 갈등을 하면서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하지 않았고, 당협위원장 재선출·비당권파 징계 등 문제가 불거졌다. 장 대표는 당을 쇄신하고 있는가, 아니면 당권을 강화하고 있는가?

▲장 대표의 보수 결집 노력은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는 장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가면서 변화를 만들어낼 추동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 강화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정당 지지율도 올라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장 대표로서는 정치적 운이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 문제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분위기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그만큼 올라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원과 일반 국민 중 누구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줘야 하겠는가?

▲집권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상황은 다르다. 집권당일 때에는 정당 정치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정책적으로 입안·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당·정·청 관계를 통해 가진다. 그런데 야당은 절대 당내 정치에 함몰되면 안 된다. 국민을 보고 더 큰 정당 정치를 해야 한다. 그

런 측면에서 장 대표가 당의 지도부 선출 방식 등과 관련해 당원의 참여율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당의 중요한 정책적 의사 결정 등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평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엇과 절연해야 하는가?

▲보수는 원래 큰 그릇이어야 하고,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모두 한 그릇에 담아야 한다. 모든 합리적인 생각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당내에는 분명히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도 있다. 저는 윤 전 대통령과 지지층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우리가 굳이 외면하고 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정치를 실종시키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했다. 당청 관계도 수직적이었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진행했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냈고, 김기현 전 대표도 끌어내렸다. 또 12·3 비상계엄 하나로 사실상 보수를 궤멸 위기까지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장, 정치적 운 좋았다…지지율 상승은 반사이익”
“윤에 ‘빨대’ 꽂은 몇몇 총선 불출마 책임져야”

보수를 위해 헌신·희생한 정치적 이력·경력도 없다. 검찰총장 재임 당시 인기 하나로 보수에 와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헌법·법률에 의해 파면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절대 권력에 사실상 빨대를 꽂고 자신의 사익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최소한 몇몇은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고, 국민의힘이 자정·쇄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국민의힘의 중심 세력으로서 자신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지도부 선출·주요 의사 결정 등과 관련해 공고한 스크럼을 짜고 있다.

이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어렵다. 우리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라는 거대 입법 권력이 저지른 만행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경기·인천에서 합리적·중도적인 유권자를 확보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까지 포함하는 빅텐트를 구성하려면, 복당·합당 등 조직적 통합이 필요한 건가?

▲복당이든 통합이든 합당해도 할 수 있다. 총선·대선에 임박해 빅텐트를 치면 늦는다. 야당은 항상 통합을 위해 상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을 토대로 일시적 미봉책인 연대·연합을 해서는 힘을 얻을 수가 없다. 한국 보수 정치의 본산인 국민의힘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자신의 정치를 만들면서 길을 개척하는 이들은 지쳐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그러려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그를 빨대로 삼았던 몇몇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 이어 정치적·사적 감정을 털어내고, 보수라는 큰 그릇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한 의원·이 전 대표는 정치적 색깔과 지지층이 모두 다르다. 이들을 한 그릇에 담으려면, 무엇을 공통분모로 삼아야겠는가?

▲말로만 이재명정부와 싸워 이기겠다고 하면 안 된다. 이정부·민주당의 입법 폭주·전횡을 바로잡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세력이다.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통해 삼권분립 체계를 공고히 해서 상호 견제·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어 국가 경제를 더 크게 도약시키고, 기업의 더 큰 성장·발전을 이끌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모두 연결되는 문제들이다. 장 대표·오 시장·한 의원·이 전 대표 등의 갈등은 쉽게 말해 당내 권력을 둔 견제·경쟁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리 보수가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보수가 노동·복지·주거·청년 문제와 관련해 내놓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노선은?

▲국민의힘은 사회 개혁 정당으로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여성·인권·노동·환경·공공의료·복지 등을 놓고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겼고, 우리는 방치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얘기하면서도 본질적인 접근은 처절하지 못했다. 제대로 번지수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친기업·반노동이 되는 거다.

친기업을 하면 기업 오너로부터 연간 정치 후원금 500만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근로자 100명으로부터 1인당 10만원씩 받으면 1000만원이 된다. 오너 2명으로부터 500만원씩 받는 이 손쉬운 방식을 취하는 순간 우리는 사회 개혁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여성·노동·복지 왜 진보 전유물?”
“검 폐지 뒤 형사사법 대혼란 뻔해”

여성·인권·노동·환경·공공의료·복지 등과 관련해 국민의 삶의 질과 실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더 파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옛날에는 만 60세라는 정년 기준이 없었는데 그걸 제가 만들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근로자의 정년을 늘려주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면서 저를 징계하려고 했다. 오늘날 모든 근로자가 만 60세까지 누리는 같은 혜택을 보수에서 만들었던 것이다.

큰 사회 개혁과 대변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우리가 야당이 됐다. 사회개혁 정당은 합리성·객관성·중도·균형을 중시해야 한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들만의 방식에서 비롯된다. 청년·신혼부부는 내 집을 가지고 싶어하는데, 정부는 공공개발을 통한 임대주택을 주려고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을 택하려고 해도 민주당의 강경한 개혁 드라이브와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 충돌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민주당 내 엄청난 노선 투쟁으로 이는 권력 투쟁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섭다. 어떤 양보나 배려, 포용도 없다. 죽고 죽이는 정글의 법칙만 남는다. 그게 바로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였다. 민주당이 뉴이재명이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의 길을 걸을 것인지, 이 대통령이 추진한 중도·실용 정부를 위해 민주당이 변화할 것인지 당원이 판단해야 했던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사 임명 하나로도 경기도정에 충실해야 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이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 당원들은 김민석 대표를 선택했지만, 한편으로 최고위원 3명은 친청(친 정청래)계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은 레임덕·실패로 가면 안 되고, 당도 분열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선택한 김 대표를 당선시키면서도 노선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수층 인사를 등용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합리적 보수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정부에 참여할 인사를 발탁하지는 못했다. 기회주의적이면서 정치 욕구를 실행하려고 했던 사람이 갔던 것이다. 이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이 진짜로 성공하려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고비를 놓고, 이 대통령은 그동안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면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발탁하려고 했지만, 챙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흔히 대통령이 저지르는 착오가 특정 연령·지역 출신을 발탁하면, 그 계층은 자신을 따를 거라는 생각 같다.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후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고 장미란씨 실종 사건 등을 보면서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2030 세대가 반발했다. 그런데 그런 경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 것이다.

-검찰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이 출범한다. 새 형사사법 체계에서 가장 먼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게 있다면?

▲형사사법 체계상 대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했다. 경찰이 대공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시간도 턱없이 짧고, 전문성도 결여돼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보안에는 큰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간첩·북한과의 공조 세력·우리 기업의 보안 등 어떤 부분에 어떻게 구멍이 뚫리는지 알 수 없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찰 조직이 모든 형사사법 문제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거나 범죄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 없이 모두 지켜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진 무고한 시민의 피해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없이 묻힐 뻔한 사례가 이미 많다. 얼마나 비일비재하겠는가?

-경찰·중수청의 수사가 미진하면 최종적 사법 통제권은 누가 가져야겠는가?

▲경찰·중수청은 절대 권력이 됐다. 이제는 공소청 검사들과 법원의 판사들이 수사 미진을 공소 과정에서 밝혀내는 마지막 보루가 될 거라고 기대해야 할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원상 복구해야 하겠는가?

▲전부 원상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바람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 바람 앞에서 당권·정치적 미래·지위 유지 등 때문에 갈등·반목·분열·대립을 치유하지 못하면, 정치의 협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건네는 추석 덕담 한마디.

▲정론지로서 국민에게 늘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계신다. 추석 특집 인터뷰를 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저는 보수 진영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보수가 유능한 정치 집단으로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민주당이 집권한 이유는 우리가 큰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국가·사회 체제에서는 민주·진보 진영이 쉽게 국민적 신뢰·지지를 통해 정권을 잡기 어렵다. 우리가 분열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유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는 반드시 합리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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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기관 불화설 예고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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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미 정보기관 간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 나아진 상태라곤 하지만, 미국은 아직 확실한 관계 개선의 시그널을 보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는 대미 투자 지연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비춰 봐도 동맹국 정보기관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된 적을 찾아보기 힘들기에 더욱 그렇다. 정보기관은 동맹국들과의 대북 첩보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해외 정보를 공유한다. 한·미·일이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실무그룹(trilateral working group)도 같은 의미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각국 고위 관계자 수십명이 한데 모이는 중요한 자리다. 국가정보원은 이 조직에서 지난 6월부터 배제됐다. 문제는 국정원이 아닌 군 정보기관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 미국이 국정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24년부터다. 당시 한국 정부를 위해 정보 수집 등 활동을 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미 테리 전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사건이 시발점이었다. FARA는 외국 정부 등을 대리해 활동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테리 전 연구원이 “국정원의 자금 직원이 자신의 급여에 직접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했고 해당 자금이 국정원 최고위층(the highest levels)에서 나온 자금임을 이해했다”고 봤다. 미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될만한 테리의 진술과 2023년 3월 한 카페에서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 등 녹취까지 확보했다. 테리가 만난 관계자 A씨는 국정원 미국 지부장으로 알려졌다. 테리 측은 국정원이 윌슨 센터에 한국 관련 공공정책 프로그램 명목으로 최소 3만7000달러를 지원했다는 증거 등을 재판에서 배제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미 검찰은 지난 2022년 5월(1만1000달러)과 2023년 4월(2만6035달러) 등 두 차례에 걸쳐 주미한국대사관 명의의 수표로 윌슨 센터 기부금 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실제로는 국정원이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미 검찰은 테리의 공소장에서 익명으로만 표기했던 국정원 직원 3명의 실명과 소속, 이들이 썼던 직위를 공개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해외 파트 소속 국정원 직원은 ‘화이트’로 외교관 신분을 가장해 활동하는데 이들의 신분을 미 검찰이 노출한 건 정치적으로 일부러 공개한 것”이라며 “미국도 우리나라 지부가 다 있고 비슷한 행위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나 동맹국이기에 믿고 넘어간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도 미국의 강경 모드에 한몫했다. 미국의 북한 핵시설 등 위성 정보와 관련한 공유 제한 조치도 6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이 공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공유한 기밀 정보가 유출됐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 대북 관련 일부 정보 국정원 공유 거부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회의 참석에도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6월 말 워싱턴에서 개최된 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국정원 배제를 요청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회의는 2023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핵협의그룹(NCG)과 함께 신설됐다. 가상자산 탈취 등 북한의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자금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범한 3국 협의체다. 같은 해 일본 도쿄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긴밀히 유지돼 왔다. 협의체 출범 당시 분기별로 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2024년엔 두 차례, 지난해엔 딱 한 번만 개최됐다.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미국이 국정원만 참여 제한을 통보한 건 이례적이라고 분석한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동향 파악은 국정원에게 필수적이다. 휴민트(HUMINT·인간정보)는 우리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신호·위성을 활용해 암호화폐를 추적하는 일은 미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한 정보를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와 일본 등이 파악한 신호 정보와 대조해 맞춰가면서 북한군이나 김정은의 동태를 파악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다. 다시금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보기관 간 협력에 먹구름이 지속되면서 통상·안보 현안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정원은 한·미가 현안을 두고 이견이 있을 때마다 물밑에서 풀어가는 ‘조율자’ 역할을 해왔으나 제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른 부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에서 국정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을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산업통상부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 전달 사실을 부인했고, 국정원도 다른 부처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배제 조치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오랜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1일 한·미 정보 협력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현재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만 제공한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과 동향, 국제관계, 사이버·방첩 분야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정보의 공유가 제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정보 제공 총량은 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미대사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강경화 대사의 국정감사 발언과 관련해 “기존 한·미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미대사관은 이날 강 대사의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 언급 관련 보도 참고자료에서 “관련 언급은 백악관 고위 인사와의 소통이 본인이 원하는 만큼 되고 있지 않은 바, 더 긴밀하고 더 자주 있었으면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주미대사관은 “한·미 간 소통에 대한 대사 스스로의 의욕이 높은 만큼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전날 발언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강 대사가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정말로 문제 없나 강 대사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 중 한미동맹을 앞장서 지원하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후 “국가안보회의(NSC) 또는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저도 자주 하고 싶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 고위급 협의는 저도 좀 답답한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적을 받아들여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은 “한미동맹은 외교안보의 축으로서 정부는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고도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오늘 대통령이 말했듯이, 국가간에는 각자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조율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미대사관은 전날 강 대사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기존에 밝힌 특정 표현이 맞는지에 대한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아직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강 대사가 다른 평가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는데 이를 부인한 모습이다. 주미대사관은 “우리 정부가 기존에 밝힌 특정 표현의 의미는 크게 다친 부상 장병과 가족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이었고, 주미대사도 그런 차원에서 우리군이 피해를 본 데 대해서는 국민의 일원이자 대사로서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 정전협정 위반과 장병 피해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되, 한반도 긴장 완화 및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군 정보기관 장성들, 지난 1월 미 정보부대 협력 행사 다수 불참 “미 국방부, 적절한 조치 고민…첩보 협력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 한·미 정보기관 간 불협화음은 군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북핵 관련 핵심 정보 공유 여부에 대해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 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 상황은 빨리 해소가 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에는 제한되지만 국정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777사령부와 국군정보사령부가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뿐만 아니라 한·미 간 군 정보기관 협력에도 탈이 날 뻔했던 적이 존재했다. 지난 1월 미군 정보부대 초청의 리셉션 당시 국방정보본부, 정보사, 777사령부가 행사 참여에 어려워지자 한·미연합사 소속 정보장교들만 참석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미 국방정보국(DIA)과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INSCOM)가 한국 군 정보기관과의 교류 협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고 준비했던 것이다. 군 정보기관 관계자는 “행사 장소를 본래 평택에서 진행하려 했던 걸 용산으로 옮겼고 정보 장군들의 모임으로 501정보여단장, 미8군 사령관,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관이 참석해 행사를 격상시키고 대령급 이상의 한국군 고위 장성들을 일제히 초청하려 했는데 한국 군 장성 진급 발표로 인해서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정보본부장 및 정보부장 등이 불참했고 행사 참석을 거부한 장성도 있다. 정보사와 777에서 대령급 몇 명만 가면서 미군 측의 불만이 그나마 사그라 들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에도 빨간불? 다른 군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이 사건으로 격노해 한국군과의 협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적절한 조치를 고민했다고 하는데 그게 대북 정보 협력 일부가 단절되는 사태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현재 한·미 간 군 정보기관 간 정보 협력은 국정원처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려 노력 중이다. 일부 제한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