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넘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야당은 당내 정치에 함몰되면 안 된다”며 국민을 향한 외연 확장을 주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권력 투쟁보다 더 위험한 ‘노선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보수도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최근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전 원내대표를 만나 보수 부활의 방법과 검찰 폐지 이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재명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반사이익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회복할 수 있는 기미가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기존 인식이 조금 변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이후 국정 운영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중폭 개각을 시도했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대체로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되레 지탄·울분·분노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폭로를 하는 등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민주당이 한 의원을 겁박·고발하면서 국회의원의 권리를 1년 동안 정지시키는 탄압을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상당한 우려·비난·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싸워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진행했던 단식투쟁과 장 대표가 자주 언급하는 ‘싸움’의 차이는?
▲야당은 국민적 신뢰를 등에 업고 정권과 싸우지 않으면 그 힘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범야권을 아우르고 추스르는 중심에 서야 한다. 우리 진영 내 극단적·극우적 주장에 함몰되면 범야권 공조가 어려워지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경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재임했던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였다.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의 당내 갈등은 당시에도 정말 치열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당내 분열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보다 더 심한 것이 당내 갈등·분열·대립·반목이었다.
야당의 당내 갈등은 정부의 더 큰 폭정과 거대 입법 권력의 독단·전횡만 더 키울 뿐이다. 따라서 야당은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민적 신뢰를 등에 업어야 한다.
당시 드루킹 일당은 댓글 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당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드루킹 일당의 비열한 정치 행위를 발본색원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9박10일 동안 단식투쟁을 선택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정치인 노숙 단식투쟁이었다. 민주당·좌파 진영에서는 CCTV로 제가 뭘 먹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조롱했지만, 저는 죽기를 각오한 저항을 했다.
그러다가 제가 단식 9일 차에 접어들자,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저대로 놔두면 정국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특검 도입을 합의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그 단 투쟁을 계기로 뭉쳤다. 그 당시의 단합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와 싸웠고, 다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기적적인 일이었다.
우리가 진정한 보수로서 유능했기 때문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등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50년 이상 집권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 등 국가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 저력 있는 정치 세력이 손톱 끝만큼도 안 되는 사적 갈등을 하면서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하지 않았고, 당협위원장 재선출·비당권파 징계 등 문제가 불거졌다. 장 대표는 당을 쇄신하고 있는가, 아니면 당권을 강화하고 있는가?
▲장 대표의 보수 결집 노력은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는 장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가면서 변화를 만들어낼 추동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 강화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정당 지지율도 올라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장 대표로서는 정치적 운이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 문제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분위기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그만큼 올라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원과 일반 국민 중 누구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줘야 하겠는가?
▲집권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상황은 다르다. 집권당일 때에는 정당 정치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정책적으로 입안·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당·정·청 관계를 통해 가진다. 그런데 야당은 절대 당내 정치에 함몰되면 안 된다. 국민을 보고 더 큰 정당 정치를 해야 한다. 그
런 측면에서 장 대표가 당의 지도부 선출 방식 등과 관련해 당원의 참여율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당의 중요한 정책적 의사 결정 등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평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엇과 절연해야 하는가?
▲보수는 원래 큰 그릇이어야 하고,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모두 한 그릇에 담아야 한다. 모든 합리적인 생각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당내에는 분명히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도 있다. 저는 윤 전 대통령과 지지층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우리가 굳이 외면하고 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정치를 실종시키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했다. 당청 관계도 수직적이었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진행했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냈고, 김기현 전 대표도 끌어내렸다. 또 12·3 비상계엄 하나로 사실상 보수를 궤멸 위기까지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장, 정치적 운 좋았다…지지율 상승은 반사이익”
“윤에 ‘빨대’ 꽂은 몇몇 총선 불출마 책임져야”
보수를 위해 헌신·희생한 정치적 이력·경력도 없다. 검찰총장 재임 당시 인기 하나로 보수에 와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헌법·법률에 의해 파면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절대 권력에 사실상 빨대를 꽂고 자신의 사익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최소한 몇몇은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고, 국민의힘이 자정·쇄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국민의힘의 중심 세력으로서 자신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지도부 선출·주요 의사 결정 등과 관련해 공고한 스크럼을 짜고 있다.
이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어렵다. 우리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라는 거대 입법 권력이 저지른 만행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경기·인천에서 합리적·중도적인 유권자를 확보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까지 포함하는 빅텐트를 구성하려면, 복당·합당 등 조직적 통합이 필요한 건가?
▲복당이든 통합이든 합당해도 할 수 있다. 총선·대선에 임박해 빅텐트를 치면 늦는다. 야당은 항상 통합을 위해 상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을 토대로 일시적 미봉책인 연대·연합을 해서는 힘을 얻을 수가 없다. 한국 보수 정치의 본산인 국민의힘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자신의 정치를 만들면서 길을 개척하는 이들은 지쳐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그러려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그를 빨대로 삼았던 몇몇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 이어 정치적·사적 감정을 털어내고, 보수라는 큰 그릇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한 의원·이 전 대표는 정치적 색깔과 지지층이 모두 다르다. 이들을 한 그릇에 담으려면, 무엇을 공통분모로 삼아야겠는가?
▲말로만 이재명정부와 싸워 이기겠다고 하면 안 된다. 이정부·민주당의 입법 폭주·전횡을 바로잡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세력이다.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통해 삼권분립 체계를 공고히 해서 상호 견제·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어 국가 경제를 더 크게 도약시키고, 기업의 더 큰 성장·발전을 이끌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모두 연결되는 문제들이다. 장 대표·오 시장·한 의원·이 전 대표 등의 갈등은 쉽게 말해 당내 권력을 둔 견제·경쟁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리 보수가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보수가 노동·복지·주거·청년 문제와 관련해 내놓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노선은?
▲국민의힘은 사회 개혁 정당으로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여성·인권·노동·환경·공공의료·복지 등을 놓고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겼고, 우리는 방치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얘기하면서도 본질적인 접근은 처절하지 못했다. 제대로 번지수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친기업·반노동이 되는 거다.
친기업을 하면 기업 오너로부터 연간 정치 후원금 500만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근로자 100명으로부터 1인당 10만원씩 받으면 1000만원이 된다. 오너 2명으로부터 500만원씩 받는 이 손쉬운 방식을 취하는 순간 우리는 사회 개혁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여성·노동·복지 왜 진보 전유물?”
“검 폐지 뒤 형사사법 대혼란 뻔해”
여성·인권·노동·환경·공공의료·복지 등과 관련해 국민의 삶의 질과 실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더 파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옛날에는 만 60세라는 정년 기준이 없었는데 그걸 제가 만들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근로자의 정년을 늘려주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면서 저를 징계하려고 했다. 오늘날 모든 근로자가 만 60세까지 누리는 같은 혜택을 보수에서 만들었던 것이다.
큰 사회 개혁과 대변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우리가 야당이 됐다. 사회개혁 정당은 합리성·객관성·중도·균형을 중시해야 한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들만의 방식에서 비롯된다. 청년·신혼부부는 내 집을 가지고 싶어하는데, 정부는 공공개발을 통한 임대주택을 주려고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을 택하려고 해도 민주당의 강경한 개혁 드라이브와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 충돌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민주당 내 엄청난 노선 투쟁으로 이는 권력 투쟁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섭다. 어떤 양보나 배려, 포용도 없다. 죽고 죽이는 정글의 법칙만 남는다. 그게 바로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였다. 민주당이 뉴이재명이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의 길을 걸을 것인지, 이 대통령이 추진한 중도·실용 정부를 위해 민주당이 변화할 것인지 당원이 판단해야 했던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사 임명 하나로도 경기도정에 충실해야 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이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 당원들은 김민석 대표를 선택했지만, 한편으로 최고위원 3명은 친청(친 정청래)계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은 레임덕·실패로 가면 안 되고, 당도 분열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선택한 김 대표를 당선시키면서도 노선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수층 인사를 등용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합리적 보수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정부에 참여할 인사를 발탁하지는 못했다. 기회주의적이면서 정치 욕구를 실행하려고 했던 사람이 갔던 것이다. 이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이 진짜로 성공하려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고비를 놓고, 이 대통령은 그동안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면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발탁하려고 했지만, 챙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흔히 대통령이 저지르는 착오가 특정 연령·지역 출신을 발탁하면, 그 계층은 자신을 따를 거라는 생각 같다.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후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고 장미란씨 실종 사건 등을 보면서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2030 세대가 반발했다. 그런데 그런 경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 것이다.
-검찰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이 출범한다. 새 형사사법 체계에서 가장 먼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게 있다면?
▲형사사법 체계상 대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했다. 경찰이 대공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시간도 턱없이 짧고, 전문성도 결여돼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보안에는 큰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간첩·북한과의 공조 세력·우리 기업의 보안 등 어떤 부분에 어떻게 구멍이 뚫리는지 알 수 없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찰 조직이 모든 형사사법 문제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거나 범죄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 없이 모두 지켜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진 무고한 시민의 피해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없이 묻힐 뻔한 사례가 이미 많다. 얼마나 비일비재하겠는가?
-경찰·중수청의 수사가 미진하면 최종적 사법 통제권은 누가 가져야겠는가?
▲경찰·중수청은 절대 권력이 됐다. 이제는 공소청 검사들과 법원의 판사들이 수사 미진을 공소 과정에서 밝혀내는 마지막 보루가 될 거라고 기대해야 할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원상 복구해야 하겠는가?
▲전부 원상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바람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 바람 앞에서 당권·정치적 미래·지위 유지 등 때문에 갈등·반목·분열·대립을 치유하지 못하면, 정치의 협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건네는 추석 덕담 한마디.
▲정론지로서 국민에게 늘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계신다. 추석 특집 인터뷰를 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저는 보수 진영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보수가 유능한 정치 집단으로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민주당이 집권한 이유는 우리가 큰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국가·사회 체제에서는 민주·진보 진영이 쉽게 국민적 신뢰·지지를 통해 정권을 잡기 어렵다. 우리가 분열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유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는 반드시 합리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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