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다. 재판부는 기밀 누설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노 전 사령관이 구체적 군사기밀을 파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명확한 군사기밀을 유출했음에도 무죄가 나온 건 검찰의 부실한 공소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려진 정보이거나, 알려져도 위해한 결과 초래할 가능성이 낮다.” 재판부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정보기관에서는 문 전 사령관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알린 군사작전이 굉장히 위험한 수준의 유출 행위라고 비판한다. 유출 정도가 심각했다면 작전을 담당하는 정보사 요원들이 쓸모가 없어지는 건 물론 해외 임무 수행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왜 무죄인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지난 11일 군형법상 군기누설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사령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2024년 12월2일 오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정보사 현황과 임무 등을 보고한 뒤,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군사비밀 임무 중 하나를 “보고대로 잘 준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
같은 날 오후 노 전 사령관과 통화하면서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사실과 해당 임무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해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문 전 사령관의 발언과 노 전 사령관이 과거 정보사령관으로 근무하며 알고 있던 정보를 결합하면 정보사가 준비 중이던 임무 현황과 장관의 지시사항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 전 사령관의 공소장을 보면 그는 2024년 1월 ‘평시 대북 ○○○○임무’ 중 가장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임무 4개를 ○계획(○1·○2·○3·○4)으로 선정해 예하부대로 하달했다. 한 달여 뒤인 같은 해 2월 중순 ○○○○ 계획 특수 장비인 2인 동력PG(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하는 ○5 임무를 하달했다.
비상계엄 선포 전날에는 국방부 청사 내 장관실에서 김 전 장관에게 군사 2급 비밀인 주요 현안 보고를 하면서 “2025년도에 예산으로 반영되지 않은 ○○○○부대의 ○○장비에 대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정보사 부대의 현황 및 임무 등에 관해 동력PG 임무는 ○○계획 중에서 성공 가능성과 생존성 등이 높아 우선 준비하고 있는 임무로서 2025년 4월부터 수행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특수부대 올리는 거 장비 그다음 저의 임무 관련” “동력PG 관련돼서 준비 좀 하라고 하셨다”라고 말하면서 정보사 부대 및 장비의 예산 관련 사항 및 대북 작전 계획 현황 정보를 전달했다.
군사기밀 2급 작전 이름 및 현황 누설했는데 무죄
같은 재판부 달라진 판단 공작요원 노출만 문제 돼
검찰은 문 전 사령관이 누설한 정보사 부대의 ○○장비 예산 확보에 관한 사항은 정보 예산으로 군사 2급 비밀로 관리되고 있고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 등은 군사상 필요에 따라 객관적, 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군사상 기밀에 해당함과 동시에 노 전 사령관에게 군사상 기밀을 누설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 전 사령관이 통화에서 “특수부대, 임무, 장비” “저희 임무 관련돼서 보고드렸다” “관련돼서 준비 좀 하라고 하셨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 전 사령관의 발언에 등장한 일부 표현 역시 외부에 알려진 정보사의 조직 편제나 다른 군부대·민간에서도 보유하거나 운용하는 장비를 지칭하는 수준이라고 봤다. 해당 발언이 외부에 알려진다고 해도 군사 목적상 위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노 전 사령관이 과거 정보사령관으로서 관련 임무에 대해 일부 알고 있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노상원이 피고인의 발언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 이상의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다른 정보와 결합해 공소 사실에 기재된 기밀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군사기밀 누설의 고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문 전 사령관의 주된 관심사가 정보사 병력의 준비·출동과 관련해 취해야 할 조치였고, 통화 전체 내용을 고려하면 당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넘어 군사상 기밀을 누설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같은 재판부인 형사합의26부는 지난 6월26일 문 전 사령관의 별도 군기누설 사건에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 사실 입증 실패 논리 빈약했나
“수년간 작전 준비하던 요원들에겐 치명타”
재판부는 이날 문 전 사령관이 정보사 공작요원 등 40여명의 이름과 인적사항이 담긴 명단을 노 전 사령관에게 넘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명단이 공식적으로 군사기밀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정보사 내부 조직과 임무, 요원 신상정보의 성격과 작성 경위 등을 고려하면 군사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 전 사령관 측과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모두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같은 재판부는 두 사건에서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된 정보의 구체성과 성격, 문 전 사령관의 누설 고의 등을 달리 판단했다. 요원들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담긴 명단을 넘긴 행위는 군사기밀 누설로 인정한 반면, 이번 사건에서는 임무와 보고 사실을 언급한 발언만으로 공소 사실상 기밀이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게 다른 점이다.
정보기관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엇갈린 판단을 두고 문 전 사령관이 명확하게 군사기밀을 노출했음에도 무죄를 선고한 건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군사기밀 2급이라고 떡하니 나와 있지 않나. 공작요원들의 인적사항을 넘긴 건 당연히 잘못된 것이고 작전명을 노출한 것도 문제”라며 “해당 작전을 수년간 준비하던 요원들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고 짚었다.
결과 왜 달랐나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비밀의 세부 내용을 알려줬는지가 쟁점이었을 것이다. 작전명 즉, 제목 위주로 알려줬다면 노상원이 정보사령관 할 때와 중복된 내용이라 혐의가 약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북 작전명이 민간인에게 노출된 건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무죄가 나온 건 검찰이 공소 사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