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비례대표 국회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을 희망했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2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용 후보자는 지난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써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의원직과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완주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만에 내린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용 후보자의 태도가 급변한 데에는 여권 내부의 싸늘한 기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용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의 손절 요구에 백기를 든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민티07’에 출연해 “비례대표 겸직을 하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관례적으로 하나는 내려 놓는게 보통 상식선”이라며 “법 위에 민심이 있는 것 아니겠나. 이래선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록 민주당의 압박과 여론에 밀려 자진사퇴하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정가에서는 용 후보자가 끝까지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려 했던 배경에 주목한다. 용 후보자는 21대와 22대 총선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으로 당선된 뒤, 제명 형식을 빌려 본래 소속인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이 같은 ‘꼼수 입성’의 구조적 한계다. 용 후보자가 장관 취임을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면, 그 자리는 기본소득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 다음 순번 후보자가 승계하게 된다. 이 경우 기본소득당은 유일한 의석을 잃고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며, 연간 11억원 규모에 달하는 국고보조금도 수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용 후보자의 겸직 고수는 당의 재정적·정치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이는 곧 “공익보다 당익을 우선한다”는 청년 세대를 비롯한 여야의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과거 기본소득당이 보조금에 의존하는 정당 정치를 “기생충 정치”라고 비판하며 보조금 폐지를 주장했던 전례와 맞물려 ‘내로남불’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의 사퇴를 기점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태로 드러난 위성정당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가족소득당, 조직소득당을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점식 원내대표 역시 전날 “민주당은 불공정한 특혜를 제공해놓고 이제 와 비겁하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같은 날 나경원 의원도 “표심을 왜곡하고 기생 정당의 알박기를 합법화한 누더기 선거법인 ‘준연동형 비례제’는 특혜 꼼수 기생 괴물을 탄생시켰다”며 즉각적인 폐지 논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올해 초 비례대표 배분 기준인 ‘3% 저지 조항’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것도 변수다. 향후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의석 배분 제한 규정이 완화될 경우, 소수 정당의 난립 문제와 준연동형 제도를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기본소득당은 이날 제도권 내에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을 아예 없애자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또 한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직을 지역구 의원에게는 허용하고 비례대표 의원만 사퇴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며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구분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 방안을 공론장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오 대표는 “국민이 각 정당에 준 표가 최대한 그대로 국회 의석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동시에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의석 배분 3% ‘봉쇄 조항’은 폐지 또는 과감히 하향 조정하자”고도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에 요청한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문제를 정리하고, 비례성과 연동성을 높이고 정당 간 선거연합을 제도화하는 정치개혁에 같이 나서자”며 “더 상세한 말씀은 조만간 제가 김 대표를 찾아 뵙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가 사퇴한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자신들을 향한 특혜와 기득권 프레임을 제도 전반의 불평등 이슈로 전환하려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위성정당 구조를 방치하는 한 제2·제3의 용혜인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표심의 등가성을 보장하면서도 꼼수 정치를 차단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선거제도 개편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으면 23대 총선을 앞두고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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