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김지용

검찰 없애고 다시 검찰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최종범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김지용 전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면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일인 다음 달 2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다만 과거 김 후보자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이력이 있어 향후 진행될 인사청문회에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용 전 광주고검 차장이 지난 8일,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하에 신설되는 수사기관이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한 뒤 중수청장으로 정식 임명되면 그는 중수청의 첫 기틀을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개혁 마무리
중수청 신설

중수청은 검찰개혁의 최종 작업으로 신설됐다. 중수청 출범 배경을 살펴보려면 검찰개혁 논의의 물꼬를 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한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경찰의 수사권 독립 필요성을 역설하고,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를 논의하는 등 검찰 개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개혁 동력도 상실하면서 그의 검찰개혁은 사실상 실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인 검찰개혁의 시작을 알렸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개혁 작업에 몰두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을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혔고, 조 전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장섰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로 제한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일 경우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되 검찰은 기소 전 보완수사만 가능하도록 체제를 개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도 성공했다.

검찰이 독점했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등을 이양해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권력 비대화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 마무리 작업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었다. 앞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종류를 6대 범죄로 한정시켰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시키는 형태였다.

검찰과 야권의 반발이 거셌지만 문재인정부는 결국 윤석열정부 출범 한 달여를 앞두고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개혁 끝에 중수청 출범
인사청문회 난항 예상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검찰개혁은 제동이 걸렸다. 윤정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추진해 기존에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했다. 또 인지수사 가능 부서의 제한, 수사팀 신설 시 법무부 장관 승인 등 지난 정권에서 만든 검찰 개혁 관련 조치를 폐지해 검수완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길고 길었던 검찰개혁의 마지막 매듭을 짓는 역할을 맡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검사의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강조했고, 취임 직후부터 이 원칙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기관이 바로 중수청이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청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목적으로 하는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이 차례대로 통과됐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과 공수처, 그리고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이 수사를 나눠 맡고, 검찰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재판) 업무만을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행정안전부 산하로 신설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 7대 중대 범죄를 전담한다. 총 정원은 2874명으로 수사관이 2567명, 일반직 공무원 등 307명이고, 본청 396명과 지방청 2478명으로 구성된다.

중수청 인력은 검찰청 인력으로 대거 채워진다. 앞서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중수청 ‘특례임용’ 희망자를 접수했다. 특례임용이란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중수청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중수청으로 옮길 수 있게 허용하는 절차다.

지난 1일 중수청 개청준비단에 따르면 중수청 특례임용 지원자는 2376명이었으나 이 중 25.9%인 615명이 신청을 철회해 총 1761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면 이런 중수청의 수장을 맡게 된다. 앞서 중수청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후보자를 비롯해 김관정·문홍주 변호사와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해 윤호중 행정안정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윤 장관은 이 중 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했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

굵직한 경력
요직 거쳐

김 후보자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대전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대검찰청 감찰1과장,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검사장급인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2021년 춘천지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역임했다.

2023년 윤석열정부에서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근무하다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검찰 조직 내에서도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고,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후보자는 2014년 대구지검에 특수부장으로 있던 당시 기타동호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수사 이력 면에서 나름 굵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미납 추징금 환수팀에서 영치금을 국고로 환수시킨 바 있다. 또 가수 싸이의 산업체 병역특례 비리, LG카드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 등을 처리해 수사 역량을 입증했다.

김 후보자가 낙점된 데에는 그가 검찰 출신이라는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지난 7일 초대 중수청장 최종 후보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수사, 감찰, 공판 등의 형사사법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온 수사·법률 전문가”라며 “주요 수사기관의 지휘부에서 근무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경험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중수청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한편, 출범 초기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과 공정성·중립성, 신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경험과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도 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로 수사 경험과 조직 관리 역량을 언급했다.

윤 장관의 제청 이후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김 후보자는 수사법률 전문가로, 10월 출범을 앞둔 중수청을 빠르게 안착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새 형사 체계 하에서 그동안의 수사 경험 및 조직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2022년 대검찰청 형사부장 시절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엇갈린
정치권

김 후보자는 특히 검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피해자가 많은 사기 사건처럼 복잡한 사건은 증거 부족으로 보완수사 요구가 무한히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내놨던 것이다.

보완수사 폐지 논란은 이정부 들어서 가장 뜨거운 쟁점 사안 중 하나였다. 보완수사는 경찰이 검찰에 넘긴 사건에서 빠진 혐의나 증거를 검찰이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다. 기존에는 검찰이 경찰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 만큼, 문정부는 검찰에 일말의 수사권도 남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완수사 폐지 논의를 진행했다. 이정부가 들어선 뒤 보완수사 폐지 문제를 두고 존치와 폐지 입장은 팽팽하게 맞붙었다.

하지만 이정부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줄곧 고수해 온 만큼, 지난 7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결국 통과됐다. 이처럼 보완수사 폐지와 관련해 과거 김 후보자가 반대 입장을 내비쳤기에 그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 속에서 탄생하는 중수청의 수장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반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검찰 시절 행적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냈을 때, 김 후보자는 반대 입장을 낸 이력이 있다.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였던 김 후보자는 법치주의 훼손을 우려하며 재고를 촉구하는 전국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김 후보자를 포함한 검사장 17명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처음 출근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 속에서 신설되는 중수청의 청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며 “현재로서는 곧 있을 청문회 준비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과거 검수완박에 부정적이었던 입장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향후 청문회 절차에서 성실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과거 보완수사 폐지 반대
민감한 질문엔 즉답 피해

또 검찰 출신을 후보자로 임명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권력이 커진 경찰과 협력하고 견제할 방안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도 김 후보자는 모두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 낙점을 두고 정치권 반응은 갈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서면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 지명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되, 검찰이 쌓아 온 수사 전문성은 중수청에 제대로 이관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후보자의 수사·감찰·공판 분야 이력을 언급하며 “이 경험이 새 조직의 안착에 온전히 쓰이도록 하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김 후보자에 대해 “중수청을 처음 제안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께 요청드린다”면서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인사를 재고해 달라”고 썼다.

박 의원은 “그런 점에서 김지용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김 후보자는 2022년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수사 필요성을 내세워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조국혁신당 임명희 대변인은 지난 7일 김 후보자 제청에 대해 “검찰개혁의 원칙을 훼손하는 검찰주의자가 중수청장이 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신설되는 수사 전담 기관의 지휘관에 또다시 검찰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은, 제도상으로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직 구성을 마친 상태다. 준비단장은 신준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제1부본부장이 맡는다. 그는 부산지검 1차장검사,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기획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 등을 지낸 수사 베테랑이다. 준비단에는 4~7급 검찰 수사관 10명도 파견됐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파견은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결 과제
산더미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라는 산을 넘고 초대 중수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중수청 출범 초기 수사 공백을 채워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검찰 폐지로 인해 경찰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중수청은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조정하고, 견제, 협력 체계를 구축할지 정교한 구상도 내놔야 한다.

기존 검찰 인력을 대상으로 한 특례임용에서 지원자들이 신청을 대거 철회한 만큼 인력에 빈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찰, 변호사, 회계사 등을 채용한다지만 이들로 어떻게 수사 전문성을 키워나갈 것인지 세밀한 계획 역시 필요하다. 중수청 출범까지 약 한 달 남짓, 김 후보자에게 주어진 과제가 산더미다. 

<jbcho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소청장 소식은?

오는 10월 중수청과 함께 출범하는 공소청이 조직 개편과 인력 배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초대 공소청장 인선은 소식이 없는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공소청 직제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직제안은 현행 검사 정원 2292명을 유지하고, 수사기관의 불송치 사건을 전담해 재검토하는 ‘사법통제부’를 두는 내용을 담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통제부’라는 명칭을 부적절하다고 짚으며 제동을 걸었다.

불송치 사건을 검토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고, 논쟁적 이름을 붙여 입길에 오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해당 사안들을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소청은 조직 틀을 갖추는 작업이 다소 지체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소청이 당장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소청장 후보라도 정해져야 조직 세부 인력 배치와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공소청이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공소청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청장 인선과 함께 조직 구성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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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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