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 광주시 소재 닻미술관에서 작가 김윤수의 개인전 ‘땅에 몸을 대고’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산과 들, 정원과 길가에서 만난 작은 생명과 계절의 변화를 기록한 두 권의 노트와 식물의 이름을 기록한 목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김윤수는 조각, 드로잉, 회화, 글쓰기를 경계 없이 다루며 언어와 물질이 공명하는 서정적인 조형 세계를 보여준다. 작업은 그에게 삶으로 나아가는 기록이며 삶이 들어와 쓰이는 풍경이다.
같은 계절
김윤수의 개인전 ‘땅에 몸을 대고’는 그가 지난해 3월22일부터 같은 해 12월14일까지 산과 들, 정원과 길가에서 만난 작은 생명과 계절의 변화를 기록한 전시다. 기록은 두 권의 노트,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와 ‘the other year’에 담겼다. 그 곁에 식물의 이름을 기록한 하나의 목록을 더했다.
목록의 이름은 산책길에서 만난 식물의 개화를 기준으로 배열됐다. 꽃의 생애는 꽃눈이 생기고 꽃봉오리가 열리고 꽃잎이 지고 열매를 맺고 씨앗이 퍼지는 과정을 거친다. 김윤수는 그중 꽃봉오리가 피어난 때에 초점을 맞췄다. 꽃의 생애를 온전히 거치지 못한 식물은 개화 이전이나 이후의 단계를 기록했으며 잎만 관찰한 식물과 양치식물, 균류는 회색으로 구별했다.
김윤수는 “숲에 들어서면 무한한 평안 속에 안긴 듯했다”며 “숨결로 스미는 야생의 냄새, 비스듬히 내려앉는 한 줌 햇빛, 부드러운 흙과 풀의 감촉, 끊임없이 피어나는 들꽃들, 식물의 언어로 살아가는 새와 곤충들, 모든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의 노래, 그 순간순간의 경이로움이, 삭막한 도시의 하루를 그래도 살만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우연한 계기로 계절을 따라 숲을 걸으며 생태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 시민과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지켜낸 계양산의 숲이 그들만의 약속과 균형으로 순환되고 있었다”며 “그 가을 숲의 길목에서 문득 나를 에워싸던, 설탕을 졸이는 듯한 계수나무 향기의 기억은 때때로 바람에 실려 온 달콤한 입자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순간 이동을 하듯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고 전했다.
산책길에 만난 식물의 이름
꽃봉오리가 피어난 때 초점
김윤수가 본격적으로 산책길에 만난 들꽃과 들풀을 적기 시작한 때는 2020년부터였다. 그것은 생명의 연대를 이루는 숲으로의 회귀이자 꽃을 좋아하던 아버지에게 전하는 안부였다. 해마다 같은 계절이 돌아와도 풍경은 매번 달랐다. 알아갈수록 더 많은 것이 보였고 인간의 개입으로 식물군이 사라지고 또 바뀌기도 했다.
해를 돌아 시작된 지난해 봄에는 속절없이 번져 가는 산불에 마음을 졸였다. 그렇게 둘 곳 없는 애도를 안고 김윤수는 서 있는 땅에 묵묵히 발을 내디뎠다. 산과 들 그리고 정원과 길가에서 만난 숭고한 생명의 시간은, 늘 곁에 있지만 애써 귀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대지의 균형과 리듬, 무심하고 무한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속삭였다.
김윤수는 “수많은 생명과 호흡하며 우주의 질서에 귀 기울이고 연대를 이루며 나아가는 삶에서 나는 얼마만큼 멀어져 왔을까. 아이가 첫걸음을 디디며 대지와의 유대가 자연스레 이어지듯 땅에 몸을 대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행간을 펼치며 끝없는 명랑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땅에 몸을 대고’는 김윤수가 다시 적어 간 한 해의 노트에서 출발한다. 몸을 낮춰 마주한 대지의 노래를 따라 희미한 안개의 장막이 일렁이며 공간을 에워싸고 살풍경함을 어루만지듯 하얀 눈송이, 은하수, 목화밭 등이 검게 불에 탄 숲 위로 포개진다.
김윤수는 “흰 시간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경계는 사라진다. 너무 멀리 닿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그렇게 안부가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모든 것으로 도착하는 눈먼 아름다움이 당신의 발밑을 수놓는다”고 말했다.
다른 풍경
닻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땅에 몸을 대고’는 김윤수의 기록을 통해 산책길에서 만난 식물과 계절의 변화를 따라간다”며 “이처럼 작가에게 작업은 삶으로 나아가는 기록이며 삶이 들어와 쓰이는 풍경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12월27일까지.
[자료‧사진= 닻미술관]
[김윤수는?]
김윤수는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2001년 첫 개인전 이후 10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닻프레스 출판사를 통해 아티스트 북 <허밍 허밍>(2022), <가장 푸른 곳>(2022), <ANOTHER YEAR>(2023), <the other year>(2026),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2026)가 출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