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7년 체제가 40년을 맞은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는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놓았고, 이 갈등이 언젠가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는 해법으로 ‘모자이크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여러 형태의 조각이 모여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처럼 민주주의 역시 국민의 다양성이 하나를 이뤘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는 설명이다.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거쳐 자연스럽게 노동운동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2009년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소개로 법륜 스님과 인연을 맺어 평화재단에서 활동했으며 2013년부터 재단 소속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 창립에 참여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그룹’을 창립해 ‘모자이크 민주주의’ 이론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일요시사>는 백 대표를 만나 그가 진단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어봤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도서 <모자이크 민주주의>를 출간하셨다. ‘모자이크’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모자이크는 다양한 모양새가 모여서 하나의 그림이 되지 않나. 핵심은 ‘세상은 하나로 연결돼있다’는 유기적 세계관이다. 지금 세상은 모든 걸 이분법으로 나누는데, 그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쌍둥이도 다르고, 길가의 나무도 모두 다르다. 세상의 모든 건 다양성으로 이뤄져 있고, 이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출발이라고 본다.
조금 덧붙이자면 법륜 스님을 만나 불교 공부를 하면서 지금 이야기하는 유기적 세계관을 접했다.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형태는 바뀔 수 있을까? 현재와 과거를 비교했을 때 민주주의는 어떻게 변해왔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1987년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 이전에는 사실상 독재였다. 1987년부터 민주주의 국가였고, 지금까지 40년이 됐다. 문제는 2026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장기 독재를 막기 위해 대통령 임기제, 삼권분립, 사법 독립 같은 제도를 만들었지만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헌정을 흔들 수 있고 삼권분립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탄핵, 사법 침해 등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본 것이다.
또 하나는 승자 독식 구조다. 소선거구제 때문에 양당제로 굳어져 있고, 승자 독식이기 때문에 협치는 곧 죽음으로 여겨진다. 상대 당이 잘하면 잘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우리 당에 집권 기회가 오지 않으니 무조건 폄훼하고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양성 모여 하나의 풍경 이루듯”
‘모자이크 민주주의’를 제시하다
-민주주의 후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과반 다수결을 넘어서는 합의 구조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노동법, 에너지 문제 같은 중대 사안은 이런 폭넓은 합의로 결정하자는 거다. 부동산 정책이나 사관학교 통합 같은 중요한 사안도 처음부터 국민 여론을 수렴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2~3년이 걸리면 어떤가.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모든 정책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정치권만 싸웠는데, 지금은 국민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이건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다. 국민이 분열하기 시작하면 국가 운영의 동력 자체가 사라진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이재명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 과잉이다. 일을 잘하고 뛰어난 소통력을 보이는 등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도 충분히 알려졌다. 생중계 국무회의 등을 통해 부처 간 조율도 대통령이 하려고 하면 정책의 생명력이 약해진다. 국민 앞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화합과 조율에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국가인데 이런 나라를 대통령 혼자서 운영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가진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있다. 외교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고, 한반도 문제에는 북한이 있으며, 정치에는 야당과 더 크게는 국민이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전부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외교나 경제를 운영하려면 정치권이 힘을 실어줘야 하고 국민이 믿어줘야 동력이 생기는데, 지금처럼 편 가르기를 하고 야당과 협치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어렵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보는가.
▲‘여당이니까 정부와 한목소리로 가야 한다’는 것도 맞고, ‘그래도 견제해야 한다’라는 것도 맞다. 둘 다 필요한데 지금은 완전히 한 몸으로 가고 있어 위험해 보인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책임 정치 차원에서 정부·여당이 한 몸으로 정치를 펴는 것은 좋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되고, 성과를 못 내면 야당이 1당이 된다.
툭 하면 TV에 나오는 대통령?
“과잉 정치…화합·조율 힘써야”
당 대표가 ‘나를 따르라’ 식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 여론을 듣고 통합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여야를 떠나 모두가 정치를 더 갈라놓고 있어서 상당히 위험하다.
-결국 모자이크는 조각이 모여 멀리서 봤을 때 하나의 그림이 되는 건데, 지금은 그 조각들이 파편화돼 모일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다양성을 어떻게 조율하고 합의해서 맞춰 나가느냐다. 소위 말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리더십이다. 속도는 더딜 수 있지만 길게 보면 훨씬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지금은 다 파편화돼있는데, 이걸 연결해야 할 사람이 여당과 대통령이다. 야당은 원래 견제하고 싸우는 역할이지만 여당은 성과를 내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당이 그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다양한 조각들이 모여 멀리서 볼 때 어떤 그림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 어떤 민주주의를 꿈꾸는가?
▲아프리카에는 ‘우분투 정신’이라는 게 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실험했는데, 나무에 과자를 걸어 놓고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먹게 했더니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가서 나눠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왜 그랬냐고 묻자 “우리가 있으니 내가 있다. 나만 먹고 다른 사람이 못 먹으면 그건 불행한 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나의 공동체 정신이란 이런 것이다. 사람의 욕망이 워낙 강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만큼 민주주의도 발전해 왔고 사람도 발전해 왔다고 본다. 나도 소중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도 소중하게 여기는 공동체 의식, ‘나와 너’가 아니라 ‘우리’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결국 국가를 이롭게 한다.
-끝으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마디.
▲주권자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기후 대응부터 한반도 평화를 만들고 정치를 바꾸는 일까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느 진영에 무조건 속하지 말고, 잘하면 지지해 주자. 물론 특정 진영에 소속될 수도 있지만, 그 진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데도 그냥 따라가거나 ‘저쪽이 더 나쁘니까’라며 편승해서는 안 된다. 주인인 내가 정말 주인다워져야 바뀐다. 나 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가족, 주변 사람들과 서로 대화하고 인정하고 다듬어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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